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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 중 하나다. 프로의 세계에서 실력과 인기를 가늠하는 가장 세속적인 잣대인 연봉이 그렇고, 야구 게시판에서 가장 자주 ‘빠’와 ‘까’가 맞붙는 논란의 주인공인 데다, 감독으로서 열네번의 해고를 당하고도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열다섯 번째의 기회를 얻은 점이 그렇다. 그에게 야구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다큐멘터리 <파울볼> 개봉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에서 보내는 첫 시즌을 준비 중인 김성근 감독을 만났다. 한국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는 어떤 팀이었고 감독과 코치, 선수들은 어떤 꿈을 꾸었나.
-해임을 많이 당했지만 이번 고양 원더스를 떠날 땐 (퓨처스리그 진입 실패로 인한 팀 해체라는) 특수한 경우였다. 씁쓸한 감정은 없었나.
=끝났을 때 좌절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어디든 가서 야구를 가르치고 있었다. LG 트윈스를 나왔을 때는 전국을 돌아다녔다. 끝나고 떠났을 때, 해고시킨 사람을 원망해본
[flash on] “끝났을 때 좌절한 적, 한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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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 위치한 서울아트시네마가 ‘시네마테크 서울’로 명칭을 변경하고 4월에 종로의 서울극장으로 이전한다. 서울아트시네마는 2002년 5월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문을 연 뒤 2005년 4월 현재의 낙원상가 4층으로 이사했다. 낙원에서의 10년을 정리하는 의미로 3월17일부터 29일까지 ‘아듀, 파라다이스’ 기획전을 진행한다. 이전 이후에는 영화 관련 교육사업에 보다 집중해나갈 계획이다.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서울아트시네마를 꾸려온 김성욱 프로그래머를 만나 이전을 하게 된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10년간 머문 공간을 떠나 이전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운영상의 한계가 왔다. 2006년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 문제가 논의되다 엎어졌다. 2010년에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시네마테크 지원 자체가 중단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낙후된 시설에 관객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고 실버 영화관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
[flash on] ‘아듀, 파라다이스’ 뒤엔 ‘헬로우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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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사건은 만들어지는 순간 과거의 어떤 것이 되어버린다. SF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배경이 미래일지라도 이야기는 지나버린 시간 안으로 귀속된다. 그래서 종종 ‘오래된 미래’라 불린다.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3월20일(금)부터 29일(일)에 걸쳐 진행되는 SF영화 특별전의 제목도 ‘오래된 미래: SF영화가 예견한 미래’다. 프로그램의 기획자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2015년이라는 미래를 담았던 과거의 SF영화를 지금 본다면 어떨까, 라고. <백 투 더 퓨처> 삼부작 중 2편에 나왔던 미래가 바로 2015년이다. 1990년도 되기 전에 이 영화를 보았던 관객에게 2015년 혹은 21세기는 가슴 설레는 미래였을 거다. 그 미래가 지금 도착해 있다. 현재가 된 미래에서 과거에 만들어진 영화를 되돌아보는 것, 그런 게 SF영화를 보게 만드는 매력 중 하나다.
이번 특별전에는 196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는 시기에 만들어진 SF영화들이 포함되어 있는
[영화제] <백 투 더 퓨처>가 예견한 2015년은 어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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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저스틴 롱)은 유성우 관측 캠프에 참여했다가 킴벌리(에미 로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델은 그녀의 남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대책 없이 킴벌리에게 관심을 보인다. 델이 킴벌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이, 차 한대가 델에게 돌진해온다. 킴벌리는 델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 그를 구한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본격적으로 만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시간적으로 다른 인간이다. 델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찬 미래형 인간이고, 킴벌리에겐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영화는 시간대를 넘나들며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에피소드를 그린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어쩌면 서로 다른 시간대가 동시다발적으로 분기하는 일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영화가 타임슬립을 전면에 내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화는 기억인 듯 꿈인 듯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든다. 영화에서 그리는 타임슬립은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예감이라는 이름의 징후들이다. 이것은 현재에 끼어든 미래의 순간이다. 고백
예감이라는 이름의 징후들 <코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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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범을 잡기 위해 몇년째 사고 현장을 오가는 아빠(김정태)가 집을 비운 사이, 공부 잘하고 인기 많은 9살 지호(박하영)와 똑똑한 천방지축 7살 선호(구승현)는 엄마 없이 오손도손 살림을 꾸려나간다. 어느 날, 아빠가 홍제파출소에 잡혀 있다는 전화를 받은 남매는 곧장 아빠를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안산 상록수동에서 서울 홍제동까지, 지하철로 1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거리는 만만치 않은 사건들을 만나며 한없이 길어진다.
참 착한 영화다. 세계일주처럼 멀고 고된 길이지만 사랑하는 아빠를 면회하기 위한 아이들의 걸음은 씩씩하다. 돈을 모두 잃어버렸어도 무임승차는 할 수 없다며 고생을 자처하는 의지는 자못 교훈적이다.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처음 보는 남매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훈훈한 설정 또한 빠지지 않는다. <세계일주>는 ‘설날 특선 어린이 단막극’이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영화다. 어린 관객층까지 고려한 듯한 개그, 판타지, 액션, 스릴러, 감동 등 있을
안산 상록수동에서 서울 홍제동까지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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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갓 입소한 19살 청년 JR(브렌턴 스웨이츠)은 체스 훈수를 두다 20년형을 살던 잔뼈 굵은 범죄자 브랜든(이완 맥그리거)의 눈에 든다. 브랜든은 JR을 교도소의 무법자 데이브 패거리에게서 보호해주는 대신, 출소한 뒤 자신의 탈옥을 도울 것을 제안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JR은 브랜든의 탈옥을 돕고, 그와 한패가 되어 샘(야첵 코먼)의 사주를 받아 금괴를 훔쳐내는 일에 착수한다. JR은 샘의 여자인 타샤(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빠지지만 브랜든은 JR에게 여자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말 것을 경고한다. 보스 브랜든과 사랑하는 여자 타샤 사이에서 고민하는 JR. 샘의 동향은 심상치 않고, 브랜든과 타샤마저 자신을 온전히 믿지 않는 상황 속에서 JR의 선택이 필요해진다. 영화는 금괴를 둘러싼 인물들의 욕망과 변화하는 관계를 빠른 호흡으로 그려낸다.
베테랑과 햇병아리가 뭉쳐 금괴를 훔칠 때까지는 박진감 있게 흘러가는 충실한 케이퍼 무비다. 초반부 교도소 세계의 긴장감 있는 묘사와
금괴를 둘러싼 인물들의 욕망과 배신 <나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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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수단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내전으로 부족 대부분이 몰살당하고 극소수만이 살아남는다. 그들은 테오, 마메르, 예레미아, 폴, 아비탈 등 대여섯명의 아이들이다. 이들은 반군을 피해 에티오피아로 향한다. 누군가는 탈진으로 목숨을 잃는 험난한 여정이다. 에티오피아도 반군에 점령당한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케냐로 방향을 바꾼다. 그러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적군을 만나 몰살당할 위기에 처한다. 족장 노릇을 하던 테오는 기지를 발휘해 아이들을 구하고, 자신은 적군에 생포된다. 그 후 다른 아이들은 무사히 난민 캠프에 도착한다. 시간이 흘러 미국 캔자스시티 이민권도 부여받는다. 이제는 성인이 된 네 사람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러던 중 아비탈의 이주지가 예정과 달리 보스턴으로 배정된 사실을 알게 된다.
<라자르 선생님>의 필리프 팔라도의 작품이다. 전작에 이어 이민자를 중심으로 한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만남에 대한 감독의 여전한 관심이 드러난 작품이다. 특유
독특한 유머로 실화의 무게감을 덜어내다 <뷰티풀 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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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더 세븐> Fast & Furious7
감독 제임스 완 / 출연 빈 디젤, 폴 워커, 드웨인 존슨, 제이슨 스타뎀, 미셸 로드리게즈, 루카스 블랙, 커트 러셀, 타이레스 / 수입•배급 유니버설픽처스 인터내셔널코리아 / 개봉 4월2일
인기 프랜차이즈를 으레 장식하는 수사처럼 들리지만 과장이 아니다. ‘역대 최강의 멤버로 사상 최악의 적과 맞붙는다.’ 북미 시장의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거침없는 속도와 스펙터클한 액션, 화려한 볼거리로 요약되는 블록버스터의 정석 같은 영화다. 시리즈 7번째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새로운 악당 데카드 쇼 역에 제이슨 스타뎀을 기용하며 판을 한층 더 키웠다. <인시디어스>(2010), <컨저링>(2013) <애나벨>(2014)로 이름을 알린 공포영화의 기대주 제임스 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Coming Soon] 블록버스터의 정석 <분노의 질주: 더 세븐> Fast & Furious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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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7년. 밤하늘에 유럽의 ‘첫 번째’ 혜성이 떴다. 기원전부터 혜성을 체계적으로 관측해온 아시아와 달리 유럽에서는 그런 역사가 없었다. 유럽인들은 하늘은 완전하므로 별들이 섭리에 따라 규칙적인 원을 그리며 지구를 돈다고 믿었고, 혜성을 땅 근처의 먼지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망원경으로 먼 우주를 관측해온 천문관측가 티코 브라헤의 눈에는 혜성이 대기권의 현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애초에 천체가 불완전한 운동을 하는 게 아닐까? 관심을 먼 우주에서 가까운 태양계로 돌린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행성의 움직임을 관측했다. 행성들은 어떤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완전히 규칙적이지는 않았고 그 궤도는 명백히 원과는 달랐다. 그러나 여전히 천동설에 사로잡혀 있었던 티코 브라헤는 규칙을 찾아내지 못하고 죽었다. 그가 남긴 방대한 관측 자료는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의 손에 넘어간다.
지동설을 어려서 수용했고 수학적 재능까지 갖췄던 케플러는 관측 자료를 손에 넣은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핼리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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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대적이면서 가장 고전적인, 그랜드한 매너!” 마침 실내악이 흐르던 참이라 지역 케이블TV의 웨딩홀 광고가 떠올랐으나, 실은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거대 로펌 대표 한정호(유준상)가 아들 인상(이준)에게 법을 공부하면 체화되는 매너를 설교하던 중이다. 탈모 외엔 별 고민 없던 일상은 아들이 난데없이 산달이 가까운 소녀를 데려오면서 깨지고, 경위를 설명하던 서봄(고아성)은 정호네 거실에서 진통을 시작한다. 이 소동을 비공식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한 한정호는 오페라를 크게 틀어 산모의 비명을 감추고 구급대원 앞에서 그랜드한 매너를 선보인다. “이렇게 기민하게 와주시다니 정말 놀랍고, 감사합니다.” 한정호 부부가 전통과 격식, 의전에 집착할수록 상황은 꼬이고 봄이는 더 깊숙이 자리잡는다. 쉴 새 없이 웃다 보면, 정성주 작가의 전작이 겹쳐지며 기분이 묘해질 때가 있다.
한정호의 로펌은 JTBC <밀회>처럼 상스러운 재벌의 약점을 쥐고 거래할 수 있
[유선주의 TVIEW] 참으로 우스운, 하지만 아찔하게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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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등에 업은 청년. <스물>의 동우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혈기왕성한 친구들이 클럽을 돌아다니며 운명의 그녀를 찾고 위의 학번 선배에게 반해 관심도 없는 투자 동아리 가입신청서를 작성할 무렵, 가진 게 너무 없어 고달픈 스무살 청년은 오늘 저녁 슈퍼에서 쌀을 살 수 있을지를 걱정하며 밤거리를 터벅터벅 걷는다. 마음 가는 여자에게 그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오랫동안 모아온 게 틀림없을 피자 쿠폰을 돌돌 말아 무심하게 건네는 것뿐. 취해서 웃고, 실수해서 웃고, 차여도 웃는 <스물>의 해맑은 청춘들 사이에서, 동우는 그들이 미처 가늠하지 못하는 현실의 비정함을 미리 체감하는 캐릭터다. ‘그곳’의 기원을 탐구하다 우주까지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이 영화의 저돌적인 재기발랄함에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실어주는 인물이기도 하고.
<스물>의 이병헌 감독은 “큰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던” 친구의 일화
[이준호]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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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막을 내린 제87회 오스카상 촬영상 주인공은 <버드맨>을 촬영한 에마누엘 루베스키였다. <그래비티>(2013)로 촬영상을 거머쥐었던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수상이다. 적절한 비교일지는모르겠으나, 촬영감독 고든 윌리스가 1970년대 약 7년 동안 촬영한 영화 일곱편이 오스카 39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그중 19개의 트로피를 받았지만 촬영상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에마누엘 루베스키의 2년 연속 수상은 실력과 운 모두 따라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기록이다. 데뷔한 뒤 지금까지 매번 다른 스타일의 촬영을 선보이고 있는, 그래서 촬영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에마누엘 루베스키가 할리우드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버드맨> <그래비티> <트리 오브 라이프> 등 최근 촬영한 작품을 중심으로 ‘빛의 마스터’ 에마누엘 루베스키를 탐구해봤다.
주요 필모그래피
<버드맨>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
‘빛의 마스터’가 카메라에 담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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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대니 콜린스>
2015 <더 롱기스트 라이드>
2015 <위플래쉬>
2008 <테네시>
드라마
2015 <슈퍼걸>
2013~14 <글리5>
2012~13 <글리4>
2011 <홈랜드>
2010 <굿와이프>
2010 <로 앤 오더: 성범죄 전담반>
시종일관 긴장감으로 옥죄어오는 <위플래쉬>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주인공의 여자친구 니콜(멜리사 베노이스트)이다. 니콜은 광기 어린 강박에 시달리는 앤드류(마일스 텔러)에게 악의 하나 없는 말간 얼굴로 일상적인 행복을 제안한다. 앤드류는 그런 그녀의 평범한 세계를 거부하고 일류의 세계를 좇지만, 결국 구질구질한 구남친처럼 재기의 공연에 와달라며 니콜에게 전화를 건다. ‘남자친구의 허락을 받고’ 공연에 갈지 생각해보겠다는 쿨한 대답으로 <위플래쉬>의 쿨함에 일조하는 그녀
[who are you] 멜리사 베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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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탈리아 극장가에서는 자국영화 한편이 디즈니의 <신데렐라>를 무섭게 뒤쫓고 있다. 알렉산드로 제노베시 감독의 신작 <이 사랑스런 놀라움>(Ma Che Bella Sorpresa)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개봉 1주 만에 200만유로의 수익을 거두며 이탈리아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했다. 개봉 1주 만에 512만유로의 수익을 거둔 <신데렐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이 사랑스런 놀라움>은 자신을 가차없이 차버린 전 여자친구에 대한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는 한 고등학교 문학 선생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그의 이름은 귀도.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귀도 앞에 새로운 이웃 실비아가 나타난다. 귀도는 사랑스러운 취미를 가진 아름다운 외모의 실비아를, 자신의 삶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모든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 완벽한 여인으로 생각했던 실비아에게도 사연은 있다.
이 영화의 주연은
[로마] 이탈리아식 로맨틱 코미디의 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