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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수필가인 데이비드 실즈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에서 나이든 아버지를 바라보는 중년 남성의 관점에서 노화와 죽음을 적었다. 의사인 아툴 가완디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수많은 침상 곁에 서본 경험을 바탕으로 노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실감나게 썼다. 생물학자인 조너선 실버타운은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을 통해, 다소 인간이라는 생물의 죽음과 늙음을 묘파했다.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은 문학과 생물학을 결합해 노화를 다룬다. 흥미로운 인용구로 독자의 긴장을 뺀 뒤 진지한 연구 결과로 끌고 간다. 기대수명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2000년 이후 부자 나라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100살까지 살 수 있으리라고 한다. 장수촌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는 다소 놀랍다. “아주 늙으면 노화가 멈춘다.” “110~119세인 미국 초백세인의 40퍼센트가 혼자서 살 수 있거나 최소한의 도움만 필요할 만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문학+생물학으로 본 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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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3: 최후의 대결>(2015, 이하 <엽문3>)로 마침내 <엽문> 시리즈는 3부작의 마침표를 찍었다. 엽위신의 <엽문>(2008)은 홍콩 무술영화의 역사에 중요한 변곡점을 그은 작품이었다. 그 중요성은 액션영화의 트렌드가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을 파악해야 이해될 수 있다.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1967)나 <소림 36방>(1978)과 같은 쇼브러더스 무협영화 이래 무술안무의 주종을 이룬 건 황비홍의 무술로 유명한 홍가권(洪家拳)이었다. 광둥 남파권법의 일종으로 넓은 보폭에 큰 동작을 특징으로 삼는 장교대마(長橋大馬)의 홍가권은 박력을 강조해야 하는 영화적 표현의 측면에서 각광받았다. 더군다나 유가량, 유가휘 등 무술 스턴트팀 상당수가 홍가권 수련자 출신으로 채워져 있었던 바, 홍가권 중심의 안무가 유행하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하지만 영화 무술의 패러다임이 폭력의 현실성을 살리는 실전 무술 중심의 안무로
[조재휘의 영화비평] 홍콩 액션영화의 한 시대의 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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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좀비만화>(2014)에 이은 두 번째 KAFA+ 넥스트D의 3D 옴니버스영화, <방 안의 코끼리>(2016)는 감독들의 개성이 뚜렷한 작품이다. <사이코메트리>(2013), <평행이론>(2009) 등 SF 장르영화에 도전해온 권호영 감독의 <자각몽>, <관능의 법칙>(2013)과 <싱글즈>(2003) 등 로맨틱 코미디에 정통한 권칠인 감독의 <세컨 어카운트>, 그리고 <죽이러 갑니다>(2009)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해프닝을 블랙코미디로 담아내는 데 능한 박수영 감독의 <치킨게임>까지. 3인3색의 감독들은 각 장르의 영화들에서 3D를 단순한 시각효과를 주는 기법으로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르 속 정서를 쌓아가는 기법으로서 시도했다. <방 안의 코끼리>를 연출한 권호영, 권칠인, 박수영 감독을 만나 3D영화를 연출한 소감과 한국 3D영화의 현주소에 대해 물
[people] “정서를 구현하는 기술로서의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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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에디>는 지난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 이하 <킹스맨>)의 연출자 매튜 본이 제작자로 참여하고, 그 스탭들이 함께하며, 세계적 스타로 급부상한 태론 에거턴이 출연한다. 그렇다고 <킹스맨>의 키치적인 액션 활극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독수리 에디>는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스타가 된 스키 점프 선수 에디 에드워즈(태론 에거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화려한 비상을 꿈꾸지만 재능 없는 한 도전자가 어떻게 올림픽 스타가 됐는지, 영화는 그 은근과 끈기를 놓치지 않고 정직하게 따라간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라는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의 유명하지만 ‘뻔한’ 격언이 영화가 되고, 그런 정직한 표현이 훈훈한 웃음과 감동으로 이어진다. 80년대가 배경인 시대극, 스포츠 드라마라는 어려운
[people] “꼭 아이들과 봐야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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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장커가 또 한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중국 산업화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소무>(1997)의 냉정한 응시에서 출발하여, <임소요>(2002), <세계>(2004), <스틸 라이프>(2006)까지 그간 평단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던 지아장커의 세계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아내는 관조적인 시선과 다큐멘터리적인 접근, 자본과 속도에 밀려나는 풍경의 포착 등으로 이해되곤 했다. 눈에 띄는 변화를 선보인 건 전작 <천주정>(2013)부터인데 다큐멘터리적인 색깔을 다소 벗겨내고 장르영화라는 겉옷을 입힌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혹자는 그가 더이상 인민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했고, 누군가는 지아장커가 확장시키고 쌓아올린 형식미에 손을 들어줬다. <천주정>에 대한 호불호는 아마도 <산하고인>(2015)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다. 지아장커의 첫 번째 멜로드라마이자 가장 감성적인 이야기.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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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도호에 입사하면서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학창시절에 연극반에서 활동했는데 그때는 생활고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배우가 되면 생활이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도호 입사시험을 보기로 작정했다. 시험 당일 자신이 없어서 입구에서 머뭇거리며 안 들어가고 있으니 수위아저씨가 들어와 시험을 보라고 하더라. (웃음) 그렇게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고 이왕 배우가 된 거 최선을 다해 제대로 된 배우가 되자 마음먹었다.
-만주에서 태어나 2차대전 종전까지는 하얼빈에서 지내다 일본으로 왔다. 그때 보수적인 일본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대륙’이라고 놀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워낙 어릴 때라 당시 기억이 없다. 아버지께서 철도기사였고 조부가 해군무관이었는데, 그 때문에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만주로 갔다. 덕분에 아주 국제적인 환경에서 자란 셈이다. 배타적인 일본과 달리 해외에서 자라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습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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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는 함께 성장한 동창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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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로 유명한 배우 다카라다 아키라가 지난 2월20~20일 한국영상자료원을 찾아 관객과 만났다. 나루세 미키오 특별전(2015년 12월20일~2016년 3월6일)(주최 한국영상자료원,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재)영화의전당,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혼다 이시로 감독의 <고지라> 상영과 함께 국내 최초로 <세계대전쟁>(1961)이 상영되었다. 또 그의 작품 활동의 또 하나의 축인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딸, 아내, 엄마>(1959)와 <방랑기>(1962) 상영과 GV도 마련되었다. 이틀 내내 지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관객의 의견을 일일이 경청하고, 팬서비스를 아끼지 않은 그에게 도호 스튜디오 활동 시절의 회고담과 최근 근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1997년 12월23일 63살의 다카라다 아키라는 협심증으로 수술을 받았다. 마취에서 깨어난 그가 제일 먼저 한 말이 “미후네 도시로가 죽었으니 도호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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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이 7월 일본에서 개봉한다. 일본의 (http://eiga.com/)은 “한국에서 1270만명을 동원한 , 7월 공개 결정! 전지현 주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7월 도쿄 시네마트 신주쿠부터 순차적으로 전국에 공개하기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은 을 “조국 독립의 인간 드라마와 배신의 서스펜스가 엇갈리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에서 액션 장면이 높은 평가를 받은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의 이정재, 의 하정우가 출연한다고 소개했다.
<암살> 일본에서 7월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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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은 영원한 레전드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무술감독이자 서울액션스쿨을 이끌고 있는 정두홍 무술감독과 성룡이 이끄는 무술팀 ‘성가반’ 출신의 박현진 무술감독이 만나 성룡에 대해 입을 모았다. 최근 출간된 성룡의 자서전 <성룡: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를 보면서 정두홍은 스턴트맨 막내 시절 비디오로 성룡 영화를 보며 밤새 연구하고 이후 그에 자극받아 보라매공원에 서울액션스쿨을 처음 세운 시절을 떠올렸고, 박현진 또한 2001년 <러시아워2>를 시작으로 꿈에 그리던 성가반의 일원이 되어 <턱시도> <뉴 폴리스 스토리>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 등 성룡과 10년간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성룡을 보며 영화판에서 죽기 살기로 버텨왔던 그들의 대화에 초대한다.
<씨네 21>_먼저 두분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액션스쿨(이하 액션스쿨)의 정두홍 무술감독이야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내 마음속의 영원한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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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홧발에 짓밟히는 순수한 소녀, 악마와도 같은 일본놈들, 그리고 무기력한 조선의 아버지와 오빠. <귀향>은 염려했던 이미지로 점철되어 있다. 개봉 전부터 SNS를 통해 논란이 되었던 위안소에서의 집단 강간 장면을 비롯한 일본군과 ‘위안부’에 대한 전형적인 묘사는 “폭력을, 그리고 그 역사를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라는 진부한 질문을 다시 논의의 장에 올려놓았다. 일본인 개개인을 괴물화하지 않는다면, 조선인 개개인을 무기력한 소녀로 그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역사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것일까. <귀향>은 폭력을 그리기 위해 스스로 폭력이 된다. 그리고 그 폭력에 대한 논의는 피해자 재현 윤리뿐 아니라 ‘우리’를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그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들로 이어진다.
폭력, 매혹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것이어야
첫 질문을 던져보자. <귀향>의 선정적인 재현은 ‘피해자 여성’에 대한 또 다른 폭력 아닌가? 물
[손희정의 영화비평] 어떻게 새로운 ‘우리’를 상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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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미란다(로저먼드 파이크)는 예쁜 외모와 상냥한 성격으로 주변의 신임을 받고 있다. 아버지(닉 놀테)와 단둘이 살고 있는 집에서 친구가 소개해준 남자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괴한에게 성폭행당한다. 가해자는 자주 가던 식당의 직원 윌리엄(실로 페르난데즈). 그는 곧 체포되지만 평소 미란다를 괴롭히던 수전증은 그날의 트라우마로 인해 더욱 심해지고, 그녀는 점점 이상한 징후를 보이다가 감옥에 있는 윌리엄에게 편지를 보낸다. 계속되는 반송 끝에 답장이 도착하고, 미란다는 윌리엄을 찾아간다.
<나를 찾아줘>(2014)는 로저먼드 파이크 필모그래피의 터닝포인트였다. 단정한 외모에 희번덕거리는 광기가 더해졌을 때 일어나는 파장이 상당했다. 로저먼드 파이크의 단독 주연작 <리턴 투 센더>는 평온과 히스테리를 오가는 그 에너지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분명한 결핍에도 구김살 없는 미란다가 강간을 당하고 서서히 미쳐가다 금세 평온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리턴
평온과 히스테리를 오가는 에너지 <리턴 투 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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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여자친구 한번 사귀어본 적 없는 수줍은 청년 스즈키(마쓰다 쇼타)는 우연히 나간 미팅에서 만난 청순한 여대생 마유(마에다 아쓰코)에게 첫눈에 반한다. 스즈키의 순수함에 마유도 점점 사랑을 느끼고,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스즈키가 도쿄에 취직하면서 장거리연애를 하는 둘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져가고, 자신만을 기다리는 마유를 두고 스즈키는 직장 동료 미야코(기무라 후미노)에게 마음을 빼앗겨간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영화의 말미에 있을 ‘큰 비밀’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이것이 관객에겐 ‘스포일러 주의’라기보다 이제 곧 시작될 이야기의 ‘비밀’을 한번 찾아보라는 도발로 다가온다. 이 전략은 꽤 성공적이다.
영화는 스즈키와 마유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전반부 ‘Side-A’와 도쿄로 전근 간 스즈키가 미야코와 마유 사이를 오가며 벌이는 삼각관계를 담은 후반부 ‘Side-B’로 나뉘는데, 마지막 반전을 제외한다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런
비밀을 캐던 끝에 만난 반전 <이니시에이션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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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니(리처드 기어)는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가진 남자다. 5년 전 불의의 사고로 솔메이트를 잃게 된 그는 고통과 죄책감 속에서 마약성 진통제에 의지하는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친딸처럼 여기던 올리비아(다코타 패닝)의 연락을 받은 프래니는 삶의 새로운 활력을 되찾게 되고, 올리비아 부부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고자 한다.
영화 <뷰티풀 프래니>의 원제는 ‘후원자’라는 뜻의 <The Benefactor>다. 영화에서 프래니는 올리비아와 그 남편인 루크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도와줌으로써 삶의 의의를 되찾는데, 이 후원이 감사함을 넘어 부담스러울 정도다. 리처드 기어는 육체의 비루함과 정신의 황폐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열연을 펼쳤지만, 프래니라는 캐릭터가 어딘가 싱거워 빛이 바랬다. 프래니의 삶의 보람인 올리비아(일명 ‘푸들’) 역의 다코타 패닝은 적은 비중으로 인해 프래니를 변화시키는 감정적 촉매 역할을 담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영화는 올리비아
누군가를 도와줌으로써 되찾는 삶의 의의 <뷰티풀 프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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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지 사흘째 되던 밤, 봉인돼 있던 무덤에서 예수의 시체가 사라진다.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예수가 메시아로 부활해 로마군에 점령당한 예루살렘을 구원할 거란 소문이 번져나간다. 로마군을 이끄는 호민관이자 예수의 십자가형을 집행했던 클라비우스(조셉 파인즈)는 황제가 예루살렘 땅에 도착하기 전에 시체를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거듭된 수사에도 시체의 행방은 묘연하고 예수에 대한 목격담만 늘어간다. 전쟁의 신을 섬기며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던 클라비우스는 군사를 이끌고 급습한 마을에서 우연히 예수를 목격한 뒤 홀린 듯 예수 제자들의 뒤를 밟는다.
영화는 로마 군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담고 있다. 예수의 수난을 처절하게 묘사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와 성경 내용을 충실히 재현한 <선 오브 갓>(2014)이 예수의 행적을 중심으로 한다면 <부활>은 비신도인 주인공이 예수의 부활을 직접 경험하며 믿음에
비신도 주인공이 직접 경험하는 예수의 기적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