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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지만 해맑은 고교생 사야카(아리무라 가스미)는 공부와 담을 쌓은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사야카의 어머니 아카리(요시다 요)는 일대일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학원강사 츠보타(이토 아쓰시)에게 사야카의 공부 지도를 부탁한다. 사야카는 무작정 게이오 대학 문학부에 입학하겠노라 선언하고 포기를 모르는 츠보타에게 맞춤 개별 지도를 받는다.
‘비리갸루’라는 제목으로 먼저 알려진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영화 속 츠보타의 실제 인물인 쓰보타 노부타카의 논픽션 <비리갸루: 학년 꼴찌의 갸루가 1년 만에 편차치를 40 올리고 게이오 대학에 현역 합격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실화가 아니었다면 일본 만화나 드라마에서 익히 보아온 교훈적인 판타지로 치부되었을 이야기다. 하지만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실화의 힘과 감독 도이 노부히로의 차분한 연출로 보편적이고 깊은 감동을 전하는 데 성공한다. 도이 노부히로는 2000년대 초 일
꿈꾸는 모두를 위한 유쾌한 도전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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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배우 최은희가 홍콩에 머물던 중 실종된다. 그로부터 얼마 뒤, 최은희의 전남편 신상옥 감독 역시 최은희를 찾아나섰다가 홍콩에서 실종된다. 얼마 뒤 이들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찍힌 사진이 포착되면서 이들의 생사가 확인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북한의 전폭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요구 속에 영화를 찍는다. 이때 만든 <소금>(1985) 등은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는다. 실종 후 8년이 지난 1986년, 이들은 오스트리아의 미 대사관을 통해 북한을 탈출한다. 그로부터 30년 뒤 이 이야기는 로스 애덤과 로버트 캐넌에 의해 영화화됐다.
이 작품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김정일과 신상옥의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달리 말해 이 영화에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힘이 세다. 최은희와 가족들의 증언보다 세상을 떠난 신상옥과 김정일이 다큐멘터리에서 더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자연히 최은희와 신상옥의 관계의 세부적인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들의 삶 <연인과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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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영국 런던. 우중충하며 서늘한 도시의 분위기와 그보다 더 을씨년스러운 인물들의 표정 위로 인류의 최연소자가 사망했음을 알리는 보도가 전해진다. 더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 상태의 인류에 이보다 더 절망적인 소식은 없다. 영국 정부는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낙인 찍고 격리 조치를 취하며 분리 정책을 이어간다. 한편 테오(클라이브 오언)는 한때 부부의 연을 맺었던 줄리엔(줄리언 무어)에게서 키(클레어-호프 애시티)라는 소녀를 무사히 ‘미래(Tomorrow)호’에 태워줄 것을 제안받는다. 놀랍게도 키는 임신 상태다.
<칠드런 오브 맨>은 <그래비티>(2013)에 앞서 알폰소 쿠아론이 묵시록적인 세계의 끝에서 인류의 가능성을 탐구한 작품이다. 세계는 계급, 인종, 종족에 따른 차별과 폭압으로 가득 찼다. 집시를 포함한 유색인종은 닭장 같은 거리 감옥에 수감돼 있다. 그러니 흑인 여성인 키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부는 그녀의 아이를 흑인 상류 계급
인류 종말의 끝, 다시 시작된 기적 <칠드런 오브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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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타 아키히코는 대학 재학 중 만난 구로사와 기요시와 독립영화를 다수 만들었고, 구로사와 기요시의 데뷔작 <간다천음란전쟁>(1983)과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1985)에서 조연출을 거쳤다. <살인의 낙인>(감독 스즈키 세이준, 1967)의 시나리오작가이자 닛카쓰의 조감독으로 일했던 야마토야 아쓰시 아래서 수년간 시나리오 수업을 듣기도 했다. <달빛 속삭임>(1999)으로 연출 데뷔했고 <해충>(2001), <환생>(2003) 등으로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로망 포르노 신작 <바람에 젖은 여자>는 젊고 강인한 여자에게 마음을 뺏긴 극작가 고스케의 이야기다. 자전거를 타고 날아와 고스케의 마음에 박힌 여자 시오리는 체면과 소신을 지키려는 고스케의 정신을 뒤흔들고, 두 남녀는 거친 싸움을 통해 사랑을 확인한다.
-<바람에 젖은 여자>를 구상한 계기가 궁금하다
[스페셜] “남녀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로망 포르노를 만들고 싶었다” - <바람에 젖은 여자>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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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일본의 닛카쓰 스튜디오가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 계획안을 발표했다. 현재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섯 감독들, 나카타 히데오, 소노 시온, 유키사다 이사오, 시라이시 가즈야, 시오타 아키히코가 지금은 사양된 장르인 ‘닛카쓰 로망 포르노’를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다시 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8월24일, 도쿄에서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 제작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닛카쓰 스튜디오의 사토 나오키 사장이 프로젝트를 소개했고, 다섯 감독들이 각자의 영화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의 기자회견 내용을 지면에 옮기며 닛카쓰 로망 포르노가 이 시점에서 왜 다시 제작되는지도 살펴보았다.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과의 개별 인터뷰도 덧붙인다.
닛카쓰 로망 포르노가 부활한다. 1960년대 후반, 일본의 영화 스튜디오들은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점차 불황에 접어들었다. 닛카쓰도 그 무렵 도산 위기에 처했다. 닛카쓰 스탭 노조는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저비용 고효
[스페셜] 닛카쓰 스튜디오의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가 보여주는 일본 로망 포르노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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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는 <무한상사: 위기의 회사원>(이하 <무한상사>)의 참여를 두고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이라서 제작진이, 배우들이 참여했다는 건 지난 10년간 국민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본 시청자들 모두가 수긍하는 절대이유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겨울, <씨네21>은 <무한도전> 팬임을 자처하는 윤종빈 감독과 김태호 PD(891호 특집-‘그들의 아주 특별한 만남, 윤종빈 감독이 만난 김태호 PD’)의 대담을 실었다. 496회, 497회 두편으로 편성된 <무한상사> 기획에 이어, 곧 임박한 500회 특집을 준비 중인 김태호 PD에게 짧게나마 인터뷰를 요청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한상사>는 어떤 이유로 기획됐고, 어떤 도전인지, 그리고 앞으로 <무한도전>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김태호 PD는 3년 전 그 겨울 나누었던 긴 대담 속
[스페셜] 증강현실 게임을 반영한 방송을 기획 중이다 - <무한도전> 김태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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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훨씬 더 재밌을 것이다.” <무한상사: 위기의 회사원>(이하 <무한상사>)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 그리고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답변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무한상사 내의 알 수 없는 의문의 죽음의 배후에는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걸까. 42분간의 서막 이후 <무한상사>가 그 두 번째 방송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제작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부족하게 만들었는데 시청자들이 호의를 가지고 봐주시는 걸 느꼈다”는 장원석 대표의 말을 들으며, <무한도전>에 ‘무도팬’이라 불리는 시청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지난 추석 합본호(<씨네21> 1071호) 기획 ‘<무한상사> 제작현장을 가다’에 이어 두 번째 기획을 준비했다. 스포일러 때문에 선보이지 못한 현장 이미지와 함께 <무한상사> 제작 뒷이야기, <무한도전>의 수장 김태호 PD가 바라본 이번 &l
[스페셜] <무한상사: 위기의 회사원> 촬영현장 두 번째 이야기… 김태호 PD가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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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1일 개막한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의 비경쟁부문에서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9월3일 베니스국제영화제 스페셜 이벤트 부문에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TV시리즈 데뷔작 <영 포프>(The Young Pope)가 상영됐다. 에피소드 두편의 상영이 끝나자 주연배우 주드 로를 비롯한 배우들, 극장에 모인 관람객은 환호성과 함께 소렌티노를 향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영 포프>는 총 1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TV시리즈물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 기획, 각본, 연출을 맡았다. 바티칸이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최연소 교황을 선출한 뒤 바티칸 내 보수세력의 지시를 따르게 만들려 했으나, 젊은 교황은 권력과 신앙의 갈등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잃지 않고 교황으로서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인다는 얘기다. 교황인 비오 13세로 분한 주드 로 외에 다이앤 키튼, 제임스 크롬웰, 하
[로마] TV시리즈 <영 포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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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다큐 PD나 시사프로그램 담당 기자들이 가장 쉽게 여기는 일 중 하나는, 북유럽에 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이렇다. 북유럽에 가보니 저렇더라. 바야흐로 우리도 저렇게 바꿔야 할 때다.’ 이러면 원고가 완성되니 얼마나 쉬운가. 취재도 쉽다. “당신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세요” 해서 촬영하고 “자랑해주세요” 해서 인터뷰를 따면 된다. 북유럽 취재에서 어려운 일은 살인적인 물가를 견디고 돌아와 처리하는 출장비 정산 뿐이라는 말을 할 정도다. 핀란드든 덴마크든 혹은 방글라데시든 쿠바든 그곳에 가서 시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를 취재해 보여주기는 쉽다. 취재 아이템을 선정하는 기획회의에서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So What? 그래서 어쩌자고?” 마이클 무어는 이번 신작에서 “(어느 나라나 문제가 있겠지만) 내 임무는 잡초가 아닌 꽃을 따는 것”이라고 했는데, 꽃이야 얼마든 찾을 수 있지만 관건은 그 꽃을 어떻게 심고 가꾸느냐에 있다. 다른 토양에서 자라던
[송형국의 영화비평] ‘여성성’에서 해결 방법 찾은 <다음 침공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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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북미 대륙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이곳의 10대 청소년에게 자기 소유의 첫 차는 곧 이성과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뜻임을 우리는 많은 할리우드영화를 보아서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차에 누굴 끌어들이기 전에, 개인의 소유물로서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마셜 매클루언은 북미에서 사람들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자가용
이라고 했다. 그들이 개인주의자인 건 언제든 자기 차에 시동을 걸고 훌쩍 떠나버릴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끝없이 평평하고 널따란 대륙. 도망치고 싶다면 일단 고속도로 위로 차를 달리면 된다. 도달할 목적지는 나중에 결정할 문제다. 조니 캐시가 즐겨 부르던 곡 <I’ve Been Everywhere>처럼, 안 다녀본 곳 없는 길 위의 삶. 떠나고 정착하고 또 떠나길 반복하기 위해서는 차가 필요하다. 그러니 자가용 한대는 곧 한 개인을 의미한다.
테크놀로지가 무엇보다도 필요해진 현실
사실 인간과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테크놀로지와 섹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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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주인공을 생계 때문에 참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 속으로 밀어넣고선 불평도 없고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 성품을 미덕으로 삼는 드라마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들은 대개 ‘캔디형’으로 분류되었다. SBS <질투의 화신>에서 아나운서 최종심에서 탈락하고 기상캐스터로 일하는 표나리(공효진)도 열심히 사는 걸로 치면 그 어느 캔디에 뒤지지 않는다. PD의 성추행 발언도 견디고, 방송국의 이런저런 잡일을 자청하며 아나운서 자리를 선망하는 그녀는 방송이 없는 주말에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반값에” 해드린다며 해외 촬영도 따라나선다. 남동생의 학원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주인공 표나리의 처지와 행동에 공감했다면 곧이어 이를 되짚어보게 하는 블랙코미디가 펼쳐진다. 미모의 기자인 자신이 방송국에서 이룬 성취를 뽐내는 계성숙(이미숙)과 인기가 높은 아나운서직의 국장인 방자영(박지영)이 서로 방송국의 노른자와 꽃을 운운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유선주의 TVIEW] 지켜야 할 것들 <질투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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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스> Martyrs
감독 케빈 고츠, 마이클 고츠 / 출연 트로이안 벨리사리오, 베일리 노블, 케이트 버튼 / 수입 콘텐츠게이트 / 배급 디스테이션 / 개봉 10월20일
강도 높은 고문 장면으로 충격을 선사했던 프랑스 호러영화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2008)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다. 어린 시절, 감금 학대를 당하다 탈출한 소녀 루시(트로이안 벨리사리오). 보호시설에서 만난 안나(베일리 노블)는 자해충동에 시달리는 그녀를 돌봐준다. 10년이 지난 후 루시는 자신을 학대했던 이들을 찾아가 몰살하고, 그녀를 따라간 안나는 끔찍한 진실을 목도한다. 이 이후가 이야기의 진짜 시작이다. 영화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천착하며, 인간의 잔혹무도함과 희생양의 수난, 순연한 고통의 끝을 보여준다.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이 영화를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건 <인시디어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를 만든
[Coming Soon] 무차별 학살이 빚어낸 참혹한 사건의 시작 <마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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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몇몇의 얼굴로 기억된다. 백수린의 두 번째 소설집 <참담한 빛>에는 그 얼굴들을 자꾸만 돌이켜보는 인물들이 나온다. <짝사랑>의 주인공 ‘나’는 대학 시절 짝사랑하던 선배와의 만남을 앞두고 원피스를 장만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일하는 내내 ‘나’는 머릿속으로 J선배와의 기억들을 곱씹는다. “여전히 기특하구나. 술집의 소음은 물 밖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아득했고, 선배의 그 말 한마디가 또렷이 귓가에 울렸다. 나는 정말 기특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뿌듯한 기분이었다. 열심히 해라. 나는 정말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스트로베리 필드>의 ‘준’은 유학 시절 추억이 녹아 있는 런던 곳곳을 여행하며 ‘주드’의 고백을 되새긴다. “주드를 향해 품었던 감정, 나를 매일같이 달뜨게 하고, 숨 쉴 수 없게 하고, 비참하게 하던 감정 역시 가뭇없이 사라져 나의 일상은 바람 빠진 색색의 고무공처럼 초라해졌다. 나 혼자만 남아서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참담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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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 상류층에서는 캐비닛을 가꾸는 취미가 유행이었다. 정교하게 조각된 캐비닛을 그보다 더 정교한 미니어처 조각들로 채우는 일은 귀족과 부자들이 교양과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당시 네덜란드는 해상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거상들이 늘어나면서 사치와 투기 풍조가 만연했다. 캐비닛에는 개개인의 생활 감각이나 인생관이 담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세계를 갖고 싶어 했던 정복욕이 잔뜩 묻어 있었다. 영국 출신의 작가 제시 버튼은 휴가차 방문한 네덜란드의 한 박물관에서 ‘미니어처 하우스’라는 전시품을 보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후 4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집필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자리한 깊숙한 욕망을 건드리는 데뷔작 <미니어처리스트>를 완성했다.
시골 출신의 소녀 넬라는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거상 요하네스와 결혼한다. 남편이 대개 부재하는 대저택에는 그녀 말고도 시누이 마린, 하인 오토와 코넬리아가 함께한다. 그들은 은밀하고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미니어처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