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대 학생회가 남긴 빚더미에 시달리던 황폐한 대학 시절, 어떻게든 빚을 갚기로 결심했다. 그래야 남은 1년간 무위도식하며 새로운 빚더미에 앉을 수 있을 테니까.
첫 번째 시도는 대규모 야외 행사가 많은 연말을 노려 따끈하게 데운 정종과 어묵을 파는 거였다. 산 중턱에 자리한 우리 학교는 11월만 돼도 한겨울 혹한을 자랑하는 중부 산간지역, 일기예보를 볼 때면 강원도 기온을 찾아보는 편이 나은 서울 시내의 툰드라 지대라고 할까, 캠퍼스에서 하산하면 일단 하의 한벌을 벗으면서(스타킹 위에 레깅스, 레깅스 위에 바지를 입고 다녔다) 가본 적도 없는 겨울 산행의(여름 산행이라고 가본 적 있을까마는) 기분을 만끽하는 나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었다. 정종 포차를 열면 추위에 얼어붙어 살아 있는 시체가 되어가던 수백명의 학생들이 좀비떼처럼 몰려들겠지, 정종행. 지나치게 많이 벌어 돈방석에 올라앉으면 어떡하나, 다른 단과대를 상대로 돈놀이라도 해야 하나.
마침내 결전의 날, 바람은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마술사의 도(道)
-
<친절한 금자씨>(2005) 백 선생 테리어
황효균 대표 박찬욱 감독이 얼굴은 백 선생(최민식), 몸은 개인 생명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셰퍼드를 찍고 얼굴만 CG로 최민식의 얼굴을 합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셰퍼드를 마취하는 건 동물학대 같아서 개의 몸만 만들어 찍고 얼굴은 합성하려고 했는데… ‘하는 김에 얼굴까지 만들어 붙여볼까?’가 된 거다. (웃음) 애니매트로닉스 개를 만들고, 위에 최민식의 얼굴을 더미로 만들어 얹었는데 괜찮게 나왔더라. 완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만들었고, CG는 개를 조종하는 라인을 지우는 정도로만 사용됐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말
곽태용 대표 한국 최초로 말 애니매트로닉스를 만든 영화다. 훈련이 안 된 말들은 총을 들기만 해도 낙마할 위험성이 있어 촬영용 말을 만들기로 했다. 하단은 기동성 있고 카메라도 올릴 수 있는 차 형태로 만들었고, 상체엔 말 더미를 씌웠다. 관건은 말이
[스페셜] 셀 직원들이 꼽는 베스트10
-
이 방에서는 기계음이, 저 방에서는 (스프레이 냄새를 없애기 위한) 환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방의 컨셉마다 드라마틱하게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셀 스튜디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특수분장사들의 작업도구를 엿봤다.
전선과 스패너, 각종 나사들. 곽태용 대표와 셀의 일부 직원들이 애니매트로닉스 작업을 하는 기계실은 흡사 공대 랩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계적인 소품들로 가득하다. 자주 쓰는 작업도구를 보여달라고 하자 곽태용 대표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 작업상자를 가져왔다. <로봇, 소리>의 현장에 늘 가지고 다녔다는 이 작업상자는 애니매트로닉스의 프로그래밍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모든 기계는 엑추레이터(동력원)가 있어야 작동된다. 기계에 움직임을 주거나 기계를 컨트롤하려면 이러한 동력원들이 필요하다. 현장에 가면 간혹 기계가 작동을 멈추는 경우가 있는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기계를 수리할 수 있는 부자재를 이 상자에 늘 넣어가지
[스페셜] 스튜디오 셀 의 다섯개의 비밀의 방… 특수분장사들의 작업도구들
-
“오랜만에 얼굴 보네.” “그러게.” 일산에 위치한 특수분장 전문업체,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에 들어서자 서로 안부를 묻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각자 전국 방방곡곡의 영화현장에 상주하느라,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건 꽤 오랜만의 일이라고 했다. 최근 황효균 대표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촬영장인 광주에, 곽태용 대표와 이희은 실장은 <군함도>(감독 류승완)의 현장인 춘천에, 김호식 팀장은 일산에 위치한 셀의 사무실에서 <대립군>(감독 정윤철)의 소품을 만들었다. “제작물이 많을 때는 사무실에서 모두 함께 작업을 하는데, 지금은 제작물을 만드는 일정과 현장에 나가야 할 시기가 겹쳐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황효균 대표는 말했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최동훈, 김용화, 나홍진…
셀 스튜디오의 앞마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향후 1년 내로 극장가에서 관객을 만날 한국영화의 밑그림을 절로 그려보게 된
[스페셜] 특수분장 전문업체,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이 작업하는 방식을 살펴보다
-
-
“옷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 현장 의상팀 진행보다 의상 제작만 해도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을 정도다.” 조상경 의상감독이 윤정희 의상실장의 실력을 높이 샀다. 윤 실장은 아트워크 작업에 관심이 많아 틈만 나면 사진전과 미술전을 찾아 자극 받길 즐긴다. <내사랑 싸가지>로 영화의상 작업을 시작해 조상경 의상감독과는 <미녀는 괴로워>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윤정희 실장은 “조상경 의상감독님은 전체 컨셉만 확실히 잡고 현장 운영은 실장을 믿고 전적으로 맡겨준다. 무엇보다 배울 점이 많다. 책은 물론이고 논문까지 찾아가며 공부하고, 간지 없는 새 옷은 절대 현장에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경험치를 끌어올려 윤정희 실장은 지난해 <검은 사제들>로 의상감독 데뷔를 했다. “집안 종교가 가톨릭이다보니 엑소시즘과 구마(사령을 쫓아내는 가톨릭 예식)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방대한 자료 조사에 드는 시간을 줄인 셈이지만 무엇보다 <박쥐> 의
[스페셜] 끈질기게 캐릭터를 물고 늘어지기 - 윤정희 의상실장
-
“모나지 않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 프로젝트를 끌어갈 때 전체적인 서포트를 잘한다. 영화로 치면 인물이 단독으로 끌고 가는 영화라기보다 전체적인 상황의 밸런스가 중요한 영화 같은 친구라 할까.” 손나리 의상실장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동료 곽정애 의상실장의 평가다. 최근 <암살> <밀정> 등 규모가 큰 시대극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이유도 손나리 실장의 시원시원한 성격 덕인 듯하다.
<암살>에서 가장 중요한 의상 컨셉은 “액션에 용이하면서도 근사해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안옥윤(전지현)에게 입힌 옷들도 전부 당대의 사진과 자료를 통해 시대상을 살려 제작한 옷들이다. 안옥윤의 클래식하면서도 실용적인 룩은 “취미로 찾아다니는 빈티지숍”에서 얻은 영감을 적극 활용한 결과물이었다. “레이스가 많은 부츠는 드레시해 보이지만 지퍼가 발명되기 이전 시대에 보편적으로 존재한 소품이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니 낯설고 예뻐 보이는 거다.”
<밀정>
[스페셜] 범죄물의 감각 - 손나리 의상실장
-
배우들의 맨몸과 마주하는 의상감독으로서 곽정애 의상실장의 최대 강점은 친화력과 세심함이다. 동료 의상실장들은 그런 면에서 곽정애 실장이 “박찬욱 감독이 가장 편히 여기는 의상실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연 곽정애 실장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쓰리, 몬스터>의 의상팀을 거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아가씨>의 의상팀장까지 두루 맡았다. 지금은 김홍선 감독의 신작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김홍선 감독과도 <공모자들> <기술자들>에 이어 세 번째로 합을 맞추는 작품이다. 연이은 협업의 비결을 물으니 그저 “감독님들이 새로 누굴 알아가는 게 귀찮으신 것 아닐까”라며 미소만 지어 보일 따름이다. 조상경 의상감독과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때부터 시작해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 “(조상경) 언니도 나도 취향이 모던한 편인데 예쁘다고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스페셜] 배우의 연기에 힘을 얹는다 - 곽정애 의상실장
-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조상경 의상감독의 스튜디오 ‘곰곰’의 문을 두드렸다. 스튜디오 한쪽으로 거대한 옷장이라도 열린 듯 셀 수 없이 많은 의상들이 걸려 있다. 그 너머로 용도별로 정리된 옷들만 해도 박스로 여럿이다. 옷들 사이에는 어떤 영화의 의상인지를 알려주는 명패가 걸려 있다. 최근 개봉한 <밀정>(감독 김지운, 2016)과 <아수라> (감독 김성수, 2016)에 이어 방문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의 이름표가 줄줄이다. 후반작업 중인 <더 킹>(감독 한재림), <리얼> (감독 이정섭), <마스터>(감독 조의석)에 이어 현재 맹렬히 촬영 중인 <군함도>(감독 류승완),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 그리고 프리 프로덕션 준비가 한창인 <VIP>(감독 박훈정)와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의 의상들까지 곳곳에 보인다. 이 모든 쟁쟁한 한국영화들의 ‘룩’이 바로 이곳 조상경 스
[스페셜] 조상경 의상감독의 스튜디오 ‘곰곰’은 어떻게 일하는가
-
1년에 두편 이상의 연출작을 내놓는 다작의 감독은 드물다. 하지만 스탭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최근 몇년 새 개봉한 한국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아마 수없이 되풀이되는 이들의 이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상경 의상감독이 이끄는 의상 스튜디오 곰곰과 곽태용, 황효균 실장이 대표로 있는 특수분장업체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이 그곳이다. 이 두개의 스튜디오가 올해 작업에 참여한 영화의 편수만 모아도 수십편이 훌쩍 넘을 듯하다. 더불어 지난해 메가 히트작인 <암살>과 <베테랑>, 올해의 화제작 <아가씨>와 <밀정>, 향후의 한국영화 기대작인 <군함도>와 <신과 함께> 등에도 모두 이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박찬욱과 봉준호, 김지운과 류승완, 최동훈과 김용화….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특정 스튜디오를 자주 찾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조상경 의상감독의 의상실과 특수분장업체
[스페셜] 수많은 한국영화 시나리오가 향하는 두 스튜디오에 대한 모든 것
-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 유저는? 답은, 미국의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다. 최근 셀레나 고메즈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가 1억명을 돌파했다. 인스타 유저 중 최초다. 지난 8월,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SNS 활동도 뜸해졌지만 그녀의 팔로워 수만큼은 계속 늘었다. 한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음악작업에서 하차했다. 영화의 재촬영이 결정되면서 일정이 틀어진 게 하차 원인으로 꼽힌다.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 <업> 등 디즈니 스튜디오 작품을 꾸준히 작업해온 마이클 지아치노가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UP&DOWN]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가진 셀레나 고메즈
-
영화들이 TV로 가고 있다.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TV시리즈가 활발히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이번 가을 시즌 9월21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FOX>의 <리설 웨폰>은 1987년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시리즈다.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형사가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해결한다는 기본 골자는 그대로다. 영화에서보다 현실적인 에피소드들로 인해 두 인물이 어떻게 원작과 다른 화학작용을 만들어낼지가 기대할 만한 시청 포인트다. <엑소시스트>(1973)를 원작으로 하는 <FOX>의 <엑소시스트>도 지난 9월23일 첫 방송을 했다.
<HBO>는 10월2일부터 <웨스트월드>를 방영한다. 앤서니 홉킨스, 제임스 마스던, 에반 레이첼 우드 등 영화계 스타배우들이 출연하는 화제작이다. 상류층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순응적인 로봇들로 운영되는 휴양지 웨스트월드에서 오작동을 일으킨 로봇들이 인간을 공격하게 되며 벌어지는
[해외뉴스] TV시리즈로 리메이크되는 영화들
-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올해 3월 발표한 ‘한국영화 진흥 종합계획(2016~18)’을 통해 영화관 품질 인증제도 도입 계획을 밝혔다. 극장마다 스크린 밝기와 비율, 음향, 관람 시야, 상영관 조명, 안전성 등의 지표를 표준화함으로써 진보한 상영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9월 현재 영화상영관 관람 환경 표준화 지원사업 결과 보고를 마쳤고, 구체적인 지표들은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9월23일 오후 3시,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2관에서는 영진위 주최로 ‘영화산업의 지속가능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영화상영관 품질향상을 위한 제안’이 열렸다. 영화감독, 영화 제작자, 촬영감독, 음향감독, 컬러리스트 등 제작 일선의 영화인들과 한국상영관협회를 비롯해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소비자원 등 여러 기관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재 영화관 상영 환경의 문제점과 영진위가 진행하는 표준화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했다.
영화관람 서비스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과
[포커스] 영화상영관 품질 향상 방안을 고민하는 ‘영화산업 지속가능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 개최
-
*서울독립영화제2016이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아 작성 후 이메일(office@siff.kr)로 접수하면 된다. 모집분야는 운영팀•상영팀•기록팀•데일리팀•관객심사단으로 데일리팀과 관객심사단 지원자는 1년 이내 개봉한 독립영화 리뷰, 기록팀은 본인의 촬영물을 함께 첨부하면 된다. 지원 기간은 9월19일(월)부터 10월11일(화)까지, 자세한 사항은 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www.siff.kr) 참조.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장편 시나리오 창작 워크숍 6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10월8일(토)~12월10일(토), 오후 1~5시 진행. 장편 시나리오의 기본 개념과 구조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장편 시나리오를 쓰기 직전 단계인 트리트먼트를 완성하는 수업이다. 수강 신청은 미디액트 홈페이지(www.mediact.org)에서 가능하다. 문의 02-3141-6300.
*2016전북독립영화제에서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 지원서를 홈페이지(
[소식] 서울독립영화제2016 자원활동가 모집 外
-
-영화음악저작권대책위원회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는 지난 9월28일 음악 복제, 전송 사용료를 합의했다
=순제작비가 10억원 미만의 영화는 곡당 2만원을, 영화제 상영작은 곡당 1만원을 지불하면 음악을 사용할 수 있다. 상업영화는 150만원+1만3500원×0.6×조정계수(2016년 기준 8.45%)×개봉 스크린 수의 계산법에 따라 지불하면 된다.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작품들이 동원한 관객수가 1억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돌파했다
=첫 주연작 <조용한 가족>(감독 김지운, 1998)부터 최근작 <밀정>(감독 김지운, 2016)까지 총 22편의 주연작이 기록한 관객수를 합산한 결과다.
-9월28일 개봉한 <아수라>가 개봉 첫날 48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했다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에서 가장 높은 스코어다.
[댓글뉴스] 송강호 주연 작품, 동원한 관객수 1억명 돌파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