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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덮친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부산행>이 런칭 포스터를 공개했다. 영화는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섹션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으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오늘 공개된 런칭 포스터에 이어 5월 9일에는 런칭 예고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이 출연하는 <부산행>은 올 여름 개봉 예정이다.
디지털미디어팀 cine21-digital@cine21.com
공유·정유미 주연 <부산행> 런칭 포스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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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은 너무 일찍 왔고 길었다. 나는 잠을 많이 자지 않았고, 긴 밤을 보내는 방법은 많았다. 세상이 잠이 들었을 때 나는 자주 작은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때마다 나는 맥주를 마시기도 했고, 책을 읽기도 했고,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기도 했다. 나는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를 보고 어느 해의 가장 평온했지만 불안했던 여름을 떠올렸다. 나기와 나나와 소라처럼, 그 여름에는 우리 세명이 함께했었다. 우리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항상 불안했고, 그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걸었다. 그때 나와 은희는 스무살, 오빠는 스물한살이었다.
그해 여름, 우리는 모두 대학 1학년이었다. 지방에서 대학에 다니던 오빠는 개강할 때까지 딱 2달간 집에 머물렀다. 오빠는 항상 내 옆에 있었고, 나의 하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빠로 채워졌다. 저녁 6시가 되면 나와 오빠는 산책을 하러 나갔다. 나는 항상 오빠와 1m 떨어져 걸었고 그것이 서로의 목소리를 듣기에 가장 좋은 거리였다. 우
[씨네21 추천 도서] 술을 마시고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읽고 엽편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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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수상 발표는 5월16일이다). 소설이 처음 나온 것은 2004년이었고 나는 이 소설을 대학 4학년 때 읽었는데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으로 이어지는 연작소설의 내용이 너무 우울하고, 마음에 끼치는 영향이 커서 한동안 한강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암담한 미래 때문에 안 그래도 우울한데, 한강 소설은 답답함만 더해줬다. 그로부터 한동안 한강은 ‘남들은 좋다는데 내 취향은 아닌 작가’였다. 갑자기 채식을 시작한 여자, 유독 육식을 좋아하는 가족은 억지로 그녀 입을 벌려 고기를 먹이려 하고 여자는 식사자리에서 손목을 그어버린다. 붉은 피가 흰 접시에 쏟아져 내리는 이미지. 뛰다 죽은 개의 살이 부드럽다며 오토바이에 개줄을 달아 동네를 몇바퀴나 돌게 한 아버지는 그 개를 잡아 아홉살의 그녀에게 먹였더랬다. 개가 죽어가는 처참한 인상이 오랫동안 그녀의 마음에 침잠해있었나 보다. 결혼 후 악몽에 시달리던 여자는
[씨네21 추천 도서]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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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솔닛은 예닐곱권의 책을 쓴, 저술가이며 인권운동가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에 비해 자기 의견을 주장할 기회가 비교적 많은 편임에도 ‘너는 나보다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를 거’라는 태도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남성들을 자주 마주친다. 어느 날 파티에서 만난 남자도 그랬다. 그는 솔닛의 말을 딱 자르고 “올해 마이브리지에 관해 중요한 책이 나왔다는 거 압니까?”라며 장광설을 펼쳤다. 그 중요한 책에 대해 그 남자는 한참을 떠들었는데 사실 그 책을 쓴 사람이 바로 리베카 솔닛이었다. 그녀의 친구가 ‘그게 바로 이 친구 책’이라고 지적을 세번쯤 하고 나서야 얼굴이 잿빛이 되어 그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최근 겪은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하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는 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도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하며, 직장 내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신뢰받지 못하는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여자는 너무 똑똑하면 안 된다.”던 삼둥이 할머니가
[씨네21 추천 도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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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작가의 소설 <트렁크>는 심리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주인공의 이름은 노인지다. 술자리에서 ‘노인지 예스인지’라는 아재개그를 몇번이나 들었을지 모를 이름. 직책은 결혼정보업체 웨딩라이프의 비밀 자회사인 NM(new marriage)의 차장이다. 결혼을 원하는 남자와 계약결혼을 하고 기간제로 같이 살아주는 게 그녀의 일이다. 남편(이자 고객)과 술을 자주 마시는 그녀는 문득 이 이상한 회사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객과 결혼을 하고 잠자리를 함께 하고 맥주를 마시며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는 결혼 관계를 지속하며 20대가 지나간다. 그녀처럼 이상한 직장에 다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퇴근 후 스탠드 불빛에 의존해 <트렁크>를 읽으며 이 문장에서 멈춰 섰다. “체념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가엾고, 신념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비겁하다. 꽉 막힌 병목구간을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자동차처럼 언젠가는 나도 이 지난한 삶
[씨네21 추천 도서]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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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내게 ‘언젠가 읽긴 읽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손이 안 가는 책’이었다. 물론 이건 나에게 그랬다는 말이다(창비에서 1993년 출간 후 100쇄 이상 찍었으니 나만 읽기 싫었나 봄) 왠지 수능시험의 언어영역 지문을 마주한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끝맛에 꽃향기가 진하게 남는 맥주를 큰 잔에 콸콸 따른 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었는데 이 책이 얼마나 유용한 정보를 담은 여행기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지역의 역사와 유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여행기란 흔치 않다. 모처럼 얕고 넓은 지식이 아니라 깊고 깊은 지식을 얻으며 전문가의 국내 여행을 따라다니니 독서 중에 자꾸만 밖에 나가고 싶어졌다. 맥주,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책 한권을 옆구리에 끼고 주말 남도행 티켓을 끊었다.
술을 부르는 문장
그러자 이 조용한 가양주 9단은 느린 어조로, 그러나 단호한 자세로 반드시 어두운 곳이어야 한다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대답하였다. “
[씨네21 추천 도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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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내성적인>은 최정화의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다. 작가는 2012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면 위에는 아무런 파동도 없는 평온한 일상, 하지만 불안은 언제나 내재되어 있다. 싸움 한번 없었던 부부 관계는 그래서 더 위험한 균열을 품을 수 있고, 서로를 배려하는 동거인들은 그 배려 때문에 불편한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아주 미세한 감정의 여진을 감지해낼 수 있는 예민하고 소심한 사람들. 최정화 소설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개 그런 사람들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오십살이었던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중년 여성은 알코올에 중독되듯 거짓말의 희열에 빠지고(<홍로>), 완전무결한 외모를 가졌지만 갑자기 틀니를 하게 된 남편은 술을 마셔서라도 틀니의 존재를 잊으려 한다(<틀니>). 소심한 사람들이 용기를 얻거나 기분을 쇄신하고자 할 때 맥주는 도화선이 된다. 그때 이렇게 말할걸, 이렇게 행동할걸… 후회할 일투성이인 ‘지
[씨네21 추천 도서] <지극히 내성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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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히 흘러가는 일상 속에 ‘책’이라는 돌멩이를 퐁당퐁당 던져 넣는다. 책은 문제인지도 몰랐던 문제들을 의식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또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소설, 인문, 청소년 서적 등 문학과 비문학을 오가며 한국인의 일상에 ‘좋은 책’을 더해 갔던 창비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창비가 내놓았던 좋은 책들은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봄밤, 맥주와 함께 찬찬히 읽으면 좋을 책들을 꼽아봤다.
[씨네21 추천 도서] 책과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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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창비학당 제2기 강좌 시작!
‘나와 세상을 바꾸는’을 모토로 한 창비학당의 제2기 강좌가 2016년 5월 문을 엽니다. 창비학당은창비와 세교 연구소가 공동으로 설립한 열린 배움터입니다. 독자들과 소통하는 인문 사회 교육을 통해 더 큰 출판의 내일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문예/교양/독서학교/친구 강좌, 깊고 알찬 14개 강좌를 선보이다
문예 강좌
‘최영미 시인’ , ‘김리리 동화 작가’, ‘손택수 시인’, ‘손홍규 소설가’, ‘조해진 소설가’, ‘백승권 글쓰기 강사’
지난 50년 동안 한국문학에 기여해 온 창비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문예 강좌는 미술사/시/소설/아동문학으로 나눠 각각 최영미 시인, 손택수 시인, 손홍규 소설가, 조해진 소설가, 김리리 동화 작가가 진행합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맡은 강좌 <문학이 숨 쉬는 서양 미술사 1: 로코코에서 팝아트까지>는 서양 미술의 각 시대를 특징짓는 중요한 작
[창비학당] 나와 세상을 바꾸는 열린 배움터, 창비학당 제2기 강좌 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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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위대한 소원> 내 인생은 막장
[정훈이 만화] <위대한 소원> 내 인생은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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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와 닉을 책으로 만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영화적 순간을 모은 아트북이 국내 정식 출간됐다.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 여우 사기꾼 닉 와일드, 나무늘보 플래시 등 주인공들이 그려진 영화 속 멋진 장면과 동물 도시 주토피아의 곳곳을 담은 컨셉아트가 담겨 있다. 제작진의 설명이 추가된 도시 탄생 비하인드도 엿볼 수 있다.
망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총체적인 예술 협업 프로젝트 <망상지구>전을 기획했다. 현실과 망상의 경계에 놓인 동시대 상황에 대한 은유를 담은 작품들이다. 뮤지션 장영규, 달파란의 사운드 작업, 미디어 작업을 해온 김세진, 박용석의 영상, 사진영상작가 윤석무와 디제잉 분야에서 활약해온 정태효 작가의 실험을 한자리에서 만난다. 총 4개 존(zone)으로 구성된 전시는 4월27일부터 7월17일까지 열린다.
노장의 영화론
시드니 루멧 감독이 지난 40여년 동안 수많은 영화인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 회
[culture highway] 주디와 닉을 책으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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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5주년 파티를 앞둔 부부에게 스위스에서 편지가 날아온다. 남편 제프(톰 코트니)의 옛 애인 시신이 얼음 속에서 발견됐다는 통보다. “우리 이 일로 (같이) 끊었던 담배 다시 피우는 일은 없도록 합시다.” 아내 케이트(샬롯 램플링)는 성숙하게 대응하지만, 죽은 라이벌은 이기기 어려운 법이다. 우리는 케이트가 이 결혼에서 어머니/보호자 역을 맡고 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은퇴한 교사인 그녀는 늘 고쳐주고 타이르는 쪽이다. 한편 제프는 반항하는 10대처럼 보란 듯 담배에 다시 손을 대고 다락방에 틀어박혀 추억을 뒤적인다. 한밤중 다락에 있는 남편을 발견한 케이트는 화가 나 옛 여자의 사진을 내놓으라고 재촉하지만 몸에 밴 ‘계도자’의 품위를 버리진 못한다. 그녀는 사진을 찢지도 남자의 손에 돌려주지도 못한 채 사다리 위에 애매하게 얹어두고 돌아선다. <45년 후>는 이렇게, 뉘앙스의 축적으로 나아가는 드라마다.
04/08
오늘 일기는 어느 때보다 영화로부터 멀리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나의 브루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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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을 줄 알게 된 이래로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밤새 책을 읽게 만든 셜록 홈스 시리즈, 용돈으로 한권씩 사모으던 해문의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 그리고 (지금 와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두뇌 계발에 좋다던 미스터리 퀴즈 모음집, 성교육 교재를 대신했던 시드니 셸던의 반전 멜로 미스터리 서스펜스 소설(드라마로 치면 막장 드라마였다)들까지. 그러다 잡지 말미 일종의 게시판 코너에 글을 싣게 되었는데, 추리소설을 바꿔 보고 예쁜 엽서를 교환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아저씨들과 바꿔 본 소설들은 충격과 공포였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은 식이며, 대체로 엇비슷했다. 남자주인공은 아내 혹은 딸을 강간살해로 잃은 뒤 복수하기 위해 원수의 아내 혹은 딸을 강간살해한다….
추리소설이라는 대분류 안에는 무수한 세부 장르가 있다. 그리고 현대 스릴러물에 가까울수록, 범인의 잔인함과 영리함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탐정이나 형사 주변의 여자들이 수난을 겪는 일이 많다. 영화로 예를 들자면, &l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왜 탐정 주변의 여자들은 고통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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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냘픈 펜선이 하늘을 휘감고, 곧이어 등장한 붓선이 천지를 흔든다. 오오네 히토시 감독이 출연하고, 구도 간쿠로가 각본을 쓴 <바쿠만>은 만화를 매개로 청춘과 성장, 노력의 중요성, 그리고 성공까지의 지도를 상세히 그려주는 만화영화다. 2015년 개봉해 일본 아카데미상 6개 부문을 수상했는데 눈에 띄는 건 쓰즈키 유지 미술감독이 설계한 선의 세상이다. 영화의 중반부 회심의 만화 <세상은 돈과 지혜>를 그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멋진 클라이맥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 마시로 모리타카(사토 다케루)는 프레임으로 구성된 만화의 3차원을 펜과 붓으로 휘갈긴다. 카메라는 위아래, 좌우를 유연하게 움직이며, 덩달아 펜은 향기를 풍기듯 진한 자국을 남긴다. 만화를 소재로, 원작으로 했기에 당연히 취했을 기법이지만, 영화의 배경을 버리고 만화의 컷으로 장면을 구성한 아이디어는 그럴싸한 효과를 낸다. 외부환경과 캐릭터의 개입 없이 장면이 완성되는 덕에 관객은 영화 스
[정재혁의 영화비평] 만화에서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선명하게 살아난 것 <바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