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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경찰, 정부쪽 조사관. 한국영화에서 이 직업인은 정의의 편이기보다는 권력의 단맛에 길들여진 비열한인 경우가 많다. 곽도원은 유독 그런 무람없는 전문인을 척척 소화해왔다. 조직 폭력배와 비리 공무원을 소탕하는 검사인데 왠지 더 나쁜 놈처럼 보이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 2011)의 조범석 검사, 뒤틀린 애국 신념으로 무장한 <변호인>(감독 양우석, 2013)의 고문 경찰 차동영, 용의자를 잡기 위해 그 애인을 불러와 돼지 발정제를 발라서라도 제가 알고 싶은 걸 취하겠다고 달려드는 <무뢰한>(감독 오승욱, 2014)의 형사 문기범. 이 나쁜놈들에 이어 <아수라>의 검사 김차인의 이름도 새겨넣어야겠다.
“아, 또 검사란 말인가.” 곽도원도 이 걱정부터 들었던 게 사실이다. “배우가 비슷한 역할로 계속 나오면 관객은 피로해진다.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 곽도원은 “꼭 함께하자!”며 김성수
[커버스타] 디테일의 왕 – 곽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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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경은 어떤 사람일까. <아수라>를 작업하며 정우성이 가장 자주 던졌던 질문이다. 김성수 감독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한도경은 수많은 물음표로 가득한 인물이었다. 악덕 시장의 뒤를 봐주는 비리 형사.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악행을 저질러야 하는 나쁜 남자. 눈 밝은 검사에게 부정을 들켜 이제는 시장을 따라야 할지 검사를 따라야 할지 자신의 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하는 위기의 사내. 정우성의 표현에 따르면 한도경은 “주인공의 옆의 옆쯤 서 있을 법”한, 전형적인 주인공의 서사와 법칙을 벗어나는 인물이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 때때로 선한 사람을 배신하고 그 무엇보다 자신의 안위가 우선인 캐릭터로부터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란 배우로서 쉽지 않은 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가까운 영화적 동지인 김성수 감독에게조차 캐릭터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이 인물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거예요, 하고 말이라도 했을 거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
[커버스타] 왜 정우성인가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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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치인. 누군가가 앞을 막으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아랫사람(정우성)을 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인. <아수라>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박성배 안남 시장은 정치인인지 사기꾼인지 조직 폭력배인지 헷갈릴 만큼 질 나쁜 정치인이다. 정치권력을 이용해 개발 사업을 무분별하게 벌이는 모습은 현실의 어떤 정치인이, 막말을 밥 먹듯이 하는 모습은 또 다른 어떤 정치인이 연상되는데, 황정민은 박성배가 특정인을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란다. “매일 뉴스에서 쉽게 볼 수 있지 않나. 그 수많은 얼굴들이 좋은 표본이자 교과서였다. 덕분에 접근하기가 편했다.”
되돌아보면 황정민이 맡은 악역은 손에 꼽을 정도다. 마흔편 가까이 되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신세계>의 정청이나 <달콤한 인생>의 백 사장을 제외하면 그는 대체로 불의를 보면 못 참고(<베테랑> <검사외전> <모비딕>), 가족과 동료를 위해
[커버스타] 안경 너머의 비밀 –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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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다르긴 달라.” 주지훈의 촬영을 지켜보던 곽도원이 말한다. “도대체 저런 포즈는 어떻게 잡는 거야?” 그러자 주지훈이 “이런 것도 있어요”라며 한쪽 발로 큰 원을 돌려 보인다. 9월28일 개봉을 앞둔 <아수라>의 표지 촬영현장, 농담을 하면 재치로 임기응변 하는 다섯 배우의 모습을 지켜보며 영화에서 그들이 주고받았을 합도 덩달아 짐작해본다. 현장에서의 화기애애함과 달리 김성수감독의 신작 <아수라>는 어둠의 에너지로 가득한 작품이다. 악덕 시장, 교활한 검사와 그의 포악한 부하, 비리 형사와 꿍꿍이를 알 수 없는 후배 형사. 진창 같은 삶의 미로 속에서 마지막에 살아남아 웃는 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들의 초상을 충무로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연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누가 누가 더 매력적으로 나쁠까. 김성수 버전의 ‘고담’에서 살아돌아온 다섯 남자배우들의 후일담을 전한다.
곽도원이 김성수 감독에게
“10여년 전 미쟝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에
[커버스타] 지옥으로부터 온 남자들 - <아수라>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정만식 주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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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소통, 생명을 주제로 한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가 개최된다. 36개국에서 온 116편의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기다린다. 9월22일부터 29일까지 8일간 메가박스 백석, 파주출판도시와 김포아트홀, 연천수레울아트홀에서 영화를 볼 수 있고 부대행사는 고양시 아람누리 극장 및 상영관 일대에서 진행된다. 상영작 중 눈에 익은 감독들의 이름이 보인다. 김일란, 이혁상 감독은
<두 개의 문>(2011) 후속편으로 <공동정범>을 연출했다. 7년 전 용산참사에서 단지 그곳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뒤 4년의 징역을 살다 나온 철거민 5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태준식 감독의 <촌구석>은 지난 10년간 평택과 안산에서 벌어진 일련의 비극에 관한 한편의 반성문이다. 김태일, 주로미 감독은 <올 리브 올리브>로 ‘민중의 세계사’ 연작의 세 번째 방점을 찍는다. <오월愛>(2010)의 광주, <웰랑 뜨레이>(2013)의
[인디나우]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9월22일부터 8일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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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맘스> BAD MOMS
감독 존 루카스, 스콧 무어 / 출연 밀라 쿠니스, 크리스틴 벨, 캐서린 한,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직장 생활, 육아, 집안일을 모두 해내느라 에이미(밀라 쿠니스)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머피의 법칙처럼 일이 꼬이던 날, 에이미의 인내심은 결국 폭발하고 만다. 그날로 그녀는 완벽한 엄마라는 로망을 던지고 자유분방하게 제 삶을 즐기기로 한다. <배드 맘스>는 에이미를 포함해 여섯명의 개성 강한 엄마들의 생활을 담은 코미디영화다. <행오버> 시리즈, <체인지 업> 등의 각본 작업을 통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존 루카스와 스콧 무어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6.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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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
=영화 제목은 <Loro>. ‘그들’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촬영은 내년 여름 진행될 예정이다. 참고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일 디보> (2008)에서 이탈리아의 정치인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성룡이 중국 영화인 최초로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는다
=아시아인으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미야자키 하야오, 사티야지트 레이에 이은 네 번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성룡을 포함해 편집감독 앤 코츠, 캐스팅 디렉터 린 스톨마스터,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더릭 와이즈먼까지 총 4명을 아카데미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11월 ‘거버너스 어워즈’에서 열린다.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재커리 퀸토가 <위 두 낫 포겟>에 캐스팅됐다
=멕시코 마약 조직 ‘로스 세타스’와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의 실제 대결을 극화한 작품이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제
[댓글뉴스]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재커리 퀸토, 영화 <위 두 낫 포겟> 캐스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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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골라보는 맞춤형 지도
[정훈이 만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골라보는 맞춤형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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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시인이었던 암흑의 역사를 감추고 사는 소설가가 있다. 시인이란 언어를 깎고 깎아 모든 껍데기를 버리고 그 정수만 남을 때까지 고뇌하는 운명이 아니던가 싶은데, 그는 침소봉대의 달인, 껍데기를 버리기는커녕 누가 쓰다 버린 껍데기까지 갖다 붙이는 허풍의 명수로, 서울 근교로 출판사 사장 심부름 갔던 이야기를 한비야가 7년간 세계를 헤매고 다닌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스케일로 부풀리는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찌하여 시인이기를 포기하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였던가. 시만 쓰면서 살기엔 말이 너무 많아서? 아니, 뭐, 그런 것도 없진 않겠지만 일단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사람들이 시인 대접을 해주지 않아서. 다시 한번 그렇다면, 그는 어찌하여 시인 대접을 받지 못했을까. 그거야 말이 많아서(이게 무슨 순환논법)… 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 반대였다, 말주변이 없어서. 그래, 그도 한때는 말수 적고 수줍은 문학청년이었던 것이다.
시인으로 등단은 했지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시인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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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슈츠>를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슈츠>는 법정 드라마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법정까지 가지 않는 것”이라는 <슈츠>의 주인공 하비 스펙터(가브리엘 막토)의 말대로, 드라마 속 변호사들은 상대방과 합의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한국판 <슈츠>(제작 엔터미디어 콘텐츠)가 내년 1월 사전 제작될 예정이다. 미드 <슈츠>를 제작한 진 클라인 프로듀서가 한국판 제작에 컨설팅으로 참여해 <슈츠>의 안착에 애쓰고 있다. <HBO>에서 <슈츠>를 제작한 뒤 현재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연출한 더그 라이먼 감독, 데이브 바티스 프로듀서와 함께 힙노틱필름을 운영 중이다.
-내년 1월 사전 제작할 한국판 <슈츠> 리메이크 작업에 컨설팅으로 참여 중이라고 들었다.
=우리가 이 드라마를 처음 만들 때 나눴던 비
[스페셜] 프로듀서란 똑똑한 사람을 가려내 그들이 일할 수 있게 돕는 사람 - <슈츠> 진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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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 많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추천해달라.”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첫 공개됐다는데 어떤가?” 미디어 레스 프로덕션 마이클 엘렌버그 대표는 한국영화와 드라마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한국 출장길에 오르기 전에 그의 장바구니에는 이미 많은 작품들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HBO> 드라마 개발부문 수석부사장 시절, 그는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고려했던 기준이 “작가를 100% 신뢰하는가”였을 정도니 말이다. 그의 까다로운 감식안을 통과한 덕분에 미드 <왕좌의 게임> <트루 디텍티브> <트루 블러드>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등 많은 드라마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마이클 엘렌버그와의 만남은 최근 미국 메이저 방송 스튜디오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최근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서사보다는 캐릭터를 우선적으로 본다고 들었다.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인지가 스튜디오의
[스페셜]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 <왕좌의 게임> 마이클 엘렌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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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콘텐츠가 매력적인 콘텐츠이며 어떤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일까.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의 제작자들이 생각하는 ‘되는 콘텐츠’의 조건을 듣기 위해 2016 방송작가 국제포럼에는 수많은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이 자리에서 오갔던 얘기 중 핵심적인 내용만 간추려 소개한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져라
TV와 영화의 크로스오버는 최근 미국 영상계의 중요한 화두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데이비드 핀처, <보드워크 엠파이어> <바이닐: 응답하라 록앤롤>의 마틴 스코시즈, <센스8>의 워쇼스키 자매 등 영화감독들이 TV시리즈를 제작하는 사례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다. TV가 영화 연출자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뚜렷한 자기만의 세계관과 개성을 지닌 영화감독들이 기존의 TV 콘텐츠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스타일과 활력을 불어넣길 바라기 때문이다. 마이클 엘렌버그는 “형식이야말로 우리의 새로운
[스페셜]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는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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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슈츠> 등 평소 즐겨보는 미국 드라마 (이하 미드)에 참여한 사람들이 온다고 해서 무척 궁금했다. 지금은 영화 아이템을 드라마로도 기획할 수 있는 시대이지 않나. 우리가 가진 기획력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얘기가 있나 싶어 왔다.” 지난 8월31일 오후,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방송작가 국제포럼 ‘세계가 공감하는 글로벌 드라마의 힘’(주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참석한 사람 대부분은 용필름 이유정 프로듀서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인이 왜 방송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포럼에 참석하는지 의아해할 법도 하지만 그녀를 포함한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작가, 촬영감독 등 젊은 영화인들에게 미드는 친숙한 매체다. 그들은 웬만한 인기 미드를 다 챙겨본 건 물론이고 시즌 하나를 밤새워 몰아보는 건 일도 아니다. J. J. 에이브럼스(<로스트>), 데이비드 핀처(<하우스 오브
[스페셜] 미국과 한국의 드라마를 통해 미래 콘텐츠 산업의 향방을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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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굿와이프>는 미국 드라마 <굿와이프>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국내 방송사가 미드의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해 리메이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드라마는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명의 미드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안투라지>는 11월 방영될 예정이고, 역시 동명의 미드를 각색한 <슈츠>도 내년 1월에 사전 제작될 계획이다. 이처럼 검증된 미드를 한국 드라마로 리메이크하는 움직임을 전한다. 지난 8월31일 국내외 방송 프로듀서들이 참석한 방송작가 국제포럼에서 나온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드는 노하우를 7계명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이 포럼에서 만난 마이클 엘렌버그(<왕좌의 게임> <트루 디텍티브> 등 제작) <HBO> 드라마개발부문 전 수석부사장과 진 클라인(<슈츠> 제작) 힙노틱필름 대표의 인터뷰를 덧붙인다.
[스페셜] 영화 X 미드 크로스오버 전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