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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바두가 오랜만에 새 음반 《But You Caint Use My Phone》을 선보였다. 정확히는 믹스테이프(mixtape) 형태로 출시되었는데, 오는 2015년 12월4일 정식 출시에 앞서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 한창이던 11월27일, 아이튠즈와 애플 뮤직에 먼저 공개했다. 총 11곡을 담은 음반은 2010년 에리카 바두의 다섯 번째 정규 음반 이후 처음으로 정규 음반에 버금가는 규모이다. 흥미로운 점은 음반 제목처럼 ‘전화’(phone)를 중심으로 구성한 하나의 컨셉 앨범이라는 점이다. 첫곡 <Caint Use My Phone(Suite)>은 반복하는 전화 송신음이 화음을 갖춘 멜로디로 변하며 풍성한 음색을 띤 목소리와 어우러진다. <Phone Down> <Mr. Telephone Man> 등 거의 모든 곡의 제목이 직접 ‘전화’라는 컨셉을 언급하는데, 수록곡의 배경음악 역시 전화에서 발생하는 소리 요소들과 기성 음악 장르의 비트를 결
[마감인간의 music] 전설의 트렌디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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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만화같은소리하고있네
[정훈이 만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만화같은소리하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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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가 지휘하는 우주의 선율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개봉에 맞춰 오리지널 시리즈의 음악감독인 존 윌리엄스가 직접 지휘하고 보스턴 팝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스타워즈> O.S.T가 출시된다. 이번 앨범은 <스타워즈> 4, 5, 6편의 테마뿐만 아니라 <E.T.>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에이리언> <스타트렉> 시리즈 등의 테마도 함께 실려 있다. 또한 작곡가 존 윌리엄스의 영감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홀스트의 <혹성> 시리즈 7곡이 함께 실려 있다. 우주의 선율이 2장의 CD에 모두 담긴 셈이다.
오빠가 돌아왔다
조용필과 그의 밴드 위대한 탄생의 서울 공연이 12월12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2013년 말 《Hello》 앙코르 투어 이후 2년 만에 시작한 이번 투어는 대구, 일산, 광주, 부산을 지나 서울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이번 공연은 기존 음반을 그대로 재
[culture highway] 존 윌리엄스가 지휘하는 우주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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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그걸 내면 뭐가 좋은데?” 열여섯살의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천진하게 반문한다. 당시 열아홉살의 기획사 신입사원이었던 닉 시멘스키는 소녀를 녹음실로 데려갔고, 다음 일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두 사람은 동료이자 친구가 된다. 뒷날 닉이 매니저를 그만둔 후 에이미의 약물 중독은 악화된다.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의 다큐멘터리 <에이미>에 담긴 인터뷰에서 닉은 한번도 본인의 마음을 언급하지 않지만, 그가 찍은 비디오와 회고담을 보고 듣는 동안 우리는 이 매니저가 에이미를 어떤 식으로든 사랑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에이미는 닉이 촬영한 영상 속에서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다. “에이미, 네 작은 중심엔 뭐가 있어?” 화면 밖에서 닉이 묻는다. 멋쩍게 답을 피하며 담요 아래 숨는 소녀의 이마 위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영원의 햇빛이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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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브릿지>에서 톰 행크스의 연기는 <다빈치 코드>와 <레이디킬러>를 한꺼번에 면책하고도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백 투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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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신문과 종편 채널을 보유한 모 미디어그룹의 한 고위 ‘내부자’는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 시장이 두개잖아요. 진보 보수, 양쪽 다 잡자는 거죠.” JTBC의 정치적 성향이 <중앙일보>와 차이를 보이는 데 대한 언급이었다. 손석희 사장이 진행하는 뉴스나 드라마 <송곳>이 방영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JTBC는 이념보다 시장논리를 우선시하는, 한국에선 이례적인 종편 채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요즘 같은 세상에 시장논리가 아닌 다른 걸 중시하는 상업방송이 많다는 게 희한한 노릇이지만). 먼저 전제할 것은, 이 글은 JTBC 뉴스나 <송곳>,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들 작품이 공감받고 흥행하는 환경, 정의란 눈 씻고 찾아봐야 없다는 인식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는 점만큼은 엄연하다. 좀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사회 불만 고조→고발성 작품 투
[송형국의 영화비평] 두개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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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을(乙)이라고 연애에서까지 을일 필요는 없지 않아? 하기호 감독이 <극적인 하룻밤>을 통해 그리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정훈(윤계상)과 시후(한예리)는 전 여자친구,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장에서 괴이하게 엮이게 되고 얼결에 열번의 섹스를 하기로 약속한다. 어른스럽고 잘나가는 과거 연인에게 차였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그냥 속궁합이 잘 맞아서인지 정훈과 시후는 자못 편안한 관계를 형성해간다. 극단 연우무대의 동명 창작극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공간과 인물이 확장되는 동안 하기호 감독의 솔직한 경험담도 은근하게 담겼다. <라듸오 데이즈>(2007) 이후 8년 만에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로 복귀한 하기호 감독과 만나 <극적인 하룻밤>의 극적인 비하인드를 들어보았다.
-<라듸오 데이즈> 이후 8년 만에 연출 복귀했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라듸오 데이즈>를 끝낸 뒤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과정을 밟았다. 시나리오를
[people] “삶의 극적인 순간들을 충격적이지 않게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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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모인 FBI 요원과 CIA 요원 그리고 정체불명의 암살자의 서로 다른 목표를 따라가는 영화다. 감독의 전작 <그을린 사랑>(2010), <프리즈너스>(2013), <에너미>(2013)와 일정 부분 닮았으나 꽤 다른 매력 또한 장전하고 있다. 에밀리 블런트, 베니치오 델 토로, 조시 브롤린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와 문제의식을 힘 있게 밀고 나가는 드니 빌뇌브의 연출이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배가한다. 선악의 경계가 무너진 혼돈의 세계에서 드니 빌뇌브가 본 것은 무엇이고 말하려 한 것은 무엇일까.
드니 빌뇌브는 세계를 혼돈으로 가득한 미로(迷路)로 인식하는 감독처럼 보인다. 그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곧잘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에 던져진다. 길은 쉽게 단절되고 또 엉뚱한 곳에서 연결된다. 이쪽과 저쪽, 무관해 보이는 점들은 어느 순
선과 악이 교차하는 회색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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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 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인터뷰로 마주한 카페에서 김영하 작가의 휴대폰은 바빴다. 이사 간 집 관련해 여기 저기서 문제들이 쏟아졌고, 김영하 작가는 잠깐 작가이기 이전에 생활인으로 그 사항을 인터뷰와 동시에 척척 처리해나갔다. 군인이던 아버지를 따라 관사에서 살았던 유년기를 제외하고 쭉 고층 아파트에서 살았던 그에게 야외를 접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주택은 로망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김영하 작가가 지난 7년간의 뉴욕과 부산의 삶을 정리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의 ‘서울살이’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일련의 산문집 <보다> <말하다> <읽다> 연작이다. <보다>에 수록하기 위해 그간 <씨네21>을 비롯한 잡지에 기고한 글을 발췌하고, 그간의 강연을 모두 모아 정리해 <말하다>에 배치하고, 마지막 세 번째 시리즈인 <읽다>에서는 그의 소설의 토대가 된 고전을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문득, 지령을 받
‘연결’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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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아이들은 잠들었을 어둑한 시간, 한 아이가 자동차를 타고 가며 노래한다. 말똥말똥한 눈의 소녀는 어디로 가는 걸까. 소녀의 아버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자다. 아이는 곧 출소하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아버지 윤기원은 명지대 총학생회장, 한총련 의장 등 학생운동을 하다 지명수배자가 됐다. 10년 뒤 체포된 그는 2011년 5년간 복역 후 출소했다. 그의 아내 황선은 동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그에겐 최고의 파트너다. 긴 수배기간 중 첩보 작전을 펼치듯 결혼을 하고 두딸을 낳았다. 윤기원의 출소 후 그의 가족은 꿈꾸던 평범한 일상을 맞을 수 있을까.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게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경찰은 그가 옥중에 아내에게 쓴 편지를 이적 표현물로 규정해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다큐멘터리 <불안한 외출>의 이야기는 시드니 루멧의 영화 <허공에의 질주>(1988)를 연상시킨다. <허공에의 질주>는 지명수
분열을 종용하는 세상에 맞서는 사람들 <불안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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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 박자기는 꿈을 통해 불길한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다. 어느 날 꿈속에서 의문의 연쇄자살사건을 목격한 그녀는 이를 막기 위해 또 다른 능력자들을 모으기로 결심한다. 10분 뒤의 미래를 보는 장세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고등학생 김영탁, 10초 뒤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강민혁, 그리고 저승사자 양성식까지 4인의 능력자를 만나고 설득한 박자기 선생. 이들은 함께 대참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사건의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도리어 위협이 이들을 덮치기 시작한다.
강풀 원작 웹툰이 10년 만에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장편애니메이션으로서의 <타이밍>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우선 웹툰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강풀 웹툰 중에서도 유난히 만화적 상상력이 넘치는 원작인 만큼 딱 들어맞는 옷을 입은 것마냥 잘 어울린다. 둘째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15세 관람가 애니메이션이란 점이다. 관람층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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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특정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대학생 혜중(정소민)은 요즘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끔찍한 악몽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어느 날 고모의 친구인 무녀(이승연)가 혜중에게 섬뜩한 경고를 한다. 혜중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지 못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희미한 흔적들을 좇아 어느 숲속의 ‘원더랜드’로 향하고, 현실도 환상도 아닌 이곳에서 신비한 분위기의 소년 환(홍종현)과 그의 옆을 지키는 수련(정연주)을 만난다.
<심장이 뛰네>(2010) 등을 연출했던 허은희 감독의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은 현실과 환상을 과감하게 연결한 기획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비현실적 요소로 가득하지만 감독은 현실과 비현실을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는 자연스럽게 기묘한 사건들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가득 채워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최소한의 개연성까지 무시한 채 이야기를 진행해도 괜찮다는 건 아니다. 특
기묘한 사건들과 몽환적인 분위기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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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발명하는 게 취미이자 장기인 에디. 에디는 어떤 게임이든 쉽게 끝내버리는 뽀로로를 위해 ‘황금날개 대모험’이라는 난이도 최상의 컴퓨터 게임을 만든다. 게임의 미션은 ‘황금날개’를 찾아 거미 마왕에게 잡혀간 공주를 구하는 것. 뽀로로와 크롱은 친구들의 실수로 게임 세계에 빨려들어간다. 그곳에서 둘은 공주를 구하려 홀로 고군분투하는 치치 왕자를 만난다. 나머지 친구들도 둘을 따라 게임 속으로 들어가지만 거미 마왕의 부하들에게 잡혀 공주와 함께 성에 갇히고 만다. 친구들과 공주를 구하고 게임 세계를 벗어나려면 황금날개를 찾는 방법밖에 없다. 뽀로로와 치치 왕자의 ‘끝판왕’을 깨기 위한 도전이 시작된다.
뽀로로와 친구들의 세 번째 스크린 나들이. 게임 속 세상이 배경인 만큼 게임 컨셉을 그대로 띠고 있다. 특히 <슈퍼마리오> 같은 플랫폼 게임의 형식을 고스란히 따른다. 캐릭터들이 플랫폼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작은 생물체들을 처치하면 점수를 얻고 별을 따먹으면 목숨이
게임 세계에 빨려들어간 뽀로로와 친구들 <뽀로로 극장판: 컴퓨터왕국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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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수경(강별)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 미수(하연주)와 함께 야구장에 놀러갔다가 미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수경은 지역신문 편집장 선배로부터 우연히 미수를 봤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그녀의 행적을 좇는다. 하지만 11년 만에 마주한 친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쾌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애인 동민(이종혁) 곁에만 머문다. 세계적인 유전공학자로 이름난 동민은 흡족한 표정으로 수경에게 미수의 지난 시간을 전한다.
영화는 지하실에 갇힌 미수가 절규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또한 초반에 동민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4022일’이 미수를 대상으로 한 동민의 실험 기간이었음을 일찌감치 드러낸다. 이후 수경은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나 반복되는 작위적인 설정들이 수경을 사건 해결과는 유리된 캐릭터로 만든다. 사회부 기자라는 직업이 무색하게 시종일관 무딘 촉을 드러내는 것은
미수의 지난 시간 <파일 : 4022일의 사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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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마을의 7대 호카게가 된 나루토. 마을에는 평화와 안정의 시대가 찾아온다. 나루토는 분신들을 동원해서까지 정사에 힘쓰지만 몸이 몇 십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아들 보루토는 마을의 영웅이지만 가정에 소홀한 아버지가 밉다. 때마침 다섯 마을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중급 닌자시험이 열린다. 보루토는 대회 우승을 통해 자신의 강해진 힘을 아버지에게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며칠 만에 실력을 올리기란 불가능한 일. 보루토는 시험에서 사용이 금지된 과학닌자도구를 착용하고 대회에 참가한다. 대회가 한창인 가운데, 차크라 컬렉터인 모모시키와 킨시키가 나루토의 차크라를 노리며 마을에 나타난다.
전작 <더 라스트: 나루토 더 무비>(2014)의 쿠키영상에서 보루토의 등장이 예견된 바 있다. 원작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얻을 수 있는 재미의 폭이 넓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닌자들 제각각의 술법들이 구현하는 화려한 액션 신이 백미다. 오랜 팬들에게는 나
새로운 세대의 등장 <보루토: 나루토 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