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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떤 존재도 단 한방에 무찌르는 능력자 원펀치맨, 사이타마라는 청년이 주인공인 액션 활극 <원펀맨>은 ‘이웃집 영점프’라는 웹사이트에 연재되던 중 창작자들 사이에서 재미있다고 먼저 소문이 났다. 그중 만화가 ONE의 원작을 본 작가 무라타 유스케는 리메이크 작업을 스스로 자청했을 정도다. 결국 TV애니메이션은 그의 리메이크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작화 감독 구보타 지카시의 작화 총지휘, <스페이스 댄디>의 나쓰메 신고 감독의 연출, <타이거 앤 버니>의 스즈키 도모히로 작가의 구성 아래 탄생한 이 작품은 존재감을 잃어가던 매드하우스를 다시 회생시켰다. 심지어 주요 캐릭터인 사이타마와 제노스의 성우로 출연한 후루카와 마코토, 이시카와 가이토 역시 이 작품 때문에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영웅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 취미로 히어로 행세를 하는 <원펀맨>의 사이타마는 우주 최강의 괴물이 와도 거
전통 스튜디오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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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볼을 던지는 시늉만 해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외칠 수 있을 거다. “피카츄! 너로 정했다!” OLM(Oriental Light & Magic)의 킬러콘텐츠 <포켓몬스터>(1997)는 말 그대로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역사를 갈아치웠다. 닌텐도의 동명 게임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며 독보적 캐릭터 피카츄와 동행한 소년, 소녀들이 몬스터들을 모으거나 친구들을 사귀는 동안 겪는 긴 여행의 과정을 그린다. 다른 여러 지역을 여행한다는 내용의 후속 시리즈가 현재까지도 출시되고 있다.
1994년, 중소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출발한 OLM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쉽게 접할 수 있고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단순하고 반복되는 구조를 갖춘 시리즈 애니메이션에 강한 제작사다. 제작팀을 예닐곱팀으로 나누어 팀별로 개별 작품을 제작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포켓몬스터>로 재미를 보아서인지 <다마고치>(2009), <요괴워치>(2014)
게임 원작의 아동물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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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쿄애니’라고도 불리는 제작사 교토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 이후 극장판 <경계의 저편> 시리즈를 비롯해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2013), <케이온!>(2010),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2006) 등 주요 히트작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작품성을 인정받은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특히 외계인을 만난 고교생을 소재로 한 SF 드라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교토 애니메이션은 최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뒤이어 고교생 밴드 단원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다룬 <케이온!>도 성공을 거두면서, 어떤 주제의 이야기든 캐릭터는 사랑스러운 미소녀를 주인공으로 해 ‘모에’ 포인트를 강조하는 작품 스타일의 노하우가 쌓여갔다. 그런데 가장 최근작인 TV시리즈 <프리!>(2014)는 남성 관객층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 관객층을
여성을 위한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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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으로도 충분하다. 설레게 하거나 울게 만드는 데는. A-1픽처스(에이원픽처스)의 작품들은 다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2011), <4월은 너의 거짓말>(2014),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2015) 등 제목에서부터 특유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A-1픽처스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깨지기 쉬운 소년, 소녀의 유리 같은 마음을 아련하고 서정적인 작화로 연출해낸다는 것이다.
A-1픽처스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애니플렉스에 속해 있으며 감독, 작가, 애니메이터를 전속으로 두지 않고 대체로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여러 회사와 협업하는 시스템을 고수한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자연히 소니뮤직에서 사운드트랙 음반을 만들고, 모회사인 소니에서 게임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노래하는 왕자님 진심 LOVE 1000%> 시리즈나 <토가이누의 피>(2010)처럼 타사의 게임을 원작으로 애니
섬세한 마음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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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사(란티스)와 출판사(아스키 미디어 웍스), 애니메이션 제작사(선라이즈)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러브 라이브!>는 일종의 사이버 아이돌 가수 개념의 음반 출시를 시작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이 뒤이어 제작된 프로젝트다. 사용자의 의도대로 캐릭터의 삶을 만들어가는 캐릭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속성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매체의 콘텐츠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팬들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재미있게 본 다음 극중 캐릭터가 참여하는 그룹의 앨범을 현실에서 구매하거나 참여한 성우들의 라이브 공연도 찾아 즐길 수 있다. 그런 다음 <러브 라이브!> 관련 새로운 정보는 모두 합작사에서 출간하는 게임 및 캐릭터 잡지 <전격 G’s 매거진>을 통해 얻게 되는, 흥미로운 합작 구조를 통해 수많은 파생 상품이 만들어지는 프로젝트다.
지금 일본은 ‘러브 라이브 광풍’에 휩싸여 있다. 2014년 아티스트별 전체 음반 판매 수
모두가 센터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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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일본 전체 박스오피스 흥행 성적이 관객수 1억6663만명을 돌파해 전년 대비 3.4%가 증가했다. 전체 흥행 수익 역시 2171억1900만엔으로 전년 대비 4.9%가 증가했다. 왜 그럴까? 재미있는 외화가 늘어나서일까, 아니면 자국 내 흥행 영화가 많아져서일까. 많은 언론에서는 애니메이션과 만화가 원작인 실사영화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국영화 흥행 수익 1위를 기록한 영화는 <극장판 요괴워치: 탄생의 비밀이다냥!>으로 78억엔의 수익을 남겼고 10억엔의 수익을 달성한 애니메이션영화는 무려 13편에 달한다. 물론 그 영화들은 이제 서서히 국내에서도 팬층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산업적 전략과 아이디어는 단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똑같이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해체 이후 여전히 풀가동 중인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재 일본에서 가장 시끄럽게 돌아가는 스튜디오 다섯곳과 그 히트
재미 파는 장인, 재패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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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의 비겁함이 궁금하다면 영화 후반작업 모니터링을 경험해보라 권하고 싶다. 투자사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이 모니터링은 다수의 일반인들로 이루어지는데 그들에게서 5점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들을수록 영화는 온전한 모습으로 개봉할 수 있다. 문제는 낮은 점수가 나왔을 땐데 그때 내려지는 처방은 최악의 경우 재편집이다(극단적 최악은 개봉 보류가 있을 수 있겠다).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대중예술이기에 그들의 입맛에 맞춘다는 게 관계자들의 명분인데 그렇게 재편집을 거친 영화가 과연 궁극적으로 좋은 영화인가? 라고 따져본다면 그 누구도 제대로 답할 수 없을 것이다(‘좋다’라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흥행을 기준으로 성공하는가, 라고 물어봐도 그것 또한 답할 수 없다).
이렇게 그 과정에선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게 무책임할 수 없는 게 다수결의 함정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옳은 것은 다르다. 모두가 원하는 것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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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노동자 다섯명이 동남아에서 피랍됐다. 회사쪽은 한명분의 몸값만 준비했고, 기업 협상전문가 주성찬(신하균)은 이 돈으로 네명을 구한다. 셈으로 치면 만족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현장에서 형을 잃고 살아 돌아온 남자는 몸에 폭탄 조끼를 두르고 성찬 앞에 나타나 외친다. “난 회사나 인질범보다 네가 더 역겨워!” 인질로 잡힌 애인을 구하기 위해 성찬은 곧바로 방송국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협상의 내막을 밝힌다. “저는 차라리 협잡꾼, 사기꾼에 가깝습니다. 적은 몸값에 분노한 인질범들이 인질 중 한명을 죽이는 걸 시나리오에 넣었습니다.”
마치 악인이 그간의 죄를 몽땅 고백하는 복수극의 최종회 같은 첫회. tvN <피리부는 사나이>의 부제는 ‘일촉즉발 협상극’이다. 배후에서 폭탄테러를 도운 일명 ‘피리부는 사나이’는 성찬의 반성에도 원격으로 폭탄을 터뜨려 현장의 사람들을 제물로 삼았다. “넌 아직 네 잘못을 몰라.” 대체 타인을 도구로 삼아 테러와 범죄를 사주하는 자가
[유선주의 TVIEW] 가장 절실한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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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핵소 리지>
2016 <사일런스>
2014 <라스트 홈>
2014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201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010 <소셜 네트워크>
2010 <아임 히어>
2010 <네버 렛 미 고>
2009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2008 <천일의 스캔들>
2007 <보이A>
2007 <로스트 라이언즈>
드라마
2009 <레드 라이딩: 1974>
2009 <레드 라이딩: 1980>
2009 <레드 라이딩: 1983>
2007 <닥터 후> 시즌3
2005 <슈거러시>
딜레마의 남자. 배우 앤드루 가필드가 맡아온 배역은 늘 ‘나는 누구인가’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소년범 ‘보이A’이자 과거를 청산한 ‘잭 버리지’였고(<보이A>), 평범한 소년 ‘토미’이자 장기
[앤드루 가필드] 진중하게 답을 찾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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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헤일, 시저!>
2015 <러닝 와일드>
2013 <틴에이지>
2013 <뷰티풀 크리처스>
2013 <블루 재스민>
2012 <스토커>
2011 <트윅스트>
2010 <섬웨어>
2009 <테트로>
드라마
2006 <CSI: 라스베가스> 시즌7
2005 <슈퍼내추럴> 시즌1
“당신은 좋겠군, 단순해서.” <헤일, 시저!>의 서부극 전문배우 호비 도일(엘든 이렌리치)은 이 한마디 대사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곤혹스럽다. 하지만 서부극 현장에서 신기에 가까운 스턴트를 선보이고도 불만족스러워 재촬영을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나 <게으른 달>에서 멋진 노래를 선보이는 걸 보고 있자면 이래서 스타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에디 매닉스가 편집실에서 보는 완성된 장면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멋들어지게 연기한다. 모자란 듯 진심을 다하
[who are you] 준비된 스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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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 핑크>(1994),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독일 감독 도리스 되리가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이후 또다시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호평받고 있다. 인생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이 담긴 영화 <후쿠시마에서 보내는 인사>(Grüße aus Fukushima)가 그 주인공이다.
20대 독일 여성 마리는 결혼식이 취소되며 위기를 맞는다. 그녀의 선택은 후쿠시마행. 쓰나미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을 도우며 인생의 답을 찾겠다는 포부를 안고 왔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마리는 노인들만 거주하는 임시거처에 머물며 광대극 봉사활동을 하지만 그녀의 우울하고 슬픈 마음은 사실 그럴 여지가 없다. 마리는 다 포기하고 독일로 떠나려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슬러 이 지역에 마지막으로 남은 늙은 게이샤 사토미 곁에 머물며 그녀를 돕는다. 완고한 성격의 사토미는 모든 것이 파괴된 이 지역에 들어와 집수리와 정리
[베를린] 소통과 교류를 통한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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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등장한 가장 주목할 만한 미국 감독 중 하나인 데이비드 O. 러셀은 처음부터 일관된 세계관을 보여주는 감독이었다. 데뷔작 <스팽킹 더 몽키>(1994)에서 <디제스터>(1996)를 거쳐 <쓰리 킹즈>(1999)와 <아이 하트 허커비스>(2004)에 이르기까지, 열혈 인권운동가 출신의 그는 자본주의가 잠식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을 ‘웃픈’ 코미디로 둔갑시켜 조롱과 연민이 뒤섞인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러한 그의 영화관이 일종의 방향 전환을 이룬 영화는 2010년작 영화 <파이터>이다. 때로 과격하고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자본주의의 화려한 허상에 반기를 들었던 그의 급진주의는 이 영화에 이르러 자취를 감춘다. 보다 세련되고 진중한 방식의 드라마로 구성된 <파이터>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하층민의 이야기는 훌륭한 배우들의 앙상블에 힘입어 밀도 있게 그려진다.
아카데미영화제에서 환대를 받고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휩
[최은영의 영화비평] TV 속 여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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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는 피렌체에서 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이탈리아반도 왼쪽의 티레니아 바다에 거의 붙어 있다. 그래서 중세 때는 패권도시 피렌체와의 경쟁은 물론, 해상권 통제를 두고 북쪽 제노바와 경쟁까지 벌여야 했다. 말하자면 피사는 이탈리아의 최상위 패권도시였다. 그런데 13세기에 제노바와의 전투에서 패하면서 피사는 지금과 같은 인구 9만명 정도 되는 중소도시로 왜소해진다. 하지만 크기만 작아졌지, 도시에 대한 자부심까지 작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대학의 도시, 예술의 도시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의 도시로서의 자부심과 명성은 지금도 대도시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나에게 피사는 화려한 과거를 가진 현대 이탈리아의 상징처럼 보인다. 귀족적인 품위를 가진 도시, 하지만 늙어가는 데카당스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타비아니 형제, 피사 영화의 적자
피사 출신의 대표적인 영화인이 타비아니 형제다. 이들은 변호사 부친 덕분에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문화적 토양도 어릴 때부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피사와 그 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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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1049호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국내외 문화예술인들의 지지 캠페인을 매주 실을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필자는 앞서 지난 2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장문의 글(1041호 ‘대한민국은 과거로 퇴행하는가’)을 보내왔던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입니다. 과연 몇 번째 기고문에 이를 때쯤 우리가 원하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 그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나는 1995년 처음 부산을 방문했다. 당시 한국 최초로 국제영화제를 설립하기 위해 분주히 애쓰던 김동호 현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과 영화제 설립 멤버들의 초청으로 부산을 찾은 것이다. 나의 역할은 부산시장과 부산시 의원들을 만나 (영화제를 비롯한 영화 업계에 몸담고 있는 해외 전문가 입장에서) 영화제가 무엇이고 부산국제영화제 설립을 위해 부산시가 나서야 하는 이유를 그들에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당시 시장직을 맡고 있던 문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주세요] 이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