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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배가 물었다. 처음 영화기자 일을 시작하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무엇이 가장 달라졌냐고. 나는 주저 않고 답했다. ‘검색’이라고. 이렇게 얘기하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기사 쓸 때 누구나 인터넷을 검색해서 참고하는 것 아니냐고. 왠지 내가 정말 옛날 사람이 된 기분인데, 2000년경 영화잡지 <키노>에서 영화기자 일을 막 시작하던 때에는 인터넷 환경이 원활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하얀 워드프로세서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씨름해야 했다. 사내의 일부 컴퓨터에서만 인터넷을 할 수 있었다. 검색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메모를 해뒀다가, 그 컴퓨터를 사용할 시간을 기다려 잽싸게 검색을 하고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사내 기사 인트라넷 같은 시스템도 없어서, 원고를 작성하면 정성스레 프린트를 하여 정성일 편집장님의 책상에 올려두고 빨간펜을 기다렸다. 이세돌 바둑기사가 알파고에게 충격의 2연패를 당한 지금,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몇해 전 <씨네
[에디토리얼] 그냥 쓰지 말고 찾아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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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0일 오후 3시 현재,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진행되고 있다. 5대0으로 쉬운 승리를 예상했던 이세돌 9단이 9일 첫 대결에서 패배하면서 충격을 줬다. 는 1면에 “인공지능, 인간을 이기다”라는 제목으로 알파고와 이세돌의 역사적인 바둑 대결 소식을 전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이겼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는 글을 올렸다.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대결. 그것은 SF영화에서 주로 소재로 삼았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계기로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 인상적인 3편이다.
1.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 고전이다. 1968년 개봉한 는 아날로그 특수효과만으로 우주 공간을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이 영화는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목성으로 향하는 디스커버리호를
알파고, 그 이전에 등장한 인상적인 영화 속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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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감독
2016 <널 기다리며> <치명도수: RESET>
2015 <내부자들>
2014 <빅매치>
2013 <관상>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미운 오리 새끼> <돈의 맛> <하울링>
2011 <통증> <모비딕> <체포왕>
2010 <아저씨>
누군가 영화 속 액션 컨셉이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 때 두 인물이 시비가 붙어 싸울 때 주먹을 주고받는 동작의 스타일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저씨>로 한국영화 액션의 지평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킨 박정률 무술감독이 최근에 참여한 <널 기다리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등장하는 못된 놈들의 행동 양식을 연구했다” . 살인마들의 심리, 그러니까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쇄골에서 피가 솟구치면 예쁘겠다’고
[STAFF 37.5] 찌를 때와 벨 때를 정확하게 아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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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날 속인 게 아니라, 내가 삶을 어떻게 해보려다 실패한 거야.”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이지아는 자신의 실패를 쿨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단계로 발을 내딛는 여자 은수를 연기했다. 지나간 과거는 묻어두고 자기 자신과의 결혼을 선택했다며 왼손 약지에 세 번째 결혼반지를 끼우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돌이켜보면 이지아는 언제나 유리구두를 신겨줄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 직접 백마를 타고 기회를 잡기 위해 나서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연기해왔다. 그 과정에서 동료 대신 폭탄 조끼를 입는 일이 생기더라도(<아테나: 전쟁의 여신>), 완벽주의 편집장에게 한바탕 쏘아붙임을 당하는 일(<스타일>)이 벌어지더라도 말이다. 그녀의 첫 스크린 데뷔작 <무수단>도 마찬가지다.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건을 수사하는 특수부대원들 사이에서 이지아는 홍일점이자 유능한 생화학 전문가인 신유화 장교를 연기한다. 다음은 “여자
[이지아] “어릴 때부터 액션영화가 너무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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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충직)의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이 공개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3월9일(수) “총 121편의 출품작 중 프로그래머들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10편의 작품이 본선작으로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한국경쟁’ 본선에 오른 작품은 <노후 대책 없다>(이동우), <델타 보이즈>(고봉수), <마담 B>(윤재호), <물숨>(고희영), <연애담>(이현주), <우리 연애의 이력>(조성은), <운동회>(김진태), <최악의 여자>(김종관), <커튼콜>(류훈), <프레스>(최정민) 등이다.
‘한국경쟁’에 진출한 10편은 모두 전 세계 최초 상영인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어 전주에서 첫 선을 보인다. 장르별로는 극영화 7편, 다큐멘터리 3편으로 구성되어, 다큐멘터리 1편이 선정됐던 작년에 비해 다큐멘터리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젝트 발굴, 지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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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지난 2월, 새 앨범 《Modern Times》를 발표하고 전국을 돌며 국내 팬들과 만나는 독주회를 가졌다. 국내에는 2013년 첫 독주회 이후 꼬박 3년 만의 일이다. 일년 내내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그녀의 연주를 가까이서 보기 위한 팬들의 성원은 실로 뜨겁다. 그녀의 공연은 격식을 우선하는 클래식 공연보다 흡사 아이돌 공연장처럼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찬다.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이 젊은 천재에게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전세계가 열광하는 것일까. 20세기 근대를 관통하는 클래식의 변화와 젊은 피아니스트의 정체성에 관한 단단한 고민으로 이뤄진 독창적인 연주 앨범 《Modern Times》를 듣는 순간, 천재 딱지를 뗀 인간 손열음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전국을 돌며 하루 걸러 공연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그녀를 마침 3월1일, 삼일절에 만났다.
-새 앨범 《Modern Times》의 컨셉이 독특하다. 이
[trans x cross] “클래식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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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달라졌다. “나이가 들어 젖살이 빠진 거”라며 멋쩍게 웃는 심은경이 스튜디오에 들어선 순간,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해사한 피부 톤은 여전했지만 턱선이 날카로워져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정말 몰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극장에 갔는데 직원이 저보고 혹시 배우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저 그런 거 안 한다고 웃으면서 돌아나왔어요.” 다행이다. 아직 <수상한 그녀>의 오두리가 뼛속 깊이 새겨진 그 심은경이 맞다. 인터뷰 도중 입김으로 앞머리를 후후 불어넘기는 모습도 역시 영락없는 <써니>의 나미다. 반갑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한 것은 영화 <널 기다리며>를 기점으로 이제 그만 나미와 오두리를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기 때문이다. 동년배 배우 그 누구보다 화려한 흥행 성적을 자랑하며 주목받았던 그녀가 이제는 불과 몇년 전 일을 언급하며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연기에 관한 그녀의 진지한 고민이 담긴 영화
[심은경] 그녀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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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찾아서> FINDING DORY
감독 앤드루 스탠턴 / 목소리 출연 엘런 드제너러스, 헤이든 롤렌스, 앨버트 브룩스
13년 만에 제작된 <니모를 찾아서>(2013)의 속편. 건망증이 심한 도리(엘런 드제너러스)는 마를린(앨버트 브룩스), 니모(헤이든 롤렌스)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연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가족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부모가 사는 몬터레이에 도착한 도리는 흰돌고래 베일리, 고래상어 데스티니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전작의 감독 앤드루 스탠턴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엘런 드제네러스가 이번에도 도리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북미 6월17일, 한국 7월 중 개봉예정.
[WHAT'S UP] 13년 만에 제작된 속편 <도리를 찾아서> FINDING D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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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인 세바 준을 거꾸로 쓴 음악 프로듀서, 누자베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대 초•중반 일본 TV애니메이션 시리즈 <사무라이 참프루>를 본 직후였다. 퓨전 시대극이었는데 재즈 힙합을 일본식으로 해석한 배경음악이 신선했다. ‘대체 누가 만들었지?’ 하면서 사운드트랙을 찾다가 음악감독 중 한명이 누자베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힙합’에 기반을 둔 그의 강점은 오래된 음악 속, 누구도 발견 못한 재즈와 솔을 샘플링하여 소개하는 능력이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랩의 조화는 강하고 남성 우월주의적인 모습을 힙합의 전부로 알던 사람들조차 푹 빠져들게 만든다. 미국 포크 기타리스트이자 솔 보컬리스트인 테리 칼리어의 명곡, <Ordinary Joe>가 지금 젊은이들에게 알려진 데는 누자베스의 영향이 컸다(물론 원곡도 무지막지하게 아름답다!). <The Final View> 역시 누자베스의 정규 음반을 들은 이래 가장 좋아하는 곡이 되었다. 누자베스의 음반
[마감인간의 music] 이름이 곧 장르가 된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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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쇼스키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름은 릴리 워쇼스키로 바꿨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릴리 워쇼스키가 시카고의 LGBT 매체인 를 통해 자신의 성전환 수술을 공개했다. 릴리 워쇼스키는 에 보낸 기고문에서 “트랜스젠더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여러 매체에 의해 아웃팅 될 위협이 있었다”고 밝혔다.
3부작으로 유명한 워쇼스키 자매는 워쇼스키 형제였다. 라나 워쇼스키가 수년 전 먼저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워쇼스키 남매로 불렸다. 이제 워쇼스키 자매가 됐다.
페이스북이 공개한 릴리 워쇼스키의 사진과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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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쇼스키 성전환 수술, 워쇼스키 남매에서 자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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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동주> 자화상
[정훈이 만화] <동주>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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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월룡과의 첫 조우
화가 변월룡은 한국 미술사에서 흔적조차 없는 이름이었다.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 미술계에서 활동했던 그는 북한 미술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다. 변월룡의 작품 세계를 처음으로 한국에서 소개하는 대규모 회고전 <변월룡(ПенВарлен) 1916~1990>이 5월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다.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는 작가를 재조명하는 프로그램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의 첫 순서다.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근대사의 흔적이라 일컬어도 무방할 200여 작품과 70여점의 자료가 전시된다.
서울, 디자인, 10년의 역사
서울에 자생적이고 독특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가 하나둘 생겨난 지 어느덧 10년. 스튜디오의 규모는 작아도 디자인에 대한 그들 각자의 취향과 개성, 디자인에 대한 지향만큼은 확실하다. 일민미술관의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전은 이들 그래픽 디자인
[culture highway] 변월룡과의 첫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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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랄리의 여름>의 주인공인 터키 바닷가 시골의 다섯 자매는 어느 날 남자아이들과 물놀이를 했다는 죄목으로 집에 갇혀 신부수업을 받고 집안 어른이 정한 중매결혼을 차례차례 강요받는다. 그러나 분방한 소녀들의 정신은 반동(反動)을 멈추지 않는다. 어린 동물들처럼 한데 엉켜 기운을 나누고 호시탐탐 탈주를 꾀한다. 감독은 도입부부터 랄리와 언니들의 모습을 가둘 수 없는 자연의 포스처럼 묘사한다. 좋아하는 교사의 전근으로 울음을 터뜨린 막내를 끌고 언니들은 흑해로 달려간다. 헝클어진 머리와 비쳐 보이는 속옷 따위 아랑곳없이 깔깔대고 몸을 부대끼는 동안 눈물은 날아가버린다.
02/13
주간지는 1년에 두번 명절을 틈타 휴간한다. 긁어 부스럼이 될까봐 평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컴퓨터 디스크 폴더와 수납장 정리의 기회다. 이번 연휴에도 선반 몇칸을 차지하고 있는 VHS테이프들을 죄다 끌어냈지만 차마 버리지 못하고 고스란히 도로 집어넣었다. 개중에는 DVD와 블루레이로 출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비디오가게를 지나야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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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사용되는 초등학교 6학년용 사회과 국정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가 빠진다. ‘성 노예’라는 단어도 빠지고, 사진도 들어가지 않는다. 2014년 제작한 실험본에는 위안부 사진자료와 함께 “전쟁터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 노예가 되었다”는 사진 설명이 있었다. 초등학생 교육에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판단에서 이루어진 변화라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생과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던 소녀들이 위안부로 끌려갔던 역사적 사실을 떠올려볼 때, 이런 결정이 역사를 제대로 교육하겠다는 행동인지 의심스럽다. 이전 교과서에도 실리지 않았던 표현이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피해자도 피해 사실도 아니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 일본 저널리스트 가와타 후미코의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를 읽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꾸준한 저작 활동을 해왔던 저자는 식민지 전쟁 시대를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재일 할머니들, 식민지 전쟁 시대를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