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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안 하는 영화감독이 어디 있겠냐마는 최근작만 보면 이석훈 감독은 제대로 고생할 팔자인가보다. 전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2014)이 바다 CG와 사투를 벌인 블록버스터였다면, <히말라야>는 무거운 실화를 양어깨에 짊어지고 해발 8750m 높이의 산을 담아낸 산악영화다. 충무로가 산악영화의 불모지인 걸 감안하면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도전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산악영화를 찍고 나니 산이 좀 달라 보인다”고 말한다. 막 언론 시사회를 마치고 인터뷰 장소에 들어온 이석훈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었던 지난 1년 반은 인생에서 중요한 시간이었다. 좋은 추억이 됐다. 배우, 스탭들도 그렇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겨울 시장에 나서는 출사표를 던졌다.
-평소에 등산을 즐기나.
=즐기진 않지만 산을 좋아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영화인들과 6개월 정도 산을 오르기도 했다. 요즘은 그렇게 못하고. 꼭 정상을 오르기보다
“자연 풍광보다 사람을 보여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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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질문 하나. 우리는 왜 괴수에 매혹되는가? 거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괴수의 크기와 힘, 기묘한 모양새와 인간을 뛰어넘는 어떤 초월성에 매혹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음지를 배회하던 괴수가 서스펜스를 자아내다가 마침내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마침내 압도적인 파워로 상대를 제압하는 순간을 사랑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의 성공 여부는 괴수를 얼마나 멋지고 효과적으로 구현해내느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괴수의 매력은 물리적인 존재감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괴수가 지닌 사연과 정서가 복합적일수록 이 미지의 존재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사례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면 <혹성탈출> 시리즈의 시저나 <킹콩>(2005)의 콩,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 등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대호>
아름다운 괴수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가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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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K2, 칸첸중가, 로체, 마칼루,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초오유, 낭가파르바트, 안나푸르나 등.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의 8000m급 봉우리를 높이 순서대로 나열해보니 산에 오른 것도 아닌데 괜히 머리가 아찔해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8611m)보다 훨씬 위에 있는 히말라야 8750m에 방치된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엄홍길 대장이 휴먼 원정대를 꾸렸다는 소식을 10년 전 처음 들었을 때 꽤나 무모해 보였던 것도 그래서다. 그곳은 난다 긴다 하는 산악인도 제 한몸 가누기조차 힘든 ‘죽음의 지대’(해발 7500m 이상의 높이는 데스 존이라고 불린다.-편집자)가 아닌가. 그들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산에 오르려 했을까. 단지 동료의 시신이 거기에 있으니까? 이석훈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히말라야>는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산에 오른다’는 산악인들의 기본명제와 다른 성격의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아가는 산악영화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찾기
그곳에 동료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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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폭풍전야다. 2015년 12월 둘쨋주 한국영화계의 풍경이 딱 그렇다. 12월7일 월요일 <히말라야>가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고, 그다음날인 화요일 <대호>의 시사회가 열렸으며 수요일에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제작진이 내한해 한국 관객과 만남을 가졌다. 12월 셋쨋주부터 이 세편의 영화는 겨울 극장가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레이스에 돌입하게 된다. <암살>과 <베테랑>이 맞붙었던 여름 시장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른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화제작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다. 이 지면에서는 연달아 공개된 두편의 한국영화, <히말라야>와 <대호>에 대한 심층기사를 마련했다. 영화에 대한 소개글과 더불어 감독과의 인터뷰, 제작과정을 좀더 상세히 알 수 있는 스탭들의 코멘터리도 함께 전한다. 이번 특집은 좌우로 기사를 나누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두 영화에 대
자연과 인간 그 사이 영화적 상상력이 숨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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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규정해야만 속이 후련해지는 흔한 남자로서, 김형경에게 단 하나의 수식을 붙여야 한다면 소설가가 옳을지 심리 에세이스트가 옳을지 망설이곤 한다. 다만 그녀가 내놓은 책의 목록이 점점 쌓일수록 결정은 후자에 기울게 되는 게 사실이다. 새 책 <오늘의 남자> 역시 심리 에세이스트 김형경의 면모를 잘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모였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의 감정에 대해 사색한 <사람풍경>(2004)을 필두로 이어진 산문집이지만, <오늘의 남자>는 특히 남자를 탐구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남자를 위하여>(2013) 옆에 놓이는 책이다. 활동 초기부터 줄곧 여성을 향해 예민한 시선을 던졌던 작가의 커리어를 떠올린다면, 두해 간격으로 출간된 두권의 책은 분명 독특한 행보다.
남자에 관해 처음으로 쓴 책 <남자를 위하여>와 이번 <오늘의 남자> 사이의 차이를 묻자, 김형경은 “이번에는 쫄
씨네21 추천 도서 <오늘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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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통해서는 여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지만, 수필에서는 자전적인 내용이나 자신이 일상 속에서 만난 사건과 감정의 편린을 솔직히 늘어놓곤 한다. 신간이 나오자마자 그 안에 쓰인 음악들부터 따로 갈무리될 만큼 널리 알려진 음악 취향,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경험한 위스키 삼매경, 유럽 여행 중에 기록한 문학에 대한 견해 등 별별 이야기들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 아래 단정하게 모인다. <시드니!>(2000)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의 유력 스포츠지의 청탁을 받고 특별취재원으로서 시드니올림픽을 기록한 에세이다. 매일 400자 원고지 30매에 기관총을 쏴대듯 거침없이 써내려간 흔적은 그 분량을 소화하는 작가의 스태미나에 감탄하는 것만으로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시드니!>는 (2000년 시드니가 아닌) 별안간 1996년 애틀랜타에서 시작한다.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마라토너의 경기를 생생하게 그린 이 오프닝은 마치 &l
씨네21 추천 도서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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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널리 보급될 수 있도록 값이 싸고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부문별, 내용별 등 일정한 체계에 따라 자그마하게 만든 책.” 문고의 사전적 정의는 <파울로 코엘료 베스트 컬렉션>의 많은 걸 나타낸다. <연금술사>(1988)의 어마어마한 성공 이후 현재까지 그의 (비블리오그래피 대부분에 해당하는) 열네 작품을 출간한 바 있는 문학동네가 코엘료 컬렉션 중 세 작품을 엄선했다. <연금술사>를 비롯해 <브리다>(1990), 에세이 <흐르는 강물처럼>(2006)이 한데 묶인, 사람과 삶에 대한 깊은 시선이 담긴 경전 같은 책 세권은, 곁에 놓고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조그만 판형을 만나 이 겨울을 지낼 온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연금술사>는 가벼운 문체로 풀어낸 장중한 이야기로, 56개 언어로 번역돼 6500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파울로 코엘료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양치기 산티아고가 피라미드 근처에서
씨네21 추천 도서 <파울로 코엘료 베스트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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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비로소 작가로 남을 수 있는 건 그들이 문자 그대로 쓰는 이가 아닌, 스스로의 시각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2015년 마지막 북엔즈에 꽂힌 세 작가의 책들은, 그들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관찰자로서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작가로 세상에 등장한 이래 한시도 거르지 않고 인간의 삶을 통찰하는 성숙한 우화를 통해 세계의 갈채를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올림픽 ‘특별취재원’이라는 대외적인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올림픽 자체에 대한 어떠한 흠모도 드러내지 않은 채 1996년과 2000년의 어느 27일을 자유롭게 기록했다. 김형경은 여자의 연애에 관해 쓴 많은 소설들을 지나 영영 정확히 알 수 없을 존재인 남자를 여러 학자들의 고견을 빌려 더듬어나갔다.
<파울로 코엘료 베스트 컬렉션>은 작가의 커리어에서 뚜렷하게 빛나는 소설 <연금술사>와 <브리다>,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을 작게 만든 컴필
파울로 코엘료, 무라카미 하루키, 김형경이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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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스타워즈> 광팬이다.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서 있다. 아주 오래전 우연히 돌려본 채널에서 <스타워즈>를 처음 보았다. 곧바로 제국군의 이미지에 압도되었다. 조금 큰 이후에는 제국군을 향한 열망이 내안에 파시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지 오랜 시간 고민하기도 했다. 전세대가 레니 리펜슈탈의 <의지의 승리>를 보며 내심 걱정했던 것들을 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을 보며 느꼈다.
밥벌이에 나선 이후로 <스타워즈>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집 전체가 그냥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상점에 가깝다. 옆에 사람이 없을 때는 늘 다스 베이더의 숨소리를 따라하면서 걷는다. 나는 심지어 제다이를 종교로 믿는 사람들의 해외 그룹에도 가입되어 있다. 고백하기 어렵지만, 나는, 아 나는 아직도, 집에서 혼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간증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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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매스> Black Mass
감독 스콧 쿠퍼 / 출연 조니 뎁, 조엘 에저턴, 베네딕트 컴버배치
선 굵은 남자주인공을 내세우는 영화들을 연출해온 스콧 쿠퍼의 새 영화. 보스턴에서 이탈리아 갱을 수사하던 FBI 요원 존 코널리(조엘 에저턴)는 보스턴의 갱단 윈터 힐의 두목 제임스 벌저(조니 뎁)에게 손을 내민다. 제임스가 제안을 받아들이자 존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그를 보호해주지만, 제임스의 범죄 행각은 그칠 줄 모른다. 조니 뎁의 파격적인 변신이 돋보이는 <블랙 매스>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케빈 베이컨, 피터 사스가드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5.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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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블란쳇이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토르: 라그나로크>에 합류한다
=구체적인 역할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블은 “거칠고 공격적인 여성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알렸다.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마크 러팔로도 출연한다.
-제임스 건 감독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2>에 커트 러셀이 캐스팅됐다
=피터 퀼(크리스 프랫)의 미스터리한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다. 브래들리 쿠퍼,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조 살다나 등의 출연까지 확정됐고 내년 상반기에 촬영해 2017년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해외 합작 애니메이션 <레드 터틀>의 윤곽이 드러났다
=프랑스의 와일드 번치사와 공동으로 제작하며 네덜란드계 감독 마이클 두독 드 비트가 연출한다. 섬에 고립된 남자와 거대 거북의 이야기로 내년 9월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다.
[댓글뉴스] 케이트 블란쳇, <토르: 라그나로크> 합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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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퍼거슨이 6번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출연한다. 이로써 시리즈 사상 최초로 속편에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여배우가 되었다. 그녀는 또한 메릴 스트립과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를, 마이클 파스빈더와 <더 스노맨>을 작업할 예정이다. 한편 론 하워드 감독의 대작 <하트 오브 더 씨>는 개봉 첫주부터 흥행 적신호가 켜졌다. 1억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지만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4주차에도 선두를 고수한 <헝거게임: 더 파이널>의 아성을 무너트리지 못하고 2위로 데뷔했다. 주말 매출액도 1100만달러에 그쳐, 현지의 많은 매체들이 일찌감치 흥행 실패에 대한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UP & DOWN] 레베카 퍼거슨, 미션 임파서블 6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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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시즌이 왔다. 방송사들이 크리스마스와 신년 스페셜 방영 준비를 마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유쾌한 이벤트가,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송별의 시간이 될 듯하다. <BBC1>은 12월25일, <콜 더 미드와이프>와 <닥터후: 리버송의 남편>을 방영한다. 1950년대 런던 조산사들의 크리스마스는 어떤 풍경일까. 에반젤리나 수녀가 끔찍하게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모니카와 조안 수녀는 노나터스 수도원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캐럴 콘서트를 준비하는 동안 모니카와 조안 수녀가 사라져버려 수도원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아마도 모종의 ‘급한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짐작해볼 뿐이다. <닥터후>의 크리스마스 스페셜은 (배우 피터 카팔디의 말에 의하면) “조금 무섭기까지 했던 지난해와 다르게 아주 크리스마스다운 에피소드”가 될 거라고 한다. 캐럴과 사슴뿔 머리띠를 피해다니던 닥터는 리버송의 특공대로 호
[해외뉴스] 영드 팬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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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신청인은 ‘starwars.co.kr’, ‘starwars.kr’을 말소하라.” 지난 10월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지금은 인터넷 주소창에 ‘starwars.co.kr’과 ‘starwars.kr’을 입력하면 <스타워즈>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한때는 A씨(피신청인)가 사용하던 인터넷 주소였다. A씨가 인터넷 주소를 선점했지만 ‘스타워즈’(Star Wars)라는 표장의 정당한 권리가 디즈니에 있다는 결정이 나왔다.
법무법인 화현의 하성화 변호사가 분쟁조정 신청인인 루카스 필름쪽의 변호를 맡았다. 하성화 변호사는 올해 5월경 디즈니 본사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았고,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이하 인주법) 제18조의2 제2항을 근거로 8월에 조정신청을 했다. 인주법 제18조의2 제2항은 ‘피신청인의 인터넷 주소의 등록•보유 또는 사용이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인터넷 주소의 등록 또는 사용을 방해하거나 성명, 명칭, 표장 또는 상호
[포커스] 인터넷 주소 양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