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주년을 맞은 도쿄국제영화제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지난 주말 태풍 사올라가 도쿄 한복판에 상륙한 것이다. 하지만 비가 쏟아지고 강풍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영화제가 열리는 롯폰기 힐스 일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개성 있는 코스튬을 입은 시민들이 밤낮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핼러윈 시즌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올해 영화제가 새로운 사람의 ‘유입’을 겨냥한 축제의 분위기를 띤 이유가 크다. 올해 도쿄는 일본·중국 합작을 개막식에서 대대적으로 공개했고, 특별히 동남아시아권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주요 부문에 대중적인 작법으로 만든 상업영화를 내세웠고, 젊은 인기배우들을 한데 모아 특별전을 열었다.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롯폰기 힐스에서 열린 제30회 도쿄국제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20년 전 도쿄국제영화제는 <타이타닉>(1997)을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했고 제임스 카메론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레드카펫을 밟았다. 개봉 시기에
제30회 도쿄국제영화제 ① ~ ③
-
테니스 역사상 펼쳐진 성 대결에서 빌리 진 킹이 남자 선수에게 이긴 최초의 여자 선수는 아니다. 테니스 성 대결의 역사와 더불어 영화가 중요하게 다룬 실존 인물과 사건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빌리 진 킹
전직 여자 세계 랭킹 1위의 테니스 선수. 39개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거머쥔, 테니스 명예의 전당(1987년) 멤버. 여자테니스협회와 여성 스포츠재단 설립자, 성 평등과 사회 정의를 위해 투쟁한 선구자. 빌리 진 킹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 중 한명이자 유능한 사회운동가다. 1943년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태어나 11살 때 테니스를 시작한 그녀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테니스 역사를 바꾸어놓기 시작했다. 킹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1961년 윔블던에서 최연소(20살)로 여자 복식 우승자가 되면서부터다. 그녀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유명했는데, 킹의 빠르고 강한 공은 상대 선수를 완전히 압도할 정도의 위력이었다고 한다. 1973년, 55살의 남자 테니스
빌리 진 킹을 비롯한 ‘남성 vs 여성’ 대결의 역사와 관련 인물·단체 이야기
-
달 착륙 이후 사상 최고의 시청률. 1973년 9월 20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애스트로돔 경기장에 전세계 9천만명의 이목이 집중됐다. 29살의 여자 테니스 챔피언, 빌리 진 킹과 55살의 전직 남자 테니스 챔피언 보비 리그스의 경기를 보기 위함이었다. 이날의 대결은 단순히 두 선수의 커리어와 명예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었다. 이건 ‘여자는 침대와 부엌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하던 남성우월주의자와 ‘여자와 남자는 동등한 입장에서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페미니스트의 대결이기도 했다. 테니스 코트 안에서의 승패가 테니스 코트 바깥의 사회적 분위기를, 나아가서는 시대정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빌리 진 킹과 보비 리그스의 경기는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었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은 바로 이날의 승부를 향해 달려가는 영화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1973년 미국의 시대적 풍경이 어떠했는지를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테니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어!
-
김주혁의 필모그래피가 새로이 추가될 수 없다. 그 사실만으로도 안타깝고 슬프다. 영화를, 연기를 사랑했던 배우 김주혁은 우리가 기억해야만 할 좋은 영화들을 남겼다. 다음은 <씨네21> 기자들이 가장 아끼는 김주혁의 장면들이다.
김성훈 기자의 <청연>(2005)
술을 잘 마시지 못해 입에 거의 대지 않는 김주혁은 유독 <청연>에서 만취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가 연기한 한지혁은 박경원(장진영)의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곯아떨어졌고, 그 다음날 박경원이 모는 택시를 다시 불렀을 때도 만취해 있었다. 박경원이 그에게 “비너스(술집)에 자주 가시나봐요”라고 묻자 그는 “우울할 때마다 가요”라고 대답하고, 박경원은 “매일 우울하신가봐요”라고 말한다. 중의원이 되기 위해 자신을 입대시킨 아버지에 대한 원망,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인한 그의 우울한 얼굴이 영화 내내 아른거린다. 그럼에도 박경원과 함께 있을 때 그의 얼굴은 가장 환하
[김주혁 추모] 우리가 기억하는 김주혁
-
-
김주혁은 영화에서 노래를 꽤 불렀다. 기가 막히게 잘 불렀다는 게 아니라 몇번 불렀다는 얘기다. 신기하게도 영화는 그의 노래를 중간에 끊지 않고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줬다. 그의 무덤덤하면서도 담백한 노래는 몇 마디 인상적인 대사보다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전해줬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공교롭게도 그 노래들은,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최호섭의 노래인 <세월이 가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하 홍반장)에서 각각 김광석과 유재하의 노래인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와 <그대 내 품에>다. 어쩜 그리도 떠난 그를 떠올리게 하는 곡들인지. 당연히 원곡보다야 못하지만 이상하게 그의 노래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카메라는 그로 하여금 영화에서 그 노래들을 꼬박 다 부르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꽤 한동안 그 노래들이 입가를 맴돌 것 같다. “세월이 가면
[김주혁 추모] 더없이 든든했던 배우 기억하겠습니다
-
2017 서울프라이드영화제는 ‘연대는 희망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11월 2일(목)부터 8일(수)까지 7일간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리는 비경쟁 퀴어영화제다. 올해는 전세계 30개국 70여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로뱅 캉피요 감독의 <120 비츠 퍼 미니트>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90년대 초반 프랑스 파리에서 제대로 된 치료제 없이 에이즈로 죽어가는 자신과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제약회사에 대항하여 투쟁한 ‘액트업’(정부의 에이즈 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폐막작으로는 영화제의 제작 지원 제도인 ‘프라이드 필름 제작 지원’을 받은 김창범 감독의 단편 <두 밤>, 이은경·이희선 감독의 <셔틀런>, 홍유정 감독의 <프리버드> 등 세편이 상영된다.
프로그램은 다섯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는데 ‘핫 핑크 섹션’, ‘스페셜 프라이드 섹션’, ‘코리아 프
2017 서울프라이드영화제
-
1920년대 독일영화의 최고 전성기를 담당했던 우파(Ufa)영화사가 100주년을 맞았다. 우파영화사 세트장이 자리했던 베를린과 포츠담에서는 전시회, 회고전, 학술대회 등 기념행사가 연달아 열리고 있다. 이미 베를린 예술영화극장 바빌론이 9월 한달 동안 우파영화사 영화 100여편을 선정해 상영했다. 또 9월 25일엔 독일 대통령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와 독일 영화인 4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독일 우파 100주년 기념식도 열렸다. 현재 포츠담 영화박물관에서는 전시회와 상영회가 열리고 있고, 베를린 영화박물관에서도 11월 전시회 일정이 잡혀 있다. 독일 프랑스 합작 공영 방송국 <아르테>에서는 우파영화사 100주년 기념 특집 영화들을 방영하고, 방영된 영화들을 인터넷에도 제공하고 있다. 우파영화사 영욕의 역사를 다룬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들이 12월 초 방영 예정이다. 한편 독일 역사박물관에서 지난 5월에 열렸던 우파영화사 관련 학술회의가 12월에도 열린다.
우파영화사는 독
[베를린] 1차대전 독일 프로파간다로 시작된 영화사의 과거와 현재
-
본문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잇 컴스 앳 나잇>(2017)이라는 제목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원제인 ‘It Comes at Night’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기본적인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명쾌하고 으스스하고 우아한 제목이다. 무엇보다 이 제목은 아무런 장애 없이 한국어로 말끔하게 번역될 수 있다. 그런데 수입사에서는 이 간단한 작업을 하지 않고 <잇 컴스 앳 나잇>이라는 괴상한 제목을 붙여버린다. 쉬운 단어라고 해서 한글 표기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comes’는 쉬운 단어지만 ‘컴스’라고 쓰면 어색할 뿐이다. 물론 기억하기도 어렵다. 수많은 잠재 관객이 이 영화의 제목을 감당하지 못하고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도대체 못 볼 수 없는 문제인데 어떻게 이 제목으로 극장 개봉까지 온 것일까. 모를 일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잇 컴스 앳 나잇>이라니 이 영화는 십중팔구 호러이거나 스릴러다. 제목만 본다면 호러
호러의 규격을 배반한 <잇 컴스 앳 나잇>이 공포를 야기하는 방법
-
혼외자녀를 집에 들인 남편과 이혼하지 못하는 재벌가 막내딸 김정혜(이요원)와 자식이 학교폭력에 휘말린 재래시장 생선장수 홍도희(라미란), 가정폭력 피해자인 중산층 전업주부 이미숙(명세빈). 부암동에 사는 세 여자가 복수 품앗이를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 ‘부암동 복수자 소셜 클럽’이라는 거창한 이름은 짓자마자 ‘복자클럽’이라 줄어들었고, 대책 없이 모여서 제일 먼저 한 합의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의 복수가 좋겠다는 거였다. tvN <부암동 복수자들>은 복수를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과 주변을 갈아넣는 눈먼 복수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일반적인 복수극이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앗아간 대상에게 억울함을 터뜨리다 악인과 닮아가고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뒤늦게 치유되는 흐름이라면, 복자클럽 멤버들은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조심스럽다. 또한 이들은 상처 입은 각자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제일 먼저 자신들을 돌본다. 생
[TVIEW] <부암동 복수자들> 나, 우리, 세계
-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감독 케네스 브래너 / 출연 케네스 브래너, 페넬로페 크루즈, 윌럼 더포, 주디 덴치, 조니 뎁, 조시 개드, 미셸 파이퍼, 데이지 리들리 /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개봉 11월 말
“이 기차엔 악마가 타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고전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1933)이 영화화됐다. 영국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과 주연을 겸한 이 작품은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고급 열차, ‘오리엔트 특급’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조명한다. 이 열차에는 세계적인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가 타고 있다. 폭설로 열차가 멈춘 사이, 한 승객이 살해당하고 탑승객 13명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교수, 집사, 공작 부인과 하녀, 가정교사, 선교사, 미망인, 세일즈맨과 의사, 백작 부부와 비서, 그리고 갱스터.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케네스 브래너는 “원작의 정수를 유지
[Coming Soon]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오리엔트 특급’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
<온리 더 브레이브> Only the Brave
감독 조셉 코신스키 / 출연 조시 브롤린, 마일스 텔러, 제프 브리지스
2013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발생한 산불로 순직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2007년 애리 조나의 프레스콧 소방국은 에릭(조시 브롤린)의 주도로 최정예 산불진화 대원을 선발한다. 젊은 대원 브렌단(마일스 텔러)을 포함해 21살에서 41살의 소방관으로 구성된 ‘그래닛 마운틴 핫샷 크루’가 탄생한다. 이들은 대규모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되고 20명 중 19명이 순직하는 아픔을 겪는다. 숭고한 희생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미국 2017.10.27~29
-
-매즈 미켈슨, 세계 최강 암살자 연기한다.
매즈 미켈슨이 다크 호스 코믹스의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하는 액션 스릴러 <폴라>의 주연에 캐스팅됐다. 그가 연기할 던칸은 세계 최고의 암살자로, 은퇴 후 은둔해 있던 그가 무고한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다는 내용을 담는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AMPAS 특별상 수상한다.
아카데미 위원회는 올해 VR 단편영화 <살과 모래>를 만들어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했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에게 제9회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특별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이 상은 기술 혁신을 이룩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그는 19번째 수상자가 됐다.
-앤설 엘고트, 아마존 제작 영화에 합류한다.
영화 <황금방울새>는 작가 도나 타트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소설 <황금방울새>를 영화화하는 작품으로 워너브러더스와 아마존 스튜디오의 합작 영화다. 미술관 폭탄
매즈 미켈슨, 세계 최강 암살자 연기 外
-
[정훈이 만화] <블레이드 러너 2049> 박사님께서 창조하신 리플리컨트 임시 NO.5 입니다
[정훈이 만화] <블레이드 러너 2049> 박사님께서 창조하신 리플리컨트 임시 NO.5 입니다
-
‘완벽한 한 잔’ 시리즈. <완벽한 커피 한 잔: 원두의 과학>에 이어 <완벽한 차 한 잔: 찻잎의 과학>이 출간되었다. ‘차’라고 통칭되는 음료의 산지별, 가공과정별 특징과 우리는 법까지가 핸드북 형식으로 정리되어 실렸다. 세계 제1의 차 생산국은 중국인데, 중국산 차 이름을 정하는 규격화된 공식은 존재하지 않아 이국적이고 현란하며 혼란스러운 이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차를 많이 수입하고 재수출하는 나라는 차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 독일이다. 독일은 인도산 다질링차의 단일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아침에는 아삼, 실론을 비롯해 강한 맛의 단일 원산지 홍차 혹은 잉글리시/아이리시 브랙퍼스트가 좋다. 점심이나 이른 오후에는 센차, 재스민, 마차, 황산모봉 등의 은은한 녹차나 아리산, 동방미인 같은 우롱차가 좋고, 저녁이나 이른 밤에는 우롱차, 백호은침, 백모란 등의 백차나 디카페인 차가 좋다고. 책의 후반부에는 공부차 끓이기, 개완 사용하는 법, 잉글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완벽한 차 한 잔>, ‘완벽한 한 잔’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