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기장과 부기장을 연기한 톰 행크스, 에런 에크하트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허드슨강 위로 비행기를 착륙시켜 155명의 목숨을 구한 기적을 다루면서도 불안과 긴장, 의심과 편견으로 90여분을 꽉 채우는 노련한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에 즉흥적으로 답하다가도 곧 제자리로 돌아와 진중한 답을 내놓곤 했다. 능수능란하게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같았다. 영화 개봉을 몇주 앞둔 8월27일, 웨스트할리우드에서 열렸던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기자회견을 정리해 전한다.
-비상착륙 장면은 혼돈 그 자체다. 촬영도 힘들었을 텐데.
=클린트 이스트우드_ 톰(행크스), 에런(애크하트)과 함께 촬영해서 특히 힘들었다. (좌중 웃음) 그런데 이렇게 인터뷰 자리에 같이 앉게 될 줄은 몰랐으니, 조금은 거짓말을 해야겠다. (좌중 폭소) 사실은 두 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로라 리니와는 전에 함께 일을 해봤는데
[스페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기자회견 현지보고
-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설리>)은 2009년 허드슨강에 수상 착륙해 승객들의 목숨을 구한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애칭 ‘설리’)의 실화를 다룬다.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한 155명을 태우고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럿으로 가던 US 에어웨이스 1549편은 850m 상공에서 날아든 새떼와 충돌해 엔진 2개가 정지되는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인근 공항까지 닿는 건 무리라 판단한 설리 기장의 침착한 대응으로 여객기는 허드슨강 수면 위로 무사히 불시착했고 승객 전원은 무사히 구출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설리 기장의 수기 <최고의 의무>(Highest Duty)를 손에 쥐고 <아버지의 깃발>에서처럼 영광스러운 사건 당시의 경험과 이를 둘러싼 이면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설리 기장은 숙련된 조종사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이 투철한 직업의식의 화신으로 묘사된다. 설리가 뉴욕 시내를 조깅하는 장면을 보자.
[스페셜] '미국의 얼굴' 톰 행크스라는 아이콘
-
지난 40여년 동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걸걸하고 거친, 그러나 자신이 해야 할 일에 관해서는 강인한 ‘남자’에 관한 영화들을 양산해왔다. 이스트우드가 창조한 주인공들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임무를 수행한 뒤 조용히 사라진다. 과묵하고 신비로운 이 인물들은 금욕적이고 정의와 책임감을 구현한 존재들이다. 요컨대 그들은 ‘인간’을 넘어선 ‘신화’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설리>)은 이러한 전형의 주인공을 제시한다.
<설리>는 2009년 1월15일 양 날개를 잃고도 뉴욕 허드슨강에 안전하게 비상착수한 US 항공기 1549편의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다. 당시 비행기를 몰았던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톰 행크스)는 장인적인 직관과 연륜, 담대함으로 155명의 승객을 모두 생환시켜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테러와의 전쟁으로 미국이 시름에 빠져 있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영웅의 탄
[스페셜] 클린트 이스트우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돌아왔다. 9월28일 국내 개봉한 이스트우드의 신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지난 2009년 양쪽 날개 엔진을 모두 잃고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수했으나 탑승자 전원이 생존한 US 항공기 1549편의 기적적인 실화, ‘허드슨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스트우드의 관심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모두가 기적이라 말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는 고독한 영웅, 1549편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는 해피엔딩 스토리에 대한 이스트우드의 새로운 관점을 엿보게 해주는 인물이다. 근작을 통해 끊임없이 21세기 미국 사회와 그 속을 유랑하는 인물들에 대한 명민한 통찰력을 선보여왔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하루아침에 항공업계의 슈퍼스타가 된 인물을 통해 어떤 것들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스트우드의 현재와 설리를 연기한 톰 행크스에 대한 고찰, 이스트우드와 LA 현지에서 가졌던 만남에 대한 글을 함께 소개한다.
[스페셜] 미국식 영웅주의의 본질을 그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신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
-
베스트셀러에, 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는 최고의 문학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면? 감독에겐 부담감 백배일 거다. 그런데 화제의 문학작품이 걸작 영화로도 현현하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행운의 주인공은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미치고 싶을 때>(2004)로 금곰상을 받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터키계 독일 감독 파티 아킨, 원작은 볼프강 헤른도르프가 2010년 출간한 <치크>(Tschick)이다(한국에서는 2012년에 <우리들의 발라카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독일에서 <치크>는 200만권이 팔렸고 이제는 고등학교 교재로도 쓰이고 있다. 개봉 전부터 화제였던 <치크>는 9월 중순부터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영화 <치크>는 여름방학 동안 열네살 소년 두명이 좌충우돌하며 모험을 겪는 유쾌한 로드무비다. 마이크와 치크는 같은 반 짝꿍이지만 거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마이크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지만 숫기
[해외통신원] 베스트셀러 영화화해 찬사 이끌어낸 로드무비 <치크>
-
생말로의 해안가에 위치한 샤토브리앙의 무덤을 바라보며 나탈리(이자벨 위페르)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남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진지한 자문이다. <다가오는 것들>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의 바탕에는 이 질문이 자리한다. 영화 속 딸의 언급처럼 바닷가의 묘지란 밀물이 밀려오면 잠길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장소지만, 누군가는 그곳을 택했다. 동일한 교육을 받은 사람, 일상을 공유하는 가족, 가까운 사람들조차 상대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니 세상 누군가가 완전히 남의 입장을 이해할지는 미지수다. 미아 한센-러브 감독은 이러한 주제에 크게 두 가지의 입장에서 다가간다. 먼저, 일상적 삶을 공유하는 가족 구성원들이 영화 전반부의 관찰 대상이 된다. 언뜻 평화롭게 보이는 나탈리의 식구들은 어느 순간 한 가지 어긋남으로 인해 완전히 분리된다. 남편조차 자신의 애인이 가져올 파장을 모두 예상하진 못한 듯 보인다. 이어서 두 번째의 관찰 대상은 사제 관계이다. 나
[이지현의 영화비평] 순리의 지혜 <다가오는 것들>
-
영화에서 공간의 형태가 이미 주제를 포함하고 있는 때가 있다. 아리엘 클레이만의 영화 <소년 파르티잔>(2015)이 그런 경우이다. <소년 파르티잔>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도시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중정으로 이루어진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분쟁 중인 혹은 분쟁 후의 지역으로 보이는 도시에는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흔히 보이는 모더니즘 양식의 집합주거가 흩어져 있고, 쇠락한 도시의 황량함과 비교되는 밝은 기운의 중정 모습이 외부 세계와 대비되어 나타난다(촬영지는 조지아의 트빌리시다). 외부 세계와 분리된 공간이라는 아이디어는 건축에서 자주 반복되는 개념이다. 아마도 자연이라는, 위험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시작되었을 이 공간 형식은 외부 세계가 도시로 바뀌면서, 오염된 세상 안의 ‘오아시스’라는 의미로 변화된다. <소년 파르티잔>과 같이 숨겨진 중정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그 특성으로 인해 안과 밖의 연결 고리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도시 속 공간을 서사의 도구로 사용하는 좋은 예 <소년 파르티잔> <김씨표류기>
-
얼굴의 흉터를 가면으로 가리고 살아온 4황자 왕소(이준기). 기우제에 나타난 4황자에게 흙을 던지고 흉물 취급을 했던 고려 백성들은 그가 화장으로 흉터를 감춘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내자 곧바로 태도를 바꿔 “용의 아들이시여!” 하고 납죽 엎드린다. ‘아름다운 외모를 제일로 여기는 고려’라더니 과연! 정신없이 웃는 와중에 때마침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현대에서 고려로 영혼이 옮겨간 해수(아이유)가 급히 만들어 발라줬던 수제 컨실러가 워터프루프인지 아닌지 따위가 걱정스러워졌다. 기대를 접고 나면 산만하게 즐기게 되는 드라마가 있는데 SBS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가 그렇다. 좀 허술해도 아름다운 얼굴을 느긋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담는 카메라가 캐릭터의 인간다운 반응을 억누를 때 맞닥뜨리는 불쾌감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4황자가 해수의 손목을 잡아 벽으로 밀어붙이고 상처 입은 짐승 같은 표정으로 바라볼 때, 해수는 신체를 구속당
[유선주의 TVIEW]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
<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
감독 스콧 데릭슨 /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레이첼 맥애덤스, 틸다 스윈튼, 매즈 미켈슨, 치웨텔 에지오포 /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개봉 10월26일
본명 스티븐 빈센트 스트레인지. 흔히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라고 불리는 이 슈퍼히어로는 한때 잘나가는 천재 의사였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손을 크게 다쳐 더이상 메스를 들 수 없는 처지가 되자 다친 손을 치유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러던 중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만나 눈에 보이는 현실을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존재함을 알게 된다. 에인션트 원의 제자가 되어 현실조작, 유체이탈, 차원이동, 염력 등 가공할 능력을 얻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지구 최강의 히어로로 거듭난다. 다차원과 평행우주를 다루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두고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완전
[Coming Soon] 당신이 알고 있는 현실이 뒤바뀐다 <닥터 스트레인지>
-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수상한 10명의 배우들을 조명한 책 <독립영화 나의 스타: 10인의 배우를 만나다>가 10월9일 출간된다. <거짓말> <수진들에게>의 이채은, <회오리바람>의 서준영, <혜화, 동>의 유다인, <애드벌룬>의 이민지, <지각생들> <밤> <1999, 면회>의 김창환, <셔틀콕>의 이주승, <남매>의 이상희, <소셜포비아>의 변요한, <여름의 끝자락>의 윤금선아, <스틸 플라워>의 정하담. 이상 10명이 상이 신설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배우들이다. 책은 크게 배우론과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회오리바람>의 장건재 감독이 함께 작업한 서준영 배우에 대해 쓴 글과 <혜화, 동>의 민용근 감독이 함께 호흡한 유다인의 배우론을 쓴 것이 눈에 띈다. 이외에 소
[인디나우] <독립영화 나의 스타: 10인의 배우를 만나다> 출간
-
<목소리의 형태> 聲の形
감독 야마다 나오코 / 목소리 출연 이리노 미유, 하야미 사오리, 유우키 아오이, 오노 겐쇼
활달한 성격으로 또래 사이에서 골목대장으로 통하는 이시다 쇼야(이리노 미유). 어느 날 청각장애를 앓는 소녀 니시미야 쇼코(하야미 사오리)가 같은 반으로 전학온다. 쇼코를 귀찮게 여긴 반 아이들은 쇼코를 따돌리고, 쇼야는 그 주모자로 지목 되며 일순간 왕따가 된다. 6년 후, 고등학생이 된 쇼야는 여전히 따돌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쇼야는 사과할 마음으로 쇼코를 찾아간다. 오이마 요시토키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6.9.23~25
-
-폴 다노의 감독 데뷔작 <와일드라이프>에 제이크 질렌홀, 캐리 멀리건이 출연한다
=로버트 포드의 소설에 기반한 영화로, 타 지역으로 이사한 가족이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을 아들의 시선으로 담는다. 올 11월부터 제작에 들어간다.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신작 <양의 나무>에 니시키도 료가 출연한다
=동명 만화가 원작이며 마쓰다 류헤이, 기타무라 가즈키, 유카, 이치카와 미카코, 기무라 후미노 등도 함께 출연한다.
-마블 스튜디오의 명예 회장 스탠 리가 중국, 인도와의 공동 프로덕션으로 슈퍼히어로물 <몽키 마스터>를 만든다
=고대 중국과 인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2017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제작을 시작하고 영어로 촬영한다.
[댓글뉴스] 폴 다노 감독 데뷔작 <와일드라이프> 제이크 질렌홀, 캐리 멀리건 출연 外
-
[정훈이 만화] <아수라> 악인들, 지옥에서 만나라
[정훈이 만화] <아수라> 악인들, 지옥에서 만나라
-
열린책들답다. 굉장하지 않은가. <장미의 이름> <죄와 벌> <향수> <어머니> <꿈의 해석> <그리스인 조르바> <개미> <소설> <갈레 씨, 홀로 죽다 외> <뉴욕 3부작> <핑거스미스> <야만스러운 탐정>이 수록된 이 전집은, 열린책들을 먹여살린 베스트셀러와 열린책들을 기억하게 만든 작품의 조합이며, 한국에서 사랑받은 소설의 목록이자 한국에서 더 사랑받아야 한다고 (열린책들이 그리고 나 역시) 주장하는 소설의 목록이기도 하다. 12권에서 멈춘 것도 대단하다.
이 목록은 90년대 중반에 대학을 다닌 내게 취향과 허영의 족보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이름은 지금도 그리움을 담아 입에 올리고, 누군가의 이름은 예나 지금이나 시큰둥한 코웃음을 담아 입에 올린다. 그냥 이 12권의 목록을 보는 순간 그 모든 일이 생각났다. 베스트셀러만 모으지 않아서 단순한 추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