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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은 <추격자>(2008), <황해>(2010)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남 곡성. 경찰 종구(곽도원)는 마을에 사람이 죽었다는 보고를 받고 사건 현장으로 출동한다. 며칠이 지난 뒤 화재 사고가 나 집이 불에 타고 사람이 또 죽는다. 또, 한 마을 남자는 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팬티만 달랑 걸친 일본 노인(구니무라 준)이 산짐승의 내장을 파먹는 걸 우연히 목격하고 기겁한다. 살인, 화재, 자살 등 온갖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마을은 뒤숭숭해진다. 자살로 죽은 여자의 집 앞을 수사하고 있던 종구는 사건을 목격했다는 정체불명의 여자 무명(천우희)을 만난다. 무명은 일본 노인이 귀신이라는 사실을 종구에게 알려주고, 종구는 일본 노인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때 종구의 딸 효진의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종구는 일본 노인의 집을 찾아가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딸을 치료하기 위해 무당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을 한다.
실체가 불분명한 폭력(악)의 근원을 찾아나서다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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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하는 행위 예술을 가족의 ‘업’으로 여기는 아버지(크리스토퍼 워컨)와 어머니(마리안 플런킷) 밑에서 누나인 애니(니콜 키드먼)는 꽤 유명한 배우로, 남동생인 벡스터(제이슨 베이트먼)는 소설가로 성장한다. 남매에게 부모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하지만 어이없는 사건에 휘말려 남매는 부모 집에서 한동안 지내야 할 상황에 빠지고, 다시 한번 ‘공연’을 하자고 우기는 부모와 언쟁을 벌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부모가 갑자기 실종되고 남매는 부모가 남겨놓은 흔적을 따라 그들을 찾아나선다.
사실 아버지가 추구하는 퍼포먼스는 ‘몰래 카메라’에 가깝다. 은행 강도를 위장하거나 가짜 쿠폰으로 가게 주인을 속이는 상황을 연출하고 몰래 이 장면을 촬영하는 방식이다. 아버지는 이것이 예술이라고 믿지만 그런 아버지 때문에 남매는 모두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회의에 빠지고 만다. 이런 설정 속에 영화는 영리하게 아버지가 벌이는 퍼포먼스와 실종사건을 뒤섞어 관객으
상상초월 행위예술가 부모님의 실종사건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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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를 가진 누군가가 옳지 않은 일을 지시할 때 우리는 그 말을 따라야 할까? 1961년,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 교수(피터 사스가드)는 평범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복종 실험’을 진행한다. 이 실험의 내용은 참가자에게 ‘선생’의 역할을 부여한 뒤 문제를 맞히지 못한 ‘학생’에게 벌로 전기 충격을 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65%가 넘는 참가자들이 처음 만난 타인에게 강한 전류를 반복적으로 흘려보내는 충격적인 결과가 드러난다. 이 결과를 두고 밀그램 교수는 복잡한 기분에 휩싸인다. 과연 이 실험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걸까?
<밀그램 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양쪽에서 활발히 활동을 펼치는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지금도 논쟁을 만들어내고 있는 ‘복종 실험’ 그리고 평균적으로 여섯명만 거치면 타인과 연결될 수 있다는 ‘작은 세상 실험’ 등을 진행했던 밀그램 교수의 실제 삶을 다룬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평범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복종 실험’ <밀그램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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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눈이 가려지고 양손이 묶인 채 수풀을 헤치며 달려온다. 그 뒤로는 나무에 반쯤 몸을 숨긴 수상한 남자가 그녀를 지켜본다. 몇 미터 앞에는 칼처럼 날카로운 나뭇가지 하나가 그녀가 다가오는 방향을 향해 불쑥 튀어나와 있다. 그대로 달린다면 나뭇가지에 몸을 관통당할 아찔한 상황이다. 결정적인 순간, 그녀에게 위험을 알리는 다급한 외침이 들린다. 이곳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 캠프장이다. 미셸(메이애라 월시), 크리스티(조셀린 도나휴), 윌은 캠프를 미리 체험하기 위해 온 교사이며, 안토니오는 캠프 관계자다. 방금 미셸과 크리스티가 한 건, 한 사람이 눈을 가리고 다른 사람이 방향을 지시해주는 신뢰 게임이다. 상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미셸과 달리 크리스티는 상대를 잘 믿지 못한다. 그날 저녁 숙소에 도착한 이들에게 이상한 일이 연이어 벌어진다. 공포가 게임으로 바뀌는 오프닝에서 출발한 영화는 이를 뒤집어 게임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을 거울처럼 맞붙인다. 숲이라는 공간에 방점을
게임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 <캄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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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온 세계는 진짜 세계의 일부에 불과했다. 혹독한 시련을 통해 다섯개 분파의 구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다이버전트’로 인정받은 트리스(셰일린 우들리). 그런데 부패한 권력과 싸워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트리스와 동료에게 또 다른 목표가 생긴다. 바로 누구도 넘은 적 없는 거대한 벽을 넘어 더 넓은 세계와 만나는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 이블린(나오미 와츠)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트리스와 동료는 벽을 넘는 데 성공하고, 이때부터 충격적인 진실이 잇따라 밝혀진다.
베로니카 로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이버전트 시리즈: 얼리전트>는 <다이버전트>(2014), <인서전트>(2015)에 이은 <다이버전트> 4부작의 세 번째 작품이다. 연출은 전작에 이어 로베르트 슈벤트케 감독이 맡았으며, 앞의 두편과 달리 도시 내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벽 바깥에 존재하는 새로운 세력과의 만남과 대결을 그린다.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큰 특
거대한 벽을 넘어 더 넓은 세계와 만나다 <다이버전트 시리즈: 얼리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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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 투(티아 마이피)는 완고한 아버지 잭(존 투위)의 눈을 피해 힙합 크루 2PK에서 춤을 추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노발대발하며 투에게 군 입대를 명령하는데, 때마침 투는 꿈에 그리던 K크루에 오디션을 볼 기회를 얻는다. 친구들과 아버지에게는 비밀로 하며 K크루 활동을 이어가던 투는 K크루 리더 케인(조던 크뤽섕크)에게 자신의 창작 안무를 빼앗기게 된다. 2PK 멤버들에게조차 비밀로 했던 일이기에 투는 홀로 고민을 거듭하는데 그 와중에 투의 마음은 케인의 연인 사샤(케링턴 페인)에게 끌리고 있다.
투의 성장과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 줄기는 진부하기 짝이 없다. 투에게는 일생일대의 고민이겠지만 그것이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는 건 드라마가 듬성듬성한 탓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깊이 몰입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가볍고 재미있게 즐길 만하다. (만화 <언플러그드 보이>의 명대사인) ‘난 슬플 땐 힙합을 춰’와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장면이라든지 클라이맥
힙합 크루의 춤을 구경하는 재미 <뉴 스텝업: 어반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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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고갈되어 불면에 빠진 작가 펑정지에는 자신의 주위를 스치는 여성의 희미한 이미지를 좇는다. 그가 좇는 심미적 가상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여성으로 이미지화되었다. 영화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는 기존의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어느 한 장르로 설명하기 힘든 예술가 에세이다. 펑정지에가 예술적 뮤즈를 따라가는 느슨한 극적 전개에 창작을 위한 치열한 모색의 과정에서 마주치는 즉물적 이미지들이 묘하게 얽혀들었다. 그가 가는 공간마다 그녀가 있다. 그런데 다시 돌아보면 그녀는 사라지고 없다. 꿈과 현실과 환상은 점차 경계가 와해되고 영화는 예술가의 궁극적인 내면으로 서서히 파고들어간다.
이 작품은 민병훈 감독이 펼치는 아티스트 시리즈 중 한편이다. 앞서 그는 단편 <감각의 경로>에서 현대화가 김남표를, <페르소나>에서 팝아티스트 마리킴을 다루었으며 차기작 <황제>에서는 젊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작품에는 중국 여
민병훈 감독이 펼치는 아티스트 시리즈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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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인 병장 태익(장인섭)은 어린 시절 풋풋한 감정을 품었던 사촌 아리(배소은)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말년 휴가를 나온 태익은 12년 만에 모인 친척들 모임에서 아리를 재회한다. 아리는 12년 전 모습 그대로 스스럼없이 태익에게 장난을 걸지만, 태익은 어린 시절 옥상에 물을 받아놓고 아리와 짓궂은 장난을 치다 서로를 끌어안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태익은 집세를 내라는 어머니의 말에 일자리를 구하다 사촌 형이자 아리의 오빠인 수현의 파티 기획을 돕기로 하고, 그들의 집에서 숙식하게 된다. 함께 지내는 동안 태익과 아리는 서로에게 이끌리며 자신의 감정을 깨달아가고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감정이 깊어질수록 현실의 무게 또한 느껴진다. 이윽고 태익은 휴가를 마치고 군대로 복귀할 날이, 아리는 유학을 떠날 날이 다가온다.
금기와 그를 넘어서는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다. 과거 시절의 표현은 좋다. 어린 시절 친척들의 관계 묘사에 대한 스케치는 리얼하고, 짓궂고 우악스럽게
금기와 그를 넘어서는 사랑 <사돈의 팔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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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린전신(송운화)에게 ‘행운의 편지’가 도착한다. 받은 지 일주일 내로 누군가에게 돌려보내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그 편지다. 소심한 린전신은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몇명에게 행운의 편지를 보내는데 그중 한명이 학교의 천덕꾸러기 쉬타이위(왕대륙)다. 불행히도 눈치 빠른 쉬타이위는 편지의 발신인이 린전신임을 알아내고 린전신을 못살게 군다. 미운 정도 정이라던가. 붙어다니는 동안 둘은 어느새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되고 각자의 짝사랑이 성사되도록 서로를 돕는다.
대만의 숱한 청춘영화를 기억한다. <남색대문>(2002), <영원한 여름>(2006), <말할 수 없는 비밀>(2007), <청설>(2009),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청춘의 한 자락을 아련하게 그려낸 이 영화들의 연장에 <나의 소녀시대>가 있다. <나의 소녀시대>는 일본 순정만화와 국내 하이틴 소설의 정서가 교묘하게
청춘의 한 자락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낸 영화 <나의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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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소년 욘(울리크 문테르)이 마을로 돌아왔다. 떠난 지 2년 만이다. 마중 나온 아버지와의 사이는 어딘가 어색하다. 가족은 아버지와 남동생이 전부로, 가까운 곳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묘하게 여성성이 부재하는 가족이다. 식사하고 운동하고 쇼핑하는 일상이 이어지지만 소년 욘과 가족 그리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묘한 적의와 긴장감이 감돈다. 2년 전 소년 욘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하지만 분명한 건 영화 <히어 애프터>가 과거의 미스터리를 돌아보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세계엔 손쉬운 공감도, 치열한 고발도, 인간적 포용도 없다.
마을 사람들의 적대감에 고독하게 맞서는 소년이라는 설정은 영화 <더 헌트>를 강력하게 연상시킨다. <이다>의 촬영감독 루카시 잘이 선보이는 견고한 앵글과 절제된 미장센은 영화의 미학적 입장을 분명히 한다. <히어 애프터>는 근래의 인상적 북유럽영화의 계보를 이어가는 영화다. 감독
인상적 북유럽영화의 계보를 이어가는 영화 <히어 애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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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제작 영화사 레드피터 / 감독 연상호 / 출연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 / 배급 NEW / 개봉 7월 예정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긴급재난경보를 선포하고, 사람들은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으로 향한다. 가족보다 일이 우선이었던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도 딸 수안(김수안)과 부산행 KTX에 오른다. 아내를 지키고 싶은 남자 상화(마동석), 임신부 성경(정유미), 야구부원 영국(최우식)과 매니저 진희(안소희) 등 기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을 안은 채 부산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 선 굵고 사실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여름 시장에 걸맞게 재난 상황에서 일어날 드라마, 유머, 액션이 모두 담긴 종합 엔터테이닝 영화를 목표로 제작됐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호흡이 할리
[Coming Soon]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으로 향하는 사람들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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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나홍진의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2005)는 무시무시한 집요함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손님으로부터 ‘완벽한 도미요리’를 주문받은 요리사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요리를 완성하려 하지만, 결국 무엇 때문에 요리를 만드는 것인지도 잊은 채 완벽에만 몰두한다. 그때부터였을까. <완벽한 도미요리>로부터 출발해 <추격자>와 <황해>를 거쳐 <곡성>에 도달한 감독 나홍진의 세계는 그게 무엇이든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집요함으로 무장한 인물들의 강렬한 에너지로 들끓는다. 그리고 그러한 인물들의 특성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탐구한다’는 나홍진의 치열한 연출관과도 맞닿아 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영화들이 매 작품을 거치며 고민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는 거다. “이제는 <추격자>가 나의 가장 큰 적이 되어버렸다”고 말하던 감독은 전작에 안주하지 않고 그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새로운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방식을 끝까지 밀어붙일 줄
[메모리]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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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컴투게더>
2014 <철원기행>
2012 <이방인들>
2010 <간증>
<철원기행>을 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한편의 주목할 만한 영화를 만나게 되는구나. 2박3일간 철원에 모인 가족, 소원했던 관계의 회복 같은 피상적인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그 기록은 집요하고 역동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그래서 신인 연출자 김대환 감독의 차기작은 뭐래?’이며, 그 즉시, 당연하다는 듯 김보람 촬영 감독의 존재가 궁금해진다. 연출, 각본, 연기 등 이 영화의 많은 장점 중에서도 폭설로 고립된 철원과 아버지의 관사를 생동감 있게 담아낸 촬영은 설명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김대환 감독이 “다음 영화도 모두 함께하고 싶다”며 평생계약을 외친 김보람 촬영감독은 아카데미에서 촬영을 전공(23기)한 영화인이다. 원래 국문학을 공부하다가 촬영을 시작했는데, 첫
[영화人] 새벽에는 헌팅, 아침에는 촬영 - <철원기행> 김보람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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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열린다.
지난 2014년부터 이어졌던 BIFF와 부산시의 갈등이 일단락 되었다. 영화제 측이 주장했던 지금의 영화제 정관 가운데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당연직으로 맡는다는 조항을 삭제하였고,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해 올해의 영화제를 우선적으로 치르기로 했다.
이 같은 정관개정과 조직위원장 위촉은 5월 중 임시총회를 열어 처리하고, 전면적인 정관개정은 내년 2월 정기총회때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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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공식입장 전문
부산국제영화제는 그 동안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의 독립적인 운영을 지키기 위해 부산시와 오랫 동안 협의를 해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협의과정에서 중요한 첫 걸음을 오늘 5월 9일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함께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정관에서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당연직제를 없애고 민간인이 조직위원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했다
BIFF-부산시, 영화제 개최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