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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연말이면 다사다난했던 한해라고 일년을 정리하곤 하지요. 나는 살짝 비틀어 이렇게 말해보고 싶네요. 올 열두달이 아주 ‘가지가지’하더라고. 워낙에 가지를 좋아해서 그 보라에 반해서 요 가지에게만큼은 불평을 싣지 않으려 했으나 어쩌겠어요. 그게 딱 그 맨홀에 그 구멍인 것을요. 생각해보니 집 앞 손바닥만 한 텃밭에 심었던 가지 농사도 올해는 가뭄이 들어 망조였지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요. 가만, 여러분들은 괜찮았는데 나만 매번 실패를 실패에다 감아댔던 걸까요.
며칠 전 3호선 지하철을 탔는데요, 도르르 노란색 실이 두툼히 감긴 실패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거였어요. 철로의 덜컹거림에 따라 노란 실패는 바퀴도 아니면서 전투적으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지 뭐예요. 그런데 서서 가는 사람이나 앉아 가는 사람이나 누구 하나 줍지를 않아요. 그게 특별한 재주여서 그 묘미를 감상하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누군가가 실수로 흘린 실패였을 텐데 나 몰라라 그저 쳐다보고들 있는 거예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날 보러와요? 점집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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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행아(정려원)와 리환(이동욱). 놀이터에는 그들의 이름처럼 예쁘장한 빨간 공중전화박스가 서 있다. 어릴 때 부모를 암으로 잃고 혼자가 된 행아는 리환의 집에서 그의 어머니를 이모라고 부르며 자랐다. 리환은 행아를 지켜달라는 행아 아빠의 유언을 지나칠 정도로 충실하게 지켜왔다. 남매처럼 자란 사이, 유년기의 트라우마, 위암과 알츠하이머 등 난치병의 그림자가 드리운 인연의 시작은 행아의 아버지와 리환의 어머니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중 공공연하게 KBS <가을동화>(2000)와 <느낌>(1994)을 불러내는 tvN <풍선껌>은 그야말로 공중전화를 쓰던 즈음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시효가 다했다고 생각한 이야기는 꽤 성공적으로 부활했다. 유사한 멜로드라마에서 가족은 버릴 수 없는 무거운 짐의 자리에 위치하고 <풍선껌> 역시 마찬가지다. 모성애나 효심을 인간의 본성으로 세팅하고, 그로 말미암은 집
[유선주의 TVIEW] 뻔해 보여서 더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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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7 <스파이더맨 리부트>
2016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 <백컨트리>
2016 <필그리미지>
2016 <잃어버린 도시 Z>
2015 <하트 오브 더 씨>
2013 <하우 아이 리브: 내가 사는 이유>
2013 <로크>
2012 <더 임파서블>
뮤지컬
2010 <빌리 엘리어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좌표에서 가장 맑게 빛나는 별! 얼마 전 소니픽처스와 마블 스튜디오의 기념비적 합작인 <스파이더맨 리부트>의 새 스파이더맨 각축전에서 아사 버터필드, 찰리 로 등을 제치고 최종 승자가 된 톰 홀랜드. 말 그대로 신성이다. 영국 출신의 1996년생 톰 홀랜드는 2016년 먼저 개봉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뿐 아니라,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하는 액션 어드벤처 <잃어버린 도시 Z> 출연도 확정지었다. 론 하워드 감독의 &l
[who are you] 가장 맑게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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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9•11’, ‘13일, 피의 금요일’, ‘제3차 세계대전’…. 지난 11월13일 파리와 생드니 테러 이후 프랑스 내외의 대중매체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표현들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테러 직후 선포한 국가 비상사태는 앞으로도 최소 3개월은 지속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리 테러를 준비하는 지하디스트 그룹에 잠입, 정보를 캐내려 하는 한 프랑스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니콜라 부키예프 감독의 장편 <메이드 인 프랑스>의 개봉이 취소되었다. 극도로 예민한 소재 때문에 예산을 모으는 과정에서부터 캐스팅, 촬영, 후반작업까지 수없이 많은 난관을 겪어야 했던 이 작품은, 원래 올해 8월 말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개봉하려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밀려 결국 개봉을 11월18일로 정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5일 전에 이런 극적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칼라시니코프 소총 형상을 한 에펠탑을 공식 포스터로 내건 <메이드 인 프랑스>
[파리] “예언영화” 아닌 “교육영화”로 이해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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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람이 아니라면, 시칠리아는 약간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비칠 것 같다. 양떼들이 거니는 아름다운 자연과 순수한 얼굴들에 대한 인상 같은 거다. 시칠리아의 ‘신화’가 전세계로 확산된 데는 <대부>(1972)의 역할이 컸다. 주로 유럽인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시칠리아는 <대부>가 발표된 뒤, ‘지중해의 낭만’을 자극하는 데 있어서는 그리스와 맞먹는 세계적 명소로 격상된다. 알다시피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이탈리아 이주민의 아들이다. 그는 시칠리아를 신화의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이클(알 파치노)이 전쟁 같은 경쟁을 벌이던 살벌한 도시 뉴욕을 벗어나자마자 도착한 곳이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 코를레오네(Corleone)이다. 부친 비토 코를레오네(말론 브랜도)의 이름은 이 고향의 지명에서 비롯됐다. 이곳은 동시대의 공간이기보다는 그리스의 신화를 그린 풍경화처럼 제시된다. 니노 로타의 감성적인 음악은 그런 기분을 증폭시켰는데, 뉴욕에서 시칠리아로의 이동은 마치 비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고대 그리스의 목가적 이상향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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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돌비 코리아 김재현 대표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LP <소리나는 어린이 그림책>을 선물받고 전축 바늘이 닳도록 반복해” 듣던 어린이였다.
IMF 외환위기 당시 LG반도체 오디오 연구원으로서 실리콘밸리에서 HDTV 칩셋을 개발 중이던 김 대표는 월급이 반 토막 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우연히 <자칼>(1997)의 비디오를 보고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게 콘텐츠임을 깨닫고 할리우드로 가 녹음 공부를 시작했다. 귀국해선 고등학교 동창인 조성우 음악감독과 스튜디오 M&F를 열어 <순애보>(2000),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선물>(2001) 등의 음반 프로듀서로 일했다. 그런데 MP3 사운드 포맷이 등장하며 음반 시장이 붕괴됐다. 스튜디오를 접은 김 대표는 음성 프로그램 개발사 보체웹, 와이더댄을 거쳤다. 재미있게도 그는 이직의 계기를 만든 MP3
[STAFF 37.5] 창작자가 원한 형태로 사운드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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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남해 진도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대재앙과도 같은 참사가 일어났지만 사고의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고가 난 후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와 관련해 정부는 책임 있는 사죄와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더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2015)의 개봉(12월3일)이 갖는 의미가 크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따라가며 사고 피해 학생들의 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결코 쉽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반드시 기록해야 했던 참사의 현장으로 달려간 <나쁜 나라>의 책임연출자 김진열 감독을 만났다. “영화를 본 관객이 세월호를 잊지 않길, 유가족들과 함께 행동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거듭 전해왔다.
-애초에는 10월29일로 개봉을 예정했다가 재편집과 재심의를 거쳐 12월3일로 개봉을 확정지었다.
=의도치 않게 영화의 일부 장면이
[김진열] “세월호를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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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출연 제안, 인터뷰 요청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홍보팀 직원의 귀띔대로 올해는 두산 베어스 좌완 투수 유희관에게 특별한 해다. (이름이 비슷해 붙은) 유희왕, (올 시즌 홈인 잠실에서 15경기 출장해 12승1패라는 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잠실 황태자, (몸매가 닮았다는 이유로) 바나나 우유, 울라프, (공 속도가 느린 대신 제구력과 경기 운영이 탁월하다고 해서) 느림의 미학 등 많아진 별명만큼이나 성적이 뛰어났고, 상복이 많았다. 총 30경기에 선발투수로 출장해 18승5패를 거두며 다승2위에 올랐고,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로 이끌며 팀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데 일조했다. 또 얼마 전에는 올해 최고 투수 한명에게 수여하는 제2회 최동원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유희관은 상금 2천만원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130km라는 느린 공을 가지고도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던지고, 게임을 영리하게 풀어나가면 훌륭한 투
[trans × cross] “구속을 높이려는 연습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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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송곳>은 <미생>이 되지 못했나. 드라마 <송곳>이 종영되자마자 가장 먼저 들려온 질문이었다. 그럴 만하다. 시작부터 <송곳>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이 드라마가 <미생>의 인기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냐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가 종영한 이 시점에서 돌아보건대 시청자들의 호감과 상찬에도 불구하고 <송곳>은 <미생>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 들려오는 이 질문. 왜 <송곳>은 <미생>이 되지 못했나.
그러나 이 질문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왜 <송곳>이 <미생>이 되지 못했는지에 관한 질문이 성립하려면, 먼저 ‘<송곳>은 <미생>이 되려고 했는가’에 대한 해석상의 합의가 먼저 이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송곳>이 <미생>을, 아니 <미생>이 <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왜 <송곳>은 <미생>이 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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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령> 劇場霊
감독 나카다 히데오 / 출연 시마자키 하루카, 마치다 게이타, 다카다 리호
연기를 향한 열정은 대단하지만 매번 변변한 배역을 맡지 못하는 사라(시마자키 하루카)는 소속사의 소개로 한 연극의 오디션을 보게 되고 어렵사리 역할을 따낸다. 주연을 맡은 아오이(다카다 리호)와의 갈등이 심해지던 중 이상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사라는 무대 스탭 이즈미(마치다 게이타)와 진상을 파헤친다. <링> 시리즈와 <데스노트 L: 새로운 시작>(2008)을 연출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신작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5.11.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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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렌스, 장편 감독 데뷔한다
=그녀가 연출을 맡을 영화 <프로젝트 데릴리움>은 2012년 <뉴요커 매거진>에 실렸던 기사 ‘오퍼레이션 데릴리움’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코미디영화다. ‘오퍼레이션 데릴리움’이란, 1960년대에 군인들을 상대로 자행됐던 정신개조수술을 뜻한다.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의 에이미 슈머가 각본을 맡는다.
-<위플래쉬> 감독 다미엔 차젤레, 닐 암스트롱 전기영화 <퍼스트 맨> 연출한다
=워너브러더스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오랫동안 제작 논의 중이던 작품으로 과학자 제임스 핸슨의 전기 <퍼스트 맨: 닐 암스트롱의 삶>을 원작으로 한다. 닐 암스트롱 역으로 현재 라이언 고슬링이 출연을 검토 중이다.
-<미션 임파서블6>, 전편 배우와 감독이 다시 만난다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은 시리즈 6편의 각본과 연출, 제작을 모두 맡음으로써 전편인 <미션 임파서블: 로그
[댓글뉴스] 제니퍼 로렌스, 장편 감독 데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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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밀러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전미비평가협회 2015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더불어 블록버스터로는 이례적으로 프랑스의 <카이에 뒤 시네마> 올해의 영화 5위, 영국 <사이트 앤드사운드> 올해의 영화 3위로 뽑혔다. 한편 피터 손 감독이 연출한 픽사의 열여섯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굿 다이노>의 흥행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한주 먼저 개봉한 <헝거게임: 더 파이널>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한 <굿 다이노>는, 픽사 작품 중 가장 많은 제작비인 2억달러가 투입됐지만 북미 오프닝 성적은 그에 못 미치고 있다.
[UP & DOWN]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전미비평가협회 2015년 최고의 영화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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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 레이코의 만화 <비밀>이 영화화된다. 신비로운 매력과 천재적 수사감각을 지닌 마키 실장 역에 이쿠타 도마가, 마키 실장을 믿고 따르는 부하 아오키 역에 오카다 마사키가, 마키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함께 법의 제9연구실을 만들었던 동료 스즈키 역에 마쓰자카 도리가 캐스팅됐다. 연출은 영화 <바람의 검심> 시리즈를 만든 오오토모 게이시 감독이 맡는다.
평범한 수사로는 증명할 수 없는 범죄의 흔적을 밝히기 위해 미래 과학은 죽은 자의 뇌를 스캔해 사망 직전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MRI 스캐너를 개발한다. 엘리트 수사관만을 모아 신설한 법의 제9연구실이 그 재현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금기를 위반한 데 대한 징벌이기라도 했는지 법의 제9연구실 수사관들이 일제히 정신착란을 일으켜 서로를 죽이는 사고가 벌어진다. 유일하게 마키 쓰요시만이 모든 기억을 가진 채로 홀로 살아남는다. 재현 기술을 버릴 수 없다는 상부의 판단하에 마키는 비인가 수사기관 ‘제9’의
[해외뉴스] 마키 실장을 실사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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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12월1일, 서울독립영화제2015에서 “한국독립장편영화: 좋은 영화, 좋은 노동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4개 단체가 주최한 이 토론회는 독립영화와 관련된 여러 의제 중에서 ‘노동’을 주제로 한 의미가 큰 토론회였다. 지난 11월19일, 영화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토론이기도 했다.
토론회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거웠다. 튼튼한 경제적 기반 없이 빈약한 예산으로 제작되는 독립영화의 현실에서 함께 일하는 스탭에게 만족할 만한 노동환경을 보장해주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일권 프로듀서는 “좀더 나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제작 기간을 줄이고 순제작비의 30~40%를 인건비로 지출할 정도로 노력해왔지만, 기본적으로 순제작비가 너무 적기 때문에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한국영화 블랙박스] ‘자본을 고용하는’ 영화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