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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이 쓴 <만약은 없다>는 환자의 죽음에 대한 의사의 치열한 투쟁 기록이다. 삶과 죽음이 시시각각 결정되는 응급실이란 공간. 그곳에서 저자는 한명이라도 더 삶의 품으로 끌어오고자 분투하지만 차마 막지 못한 환자의 죽음에 대해선 그 순간을 곱씹고 마음에 새긴다. 1부에서는 저자가 지키지 못했던 생을 돌이켜본다. 병명에 가려진 환자 저마다의 사연과 긴박했던 의료 과정을 생생하게 더듬는다. 2부는 응급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인간사와 거기에 담긴 희로애락을 그린다. 1부보다는 훨씬 경쾌한 톤으로 휴머니티 가득한 에피소드들을 담는다. 38편의 이야기 끝에는 공통적으로 통렬한 자기반성의 시간이 따른다. ‘만약은 없다’라는 단언은 저자 남궁인이 의사로서 견지하는 태도와 닿아 있다. 새로운 환자를 만날 때마다 의사 남궁인은 헛된 희망 대신 단호한 다짐을 더한다. <만약은 없다>에는 한국의 의료현실과 사회현상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이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만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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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덕후들의 덕심을 제대로 자극하는 아이언맨 지침서가 나왔다. 미국의 코믹스 전문가 대니얼 월리스가 글을 썼고, 그래픽 노블 전문 번역가 이규원이 한국어로 옮겼다. <아이언맨 매뉴얼>은 토니 스타크의 A.I. 비서 자비스가 스타크의 둘도 없는 파트너, 페퍼 포츠에게 아이언맨의 모든 것에 관해 브리핑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홀로그램 스크린을 통해 다음 스크린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그려진다. 자비스는 “온갖 주제에 대한 테라바이트급 정보”들이 녹아 있다며 자화자찬하지만 과장을 조금 덜어내면 틀린 말도 아니다. 토니 스타크의 성격, 인생사, 가족 관계를 고루 훑으며 시작한 책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역사, 아이언맨의 아머들, 저택과 작업실, 아이언맨을 향한 국제적 위협의 사례와 든든한 친구들까지 152페이지에 걸쳐 총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아이언맨> DVD와 블루레이 속 장면들, 제임스 캐리의 일러스트가 각 페이지를 알차게 채운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아이언맨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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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는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파문 하나 없는 아침의 풀장에서 발로 벽을 살짝 찰 때의 감촉, 겨울밤에 부스럭부스럭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존재. 이렇듯 행복의 정수는 작지만 확실한 것(小確幸)에 있다고 소설가는 말한다.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의 그림책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는 연인과 함께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순간들로 가득하다. 함께 책을 읽고, 요리를 하고, 산책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그림의 소재다. 간간이 등장하는 길고양이 가필드와 작은 새 짹짹이를 제외하고 그림 속에 담기는 인물은 오로지 연인뿐이다. 그림체는 그림의 사연만큼이나 소박하다. 투박한 연필선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밝고 다채로운 색채들은 시공간의 아늑함을 표현한다. 그림 곁에는 닭살스러울 정도로 꾸밈없는 사랑의 언어들이 함께한다. “뽀뽀: 그 어떤 것보다 효과 좋은 피로 회복제예요!” “자꾸만 안고 싶은 걸 어떡해요. 사랑스러운 당신.” ‘퍼엉’이란 작가의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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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발견한 로마는 진흙으로 되어 있었지만 내가 남기는 로마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을 것이오.” 제정 로마의 근간을 마련하고 200년에 달하는 팍스 로마나를 이끈 고대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소설 <아우구스투스>는 여리고 명민한 열아홉 청년 옥타비우스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로마의 1인자 아우구스투스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는다. 아우구스투스는 이미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안토니우스에게 군사력과 재력 면에서 열세였지만 노회한 정치적 감각과 선왕의 명예 회복에 대한 의지로 내전에서 차근차근 승리를 쟁취해나가며 초대 황제 자리에 오른다. 1부가 공적 영역에서 주인공의 입신을 다룬다면 2부는 그와 달리 철저히 불운했던 사적 생활을 그린다. 황제는 후계자 문제를 둘러싼 파벌과 암투에 얽혀 애지중지하던 무남독녀 딸을 유배하기에 이른다. 1, 2부는 황제 주변 인물들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아우구스투스의 친구, 신하, 정치적 라이벌, 딸, 아내, 유모 등 다양한 관계에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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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씨네21> 북엔즈에 꽂힌 7권의 책은,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동반하는 작품들이다. 역사소설 <아우구스투스>는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관찰을 통해 고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라는 인물을 재구성한다. 일러스트북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는 연인과 함께하는 소중한 일상의 시간을 100장의 그림을 통해 세심하게 묘사한다. 코믹스 전문 서적 <아이언맨 매뉴얼>은 21세기 슈퍼히어로의 끝판왕 아이언맨의 A to Z를 담고 있고, 픽션과 에세이의 경계에 서 있는 <만약은 없다>는 치열한 의료현장 속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에 대해 숙고한다. 교양서적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는 한국과 남다른 외교를 구축한 미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제공한다.
미국 출신의 존 윌리엄스는 출간한 지 50년 된 소설 <스토너>로 지난 한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주목받은 소설가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
[도서] 애정 담긴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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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다랭이(多+language+異) 마을에 한국, 브라질, 프랑스, 타이, 러시아, 베네수엘라, 중국에서 온 7명의 남녀가 모인다. 그리고 이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놀랍게도 오직 모국어만 사용해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tvN의 <바벨250>은 7개 다른 나라에서 온 남녀가 모국어로만 생활하고 소통하는, 심지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으로 담아낸다. ‘바벨’은 구약성서 창세기의 바벨탑의 그 바벨이다. 높은 탑을 쌓아올려 하늘의 권위에 닿으려 했던 인간에게 분노한 신이 그들에게 각기 다른 언어를 주어 오해와 불신을 쌓도록 한 의미심장한 이야기. 이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 7개국의 젊은이들에게 소통을 빼앗은 것 만으로 모자라 불통 상태에서 공통의 미션을 실현시키게 한다. 그들 모두를 아우르는 새로운 언어인 ‘바벨어’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브라질의 삼바 챔피언이자 망게이라 음악학교의 리더, 러시아의 SNS 스타, 미스 베네수엘라, 타이의 1
[김호상의 TVIEW] 바벨 마을에 모인 일곱 남녀들 <바벨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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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니피센트 7> The Magnificent Seven
감독 안톤 후쿠아 / 출연 덴젤 워싱턴,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 맷 보머, 빈센트 도노프리오, 이병헌, 마틴 센스마이어, 캠 지갠뎃, 헤일리 베넷, 비니 존스 / 수입·배급 UPI코리아 개봉 9월 예정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원전으로 삼았던 존 스터지스의 대표적인 서부극 <황야의 7인>(1960)이 다시 태어난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신작 <매그니피센트 7>은 율 브리너와 스티브 매퀸 주연의 흥행작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리메이크했다. 악당의 습격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고용된 7인의 무법자들이 벌이는 액션영화로 현상금 사냥꾼 샘 역에 덴젤 워싱턴, 도박꾼 조시 역에 크리스 프랫, 명사수 로비사우 역에 에단 호크, 트래커 잭 호너 역에 빈센트 도노프리오, 무법자 바스케즈 역에 마누엘 가르시아 롤포, 워리어 붉은 수확 역에 마틴 센스마이어
[Coming Soon] 정의가 사라진 세상,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 <매그니피센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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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하고 의로운 쾌남. 이민호가 연기한 <바운티 헌터스>(감독 신태라)의 이산은 그런 남자다. 평상시엔 세상만사 관심없다는 듯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도 일이 터지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제 영역을 지키려 하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 같은 남자다. 이산 곁에 형제처럼 붙어다니는 파트너 아요(종한량)가 실리에 빠르고 유들유들한 재간둥이라면, 이산은 정반대로 실리보단 의리가 먼저인 사람이다. 정의란 게 대체 뭔지, 그 정과 의 때문에 이산과 아요는 매번 고난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 <바운티 헌터스>의 재미는 이산과 아요가 스스로 만든 고난으로부터 어떻게 기지를 발휘해 빠져나오는지를 지켜보는 데에 있다. 유쾌하고 시원한 첩보코미디영화 속의 매력적인 주인공 이산은 대중과 매체가 이민호라는 배우에게서 보고 싶어하는, 이민호의 매력과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낸 캐릭터다. 이민호의 중국에서의 인기도 인기지만, 마침 맞은 적역이라서인지 지난 7월1일 중국에서 개봉한 &
[커버스타] 살아 있는 눈빛으로 끝까지 - <바운티 헌터스>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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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기엔 아쉬워서, 좋았다니 더 아쉬워서….” 그래서 인디스페이스가 준비했다. ‘놓치기 아까운 2016 상반기 독립영화: 사실, 나도 보고 싶었어’ 기획 상영전이다. 정지우 감독의 <4등>, 사만다 푸터먼, 라이언 미야모토 감독의 <트윈스터즈>, 앨버트 신 감독의 <인 허 플레이스>까지 세 작품을 8월12일 금요일부터 24일 수요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한다.
<4등>은 만년 4등 수영선수 소년 준호(유재상)의 성장담을 통해 현실과 일상에 스며든 폭력의 면모를 세심히 살핀다. <트윈스터즈>는 각각 다른 나라로 입양돼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25년을 살았던 쌍둥이 자매의 우연한 만남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인 허 플레이스>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소녀와 비밀리에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소녀를 찾아온 여성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놓치기 아까운 세편의 영화를 스크린에서 다시 마주할 수 있는 드문 기
[인디나우] 이번엔 놓치지 말자, <4등> <트윈스터즈> <인 허 플레이스> 기획 상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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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로우 더 무비> HiGH&LOW THE MOVIE
감독 구보 시게아키 / 출연 아키라, 아오야기 쇼, 다카히로, 승리
5개의 불량 조직이 모인 S.W.O.R.D 지구. 조직간 자존심을 건 영역 다툼이 벌어진다. <하이&로우 더 무비>에는 일본의 인기 남성 그룹 에그자일과 산다이메 제이솔 브러더스 멤버들이 대거 출연한다. 빅뱅의 승리는 한국 폭력 조직 보스의 아들 리 역할을 맡아 일본 스크린에 데뷔한다. 에그자일 멤버 아키라가 연기하는 고하쿠와 지역 장악을 도모하는 캐릭터다. ‘하이&로우’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만화, 공연 등 다양한 매체로 만들어지는 프로젝트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6.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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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거윅이 <작은 아씨들> 리메이크작을 각색한다
=루이자 메이 올콧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은 아씨들>은 남북전쟁 시기 미국을 배경으로 마치가 네 자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이번이 7번째 리메이크다.
-<나니아 연대기>의 네 번째 영화가 제작된다
=7편의 판타지 소설로 구성된 연작소설 중 6번째 이야기 <나니아 연대기: 은 의자>는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2010) 10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데이비드 매기가 각본을 맡았다.
-세바스티안 스탠이 호러스릴러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에 캐스팅 됐다
=셜리 잭슨의 1962년 동명 호러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세바스티안 스탠은 가족의 재산을 노리는 사촌 찰스 블랙우드 역을 맡았다. 현재 아일랜드에서 촬영 중이다.
[댓글뉴스] 그레타 거윅, <작은 아씨들> 리메이크작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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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터널> 무너지는건 터널 뿐만이 아니다
[정훈이 만화] <터널> 무너지는건 터널 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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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외국 여행, 하얀 돌고래 벨루가를 보러 갔다. 한국에는 벨루가가 없던 시절이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했던가. 한때 북극 지방에서 사람이나 개의 식량으로 쓰였다던 벨루가는 현대에 이르러 승리를 쟁취, 그거 있는 수족관은 어깨에 힘 좀 준다는 귀한 몸이 되었다. 얼마나 귀한가 하면… 일을 안 한다. 수족관에 사는 물고기들이 전부 하는 일 없이 놀기는 하지, 무슨 일을 하겠어. 하지만 벨루가는 물고기가 아니라 포유류, 같은 포유류인 돌고래랑 바다표범이랑 해마는 다들 뼈 빠지게 일해서 정어리 얻어먹는다고. 근데 정어리는 소금 뿌려 굽기만 해도 맛있고, 올리브유랑 고추에 절이면 더욱 맛있고, 아아, 정어리….
어쨌든 초등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제쳐가면서 관람석 앞줄을 차지하고 만난 벨루가, 못쓰겠어. 다른 애들은 고리 넘고 앞구르기하고 공부해서 숫자도 세는데 이 녀석은 헤엄만 치더라고. 근데 박수는 제일 많이 받아, 따라서 정어리도 제일 많이 받아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친구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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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장편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건 사막에 꽃을 피우는 일이나 다름없다. 여기 두편 이상의 작품을 제작한 감독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장에서 세 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감독들이 있다. 2001년 <마리이야기>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취를 알린 이성강 감독은 2006년 <천년여우 여우비> 이후 10년 만에 신작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을 들고 극장을 찾는다. 한편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의 제작자이기도 한 연상호 감독은 2011년 <돼지의 왕>, 2013년 <사이비>에 이어 신작 <서울역>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하루 차이로 개봉을 앞두고 있는 두 작품 덕분에 간만에 극장가가 창작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붐비는,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2000년 이후 장편애니메이션의 전반과 후반을 대표하는 두 감독의 작품이 교차하는 중요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이에 그간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산업이 걸어온 길
[스페셜] 이성강 감독과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의 제작과 흥행, 서로의 작화 스타일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