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가 있긴 있는 겁니까?” “궁금은 하네요.” 영화 초반, 강동원이 던지는 이 말은 바로 관객이 <검은 사제들>이라는 영화를 보기 전 떠올리는 질문이다. 한국 공포영화사에서 ‘구마’(驅魔, exorcism)는 이례적인 낯선 소재다. ‘장미십자회’, ‘12형상 악마’ 같은 단어는 서구영화에서 종종 들어봐 생소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신부가 악령 들린 소녀에게 구마의식을 치른다는 설정은 언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가톨릭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종교가 된 지는 오래지만 그와는 별도로 기독교적인 악마를 인정하는 정서가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에 <검은 사제들>이 넘어야 할 첫 번째 장애물은 지금 21세기 한국에서 엑소시즘이 행해지는 배경에 대해 관객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검은 사제들>은 매우 영리하게 첫 번째 장애물을 넘어간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토록 서구적인 포장지 안에 한국 공포영화의 엑기스를 담아 새로운 공포 장르의 맛을 만들어냈다. &l
[이현경의 영화비평] “궁금은 하네요”
-
짧은 가을이 사라져 긴 겨울로 접어드는 이 시기는 추위에 대한 육체의 감각이 마음으로 곧장 이어진다. 고독한 자든 그렇지 않은 자든 간에 홀로 혹은 둘이서 연애영화를 보기 좋은 때다. <이터널 선샤인>(2004)의 재개봉 흥행이 개봉 성적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접하니, 누군가가 시기를 읽는 수완이 좋았던 모양이다. 그동안 시네마테크에 한두번 걸릴 때면 몇몇 관객이 마치 유적처럼 이 영화를 다시 찾곤 했다. 어떤 영화들은 개인의 유적이 되고, 그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유적지가 된다. 이것은 현대 도시에서 우리가 떠날 수 있는 일종의 순례다.
순례자들의 영화에서 열성 팬의 프랜차이즈, 오타쿠의 컬트, 근본주의자의 클래식과 외골수의 외사랑을 받는 외로운 영화들을 빼고 나면 연애영화가 남는다. 극장 안은 대략 이런 모습이다. 자기 인생의 영화라며 당신도 감화, 감동받을 거라 동행에게 말하는 사람의 달뜬 미소와 외딴 자리에 홀로 앉아 침묵하며 그대도 언젠가 혼자서 이 영화를 다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순례자들의 계절
-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은 하나같이 벽돌 같다. 문체가 딱딱하다는 뜻이 아니라 물리적인 책의 두께가 두껍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방대한 분량의 활자로 이뤄진 소설은 어느 한 페이지의 빈틈도 없이 치밀한 사건과 추리로 구성되어 있다. ‘뤼팽’과 ‘매그레 경감’의 후예라고 평가받는 형사 베르호벤 시리즈로 이미 유수의 유럽 문학상을 휩쓸며 명성을 얻은 그는 2013년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신작 <오르부아르>로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장르소설 작가의 경계마저 허물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르부아르>의 국내 출간과 함께 홍보차 방한한 그와 만난 날은 비극적인 파리 테러 비보가 전해지기 이틀 전인 11월11일, 그러니까 1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이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팬이 선물한 것으로 보이는 초코막대과자를 옆에 두고 자신의 소설 쓰기 방식에 대해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들려주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이 궁금하다.
=과거와 현
[trans × cross]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
“자신의 배우들을 끔찍이 아낀다”는 충무로의 공통된 평가대로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는 자신의 배우들에게 “엄마 같은 존재”다. 배우들이 입는 옷부터 촬영 순서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두고 이소영 대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스타일리스트나 홍보사 직원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배우들이 이제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고, 덕분에 회사가 성장해 다른 사업에 관심을 돌릴 법도 한데, 예나 지금이나 이소영 대표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자신의 배우와 회사 직원들이 연기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회사가 설립된 지 벌써 10년이나 됐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앞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웃음)
-소속 배우 11명을 한자리에 모을 생각을 한 계기가 있나.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잠시 쉬고 있는 배우도 있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배우가 있는가 하면 회사에 들어온
“스타보다 배우가 되는 게 중요하다"
-
-
사실 세 배우가 사람엔터테인먼트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지우의 입시학원 친구들에게 피자를 간식으로 선물했다는 변요한의 모습에서, “예뻐지고 싶어서 <겟잇뷰티>를 열심히 본다. 하늬 언니는 나의 워너비다”라고 말하는 지우의 모습에서, 또 그런 후배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맏언니 이하늬의 모습에서 세 배우가 충분히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10문10답
1 요즘 나의 활동은.
2 사람의 OO은 어떤 사람.
3 사람에서 나와 가장 어색한 사람은.
4 사람에서 나의 연기상담/고민상담 상대는.
5 사람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가장 다른 사람은.
6 사람의 분위기 메이커는.
7 내가 (서로 상대에게)로 태어난다면 난 뭘 할 거다.
8 2016년에 이건 꼭 해야겠다.
9 사람 10주년 기념 비밀 한 가지씩 공개하기.
10 내가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라면.
이하늬
1 12월26, 27일에 있을 가야금 공연
이하늬X변요한X지우
-
한예리는 “우리 세 사람의 조합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사람엔터테인먼트의 ‘비전공자들’이다”라고 말한다. 잘 알다시피 윤계상은 그룹 god로 데뷔한 이후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한예리는 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최원영 역시 디자인을 전공한 미술학도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배우로서 각자의 개성을 등에 업고 TV와 스크린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는 중이다. 연기 외길만을 걸어온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 비록 그 시작점은 달라 보이지만 그것은 결국 어느 누구보다도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갖고 살아온 결과이기도 하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한예리, 윤계상, 최원영의 재능과 가능성에 일찍부터 주목해왔다.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10문10답
1 요즘 나의 활동은.
2 사람의 OO은 어떤 사람.
3 사람에서 나와 가장 어색한 사람은.
4 사람에서 나의 연기상담/고민상담 상대는.
5 사람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가장 다른 사람은.
6 사람의 분위기 메이커는.
7 내가 (서로 상
윤계상X한예리X최원영
-
격식도, 눈치도 필요 없는 조합이다. 오랫동안 함께 지낸 시간이 많았던 까닭일까. 조진웅, 김재영, 고성희, 세 사람은 동료 그 이상의 관계 같았다. 특히 김재영과 고성희에게 조진웅은 “각별한 선배”라고 한다. 김재영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판호(조진웅)의 조직원으로 충무로 경력을 시작했고, 고성희 역시 데뷔작 <분노의 윤리학>에서 조진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농담과 진심을 오묘하게 넘나들었던 삼남매의 수다를 전한다.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10문10답
1 요즘 나의 활동은.
2 사람의 OO은 어떤 사람.
3 사람에서 나와 가장 어색한 사람은.
4 사람에서 나의 연기상담/고민상담 상대는.
5 사람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가장 다른 사람은.
6 사람의 분위기 메이커는.
7 내가 (서로 상대에게)로 태어난다면 난 뭘 할 거다.
8 2016년에 이건 꼭 해야겠다.
9 사람 10주년 기념 비밀 한 가지씩 공개하기.
10 내가 사람
조진웅X고성희X김재영
-
작은 머리, 하얀 피부, 차분한 목소리, 술을 잘 못 마시는 체질, 여행을 즐기는 생활이 닮았다. 반면 한 사람은 축구광, 한 사람은 영화광, 한 사람은 분위기 주도형, 한 사람은 분위기 맞춤형이다. 부드러운 눈매와 날카로운 눈매도 두 배우의 이미지를 갈라놓는다. 달라서 공통점이 부각됐고, 친해서 한편으로 닮아 보였다. “<파수꾼>을 봤던 그날의 여운이 아직까지 생생하다”던 권율은 “동년배이지만 내가 리스펙트할 수 있는 배우가 나타났다는 느낌이었다”라고 이제훈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이제훈 역시 뒤질세라 권율의 친화력과 유쾌함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비밀을 공개해달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비밀’이 나오지 않자 서로의 비밀을 공개해줄 만큼 속속들이 서로를 아는 사이. 아직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 없는 권율과 이제훈. 두 배우의 우정 그리고 선의의 경쟁이, 언젠가는 한 작품 안에서도 빛을 발하길 기대해본다.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10문10답
1 요즘 나의
이제훈X권율
-
“엇, 진웅 형님 오셨어요?” 맏형 조진웅이 스튜디오로 들어오자 먼저 도착했던 권율, 이제훈, 변요한, 김재영, 최원영, 고성희 등 후배들이 허리를 90도로 굽혀 깍듯이 인사한다. 조진웅은 알겠다는 듯 자리에 앉으라고 손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후배들의 인사가 아주 싫진 않은 모양이다. “11명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건 정말 오랜만”이라는 이제훈의 말대로 서로 바빴던 까닭에 자주 만나지 못한 배우들은 서로의 안부부터 묻기 바쁘다. 그 풍경이 마치 동창회 같다. 배우 매니지먼트사 사람엔터테인먼트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씨네21>은 “한국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 한국영화가 주목할 소속 배우 11명을 한자리에 모아보는 게 어떤가”라는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의 제안을 받아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고성희, 권율, 김재영, 변요한, 윤계상, 이제훈, 이하늬, 조진웅, 지우, 최원영, 한예리 등 11명의 배우들에게 공통 질문 10개를 던졌다. 지난 1
연기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해간다는 것은
-
한없이 느슨하기만 했던 대학에 경쟁의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수십년 동안 나태의 선두 주자였던 우리 과에도 공고가 붙었다. 졸업논문 심사를 3단계에 걸쳐 진행하게 되었으니 졸업 예정자들은 먼저 논문 목차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졸업논문이란 벼락치기로 며칠 만에 쓰는 거라 알고 지낸 세월이 4년 반인데, 원통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들처럼 4년 만에 졸업할걸 그랬지.
나는 ‘해방 이후 전남 지역 인민위원회의 현황과 한계’라는 거창한 주제로 목차를 만들어 교수님 연구실로 갔다(진짜 엄격하게 하려면 미리 제출해야 했겠지만 어차피 우리 과 나온 분들, 교수들이라고 나태하지 않을 리가 없다). 15분에 걸쳐 목차를 검토한 교수님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정말 이렇게 쓸 수 있겠나?” 나는 긴장했다. “이건 논문이라기보다 단행본 목차에 가까운데?” 그렇겠지요, 단행본 목차처럼 보이겠지요, ‘해방 이후 전남 지역 인민위원회’가 주제인 단행본 한권을 가져다가 그냥 베꼈거든요. 나는 정교수가 되어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저임금 외계인 노동자 시대
-
<브루클린> Brooklyn
감독 존 크로울리 / 출연 시얼샤 로넌, 돔놀 글리슨, 에모리 코헨
아일랜드 시골에서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민 온 엘리스(시얼샤 로넌)는 이방인으로서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쓴다. 그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토니(에모리 코헨)와 사랑에 빠지지만, 여동생의 죽음으로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온다. 소설 <어바웃 어 보이>와 영화 <언 애듀케이션>의 각본을 쓴 닉 혼비가 칼럼 토이빈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보이A>(2007), <프라이버시>(2013)의 감독 존 크로울리의 신작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5.11.20~22
-
-이와이 슌지가 12년 만에 실사영화 <립밴윙클의 신부> 연출로 돌아온다
=<립밴윙클의 신부>는 SNS로 남편을 만난 여성이 남편의 외도로 곤란을 겪은 후 기묘한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며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 구로키 하루가 주연을 맡았다.
-<공각기동대> 실사판에서 샘 라일리가 악역을 맡는다
=조너선 허먼이 각색하고 루퍼스 샌더스가 연출을 맡은 실사판 <공각기동대>에는 스칼렛 요한슨이 이미 출연을 확정지었다. 2017년 3월31일 개봉예정이다.
-에드거 라이트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그림자를 소재로 한 제목 미정의 애니메이션이다. 연출을 맡은 에드거 라이트는 데이비드 윌리엄스와 함께 각본 작업을 할 계획이다.
[댓글뉴스] 이와이 슌지 복귀작 <립밴윙클의 신부> 外
-
가수 겸 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전설적인 메이저리거 고 요기 베라 등과 함께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각자 분야에서 활동하며 미국을 강하게 하는 데에 기여”한 점을 치하하며 미국 시민에게 주어지는 가장 영예로운 상을 수여했다. 한편 감독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구설수는 그칠 줄 모른다. 내년 2월26일 개봉예정인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갓 오브 이집트> 캐릭터 포스터가 공개되자, 네티즌은 이집트 신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백인 배우 위주로 캐스팅되었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UP & DOWN]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대통령 자유 메달’ 수상
-
루머가 공식화됐다. 마블 스튜디오가 소문으로만 떠돌던 매즈 미켈슨의 출연을 확정하면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연 여섯명의 라인업이 완성됐다. 알려진 대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닥터 스트레인지를, 치웨텔 에지오포가 빌런 모르도 남작을, 틸다 스윈튼이 스트레인지의 스승이자 티베트의 구루인 에인션트 원을 연기한다. 마이클 스털버그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조력자이자 그를 티베트로 이끄는 동료의사 니코데무스 웨스트 역을 맡았다. 마블은 레이첼 맥애덤스와 매즈 미켈슨의 배역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빌런으로 닥터 스트레인지의 숙적인 도르마무와 골렘 마인드리스 원이 등장한다는 말이 돌았으니, 미루어 짐작하자면 매즈 미켈슨은 도르마무를 연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된 내용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외과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사고 후유증으로 손을 쓰지 못하게 된 대신 숨겨져 있던 마법의 세계와 또 다른 차원을 발견한다는 이야기다. 스콧 데릭슨이 메가폰을 잡았고, 현재 카트만두 촬영을 마치
[해외뉴스] 소문이 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