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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토비 중학교의 입학식 날, 지역 수영 클럽의 에이스 하루카(시마자키 노부나가)를 향해 수영부를 비롯한 각종 부서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하루카는 수영부 활동에 흥미가 없지만 부활동이 필수인 학교 특성상 친구들에게 떠밀려 큰 뜻 없이 수영부에 가입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함께 수영을 해온 하루카의 소꿉친구 마코토, 수영 클럽 활동으로 실력을 다져온 아사히, 수영부 부장 나츠야의 동생 이쿠야도 함께 수영부 활동을 시작한다. 각자 주 종목이 다른 넷은 팀을 이뤄 사노 중학교와의 혼계영 시합에 참가할 예정이다. 팀원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혼계영 종목이지만 네 신입생은 성격도 실력도 수영에 대한 태도도 제각각이다.
총 2권으로 이뤄진 동명의 원작 소설 중 주인공들의 중학생 시절을 담은 2권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작 소설은 <프리!>(1기 2013년, 2기 2014년)라는 제목의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바 있다. <프리!>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스포츠 애니메이션이 취하는 공식 <하이 스피드!-프리! 스타팅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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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영국, 보수적인 여학교에 다니는 리디아(메이지 윌리엄스)와 아비(플로렌스 퓨)는 단짝이다. 하지만 내성적이고 조용한 리디아는 자유분방한 성격에 인기가 많은 아비가 한편 부럽기도 하다. 얼마 후, 아비가 갑작스럽게 리디아의 곁을 떠나게 되자 혼자 남겨진 리디아는 이유 없이 자꾸만 기절하는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이 증세는 리디아의 학교 친구들과 교사에게까지 번져간다.
<폴링>은 ‘보수적인 학교-반항적인 여고생’이라는 조합에 사춘기 소녀들의 불안정한 정신과 육체를 더해 더없이 완벽한 미스터리 공간을 만들어낸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집단 기절’ 현상은 ‘분신사바’ 주문의 변주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미스터리를 파헤치기보다 몽환적으로 오컬트적 감수성을 전시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이때 소녀들이 전염병처럼 경험하는 기절 현상은 일종의 의식에 가깝다. 이 의식을 통해 소녀들은 친구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성적으로 성숙해가는 자신의 몸을 받아들인다
‘1969년, 영국’ 학교에서 발생한 미스터리 현상 <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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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가을걷이에 한창인 숲속 마을. 나무 상자를 더덕더덕 기운 수제 자동차를 몰며 소란을 피우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개구쟁이 까마귀 깜이(남도형)다. 보잘것없는 카트를 타면서도 상상 속에서는 이미 최고의 레이서다. 마을 공동 양식을 관리하는 오소리 아줌마는 그런 깜이가 못마땅하다. 깜이가 카트를 몰다가 양식 보관 창고에 충돌하는 사고를 내자 참다 못한 오소리 아줌마는 ‘이기적인 아이’라며 깜이를 꾸짖는다. 깜이는 블랙베리 잼을 꺼내려다 설상가상 식량 창고를 무너뜨려 식량을 강으로 흘려보내는 실수를 저지른다. 때마침 마을에 나붙은 카트 경기 공고를 본 깜이는 우승상금으로 식량을 모을 요량으로 출전을 결심한다. 무쇠 다리 에디(서원석)와 만능 정비사 프랜시(김경희)가 깜이를 돕는다.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자동차 경주라는 명확한 경쟁구도를 소재로 하면서도 딴전을 피우듯 경주를 홀대한다는 점이다. 그사이 드러나는 것은 대조적인 두 친구의 유사성이다. 깜이는 레이싱을
숲속을 달리는 개구쟁이 친구들 <붕붕 달려라 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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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틀 영화사의 총괄 제작자 에디 매닉스(조시 브롤린)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해내는 실력자다. 영화사의 대규모 영화 <헤일, 시저!>의 촬영이 진행되던 중에 주연배우 베어드 히트록(조지 클루니)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으레 있던 잠적이라고 여기지만 스스로를 ‘미래’라고 칭하는 납치단은 거액을 요구한다. 에디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사이, 감독 로렌스 로렌츠(레이프 파인즈)는 액션스타 호비 도일(엘든 이렌리치)의 발연기에 짜증을 내고, 인기 여배우 디애나 모란(스칼렛 요한슨)은 계속 스캔들을 일으킨다.
<헤일, 시저!>는 5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향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당시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는 웨스턴, 싱크로나이즈, 뮤지컬 등 50년대 인기 장르의 컨벤션을 모범적으로 구현한다. 역대급이라 할 만한 배우진은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능수능란히 소화해 코언 형제 특유의 지독한 유머를 마음껏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헤일, 시저!>의 주인공은
코언 형제 특유의 지독한 유머 <헤일, 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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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명의 젊은이가 무리지어 거리를 내달린다. 그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경찰을 피해 달리고 있고, 흩어져 도망치던 중 한명이 뺑소니를 당한다. 꽤나 전형적인 청춘영화처럼 보이던 <글로리데이>는 돌연 컴컴한 밤 길바닥에 피 흘리고 쓰러진 이를 비추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용비(지수)는 해병대로 입대하는 상우(김준면)를 위해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한다. 입대 하루 전 용비는 엄마의 눈초리를 피해 몰래 빠져나온 재수생 지공(류준열), 실력은 한참 떨어지지만 아버지 ‘빽’으로 대학 야구팀에 입단한 두만(김희찬), 홀로 남겨질 할머니에게 차마 입대 소식을 말하지 못한 상우와 함께 포항으로 떠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가운데, 그들은 한밤중에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여자를 도와주다가 격렬한 몸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혈기 넘치는 친구들의 좌충우돌 소동극과는 거리가 멀다. 여행지에 도착해 바다 앞을 뛰어다니는 짧은 순간을 제외하고, 온통 어느 것 하
청춘이 직면한 어둠을 비추다 <글로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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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 오카노(고라 겐고)는 반 아이들이 일으키는 고약한 말썽과 부모들의 무례한 태도에 매일매일이 힘겹다. 교사로서의 사명감도 자꾸만 희미해져 가던 어느 날, 방과 후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혼자 남아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 다가가 말을 건다. 엄마가 일하러 간 오후, 새아빠와 함께 지내야 하는 소년은 집에 돌아가기가 무섭다. 엄마가 두려운 소녀도 있다. 사람들에겐 상냥하기 그지없는 미즈키(오노 마치코)는 어린 딸에겐 더없이 가혹한 엄마다. 하지만 또래 아이를 키우는 이웃집 친구 요코(이케와키 지즈루)를 알게 되면서 미즈키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간다.
재일동포 3세 오미보 감독이 만든 <너는 착한 아이>는 ‘아동학대’라는 민감한 소재를 담고 있지만 이 소재로 이목을 끌어보려는 못된 야심이 없는 보기 드문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원인을 무리하게 이해하려는 시도도, 처벌의 잣대를 들이대 심판하려는 태도도 없다. 대신 오미보 감독은 최선
상처받은 이들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행위 <너는 착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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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닉> Chronic
감독 미셸 프랑코 / 출연 팀 로스, 사라 서덜런드 / 수입•배급 씨네룩스 / 개봉 4월14일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호스피스 간호사 데이비드(팀 로스)는 환자의 삶에 자신의 삶을 이입하고 환자의 아픔을 곧 자신의 아픔으로 치환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데이비드의 태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 환자의 가족은 그의 행동을 오해하고 그가 환자를 학대했다며 고소한다. 직장을 잃은 데이비드는 지인의 소개로 다시 호스피스 간호사로 복귀하지만 새로 맡은 환자는 그의 과거를 이용해 감당하기 힘든 요구를 한다. <다니엘과 안나>(2009), <애프터 루시아>(2012), 두편의 영화로 칸국제영화제가 주목하는 이름이 된 미셸 프랑코는 호스피스 간호사의 시선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 <크로닉>으로 제68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애초 호스피스 간호사는 여성 캐릭터로 그려질 계획이었으나 <크로닉>의
[Coming Soon] 제68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크로닉> Chro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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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지는 배우를 꼽으라면 가장 앞줄은 당연히 조지 클루니의 몫이다. 해마다 ‘섹시한 남자’ 순위를 꼽을 때 빠져본 적이 없는 그는 아무리 망가뜨려도 망가지지 않는 배우 중 한명이다.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 <번 애프터 리딩>(2009), 신작 <헤일, 시저!>까지 코언 형제와 만날 때면 허당기 넘치는 바보 연기를 주로 해왔지만 그럼에도 그의 아우라는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다. 아무리 멍청해도 섹시한 건 섹시한 것, 아니 때론 멍청할수록 더 섹시해지기도 하는 법이니까. 이 모든 이미지는 <NBC>의 메디컬 드라마 <ER>(1994)에서 닥터 로스 역을 맡은 순간부터 시작됐다. 33살의 그저 그런 조연배우였던 조지 클루니는 이 역할로 한순간에 ‘가장 섹시한 의사’로 거듭나며 늦깎이 스타덤에 올랐다. 물론 그 후 영화계에서도 순항한 건 전적으로 그의 재능이지만,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리던 닥터 로스
[메모리] 미소는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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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곧 21세기가 온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되고 누구나 충분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말. 성차별이 사라질 거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첨단기술에 대한 낙관론도 있었다. ‘21’은 마법과도 같은 숫자였다. 그때가 오면 모든 문제가 일시에 사라지기라도 하는 양 당시의 어른들은 새로운 시대가 올 거라고 말했다. 나는 대충 흘려들으면서도 때가 되면 그 말대로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마법처럼.
그리고 21세기가 되었다. 수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긍정적인 일들은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날짜 탓인지 5년 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떠오른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일은 우리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생선이 테이블에 올라올 때마다 어떤 사람들은 잊지 않고 방사능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 한창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진행 중일 때, 나는 이 글을 어떤 내용으로 채울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섣불리 낙관할 수는 없었지만 단상
[한유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밝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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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적이 실수할 때 방해하지 않아.” “전사로 와서 전사자로 돌아갈 순 없다.” 비무장지대에 침투한 북한 특수부대원과 그를 북으로 돌려보내려는 한국 특전사가 육탄전을 벌이다 잘 갈고닦은 멋진 말을 주고받으며 헤어진다. 총을 겨누고 격투를 해도, 여기는 대화의 기량이 가장 중요한 로맨틱 코미디의 세계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특전사 대위 유시진(송중기)의 위협적인 신체능력을 자주 보여주지만, 그를 위험한 남자와 위험한 직업에 투신한 남자로 가르는 경계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 상체를 벗고 ‘알통구보’하는 특전사들을 병풍처럼 세우면서도 유 대위가 외과의 강모연(송혜교) 선생 앞에서 함부로 옷을 벗어 근육을 자랑하는 일은 없다. 티셔츠를 올려 배를 살짝 들추는 장면조차 상황의 통제권은 상처를 치료하는 강 선생에게 있다.
언제 군용헬기를 타고 훌쩍 떠날지 모르는 남자. 어디서 뭘 하는지도 물을 수 없는 남자의 연인이 되긴 곤란하다고 강 선생이 결론을 낼 때마다
[유선주의 TVIEW] 품위를 갖춘 강인한 남자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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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2 <한공주>
2010 단편 <소년은 괴롭다>
드라마
2016 <드라마 스페셜-페이지 터너>
2016 <보보경심: 려>
2015 <발칙하게 고고> <앵그리맘>
김준면
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3 <세이빙 산타> 목소리 연기
스무살 청춘들의 가장 찬란했던 낮은, 가장 고통스러운 밤으로 이어진다. <글로리데이>는 친구의 군입대를 앞두고 포항 바닷가로의 일탈을 감행한 네 친구의 뒤를 쫓는 영화다.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도리어 살인사건에 휘말린 이들은 짧은 시간 동안 ‘어른’과 ‘우정’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스무살의 문턱에서 겪게 된 처절한 성장통을 조명하는 작품인 만큼 영화는 어둡고도 비정하지만,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네 청춘배우의 존재감만큼은 영화의 제목처럼 찬란하게 빛난다. 그중에서도 극
[who are you] 그들만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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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조직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마피아’라는 단어로 그들을 표현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마피아의 세계에는 여러 계보가 존재하고, 그들은 각각 그들 특유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 제6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 <고모라>는 ‘카모라’라고 불리는 나폴리의 불법 조직을 전세계에 알린 바 있다. 이후 이탈리아 <스카이 애틀랜틱>은 <고모라-시리즈1>을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했다. 이 작품은 2014년 5월부터 12회에 걸쳐 <스카이 페이 시네마 채널>에서 방영됐는데, 에피소드당 120만명의 시청자 수, 채널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낳았다. 또 <고모라-시리즈1>은 세계의 평단으로부터 극찬받으며 2015년 한해 동안 130개 국가에 판매되는 실적을 올렸고, 같은 해 미국에서도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할리우드 픽션 시리즈가 이탈리아 스카이 채널을 장악한 이래로 이탈리아 드라마의 최대 실적으
[로마] 영화만큼 재미있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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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는 1981년 북아일랜드에서 옥중단식으로 사망한 보비 샌즈를 그린다. 2008년에 만들어진 스티븐 매퀸 감독의 데뷔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영화는 ‘목숨을 건 단식’이라는 역사적이고 논쟁적인 사건을 다루면서, 절제된 시선으로 객관성과 성찰성을 확보한다. 영화는 한순간도 숭고함을 주장하지 않지만, 지난한 ‘몸의 투쟁’을 면밀히 비춤으로써 숭고함에 육박해 들어가는 실존의 경지를 보여준다.
다층적인 시선과 구성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담요투쟁과 오물투쟁을 보여주는 1부, 단식투쟁을 결심한 보비 샌즈와 가톨릭 사제간의 대화를 담은 2부, 단식으로 죽어가는 보비 샌즈를 그린 3부. 1부의 중간까지 보비 샌즈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담요투쟁과 오물투쟁을 벌이는 다른 수감자들과 이들을 폭력적으로 제압하는 교도관을 비춘다. 영화 초반 마치 주인공인 양 비추던 강박적인 교도관의 총상 장면은 당혹스러운데, 영화는 왜 이처럼 비관습적인 흐름을 택
[황진미의 영화비평] 숭고함을 응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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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반, 신촌 로터리 중앙에는 시계탑이 있었고 지금보다는 버스 정류장이 많았다. 버스 정류장에는 꼭 한두개의 신문 가판대가 있었는데 새마을운동 깃발의 색깔과 똑같은 초록색의 가판대에는 신문뿐만이 아니라 울긋불긋한 색깔의 만화책과 각종 성인 주간지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고우영의 성인극화 <수호지>가 인기를 끌자, 가판대 위에는 성인극화란 딱지를 단 얇은 만화책들이 앞다투어 진열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오학년 때의 어느 날, 나의 눈길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선데이서울>의 표지였다. 미스 롯데 서미경이 등이 훤히 드러난 붉은 드레스를 입고 고개를 돌린 뒷모습의 표지였다. 사고 싶었지만 어른들이 보는 책이란 생각에 감히 <선데이서울>을 살 수 없었고, 그나마 만화책은 어른들이 보는 것이라도 덜 죄스러워 옆에 있던 성인극화 <여간첩 마타하리>를 사서 보았다. 만홧가게에서 어린이 만화를 보던 내가 성인극화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 것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사악한 악당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