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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마이 엔젤>
2016 <그대 이름은 장미>
2015 <초인>
싸움에 휘말렸다가 징계를 받고, 늘 해오던 운동을 난데없이 그만두겠다는 고등학생 도현. 하지만 징계를 내리는 담임선생님도, 벌을 세우는 체조선생님도 도현을 향하는 눈길엔 애정이 그득하다. 심지어 닭볶음탕에서 닭다리를 많이 먹을 거라 했을 뿐인데 ‘양아치’라는 말과 욕지거리를 뒤집어쓴 친구 민식도 도현에게 성난 대꾸가 없다. <초인>의 도현은 밉지 않은 말썽쟁이다. 낯선 또래에게 넉살 좋게 말을 붙이는 건 기본, 행동 하나하나에 긍정의 기운이 묻어난다. 하지만 그의 긍정은 절망 속에서 피어난 것이다. 어릴 적 곁을 떠난 아빠는 다복한 가정을 일구어 잘 사는 반면 엄마는 치매에 걸려 아들도 못 알아보고 자꾸만 돌이킬 수 없는 우울 속으로 발을 딛는다. 영화가 진행되며 몇겹의 아픔이 더해갈수록 도현의 말간 얼굴에도 그늘이 점점 드리운다. 하지만 철없는 소년이 사연 많
[who are you] 배우란, 감정을 선물하는 일 - <초인>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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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46번째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는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꿈을 찾아 할리우드에 온 한 젊은 남자의 뒤를 쫓는다. 그의 이름은 바비(제시 아이젠버그). 외삼촌 필(스티븐 카렐)이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제작자인 덕분에 그는 손쉽게 영화계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되고, 필의 비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애인이 있다. 보니는 안정적이지만 바쁜 애인과 자신만을 바라보는 바비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애인을 택한다. 바비는 다시 뉴욕으로 떠나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두 남녀는 뉴욕에서 재회한다.
1930년대 할리우드를 조명한다고 해서 코언 형제의 <헤일, 시저!> 같은 영화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진저 로저스, 베티 데이비스, 프레드 아스테어와 게리 쿠퍼처럼 당대를 풍미하던 스타들의 이름이 수두룩하게 호명되지만 그들은 그저 바비와 보니가 살아가며 스쳐 지나는 풍경에 불과할 뿐이다. 백만장자와 패션잡지 모델, 스
[칸 스페셜] 개막작 <카페 소사이어티>는 어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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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심사위원장 조지 밀러가 이끄는 심사위원단 9명만이 안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유명 감독(아르노 데스플레생, 라슬로 네메시)과 유명 배우(매즈 미켈슨, 도널드 서덜런드, 커스틴 던스트, 발레리아 골리노, 바네사 파라디)로 구성된 게 눈에 띈다. 이중 배우만 무려 5명인데, 이 사실이 심사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다음은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인상적인 말들을 모았다.
조지 밀러_“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좋은 영화를 보는 것. 올해는 라인업이 훌륭하다. 둘째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칸은 영화 학교 같지 않나. 민주적으로 심사할 생각이냐고? (다른 심사위원들을 둘러보며) 비민주적일 수가 없다. (일동 폭소) 우리 9명은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발레리아 골리노_“심사위원단의 일부가 된 건 어떤 작품을 선택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아름답고, 삶의 기적을 담
[칸 스페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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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쇼퍼> Personal Shopper /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 제작국가 프랑스
프랑스영화의 현재를 대표하는 시네아스트,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신작 <퍼스널 쇼퍼>는 줄거리를 들어도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는 작품이다. 패션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 업계에 완전히 질린 한 젊은 여성이, 몇달 전에 죽은 쌍둥이 형제가 신호를 주기를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고전 호러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는 루머도 솔솔 들려온다. 여기까지 들어도 역시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아사야스의 전작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국내 개봉 당시 <씨네21>에 소개된 인터뷰 한 구절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이 영화를 만들며)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차별 없이 드러내 세상을 재창조하는 문제 혹은 무언가를 제거하는 것만큼 또 반드시 드러내는 문제를 염두에 두었다.” 어쩌면 아사야스는 유령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 패션이라는 지극히 물질
[칸 스페셜] <씨네21>이 꼽은 경쟁부문 기대작 10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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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 삐뽀, 삐뽀.” 개막식 하루 전날인 5월10일(프랑스 현지시각),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앞 라 크루아제트 거리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프랑스 정부가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수백명의 경찰과 특수부대를 칸에 투입한 것이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프랑스에 아직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 특수부대뿐만 아니라 민간요원 400명을 투입했으며 조금도 방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칸 시내에만 500대의 CCTV가 설치될 정도로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은 가운데, 제69회 칸영화제가 5월11일 막을 올렸다.
“올해는 스타들이 대거 참석하는 해다.” <르몽드>에 보도된 티에리 프레모 칸 예술감독의 말대로 올해 칸 상영작은 “우리가 잘 아는 감독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가 배우 크리스틴 스
[칸 스페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개막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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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지난 5월9일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은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하 김동호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아 현 상황을 수습하고, 올해 부산영화제를 잘 치르기로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서병수에서 김동호로 조직위원장만 바꾸는’ 이른바 ‘원포인트 정관개정’에 합의한 것이다. 올해 영화제를 열기 위한 준비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한에 몰린, 양쪽 다 수용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로 보인다.
돌이켜보자. 부산영화제 사태의 시발은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다툼이다. 초청작으로 선정한 작품을 상영하지 말라는 부산시장의 공개적인 ‘개입’에, 영화제의 독립적인 고유 권한이라며 상영을 강행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하 이용관 전 위원장)에 대한 ‘보복’이 명백한 ‘팩트’다. 예산 삭감, 감사원 감사와 이용관 전 위원장 검찰 고발, 기소로 이어진 일련의 상황은 상식적인 국민은 물론 전세계 영화인들이
[한국영화 블랙박스]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이용관 전 위원장 언급 없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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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은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관계로, 개봉관에서는 못 볼지도 모르는 무삭제 상영이라는 것이 예매 시작 20분 만에 매진되도록 만들었다. 3회 이상 개최된 영화제에 한해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을 부여받지 않은 작품도 상영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관련 법령에 따른 것이었다. 아예 등급부여 심의 자체를 거부해온 인권영화제를 제외하면, 국내 영화제가 등급보류 조치로 인해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 불허된 작품을 상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물론 영화제쪽의 자체 연령제한 규정에 따라 18세 이상의 관객에게만 관람이 허용됐다.
당시 폐막을 이틀 앞둔 10월21일자 <씨네21> 부산국제영화제 공식데일리 8호를 보면 “18세 이상 관객만 입장시키기 위해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미처 입장권을 발급받지 못한 100여명의 게스트를 들여보내는 데 시간이 걸려 예정시간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이용관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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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전원사
홍상수 감독이 5월11일 프랑스 칸에서 열여덟 번째 장편영화를 크랭크인했다. 이자벨 위페르가 고등학교 파트타임 교사이자 작가로 등장하며 정진영, 김민희, 장미희가 출연한다. 영화의 제목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리얼라이즈픽쳐스, 덱스터스튜디오
김용화 감독이 연출하는 <신과 함께>가 최종 캐스팅을 확정했다. 이정재,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마동석, 김향기, 김동욱, 도경수, 김해숙, 오달수, 임원희, 장광, 정해균, 김하늘이 출연한다. 촬영은 5월 말 시작할 예정.
더 램프
장훈 감독 신작 <택시운전사>에 <피아니스트>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에 출연한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치만이 캐스팅됐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세계로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역으로, 택시운전사 역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다.
[인사이드] 홍상수 감독, 칸에서 이자벨 위페르 주연 영화 크랭크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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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7일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폐막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영화제 관객수는 다소 줄었고 좌석 점유율은 높아졌으며 매진 회차는 늘었다. 5월7일 예매분까지 반영된 관객 통계를 보면 총관객수는 약 7만1천명(2015년 7만5351명), 좌석 점유율은 약 79%(2015년 76.2%), 매진 회차는 219회(2015년 176회)를 기록했다. 매진 회차는 역대 최다 매진 회차인 지난 15회 때의 214회차를 경신했다. 영화제 결산 결과에 대해 이상용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영관의 좌석 규모는 줄었다. 하지만 상영 회차를 늘려 축제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자는 취지가 적중했다”고 전했다. ‘집중’이라는 올해 영화제의 기조에 따라 상영관을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로 전부 모은 것도 동선을 최소화해 관객 분산을 막는 데 유효했다. 한동안 진행하지 않았던 폐막식과 폐막작 상영도 관객과 전주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
[국내뉴스] 내년에 만나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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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주인공으로 한 신작의 촬영을 지난 5월11일 개막한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시작한다.
이자벨 위페르는 지난 2012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던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에 출연했었다. 홍상수 감독과 이자벨 위페르는 <다른 나라에서>를 마친 후 “꼭 다시 영화를 만들자”고 의기투합을 했고 이번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
폴 버호벤 감독의 <엘르>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자벨 위페르는 영화제 공식 일정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홍상수 감독의 신작 촬영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에서 배경이 되는 칸영화제가 어떤 식으로 영화에 반영될지는 아직 모른다. 홍상수 감독의 전작인 <밤과 낮>의 경우 파리에서 촬영됐지만, 파리의 유명한 장소는 단 한곳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신작 역시 어떤 식으로건 영화제를 익숙한 입장에서 조명하는 것이 되지는
홍상수 감독, 이자벨 위페르와 함께 칸에서 신작 크랭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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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아이덴티티는 즉각적이고 간결하다. 화려하고 빽빽하게 프레임을 채웠던 기존 국내 영화제들의 접근과는 많이 다르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그래픽디자인 전반을 담당한 스튜디오 헤이조의 조현열 디자이너는 “가장 단순한 게 가장 아름답고, 가장 적은 게 가장 많다”고 생각한다. 평소 작업에서 과감하게 글자를 배치해온 그는, 전주와 필름페스티벌이라는 키워드의 자소가 ‘ㅈㅈ’와 ‘ㅍㅍ’ 형태로 반복되는 특징을 활용해, 자신이 직접 손으로 쓴 지읒과 피읖을 큼직하게 배치했다. 자신의 취향을 고수하면서도 한글 사용을 강조하는 지자체의 보수적인 성향에도 부합되는 결과물이었다.
그와 전주국제영화제와의 연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영화제에서 열린 전시 <왕빙: 관찰의 예술>의 포스터와 리플릿을 디자인하고, ‘100 Films 100 Posters’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영화제 아이덴티티를 비롯해 티켓 카탈로그, 기념품, 현수막 등 영화제
[영화人]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 -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그래픽디자인 담당한 조현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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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이 신수원 감독의 신작 <유리정원>에 출연한다. <유리정원>은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마돈나>로 초청받은 신수원 감독의 신작이다. 박사 과정의 연구원 재연(문근영)을 둘러싼 일련의 신비한 사건이 소설가의 시선으로 구현되는 독특한 형식의 미스터리 영화다. 문근영이 연기하는 재연은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박사과정의 연구원으로 지훈이라는 소설가의 소설 속 인물로 출생과 신체의 비밀을 지닌 여인이다.
신수원 감독은 “<유리정원>은 타인의 욕망 때문에 자신의 이상이 꺾인 채, 비밀의 숲에서 살고 있는 한 과학도와 그녀의 삶을 재현하는 소설가의 이야기를 통해 공존의 가치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문근영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예상치 못한 판타지적인 미스터리 전개가 단숨에 몰입시켰다.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캐릭터이기에 더욱 욕심이 나고 애정이 간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 분들께 새로운 모습을 보
문근영, 신수원 감독 신작 <유리정원> 출연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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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비주얼 감각을 선보인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아마 모호한 시공간 위에 가상의 ‘홍길동 월드’를 지어내는 일이었으리라.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아 그를 설계한 장본인은 장근영 미술감독이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장르물이었던 <화산고>(2001) 미술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지구를 지켜라!>(2003)로 제2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기술상을 수상했으며,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중천>(2006) 등의 장르영화들로 뚜렷한 색깔의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갔다. 그런 그가 약 10년의 공백기를 가진 후, 2016년 <탐정 홍길동>의 미술감독으로 돌아왔다. “늘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고 싶고, 새로움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는 그는 과감한 표현으로 조성희 감독의 세계관을 구현해냈다. 여기엔 스크린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따랐다. 5천권의 책을 커피물에
[씨네인터뷰] “만들고 칠하고 덧입혀 구현한 홍길동 월드” -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장근영 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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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한국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했다. 엘리너 파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에리히 케스트너, 모리스 샌닥, 앤서니 브라운 등등 역대 수상자 이름만으로도 이 상의 무게와 신뢰도는 설명이 불필요하다. 결국 트로피는 다른 후보에게 돌아갔지만 40개국 약 80명의 후보 가운데 10인의 최종 리스트에 호명된 성과는 아직 젊은 작가 본인은 물론, 그림책과 북아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흥분을 안겼다. 20여년 전 나는, 같은 학교를 다닌 인연으로 서양화과 학생 이수지의 그림을 본 적이 있었다. 형태를 완벽히 장악한- 도미에를 닮은- 데생과 육감적 색채가 생동하는 그녀의 그림은 한번 보면 혼동할 수 없는 부류였다. 캔버스 대신 책을 매체로 택한 이수지의 작품들을 뒤늦게 일람하면서 그녀가 기질과 재능에 맞는 날개를 찾았음을 확인했다. 이수지의 그림책은 풍만하면서도 비전이 확고하다. 특히 책의 접지면을 논리적으로 활용한 대표작들은, ‘경계
[trans x cross] 형식을 딛고 상상을 열다 - 그림책 작가 이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