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 중·후반, 한국에서 영화 비평이 영화 감상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한 시절이 있었다.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이 비약적으로 이뤄지던 그 시기, ‘문화’라는 화두가 사회 전면에 대두되던 그 시기에,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영화들에 대한 일종의 설명, 혹은 가이드가 필요했고 영화 비평은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현재, 누구나 SNS를 통해 영화에 대해 말하고 쓰는 이 시대에는 영화 비평에 대한 무용론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예전에는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서만 통용되어왔던 정보는 넘쳐나고, 공적인 지면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1인 미디어가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평의 영역, 혹은 그 효용은 과연 어디에서 그 존재 근거를 찾을 수 있을까. 노엘 캐럴의 저서 <비평 철학>은 정보의 홍수, 비평의 홍수 속에서 역설적으로 예술 비평의 중요성을
[스페셜] 비평, 어떻게 할 것인가 - <비평 철학>
-
자크 오몽은 아마도 프랑스의 영화학자들 중 한국 관객과 가장 친숙한 인물일 것이다. 아마도 <영화 속의 얼굴>(2006. 마음산책 펴냄)을 많이 읽었겠지만, 그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영화미학>(2003, 동문선 펴냄)을 비롯해 <이마주>(2006, 동문선 펴냄), <영화와 모더니티>(2010, 열화당 펴냄), <영화감독들의 영화이론>(2005, 동문선 펴냄) 등 적잖은 책들이 번역되었다. 그중 가장 처음 선보인 저작은 <영화 분석의 패러다임>(1999. 현대미학사 펴냄)이었고, 17년 만에 <영화작품 분석>(2016. 아카넷 펴냄)이라는 제목으로 새 번역과 함께 재출간되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영화 분석의 방법론과 1934~88년 서구 학계에서 이뤄졌던 분석의 흐름을 살핀다. 혹시 자크 오몽이라는 대가의 이름과 책 제목에 현혹되어, “이 책 한권만 제대로 읽으면 영화 분석의 마스터가 될 수 있다”라
[스페셜] 장기전을 요하는 학습서 - <영화작품 분석>
-
모든 것은 네장의 사진 이미지로부터 시작되었다. 1944년 아우슈비츠 내, 비르케나우 5호 소각장의 존더코만도 멤버 중 알렉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남자가 찍은 사진이 있다. 사진은 찍을 당시의 긴박함과 위험성을 알려주듯 초점이 정확하지 않은 먼 풍경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그 사진 속 저편에는 분명 가스실에서 쏟아져 나온 시체 더미와 소각장의 자욱한 연기, 발가벗은 채 죽음을 기다리는 여성들이 서 있었다(알렉스라고 알려진 이는 알베르토 에레라라는 남자로 추정된다. 그는 그리스 레지스탕스 당원으로 활동하다 붙들려 수감되었으며, 이후 벌어진 아우슈비츠 봉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서구 비평계에서 가장 격렬한 찬반 논쟁을 자극한 영화 <사울의 아들>(2015)의 감독 라슬로 네메시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이 2001년 저널, ‘쇼아의 역사’가 발간한 특별호 <재에 묻힌 목소리>와 그 네장의 사진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또 다
[스페셜] ‘극화’가 수반하는 재현의 윤리 - <어둠에서 벗어나기>
-
“나쁜 영화를 보기엔 우리 삶이 너무 짧다.” 영화 사이트 뮤비(Mubi)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내건 자극적인 슬로건이다. 이 사이트가 제공하려는 영화들은 이른바 좋은 영화들, 말하자면 ‘에센셜 시네마’들이다. 일종의 정전(canon)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그 목록은 어떻게 결정될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다양한 비평가들의 목록들을 봤었다. 제임스 아제, 마니 파베르, 앙드레 바쟁, 폴린 카엘, 피터 보그다노비치, 앤드루 새리스, 로저 에버트, 조너선 로젠봄, 하스미 시게히코 등 유수의 비평가들의 목록들이 인터넷을 돌아다닌다. 영국영화협회(BFI), 미국영화협회(AFI), 프랑스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 영국 잡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 <필름 코멘트> 등의 영화기관, 잡지가 선정한 조금 더 공식적인 목록들도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꼽은 100편의 한국영화, 부산국제영화제가 꼽은 100편의 아시아영화들도 있다. 이는 최고의 영화
[스페셜] 어떻게 영화산업이 우리들의 목록을 제한하고 있는가? - <에센셜 시네마>
-
-
하스미 시게히코의 <영화의 맨살>은 읽었고 지금도 읽고 있다. 아니, 대체로 읽었지만 어떤 것들은 전혀 모르겠고 어떤 것들은 인상 깊었으며 어떤 것들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언제고 다시 읽으려고 연구실 책상에 책을 놓아두고 있다. 갑자기 읽고 싶으면 책을 들어 무작위로 읽다가 지치면 다시 놓아둔다. 때론 오후 내내 읽을 때도 있고 아니면 금방 피곤해져서 책을 덮을 때도 있다. 요컨대 이런 것이다. 하스미 시게히코가 특정 작품의 표면을 맹렬하게 훑으면서 풀어내는 생각지도 못했던 통찰에 압도당하기도 하지만, 도무지 끝날 줄 모르고 한없이 이어지는 문장을 읽다가 흐름을 놓쳐서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읽어도 알 듯 모를 듯 곤란해지는가 하면, 자기만의 영화론이 있는 사람 특유의 태도로 감독들을 위계적으로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아서 책읽기를 멈추는 식이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만신전에 들어갈 수 있는 감독들이나 작품의 수는 제한 돼 있다. 장 뤽 고다르는 되
[스페셜] 그의 문장에 새삼 반하다 - <영화의 맨살>
-
가을을 맞이하는 책 특집. 이번에는 영화책이다. 지난 1~2년간 새로이 출간된 영화책들 중에서만 골랐는데도 좋은 책들이 많았고 새롭게 추천할 만한 학자의 책도 있었다. 먼저 김영진 평론가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영화의 맨살>,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가 조너선 로젠봄의 <에센셜 시네마>를 추천했고 정지연 평론가가 <어둠에서 벗어나기>에 더해 <기록시스템 1800·1900>과 <광학적 미디어: 1999년 베를린 강의 예술, 기술, 전쟁>을 소개하며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과 프리드리히 키틀러를 소개해주었다. 김지훈 교수 또한 <해방된 관객>과 더불어 최근 여러 신간이 소개되고 있는 자크 랑시에르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김형석, 최은영 평론가는 각각 자크 오몽의 <영화작품 분석>과 노엘 캐럴의 <비평 철학>을 추천하며 비평의 입문 단계를 넘어서려는 독자를 위해 친절한 글을 써주었다. 끝으로 김보
[스페셜] 영화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신작 <됭케르크>로 워너브러더스와 2천만달러에 감독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흥행 수익의 20%도 추가 지급된다. 이는 2005년 피터 잭슨의 <킹콩>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할리우드 감독의 평균 연출료가 75만달러에서 150만달러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얼마나 파격적인 금액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반면, 올리버 스톤 감독은 야침차게 내놓은 신작 <스노든>의 낮은 흥행 성적에 상심할 것으로 보인다. 개봉 3주차 만에 북미 박스오피스 10위로 순위가 떨어졌으며, 누적 수익은 1800만달러에 그쳤다.
[UP&DOWN]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신작 <됭케르크> 워너브러더스와 2천만달러 감독 계약
-
내년 오스카 레이스에서는 외국어영화상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2016년 오스카상은 이변의 여지없이 <사울의 아들>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여한 바 있으나 올해는 승자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프랑스는 이자벨 위페르가 호연한 <엘르>를 출품작으로 선택했다. <엘르>는 한 여성이 자신을 성폭행한 괴한을 쫓으면서 벌이는 위험한 게임을 그려낸 스릴러로,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당시 <카이에 뒤 시네마> 전 편집장인 장 미셸 프로동, <카이에 뒤 시네마> 평론가인 뱅상 말로사에게 각각 별 다섯, 별 넷을 받았고 <씨네21> 기자들의 베스트 공동 1위에도 오른 작품이다. 독일은 칸영화제 당시 호평받았던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을 선택했다. 아버지와 딸 사이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가족 코미디인 <토니 어드만>은 8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독일영화로, 영화지 <스크린&
[해외뉴스] 2017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수상을 향한 경쟁
-
*제2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작지원프로그램인 ‘Talent M&M’이 뮤지컬영화 기획안 공모를 시작한다. 공모 기간은 10월4일부터 12월4일까지이며, 중편(40~60분 이내) 1편 2천만원, 단편(20분 내외) 3편 각 600만원씩 지원한다. 제작지원을 받는 네 작품은 2017년 제2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Talent M&M 섹션에서 상영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chimff.com) 참조. 문의 02-2230-6641.
*서울독립영화제2016이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아 작성 후 이메일(office@siff.kr)로 접수하면 된다. 모집분야는 운영팀·상영팀·기록팀·데일리팀·관객심사단으로 데일리팀과 관객심사단 지원자는 1년 이내 개봉한 독립영화 리뷰, 기록팀은 본인의 촬영물을 함께 첨부하면 된다. 지원기간은 10월11일까지이며 자세한 사항은 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www.siff.kr) 참조.
*2
[소식] 제2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작지원프로그램 ‘Talent M&M’에서 뮤지컬영화 기획안 공모 外
-
<맨 인 더 다크>는 딸의 목숨값을 뺏기지 않으려는 노인의 절박함과 잔뜩 구겨진 인생을 새롭게 펴내고 싶어 하는 소녀 록키(제인 레비)의 집념이 지독하게 맞붙는 영화다. 십대 빈집털이범인 록키는 공범인 소년이 눈먼 노인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놓이자 혼자라도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입을 틀어막고 소리 없이 벽장으로 숨는 소녀다.록키는 어떤 위기 앞에서도 돈을 향한, 새 인생을 향한 욕망을 멈춰 세우지 않는다.
데뷔작인 <셰임리스> 시즌1에서부터 제인 레비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귀여운 거짓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내는 당돌하고 발칙한 소녀였다. 그러나 곧 제인 레비는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던 <셰임리스>에서 급히 하차해 <ABC>의 <서버가토리> 원톱 자리로 망설임 없이 환승한다. 결과는 대성공. <서버가토리>에서 홀로 된 아버지와 함께 사는 지적이고 사랑스러운 외동딸 테사를 연기하며 제인 레비는 단숨에 메이저급 라이
[who are you] 호러의 샛별 - <맨 인 더 다크> 제인 레비
-
모두가 알다시피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 의거하여 구성, 운영되는 조직이다. 영화발전기금 역시 영비법에 의거하여 조성되고 운영되는 영화 진흥 재원이다. 이 둘 사이의 관계는? (1)“기금은 제4조(영화진흥위원회의 설치)의 규정에 따른 영화진흥위원회가 관리·운용하되 독립된 회계로 따로 계리하여야 한다”가 정답이다. 그래서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을 관리하기 위해 각종 규정과 지침을 명문화해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발전기금 보조금 관리규정”이 그것이다. 2015년 10월29일에 최종 개정된 보조금 관리규정은 각종 사업에 교부되는 영화발전기금, 즉 보조금을 지원,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살펴보니 이런 조항이 있다. “제4조(지원대상 및 지원제한) ① 보조금은 법 제25조 및 위원회 정관에서 정한 사업과 활동에 한하여 지원할 수 있다. ② 불법시위를 주최 또는 주도한 단체의 경우는 보조금의 지원을 제한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영화 블랙박스] “영화발전기금 보조금 관리규정”의 불법시위 관련 조항을 지적하며
-
“이 책을 읽으면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어떨 때는 일부러 이 책을 읽으려고 병원에 오기도 합니다. (웃음)” 지난 2013년 선종하신 하인리히 세바스티안 로틀러, 한국 이름 임인덕 신부 이야기다. 그는 독일 뉘른베르크 출신으로 지난 1965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된 이후, 1972년부터 경북 왜관수도원에서 선교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그는 분도출판사와 베네딕도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출판과 영화 등을 활용해 사목 활동을 벌이며 영화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 들어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 연작,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거울> 등은 물론 ‘침묵 3부작’이라 불리는 잉마르 베리만의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겨울빛> <침묵> 등을 출시한 장본인이 바로 그다.
이후 심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투병 생활을 했던 그에게 큰 힘이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신간 영화책 추천합니다!
-
이디오플랜
<재심>이 10월3일 모든 촬영을 마쳤다. <또 하나의 약속>(2013)을 연출한 김태윤 감독의 신작으로 정우, 강하늘이 출연한다. 2000년 전북 익산의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옥살이를 한 소년의 명예 회복을 위해 긴 싸움을 시작한 변호사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영화사 두둥
현빈, 유지태, 박성웅, 나나가 출연하는 <꾼>이 10월1일 촬영을 시작했다. 장창원 감독의 데뷔작이며 쇼박스가 배급한다. 세간을 발칵 뒤집어놓고 사라진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또 다른 사기꾼 황지성(현빈)과 대검찰청 특수부 검사 박희수(유지태)가 손잡은 한판 사기극.
라인필름
<하루>(가제)가 9월29일 크랭크업했다. 사고로 딸을 잃은 남자가 딸을 되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의 비밀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로 김명민, 변요한, 신혜선이 출연한다. 조선호 감독 연출.
[인사이드] 영화 <재심> 크랭크업 外
-
우려했던 태풍 ‘차바’를 무사히 넘기고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6일 개막했다. 영화제 정관 개정 이후 열린 첫 영화제인 만큼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개막식은 시종 차분했다. 임권택, 곽경택, <그물>의 김기덕, <밝음>의 술레이만 시세, <분노>의 이상일 감독과 배우 안성기, 한예리, 박소담, 와타나베 겐 등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개막식 사회는 배우 설경구와 한효주가 맡았다. 설경구는 1999년 <박하사탕>이, 한효주는 2011년 <오직 그대만>이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개막식 무대에 오른 바 있다. 두 사람은 “영화제에 대한 부산 시민들과 영화인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한국영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기여한 이에게 수여하는 한국영화공로상은 프랑스 ‘포럼 데 이마주’의 로랑스 에스베르그 대표에게 돌아갔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를 향한 열정과 새로운 영화의 발견으로 가득하다. 영화
[국내뉴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막 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