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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가득 채운 눈동자가 우리를 바라본다. 아니, 우리가 거대하게 찍은 눈동자를 목격하는 걸까. 두 문장은 같지만 전혀 다르다.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이하 <2049>)와 1982년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의 관계가 정확히 이러하다. <2049>는 리들리 스콧이 스크린에 붙들어 맨 세계의 형태에 경배를 바치며 충실한 복제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블레이드 러너>의 오프닝을 먼저 떠올려보자. 칠흑 같은 암흑에 별처럼 박힌 건물의 불빛들과 간헐적으로 솟아오르는 불기둥이 익스트림 롱숏으로 펼쳐진다. 이윽고 클로즈업된 눈동자가 화면을 메우는데 녹색의 눈동자에는 불빛과 화염들이 거울처럼 반사되고 있다. <2049>의 경우 시작과 함께 화면을 메우는 건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포착한 눈동자다. 영화는 눈동자를 한참 바라본 뒤에야 익스트림 롱숏으로 하얀 바닥에 점처럼 박힌 단백질 농장의 전경을 천천히
<블레이드 러너 2049> 세계의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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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마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더!>를 보다 떠오른 건 즈비뉴 립친스키의 단편 <탱고>(1981)였다. 미국 아카데미에서 단편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했고 어느덧 고전이 된 이 작품은 보통 ‘반복과 단절’의 주제로 읽힌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작지만 단정하게 정리된 방이 배경이다. 앞쪽으로 침대가 놓여 있고, 반대쪽으로는 문과 창이 보인다. 문은 좌우 벽에 하나씩 더 있으며, 오른쪽 벽으로는 아기 침대가, 왼쪽 벽으로는 옷장이, 가운데엔 원탁과 의자 두개가 배치되어 있다. 반복되는 탱고 음악이 흐르고 제목이 제시된 다음, 창을 통해 공이 튀어 들어오고 한 아이가 뒤따라와 공을 들고 나간다. 아이의 행동이 반복될 동안, 두 번째 인물인 여성이 뒤쪽 문을 통해 들어와 원탁에 앉아 아이에게 젖을 물린 다음 침대에 누인다. 세 번째 인물인 검은 선글라스의 남자가 몰래 침입해 옷장 위에 놓인 꾸러미를 훔쳐 달아
<마더!> 여기서 파라다이스를 꿈꾸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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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과 이견이 분분하다고 좋은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반드시 영화를 둘러싼 말이 넘쳐난다.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와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마더!>는 흥행과 별개로 어떤 방식으로든 좀더 이야기되어야 할 영화들이다. 누군가는 그 앞에 문제작이라는 팻말을 붙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걸작이라며 칭송해 마지않을 것이다. 이것은 평가가 아니라 논의의 시작이다. 몇 마디 말과 몇편의 글로 전부를 갈음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두고두고 이어질 이야기에 물꼬를 틔우는 심정으로, 송경원 기자와 이용철 평론가의 글을 부친다.
<블레이드 러너 2049> <마더!> 문제작 심층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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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이미지의 최전선. 삶 전체를 관통하는 단면을 기어이 포착해내 10여분의 짧은 영상 속으로 옮겨담는 카메라의 시선은 영상매체로서는 아주 전통적이고 또 그래서 더욱 전복적인 시도를 꾀할 수 있다. 단편영화의 매력은 거기에서 나온다. 올해로 15회를 맞이하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 이하 아시프)의 메인 포스터 전면에 꽉 들어차 있는 보름달의 이미지가 보여주는 의미도 실은 영상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우주 만물을 담아낼 수 있다는 포부가 아닐까. 11월 2일부터 7일까지 6일간 씨네큐브 광화문과 CGV피카디리1958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125개국 5452편이 출품된 가운데 국제경쟁부문에서 총 31개국 47편, 국내경쟁부문에서 총 13편을 최종 선정했다. 올해 15회를 맞이해 수상 부문에 약간의 변화를 꾀했는데 기존 수상 부문에 더해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후원으로 ‘KAFA상’이, 티캐스트 협찬으로 국내경쟁에 한해 수상하는 ‘씨네큐브상’이 추가로 신설됐다. 국내외 경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11월 2일부터 11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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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영화 팬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행사, <더 빅 스릴>이 오는 11월 11일 하루 동안 영국영화협회(BFI)에서 운영하는 런던 BFI 사우스뱅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행사를 기획한 BFI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현대인들은 역설적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을 공유하게 된 것 같다”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스릴러’라는 영화 장르가 어떻게 우리의 ‘불안감’을 묘사하고 증폭시키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은 ‘더 걸스 파이트 백’, ‘사운드트래킹 라이브’, ‘아비 모건의 TV스릴러’와 ‘미스터리 프리뷰’다. 이들 행사는 개별적으로 티켓을 구매해야 참석이 가능하다. 특히 행사를 마무리하는 ‘미스터리 프리뷰’의 경우 관람객이 티켓을 구매하고 극장에 입장하기 전까지 어떤 영화를 감상하게 될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이를 두고 BFI는 “오직 우리의 안목을 믿는 이들만 아직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올해 최고의 스릴러영화를 볼 수 있는 기
[런던] 불안감,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 등 스릴러영화들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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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의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조던 해리슨의 원작 <마조리 프라임>(Marjorie Prime)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치매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마조리(로이스 스미스)는 남편의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복원된 인공지능 월터(존 햄)와 그녀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의 기억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감독은 연극처럼 한정된 공간인 거실에서 주로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로 영화를 구성했다. 이 영화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를 떠올리게 한다.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고 아테네 사람을 구한 영웅이다. 그는 배를 타고 아테네로 돌아갔고 아테네 사람들은 테세우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몇 백년간 그 배를 보존했다. 세월이 흘러 배는 조금씩 훼손되고 사람들은 배를 구성하는 나무판자를 하나씩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배를 유지했다. 그렇게 몇 백년이 지난 후 원래의 나무판자가 다 새 나무판자로 교체되었다면 이 배는 테세우스의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의 인공지능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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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원 감독과 배우 문근영의 만남이 예사롭지 않다. <명왕성>(2012), <마돈나>(2014) 등을 연출하며 소외된 계층과 그들을 내친 자본주의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담아냈던 신수원 감독은 <유리정원>을 통해서 조금은 색다른 변화를 꾀했다. 역시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주인공들이 등장하지만 미스터리와 판타지를 오가는 이른바 신수원식 ‘리얼 판타지’를 선택한 것. 한때는 앳된 외모로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던 문근영이 배우로서의 성숙한 모습, 혹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유리정원>은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문근영이 연기하는 주인공 재연은 오직 연구밖에 모르는, 선천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과학도. 전혀 튀지 않는 평범한 차림새와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에 가까운 무뚝뚝함이 항시 묻어나는 재연이라는 옷을 선택한 문근영의 속뜻이 궁금해졌다. 오랜만의 주연작이지만 그래서 더욱 도전적으로 보이는 영화 <유리정원
<유리정원> 문근영, “감독과 나의 언어의 장이 닮아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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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SNS를 뒤적이다가, 한 신조어에 오랫동안 눈이 머물렀다. 미국의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신조어, 클로프닝(clopening). 클로징과 오프닝을 묶어낸 이 말은 상점이나 카페의 종업원이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매장 문을 닫고 퇴근한 다음, 불과 몇 시간 뒤 새벽에 다시 출근해서 매장 문을 여는 것을 가리킨다. tvN의 복지국가 비기닝 프로젝트-<행복난민>이 복지국가의 표본 덴마크로 떠났다. 프로젝트 팀장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을 필두로 <한국이 싫어서>의 장강명 작가, 박재민 배우가 한팀을 이룬다. 화두는 우리 모두 일상적으로 되뇌는 말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힘들게 일하며 살고 있을까?’ 주 4일, 30시간을 일하면서도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이뤄낸 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근시간이 오후 4시인 나라. 그냥 듣기엔 마냥 부럽기만 한 나라에 노동 전문가인 심상정 의원이 직접 간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공중파 방송의 길어지는 파업에 자괴
[TVIEW] <행복난민>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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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배급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고 그 영화가 진정 재미없고 의미없는 영화인 건 아니다. 상업영화에 비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적은 저예산 예술·독립영화를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의미 있는 사업을 마련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씨네21>이 함께하는 히든픽처스는 ‘저예산영화 온라인 유통 마케팅 지원사업’의 새 이름이다. 저예산 예술·독립영화들이 온라인 및 디지털 플랫폼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예술·독립영화의 재미와 가치를 환기시키고 디지털 온라인 수익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술·독립영화로 인정을 받은 순제작비 10억원 미만의 한국영화 중 IPTV, 디지털 VOD 배급작에 한해 히든픽처스를 선정한다.
10월의 히든픽처스로는 <사월의 끝> <안녕 히어로> <저수지 게임> <소나기> <더 테이블> <시인의 사랑> 이상 6편이 선정됐다. 김광복 감독의 &
영화진흥위원회와 <씨네21>의 저예산영화 지원 사업 ‘히든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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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미디어메이커 / 감독 장항준 / 출연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나영희 / 제공·배급 키위컴퍼니, 메가박스(주)플러스엠 / 개봉 11월 29일
기억은 때때로 진실을 왜곡한다. <기억의 밤>은 엇갈린 기억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형제의 이야기다. 형 유석(김무열)은 새집으로 이사온 날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된다. 동생 진석(강하늘)은 형이 납치된 뒤 매일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 납치된 지 19일 만에 집에 돌아온 유석은 그간의 기억을 모두 잃었고, 진석은 매일 밤 사라지는 형을 쫓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한다. 줄거리만 보면 기억의 조각들이 사건의 큰 그림 안에서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고, 각기 다른 둘의 기억들이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김무열과 강하늘이 형제로 출연해 어떤 에너지를 주고받을지 궁금해진다. <기억의 밤>은 드라마 <싸인>
[Coming Soon] <기억의 밤>, 엇갈린 기억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형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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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장르를 ‘최민식’으로 풀면 된다.” 정지우 감독이 한 이 말은 <해피엔드>(1999) 이후 18년 만에 함께 작업한 배우 최민식에 대한 단순한 상찬이 아니다. 이 영화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임태산(최민식)의 사랑하는 약혼녀 유나(이하늬)가 어느 날 죽은 채 발견되고, 딸 미라(이수경)가 유나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시작된다. 소중한 것들을 한꺼번에 잃을 위기에 처한 남자 임태산의 선택과 고민 그리고 행동이 <침묵> 서사의 동력이자 관건이다. 어쩌면 정지우 감독도 그런 뜻으로 한 얘기인지도 모른다. 정지우 감독의 말을 들은 최민식은 “‘<침묵>의 장르는 최민식’이라는 말이 고맙기도 하지만 사실 좀 낯간지럽다. 겸손을 떨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침묵>은 현재 정지우 감독의 생각과 감성, 가치관 그리고 기술, 그 모든 게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스튜디오에 들어온 최민식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
<침묵> 최민식 -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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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감독 모토히로 가쓰유키 / 출연 사토 다케루, 아야노 고
‘아인’은 절대 죽지 않는 신종 인류다. 아인의 능력은 죽기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아 일본 정부는 아인에게 현상금을 걸고 있다. 레지던트 의사인 게이(사토 다케루)는 교통사고를 당했다가 자신이 아인임을 깨닫고, 그에게 생체실험을 하려는 일본 정부에 쫓긴다. 한편 인간 말살을 목표로 하는 또 다른 아인 사토(아야노 고)가 그에게 접근하며 인류와 아인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작가 사쿠라이 가몬의 동명 만화를 실사화한 작품.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7.1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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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향후 제작될 마블 영화에 더 많은 여성캐릭터가 등장할 거라고 예고했다.
우선 2019년 개봉예정인 마블의 첫 여성 히어로영화 <캡틴 마블>이 제작에 착수했고, 브리 라슨이 캡틴 마블 역으로 합류한 상태다. <블랙 팬서>에선 루피타 니옹고와 다나이 구리라가 주요 배역을 맡았고, <앤트맨 앤드 와스프>엔 에반젤린 릴리가 앤트맨과 대등한 비중으로 출연한다.
-넷플릭스가 미국 내 월 이용료를 인상했다.
스탠더드 서비스는 기존 10달러에서 11달러로, 프리미엄 서비스는 12달러에서 14달러로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주가는 이용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상승했다. 참고로 가격 인상은 미국에서만 적용된다.
-르네 젤위거가 주디 갈런드 전기영화에 출연한다.
전기영화 <주디>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로 기억되는 주디 갈런드의 생애 중 런던에서의 마지막 콘서트 이야기를 그린다. 영국 출신의 루퍼트 굴드
르네 젤위거, 주디 갈런드 전기영화 출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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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지오스톰> 기후통제위성센터가 위성을 분실했다는 소식입니다.
[정훈이 만화] <지오스톰> 기후통제위성센터가 위성을 분실했다는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