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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의 초점이 맥없이 흐려졌다. 2004년 말 동남아 쓰나미 때의 일이다. 당시 4년차 사건기자였던 나는 현지 사정을 알아볼 겨를도 없이 타이 푸껫으로 날아가야 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천혜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수백구의 익사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눈앞이 뿌예지고 시야가 좁아졌다. 무의식에 이끌리듯 시신 옆 땅바닥 같은 곳에 시선을 두며 취재를 계속했다. 부패가 시작된 익사체는 초록색으로 변하며 부푼다. 체내가스 탓이다. 고온다습한 곳에서 빠른 속도로 빛깔과 부피가 변하면서 심한 악취를 낸다. 사찰마다 임시로 마련된 시신 집합소에는 도리 없이 썩어가는 시체 더미 옆에 새로 들어온 희생자의 몸들이 쌓여갔다. 유족의 신원 확인 전까지는 매장이나 화장을 할 수 없다. 생존자들은 이미 형체를 분간할 수 없게 된 시신들을 하나하나 들춰보며 가족의 생사 여부만이라도 알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당시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23만명이 넘는다.
어떤 여인은 시댁에 알리지 않은 채 친정 부모
[송형국의 영화비평] 가장 정확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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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가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는 특수요원이 됐다. <BBC>의 시리즈물 드라마 <스푹스>를 영화화한 첩보 액션 스릴러물 <스푹스:MI5>(2015)에 출연한 키스 해링턴 얘기다. 영화에서 그는 영국 특수 정보국 MI5의 전직 요원이었다가 테러리스트의 탈주 이후 정보국의 부름을 다시 받은 사연 많은 남자 윌 할로웨이를 연기한다.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라는 개성 강한 캐릭터는 잠시 내려놓고, 처음으로 현대물에 도전한 키스 해링턴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즌5에서 존 스노우의 죽음이 암시된 후라 4월 방송예정인 <왕좌의 게임> 시즌6의 출연에 대해 묻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한편 그는 올해 제작되는 자비에 돌란의 신작 <더 데스 앤드 라이프 오브 존 F. 도노반>에서 주인공 존 F. 도노반을 맡았다.
-<스푹스:MI5>로 현대극에 처음 출연했다.
[people] 검을 놓고 총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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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이력이다. <무수단>의 구모 감독은 2013년 장편 데뷔작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에 이어 또 한번 한국군을 소재로 한 영화를 완성했다. 이쯤 되면 밀리터리물에 푹 빠진 장르영화 마니아를 연상하기 쉽지만, 그는 파리8대학 석사를 졸업하고 1998년 <가장 아름다운 날>(Le jour le plus beau)로 워털루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유학파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이 성실한 감독이 두 번째 장편영화도 밀리터리 미스터리물로 선보이게 된 우여곡절을 들어봤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그의 모습에서 오래 공부한 영화학도의 모습이 묻어났다. 동시에 군대 이야기를 꺼내며 눈을 빛내는 걸 보니 그가 왜 굳이 밀리터리 영화를 연달아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시사를 마친 기분이 어떤가. 주변 반응이 궁금하진 않나.
=기술 시사 때는 대부분 우군들이라 좋은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에 전문가와 일반 관객의 반응이
[people] “내가 잘하고 잘 아는 것을 영화로 다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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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조이>는 혁신적인 밀대걸레 ‘미라클 몹’을 개발해 홈쇼핑에서 히트 친 미국의 여성 기업가 조이 망가노의 삶을 다룬다. 파란만장한 조이 망가노의 삶을 영화로 불러낸 이가 바로 프로듀서 켄 목이다. <아메리카스 넥스트 톱 모델> <메이킹 더 밴드> 등 다수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10X10 엔터테인먼트 설립자 켄 목은 조이 망가노와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었다. <인빈서블>(2006)에 이어 <조이>로 두 번째 영화 제작에 나선 켄 목을 만났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과는 첫 작업인데, 어떻게 <조이>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되었나.
=<Made in the USA>(2005)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당시 심사위원 출연진으로 조이 망가노를 캐스팅하면서 그녀와 친분을 쌓게 됐다. 싱글맘으로 세 아이를 키우고, 조부모와 부모까지 부양하고, ‘미
[people] 방송 제작에서 영화 제작까지,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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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름영화학교의 두 번째 작품 <환절기>의 주인공으로 배종옥과 이원근, 지윤호가 캐스팅됐다.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건축학개론>, <카트>등을 제작한 영화사 명필름이 미래의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영화인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설립한 명필름영화학교가 첫 작품 <눈발>(감독 조재민, 주연 박진영(GOT7 주니어), 지우)의 크랭크 업에 이어 명필름영화학교 1기 두 번째 작품 <환절기>의 주연으로 배종옥, 이원근, 지윤호의 캐스팅을 확정했다.
<환절기>는 이동은, 정이용의 그래픽 노블 <환절기>가 원작이다. 원작자인 이동은 작가가 직접 연출에 나선다. <환절기>는 아들과 아들 친구 사이의 비밀을 알게 된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알라딘 최고의 만화-올해의 그래픽 아트 노블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배종옥은 2011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
배종옥·이원근·지윤호, 명필름영화학교 <환절기>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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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기다리며>로 감독 데뷔하는 모홍진 감독은 시나리오작가 출신이다. 그가 골방에 틀어박혀 만들었던 수많은 이야기 중에 처음 영화화된 시나리오는 <우리동네>(2007)였다. 비록 시장에서는 외면받았지만 모홍진 감독은 이후 상업영화 시스템과 할리우드 스릴러에 맞선 한국적 스릴러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게 됐다. 감독 스스로 “스테이크와 와인에 대적할 수 있는 고추장식 스릴러”라고 명명한 <널 기다리며>는 과연 어떻게 다른 ‘한국산 스릴러’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걸까. 무려 15년 동안이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을 기다려온 어린 소녀 희주(심은경)의 이야기, <널 기다리며>의 각본과 연출까지 도맡은 모홍진 감독이, 활자로 새기는 이야기에서 영상으로 찍어내는 이야기로 영역 확대를 꾀한 속마음을 들어봤다.
-복수를 꿈꾸는 소녀를 둘러싸고 그녀를 지키려는 자와 해하려는 자가 뒤섞이는, 독특한 전개가 인상적인 영화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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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재미 먼저, 그 뒤에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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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공학박사 노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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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기사 vs.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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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영화 속 과학자들은 평범하지 않다. 흥미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일반인의 이해 범주를 넘어선 부분이 많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는 미치광이로, 존경의 의미를 담아선 천재로 불린다. 어떨 땐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천재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FACT
“일반인들에게 과학자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아마도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 정도가 언급되지 않을까. 이들은 우주와 맞닿아 있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디테일에 의존하지 않는 채 근원적인 답을 찾아 헤매는 이론물리학자들이다. 그게 현재 과학에 대한 인식 문제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현상을 수식 몇개로 표현하려는 집단이 이론물리학자들인데 그들은 전체 과학자는커녕 물리학자 중에서도 1% 남짓한 소수다. 우주 전체를 대상으로 에센스만 추리려다 보니 한참 앞에 나가 있어 SF 등에서 자주 차용된다. 하지만 다수의 과학자는 바닥에 붙어서 재현 가능한 물질적 증거를 모으는 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이론물리학이 대
왜 영화 속 과학자들은 천재거나 괴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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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매트릭스>는 인간이 기계를 위해 일종의 배터리 역할을 하고 있는 디스토피아 세계다. 인간들은 자신이 기계에 사육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가상현실 속을 살아간다.
FACT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맥스웰의 도깨비 원리’라는 이론이 있는데, 근본적으로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설명이다. 핵심은 순수하게 정보가 움직일 때도 에너지가 필요하며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가상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근데 이 가설이 열역학 2법칙 엔트로피를 위배하기 때문에 도깨비란 별명이 붙었다. 다중우주(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우주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고 가정한 이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어쩌면 이미 일종의 매트릭스 안에 들어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사람이 기계의 에너지원이 되었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는데, 유전자
<매트릭스>는 상상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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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이 차마 표현하지 못한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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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숙주를 조종해 물속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하는 연가시가 한창 화제가 될 때, 영화는 인간이 숙주가 됐다는 가정하에 사건을 전개한다. 어디까지가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인가.
FACT
“연가시는 인간이 아닌 곤충을 숙주로 삼지만, 인간을 숙주로 삼아 조종하는 기생충들이 실제로 있기에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메디나충은 물과 접촉할 확률이 높은 발을 뜨겁게 만들어 물에 담그게 만든다. 인간이 물에 발을 담그면, 메디나충은 수포를 터트리고 알을 낳는다. 하지만 메디나충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점점 박멸돼가는 추세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인간을 조종하는 또 다른 기생충은 톡소포자충이다. 고양이를 종숙주로 삼는 톡소포자충은 쥐나 인간 등의 동물을 중간숙주로 삼는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 인간은 고양이 냄새를 좋아하게 된다. 특이한 건 남자들이 감염됐을 때 톡소포자충에 더 쉽게 조종된다는 것이다. 톡소포자충에 걸린 여자는 성적 매력이 높아지고
<연가시> 숙주, 어디까지 조종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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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인간의 몸에서 유충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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