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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씨네21>은 눈웃음이 매력적인 꽃미남 배우 이원근을 ‘라이징 스타’로 점찍은 바 있다(<씨네21> 1040호). 그사이 이원근은 압축성장을 했다. 작품의 편수가 배우의 성장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그는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그물> <환절기>를 차례로 찍고 드라마 <굿와이프>까지 마치며 숨가쁘게 현장 경험을 쌓았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배우를 꿈꿔본 적은 없었다지만 그에겐 타고난 스타성이 있다. 신체조건이 좋은 그는 고등학생 시절 한 시즌 런웨이에 선 적이 있다. 2011년에 건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올해는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에 진학해 배움의 폭을 확장 중이다. 촬영을 일찌감치 끝낸 김태용 감독의 <여교사>를 비롯해 하반기에 우리는 이원근의 출연작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그중 김기덕 감독의 <그물>은 이원근의 선한 이미지를 잘 활용한 작품이다. <그물>에서
[who are you] 가능성으로 똘똘 뭉친 원석 - <그물> 이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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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개막을 일주일가량 앞둔 9월28일 오후 3시, 부산지방법원 355호 법정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하 직함, 존칭 생략)에 대한 1심 마지막 재판이 열렸다. 검사는 이용관에게 징역 1년, 전 사무국장 두명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월, 전 부집행위원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선고 기일은 10월26일 오전 10시, 부산영화제 폐막 열흘 뒤다. 이용관은 부산영화제를 만든 주역으로 해마다 개막식장에서 분주하게 손님맞이 인사를 하고, 폐막식에서 이듬해를 기약하는 환송인사를 했다. 무려 20년 동안 이즈음이면 달뜬 나날을 보냈던 이용관에게 올해 부산의 가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쩌면 개막식을 코앞에 두고 ‘징역 1년’ 구형을 받고, 폐막 열흘 후에 내려질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비현실적이라 느낄 법도 하다.
감사원 감사 결과와 부산시의 검찰 고발 등으로 알려진 이용관의 혐의는 ‘횡령’이다.
[한국영화 블랙박스] 부산지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게 징역 1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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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방과 연필, 그리고 일본쌀만 있으면 돼요.” 어느덧 팔순이 된 에미 와다 의상감독(1937년생)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1985)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했다. 일본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감독이 아닌 사람으로는 말론 브랜도가 주연한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래 영화 스탭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그는 피터 그리너웨이의 <프로스페로의 서재>(1991)와 <8 1/2 우먼>(1999)을 비롯해 홍콩으로 건너가 <백발마녀전>(1993), <영웅>(2002) 등을 작업하며 세계적인 의상감독으로 활약했다. 그러다 조동오의 <중천>(2006) 의상감독을 맡으며 방한했을 때 인터뷰를 진행한 적 있다. 맵고 기름진 음식을 먹지 못해 중국과 한국에서 작업할 때 힘들었다며, 일본쌀로 지은 밥과 한국 김으로만 식사를 해결했다고 했다. 아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한국영화 기술 스탭들에게 바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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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가 9월29일 오픈하우스 행사를 열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새 사무실은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311 재화스퀘어 3층이며 대표 번호는 070-8707-2100. 올해 하반기에 <시카고>(재개봉), <소중한 여인>(감독 이안규·출연 김혜수, 이선균)이 개봉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이와 손톱>(감독 정식·출연 고수, 김주혁), <옥수역>(시나리오 작업 중), <대장 김창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케이프로덕션
학원누아르물 <괴물들>(감독 김백준·배급 리틀빅픽쳐스)에 이원근, 이이경, 박규영이 캐스팅됐다. 학원폭력에 시달리다 복수를 계획하는 조재와 그가 파멸시키려는 학교 일진 양훈의 이야기로 10월 초 크랭크인 예정. 롯데그룹과 부산시, 부산은행,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부산롯데창조영화펀드가 제작비 일부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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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감독의 신작 <
[인사이드] 김홍선 감독 신작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가제) 10월 말 촬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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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 분석의 강자, 넷플릭스가 한국 시청자들의 ‘정주행’ 패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특정 에피소드를 시청한 인원의 70% 이상이 시즌1의 시청을 완료했을 때 해당 에피소드를 ‘Hooked’ 데이터, 즉 드라마에 빠져드는 시점으로 간주하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주요 시리즈 60개의 첫 시즌을 시청한 가입자들의 시청 데이터를 분석했다. 결과는 다소 의외다. <센스8>가 5화,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6화가 시즌1을 ‘정주행’하게 한 에피소드로 나타났으며, 평균적으로 다소 늦은 시점인 4~5화까지 본 시청자들이 시즌 완결까지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결과에 대해서 넷플릭스의 CCO(최고 콘텐츠책임자)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 시청자들은 각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속도로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표”라고 말한다. 넷플릭스는 월정액으로 서비스하는 모든 시리즈의
[국내뉴스] 넷플릭스, 주요 시리즈 60개 시청한 한국 가입자들의 시청 패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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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고시원 수도요금이 무려 120만원 나왔다. 한번 물면 끝장을 보고 마는 엄마 양미경(박지영)이 가만있을 리 없다. <범죄의 여왕>의 미경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상경하나 점점 더 큰 비밀과 마주한다. 스릴러와 홍콩 누아르를 연상케 하다가도 일순간 코믹물로 변모하며 장르 규정을 불허하려는 투다. ‘억척 엄마’라는 전형적인 캐릭터를 그리는 대신 장르 안에서 ‘여성’ 양미경을 그리는 방식이 흥미롭다. 이효재 촬영감독도 바로 이 점에 매료돼 <범죄의 여왕>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다. “지금의 아내이자 당시 여자친구였던 김보희 프로듀서가 이 작품을 준비하는 걸 지켜봤다. 오지랖 넓은 엄마, 녹록지 않은 청춘들의 이야기는 꽤 보편적인데 그걸 정말 독특하게 풀더라. ‘프로듀서님께’ 부탁이란 걸 했다. ‘이요섭 감독님과 딱 한번만 인터뷰할 수 있게 약속을 잡아달라’고. (웃음) 운이 좋았다.”
4억원 규모의 저예산영화인 만큼 꼼꼼한 콘티 작업은 필수였다. 신별로 코
[영화人] 연출자의 의도와 서사의 흐름을 좇는 게 우선 - <범죄의 여왕> 이효재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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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동석)와 태진(김영광)이 경찰서 컴퓨터로 현지가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다. <원더풀 라이프>(가제)는 김성진 프로듀서가 시나리오 초고를 썼고 김 프로듀서, 조원희 감독, 마동석이 함께 수정한 이야기다. 마동석은 “촬영 전 칠십 몇고까지 고쳤을 거다. 정말 많이 고쳤다”고 전했다.
조원희 감독이 마동석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7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조원희 감독은 <한겨레>에 연재하던 칼럼을 중단할 만큼 각오가 단단하다. “처음에는 촬영하면서 현장기를 써볼까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안되겠더라. (웃음)”
이유영이 맡은 현지는 태진의 여자친구로,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성이다. 이유영은 “씩씩하고 밝은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출연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조원희 감독은 “현지는 이유영씨가 맡아왔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본인의 성격과 닮은 캐릭터이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직업정신이 투철한(혹은 오지랖이 넓은) 경찰
[씨네스코프] 조원희 감독이 연출하고, 마동석이 주연 맡은 <원더풀 라이프>(가제)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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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으로 존재하는 CD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MP3 음원으로 음악 세상의 주인이 바뀌면서 사람들의 음악 생활도 변했다. MP3 플레이어에 음원을 넣고 수많은 음악을 동시에 듣는 경험은 신세계였으나 열성적으로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다면 질리기도 쉬워졌다.
하나 다행스러운 역설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추천 덕에 평생 모르고 살았을 밴드를 알게 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더 페인즈 오브 빙 퓨어 앳 하트라는 긴 이름의 밴드가 그렇다. 200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결성한 이 젊은 인디 팝 밴드는 속삭이듯 웅얼거리는 목소리와 소음처럼 배경에 깔린 연주가 특징이다. 여전히 마니아를 다수 보유한 슈게이징 장르의 알파이자 오메가,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보컬과 기타를 맡은 킵 버먼과 현재는 탈퇴한 페기 왕, 알렉스 내디어스를 주축으로 결성했다. 2009년 첫 스튜디오 음반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는 인디 음악 애호가와 비평가들에게
[마감인간의 music] 21세기 슈게이징의 지금 - 더 페인즈 오브 빙 퓨어 앳 하트, 《Days of Aba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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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처절하게 파멸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이 모든 게 그를 개처럼 부리던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 때문이었을까. 호형호제하던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는 그를 버리고 박성배의 수하로 갔고, 자신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은 박성배를 잡겠다고 한도경의 숨통을 죄어온다. 폭력과 부패가 판을 치는 132분의 하드보일드 누아르. “<아수라>라는 버스에서 관객들이 내리지 않기를 바랐다”라고 말하는 김성수 감독은 이 지독한 소용돌이 안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 통증, 혼란을 관객에게도 똑같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농담이 아니다. 이 지독한 ‘악취미’에 관객이 갑갑함을 호소한다고 해도 그는 애초 타협할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끝까지 밀어붙인 그 생생한 풍경은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생경함이자 <아수라>가 김성수 감독의 영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또 다른 성취임을 알려준다. 영화의 배경이 된 안남시의 전경을 촬영
[씨네 인터뷰] “한국형 범죄 누아르와는 다른 영화를 찍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 <아수라> 김성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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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스> PASSENGERS
감독 모튼 틸덤 / 출연 제니퍼 로렌스, 크리스 프랫, 마이클 신, 로렌스 피시번
5259명의 인간을 태운 우주선 아발론호가 ‘홈스테드 콜로니’라고 불리는 우주 식민지 행성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다 난데없이 발생한 내부 오작동으로 단 두명의 승객이 출발 30년 만에 깨어난다.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는 90여년이 남았다. 두 승객은 오로지 둘이서 그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할 운명에 처한다. 잠에서 깨어난 오로라와 짐 프레스턴 캐릭터를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이 연기한다. <이미테이션 게임>(2014)을 연출한 모튼 틸덤 감독이 영화의 연출을 맡고, <닥터 스트레인지>(2016), <프로메테우스>(2013)의 각본을 쓴 존 스페이츠가 시나리오를 담당했다. 12월21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나 홀로 깨어있는 시간 <패신저스> PASSEN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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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 이소현 감독은 그길로 외할머니가 있는 화순에 내려가 할머니와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의 먼 집>은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라 할머니에게 강한 애착을 가진 이소현 감독이 할머니의 지금을 보듬고 얼마나 더 남았을지 모를 할머니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고자 만든 다큐멘터리다. 할머니에게 오랜 시간 보살핌을 받아온 손녀의 고마움과 애정이 짙게 묻어난 작품이다.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젝트 마켓에서 KB국민카드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할머니는 요즘 어떠신가.
=벌써 아흔여섯이 되셨다. 기력이 많이 쇠하셔서 지금은 병원에 계신다. 이젠 요양사들이 항상 곁에 있어주어서 한달에 한번 정도 2, 3일씩 할머니 곁에 머물다 온다. 다른 어른들은 몰라도 나만큼은 단번에 알아보시더라.
-할머니는 영화를 보고 뭐라고 하시던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했다. 할머니께 서울에서 상영
[people] 손녀가 카메라에 담은 할머니의 삶 - <할머니의 먼 집> 이소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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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의 영화인생
올가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의 스크린이 윤정희라는 색채로 물든다. 9월22일부터 10월2일까지, 서울 마포구 시네마테크 KOFA에서 데뷔 40주년을 맞은 배우 윤정희 특별전이 열린다. 데뷔작 <청춘극장>을 비롯해 1960년대 한국영화 황금기를 대변하는 작품인 <안개> <황혼의 부르스>, 배우 윤정희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시> 등 대표작 스무편이 상영된다. 영화감독 이창동, 최하원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 행사도 두 차례 마련된다. KOFA에서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든든한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그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보자.
고궁의 가을밤은 깊어가고
고궁에서 가을밤의 정취를 누려보자. 경복궁과 창경궁이 9월24일부터 10월28일까지 올해 4차 야간 특별관람을 시행한다. 경복궁은 근정전·경회루·수정전·사정전·교태전·강녕전 권역을, 창경궁은 홍화문·명정전·통명전·춘당지·대온실 권역을 개방한다. 오
[culture highway] 윤정희의 영화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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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인생영화라고 하시면, 제가 해야죠.”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정우성은 덥석 김성수 감독의 뜻을 지지하고 나섰다. 감독과 배우로 둘은 그렇게 늘, 서로의 차기작을 점검하는 사이다. <비트>(1997)와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로 이어져온 김성수-정우성 협업의 아름다운 연장선. <아수라>에서 그가 연기하는 부패한 형사 한도경은 악의 충돌과 대립 속, 갑갑하게 죄어오는 곤경에 처해 복잡하게 일그러지기를 반복한다. 그 처연한 모습에서 마냥 순수했던 <비트>의 청년 민을, 기어코 찾아내보고 싶어진다. <비트>는 정우성이라는 존재의 탄생기였다. 첫사랑 로미(고소영), 절친 태수(유오성)를 지키려던 20년 전의 민이 희망 없는 세상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면, 지금의 한도경처럼 좌절의 순간을 맞게 되지 않았을까. 한층 성숙하고 노련해진 정우성의 연기를 보며, 한없이 맑고 투명했던 <비트>에서의 풋
[메모리] 한없이 투명했던 - <비트>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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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처음 하는 거라고,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고 하니 건네는 말들이 있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영화연출 경험이 무대연출에 도움이 되리란 보장이 없기에, 나도 걱정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겁 없이 용기냈던 이유가 있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연극 또한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영화를 보는 관객과 연극을 보는 관객이 다른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내가 그들을 상상하며 영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연극을 대하지 못할 이유가 뭔가. 그런 믿음이 연극연출에 대한 도전을 부추겼다.
주변인들의 예언은 적중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연극이라서가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점과 시야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이었다. 그런 일들은 늘 있기에 이 지면에서 사사로운 언급은 피하겠다. 어쨌든 생각보다 우여곡절 끝에 얼마 전 첫 공연을 올렸다.
재밌는 건 그때부터였다. 배우들과 관객이 한 공간에 있기 시작하면서 그제야 작품이 만들어지는구나,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객석과의 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