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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파리, 대저택에서 호화로운 삶을 사는 마가렛트(카트린 프로)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 노래를 선보이는 걸 즐긴다. 사실 마가렛트는 심각한 음치이지만 곁에 모인 음악클럽 회원들은 그녀의 재산을 보고서 무작정 그녀를 치켜세운다. 기자 루시앙은 파티를 찾아 그녀의 노래를 칭찬하는 기사를 써내고, 그가 계획한 세태풍자적인 공연에서 처음으로 청중을 두고 노래를 뽐낸 마가렛트는 단독 콘서트를 열기로 마음먹는다. 아내를 무시하던 마가렛트의 남편 조르쥬(앙드레 마르콩)는 그녀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 공연을 막고 싶어 한다.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은 “사상 최악의 소프라노”로 불린 실존 인물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의 일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녀의 캐릭터는, 노래를 못한다는 객관적인 사실만큼이나 음악과 자기 노래를 향한 지극한 사랑으로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은 자비에 지아놀리 역시 두 가지 면모를 모두 끌어안았다. 마가렛트의
사상 최악의 소프라노 실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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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좋아 보인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의 말년, 노인은 손자가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길 원한다. 72살 노인 딕(로버트 드니로)과 손자 제이슨(잭 에프런)의 좌충우돌 로드무비가 시작된 경위다. 딕은 운전면허 정지를 핑계 삼아 변호사 일로 바쁜 손자를 플로리다 여행에 동참시킨다. 그는 평생 동고동락한 아내의 장례식을 이제 막 마쳤고, 제이슨은 일주일 후 있을 결혼식을 앞두고 정신이 없는 상태다. “예전에는 친했던” 둘의 여행은 이런 혼돈 속에서 시작됐고,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바른생활 변호사인 제이슨이 보기에, 손자가 보는 앞에서 자위를 하고, 젊은 여자와의 섹스를 밝히는 딕은 영 구제불능이다.
<오 마이 그랜파>는 외설스런 말을 남발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딕의 ‘이상함’을 손자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치환하려 한다. 젊은 시절 직업적인 이유로 자신의 아들과 나누지 못한 소원함을 손자에게만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노인의 의지가 더해진 행동이다
노인과 손자의 좌충우돌 로드무비 <오 마이 그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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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영민한 신인감독의 탄생을 알린 이 작품은 ‘헝거 스트라이크’(hunger strike), 즉 북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위해 단식투쟁을 했던 IRA 단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 중심에는 북아일랜드 투쟁의 상징적인 인물인 보비 샌즈(마이클 파스빈더)가 있다. 그는 1981년 66일간 음식을 거부한 끝에 목숨을 잃었고 그 이후로도 아홉명의 IRA 단원들이 단식투쟁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영화는 메이즈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의 심리를 좇으며 감상에 젖기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 기능했던 IRA 단원들의 육신에 주목한다.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감옥 내부의 풍경이다. 영화의 초반부, 는 교도소에 처음으로 도착한 IRA 출신 수감자가 어떤 환경에 놓이게 되는지를 담담한 시선으로 비춘다. 그들을 정치범으로 인정하지 않는 영국 정부에 반발해 죄수복이 아닌 담요를 두른 수감자가 도착한 곳은 인간이 머물 수
오직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마음 <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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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밤거리, 은퇴 전 마지막 수업을 마친 철학과 노교수 월터(샘 워터스턴)가 괴한의 칼에 맞아 쓰러진다. 그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해를 시도하는 철학과 학생 소피(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상담해주고 막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쓰러진 월터를 처음 발견한 건 같은 건물에 사는 샘(코리 스톨)이다. 샘에겐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내 몰래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있다. 월터에게 도움을 받았던 마약중독자 청년 조(K. 토드 프리먼) 역시 월터를 돕기 위해 나서지만 역부족일 뿐이다.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큰 줄기의 서사 없이 여러 개의 흩어진 이야기들이 느슨하게 교차되며 진행된다. 아내와 평온한 노후를 계획하는 노교수 월터와 큰 병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하는 아내 때문에 패닉에 빠진 아담(팀 블레이크 넬슨), 남편의 외도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반항에 점점 더 우울해져만 가는 사라(그레첸 몰), 아무도 돌봐줄 사람 없이 외롭게 마약중독에서 허덕이는 조,
느슨하게 교차되는 여러 개의 이야기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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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10년간 방영됐던 영국 드라마 <스푹스>의 영화판이다. 드라마의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했던 바랫 낼러리가 감독을, 최근 시즌 몇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던 조너선 브래클리, 샘 빈센트 콤비가 각본을 맡았다. 주요 캐릭터를 미련 없이 내치기로 유명한 <스푹스>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끝내 시리즈를 지켜온 MI5의 영원한 대들보 해리 역의 피터 퍼스가 전반을 장악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영화로서 전혀 새로운 방향을 택하기보다 원작과의 흐름을 고려한 듯한 라인업. 하지만 그 결과물은 사뭇 다르다.
영국 특수정보국 MI5는 1급 테러리스트 카심(엘리스 가벨)을 수송하던 중 갑작스러운 공격에 부딪혀 테러리스트를 풀어주게 된다. 조직의 존폐가 갈릴 만큼의 위기 상황에서 괴로워하던 대테러부장 해리(피터 퍼스)는 자살로 위장하고 잠적한다. 카심은 MI5와 영국을 상대로 테러를 선포하고, MI5는 아직 신분이 알려지지 않은 전직 요원 윌(키트 해링턴)에게 해리를 추적하라
10년간 방영됐던 영국 드라마 <스푹스>의 영화판 <스푹스:MI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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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자매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학생과 물놀이를 한 것이 구설에 올라 집에 감금된다. 부모 없이 삼촌과 할머니의 손에 자라는 자매들이 사는 곳은 이슬람교 전통이 강한 터키의 외딴 마을. 탈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그림과 군것질거리를 압수당한 채 휴대폰과 인터넷마저 차단당한 지루한 일상이 이어진다.
영화는 보수적인 이슬람교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다섯 자매의 일상과 탈주를 다룬다. 여성은 정숙하고 온순해야 한다는 폭력적 신념하에 소녀들에게는 순결검사, 신부수업, 강제결혼이 강요된다. 여성들에게는 관람의 기회조차 허용되지 않던 축구 경기이지만, 소녀들은 집을 몰래 빠져나가 응원의 열기 속에서 욕망의 해방구를 발견한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은 담장 밖을 갈망하게 하지만 벽은 점점 높아지고 창에 쇠창살이 쳐지는 등 집은 더 빈틈없는 철옹성이 되어간다. 첫사랑 중인 첫째는 거침없는 욕망에 몸을 맡긴다. 무뚝뚝한 둘째는 사랑을 아직 모른다. 감수성이 풍
비전문 배우 출신 소녀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무스탕: 랄리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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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츠맨 윈터스 워> The Huntsman Winter’s War
감독 세드릭 니콜라스-트로얀 /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샤를리즈 테론, 에밀리 블런트, 제시카 채스테인, 샘 클라플린, 닉 프로스트/ 제공•배급 UPI 코리아 / 개봉 4월13일
3부작으로 기획된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2012)의 속편이다.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스노우 화이트(크리스틴 스튜어트)와 감독이 하차하고, 바뀐 제목처럼 헌츠맨 에릭(크리스 헴스워스)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리즈를 재단장했다. 헌츠맨의 탄생 비화부터 시작하는 이번 영화는 내용상 프리퀄과 시퀄, 둘 다 포함하고 있다. 이블 퀸의 죽음 후 헌츠맨 에릭은 옛 연인 사라(제시카 채스테인)와 재회한다. 한편 언니 라벤나의 패배를 안 아이스 퀸 프레야(에밀리 블런트)는 이블 퀸의 거울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이 양성했던 헌츠맨들을 불러모은다. 이윽고 거울을 둘러싸고 이블 퀸과 아이스 퀸, 그리고 세상을 구하기로 결심한 헌츠맨들간
[Coming Soon] 헌츠맨의 탄생 비화 <헌츠맨 윈터스 워> The Huntsman Winter’s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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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시청률을 경신하며 제대로 여심 저격을 하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예능에서도 심상치 않다. 내노라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앞다투어 <태양의 후예> 패러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12일(토) 방송된 <무한도전>의 <시청률 특공대> 편에서 유재석, 정준하, 하하, 광희가 유시진 대위(송중기)의 ‘~이지 말입니다.’ 말투를 따라 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여기서 가장 큰 웃음 포인트는 위 네 명 중 현역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
같은 날 3월12일(토) 방송된 tvN <SNL코리아 시즌6>에서는 개그맨 김준현과 개그우먼 안영미가 유시진 대위와 강모연(송혜교) 의사로 호흡을 맞추며, 송중기·송혜교 커플을 능가하는 키스신을 보여주었다.
다음 날인 3월13일(일) 방영된 <코미디 빅리그>의 <깝스>에서 박나래가 유시진 대위로 분장하여 남자들 못지 않게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태양의 후예>, 예능에서도 반했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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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의 끝은 어디인가. 3월12일 개봉한 가 개봉 4주차에 주말 박스오피스 1위(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를 기록했다. 200만 관객을 돌파한 는 알고 보니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입소문 덕분에 20~30대 관객을 대거 유입시킨 것으로 보인다. 에서 어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세 가지 장면을 살펴보자.
1. ‘미스터 빅’과의 만남
툰드라 지역의 타운의 조직 보스인 생쥐 미스터 빅과 주인공 주디와 닉이 만나는 장면은 1편의 오프닝 시퀀스를 거의 유사하게 패러디한 장면이다. 대부 돈 콜레오네의 딸 결혼식날 장의사 보나세라가 찾아온다. 보나세라는 모종의 부탁을 하고 콜레오네의 손에 키스를 한다. 에서도 주디와 닉은 미스터 빅의 딸 결혼식에 잡혀간다. 미스터 빅의 목소리는 콜레오네를 연기한 말론 브랜도의 목소리와 매우 유사하다. 닉은 미스터 빅의 손에 키스를 한다.
관련영상 → 오프닝 시퀀스
2. 나이트 하울러(밤의 울음꾼) 실험실 장면
‘밤의 울음꾼‘이라는
흥행 역주행 <주토피아>에서 어른들만 빵 터지는 장면들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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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휴 잭맨은 지금보다 청순했다. 근육도, 미소도. 그때 휴 잭맨이 지금과 같은 ‘맨중맨’(맨 중의 맨)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알려졌듯 울버린으로 내정된 더그레이 스콧이 <미션 임파서블2>(2000) 촬영으로 <엑스맨>(2000)에 합류하지 못하게 되자 일종의 ‘대타’로, 혹은 브라이언 싱어의 ‘모험수’로 휴 잭맨은 울버린이 되었다. 이후 할리우드는 <썸원 라이크 유>(2001), <스워드 피쉬>(2001), <케이트 앤 레오폴드>(2001)에 휴 잭맨을 기용했지만 고독한 남자를 가볍게 변주한 캐릭터는 그에게 어울리는 옷이 아니었다. 반짝 스타덤의 주인공이 되고 말 수도 있었던 휴 잭맨은 그러나 놀라운 자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맨중맨으로 진화했다. 놀라운 건 또 있다. 휴 잭맨을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나이스 가이’로 기억한다는 사실. 실제로 휴 잭맨을 마주했을 때 그 완벽함에 ‘어쩌면 휴 잭맨은
[메모리] 날마다 완벽해지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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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뮤지컬은 “EBS 딩동댕 유치원 뚜앙” 함께!
칭찬요정 뚜앙의 사라진 칭찬배지를 찾아라!
■ “뚜뚜 뚜앙 뚜뚜뚜 뚜앙~!” 1982년부터 방영되어 EBS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딩동댕 유치원의 대표캐릭터 뚜앙이 참여형 도전 뮤지컬로 어린이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간다.
■ 이번 공연은 뚜앙의 사라진 칭찬배지(“골고루 다 먹어 튼튼맨”, “울지 않고 말해요”, “깨끗한 내 몸”)를 찾으러 떠나는 모험 속에 용기와 도전, 그리고 칭찬의 과정을 담아 아이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자연스럽게 교육적인 내용을 습득할 수 있도록 극을 구성했다.
■ 3월15일 오픈런으로 6월까지 압구정 “윤당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으며, 뚜앙과 함께 뚜앙체조를 즐길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익숙한 멜로디와 율동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람한 어린이들에게는 용감한 도전을 성공한 의미로 칭찬도장을 찍어줄 예정이다.
창작 초연을 기념해 인터파크에서는 공연 기대평 이벤트를
새 학기 뮤지컬은 “EBS 딩동댕 유치원 뚜앙”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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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의 신작 이 5월12일 개봉을 확정하고 티저 포스터 3종을 공개했다.
은 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다.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가 출연한다. 티저 포스터는 3종으로 곽도원이 연기한 마을의 경찰 ‘종구’, 황정민이 맡은 무속인 ‘일광’, 천우희가 연기한 목격자 ‘무명’의 모습이 담겨있다. 은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과 소문을 다룬 스릴러물이다.
관련기사 → 신년 대담 - 박찬욱, 김지운, 최동훈, 류승완, 나홍진
나홍진 감독 신작 <곡성> 5월12일 개봉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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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개봉한 <퍼시픽 림>의 후기들을 보다가 눈길이 가는 글이 있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의도해서 일부러 ‘cancel’이라고 표현한 걸 왜 멋대로 ‘종말을 막는다’라고 번역했나?” 이 관객이 지적한 영어 대사는 “Today we are canceling the apocalypse!”였다. 이 관객의 지적대로 감독의 의도를 존중해 사전적 의미대로 번역을 해야 할까? “종말을 취소할 것이다!” 또는 “종말을 중지할 것이다!” 영화 자막에 대한 비평글들을 보다 보면 “감독의 의도를 훼손하고 영화를 망쳤다”라고 지적하는 얘기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 얘기와 함께 세트로 따라다니는 지적이 있다. “왜 번역가 마음대로 의역을 하는가?”
그렇다면 ‘의역’이란 무엇인가? 왜 영화를 망치는 원흉으로 종종 비난을 받을까? ‘I love you’를 ‘나는 사랑해. 너를’이라고 영어 문법 그대로 번역한다면 이것은 원문에 충실한 직역인가?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한국어 어
고려할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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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솔직히 내 아들이 번역일을 한다고 하면 못하게 할 겁니다. ‘열심히 하면 잘될 거야!’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요.” 20년 가까이 영화 번역일을 해온 박지훈 번역가조차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 번역가로서 일할 수 있는 풀이 아주 좁기 때문이지요. 예전에야 SBS, MBC 등이 운영하는 영상번역아카데미가 있었지만 현재로선 개인이 가르치는 작은 클래스가 전부입니다. ‘번역가가 되는 길’에 대한 공통적인 답은 실력과 적극성입니다. 윤혜진 번역가는 “맨땅에 헤딩”한 경우가 태반이라 하였고 박지훈 번역가도 일을 처음 시작할 땐 배급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문을 두드렸다네요. “처음 제대로 못하면 데뷔작이 유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개 한번 의뢰해보고 잘하면 계속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정도 실력이 준비됐을 때 부딪쳐야 합니다.” 박지훈 번역가의 조언입니다. 덧붙이자면, 윤혜진 번역가가 수석 강사로 있는 더라인 아카
영어만이 아니라 국어 실력도, 검색 능력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