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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았고, 거짓말이길 바랐다. 지난 10월 30일 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5살. 그와 함께 작품을 했던 동료들은 물론 영화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에 극장 개봉을 앞두고 각종 행사를 준비했던 작품들이 추모의 의미로 연이어 일정을 취소했다.
먼저 10월 30일 저녁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부라더>의 VIP 시사회 레드카펫 및 포토월 행사, 무대인사가 취소됐다. 같은 날 CGV왕십리에서 열린 <침묵> CGV 스타 라이브톡은 원래 네이버 브이앱으로 생중계될 예정이었지만 중계를 취소하기로 했다. <침묵>의 주연배우 최민식은 현장에서 “우리가 참 아끼는 후배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운명했다. 오늘 이 행사를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아무쪼록 우리의 소중했던 배우 김주혁을 추모하는 자리로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행사 시작에 앞서 추모의 뜻을 전했다. 같은 날 서울 명보아트홀에서 열린 아름다운
김주혁 타계, 영화계 행사 취소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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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죽음 뒤 살아돌아온 자, 희생부활자(Resurrected Victims, RV). ‘인체는 80%의 물로 구성되어 있어, RV들이 등장할 때는 비를 수반한다’는 설정이 있었다. 즉,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억울하게 죽은 엄마 명숙(김해숙)이 나타날 때면 비가 내려야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께 비 신은 좀 줄이자. 부담스럽다고 했다. 근데 그건 도저히 못 버리시겠다”고 하더라.
김성환 촬영감독의 숙제는 과연 그 많은 비를 어떻게 영화에 담아내느냐로 귀결됐다. “양수리 주차장에서 촬영 전 비 테스트를 했다. 다양한 변수에서 비가 어떻게 화면에 구현되는지 실험했다.” 김성환 촬영감독이 레퍼런스로 삼은 것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세븐>(1995)이었다. “비가 내리는데 차 안에 빛이 들어온다. 그 장면 구현을 많이 연구했다.” 죽은 자가 살아돌아온다는 판타지적 요소를 촬영으로 구현하는 것도 숙제였다. 특히 엄마가 살아돌아온 첫 장면에 현실성을 주는 것도
<희생부활자> 김성환 촬영감독 - 비와 빛의 활용이 주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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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레이드 러너>(1982)의 1992년 감독판과 2007년 파이널컷보다 최초 극장 개봉 버전을 더 좋아한다. 해리슨 포드 스스로 계약 때문에 군더더기만 붙이는 짓인 줄 알면서도 할 수 없이 녹음했다는, 무성의하지만 친절한 내레이션이 있는 그 판본. 감독판과 파이널 컷에서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레이첼(숀 영)과 함께 달아나기로 결심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뚝 끝내버린 결말은 리들리 스콧 옹이 스스로 위대한 작가임을 애써 재확인받으려는 듯 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화란 감독 뜻대로 되기는 어려운 예술이고, 나는 그 고통이 담긴 만신창이 버전에 더 마음이 간다. 이후 작품마다 2차 매체에서 온갖 판본을 재생산하는 스콧 옹의 결정판 집착은 서글프다.
뉴 비디오 프로덕션에서 출시한 VHS 비디오 제목, <서기 2019년>으로 영화를 처음 본 이후 내게 작품의 최종 결정판은 오직 하나였다. <샤이닝>의 자투리 필름에서 얻어온 대자연의 풍광이 펼쳐지면서
리들리 스콧 <블레이드 러너>와 드니 빌뇌브 <블레이드 러너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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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길을 걷다 갑자기 떠올라 디스트로이어의 2015년 앨범 《Poison Seasons》를 플레이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과연, 밴드 이름과는 상반된 섬세한 결의 사운드가 울려퍼지자마자 나는 이 음반이 걸작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디스트로이어는 캐나다에서 결성된 록 밴드. 그들에 관한 또 다른 글을 이 지면을 통해 쓴 적 있지만, 이렇게 다시금 호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 앨범 《ken》(2017)이 막 발매되었는데, 이 또한 환상적인 음악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ken》의 전체적인 기조는 《Poison Seasons》와는 조금 다르다. 《Poison Seasons》가 서정적이면서도 시네마틱했다면, 《ken》은 몽롱하고, 꿈결 같은 사운드와 록, 그리고 신스 팝 사이를 오고 간다. 광활하고, 다채롭다. 요즘 날씨에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받아들여도 좋겠다. 한곡만 추천해야 한다면 <Tinselton Swimming in Blood>를 선택할 듯
[마감인간의 music] 디스트로이어 《Poison Seasons》, 더욱 선명하게, 디스트로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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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외칠 순 없는 거잖나. 어떻게 하면 영화를 기꺼이 봐줄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안 입히면서, 이 영화가 사실은 이런 작품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웃음)” 크고 작은 반전이 러닝타임 내내 포진해 있는 <침묵>은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정지우 감독은 러닝타임 한 시간가량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안타까워 하면서도 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맞이하는 이러한 경험을 흥미로워했다. 영화 <침묵>은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법정 장르의 공식을 취하고 있지만, 살해된 약혼녀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딸 사이에서 부서진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한 남자의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 장르적 새로움과 여전한 감수성으로 무장한 정지우 감독의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럽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탈북자를 소재로 한 <로기완>
<침묵> 정지우 감독, "침묵은 참회와 반성의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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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의 게임> MOLLY'S GAME
감독 에런 소킨 / 출연 제시카 채스테인, 이드리스 엘바, 케빈 코스트너
TV시리즈 <뉴스룸>,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 등의 각본을 쓴 작가 에런 소킨이 감독으로 데뷔한다. 2000년대 베벌리힐스의 지하포커 세계를 장악했던 실존 인물 몰리 블룸의 이야기다. 스키 선수였던 몰리 블룸은 올림픽 진출이 무산되자 LA의 웨이트리스로 일하게 되고, 이를 통해 할리우드의 지하포커 세계에 입성한다. 이후 배우들과 스포츠 스타, 러시아 범죄 조직까지 상대하며 판을 키워 약 8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FBI에 체포되기까지 몰리 블룸의 파란만장한 10여년을 그린 작품으로,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이 몰리를 연기한다. 2018년 1월 5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몰리의 게임>, 2000년대 베벌리힐스의 지하포커 세계를 장악했던 실존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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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북부의 한 도시에 두달 넘게 머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국의 1년보다 더 많은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오해를 살까봐 말하는데, 한국에서 나는 왕따가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이곳의 친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소개받았고 간혹 초대를 받아 모임에 갔다. 이때 대화 상황은 대부분 ‘집’에서 발생했다. 정원의 화초, 반려견, 준비한 요리…. 대화의 소재는 계속 뻗어갔다. 최근 접한 기사와 책, 참여한 지역 행사와 학회, 이 모든 것을 거미줄처럼 엮는 지식과 경험.
나는 생각했다. 자유로운 거주가 가능한 물리적 장소야말로 대화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요건이다. 그 장소에서 자아와 타인이 연결되는 빈도와 강도는 높아진다. 이는 분명 중산층 이상의 계급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들에게는 정원이 딸린 집과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는 직업이나 세습 재산이 있다.
그러나 집이 있다고 늘 대화가 가능한 건 아니다. 일단 당신
어떤 곳의 어떤 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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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무용영화제가 11월 3일부터 5일까지 명보아트홀 명보아트시네마, 예술통 코쿤홀에서 열린다. 7개 부문 31편의 무용영화를 선보일 이번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춤, 영화로 담다’. 이는 영상을 통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으로서의 무용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는 영화제의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정의숙 서울무용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국내에 무용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아지드현대무용단을 이끄는 대표이자 베테랑 안무가로, 성균관대 예술학부 무용학 전공 교수로 오랫동안 후학을 양성해온 그는 이제 무용과 영화의 만남을 통해 몸의 언어에 대한 관심을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예술적 도전에 나섰다.
-서울무용영화제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몇년 전부터 변혁 감독(<주홍글씨>)과 함께 현대무용과 영상이 어우러지는 융·복합 공연(<윤이상을 만나다> <최후의 만찬> <자유부인>)을 만들어왔다. 그런 작
서울무용영화제 정의숙 집행위원장 - 대중성 갖춘 무용영화로 관객과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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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감독의 전작들, <쿼바디스>(2014), <MB의 추억>(2012), <트루맛쇼>(2011)를 기억한다면 <미스 프레지던트>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 다큐멘터리라 짐작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스 프레지던트>는 통렬한 풍자화가 아니다. 영화는, 박근혜의 탄핵을 경험하면서 상실감과 혼란을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저 정중히 듣는다. 김재환 감독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곧 대화의 시작”이라 했다. 세대간의 대화는 어떻게 가능한지 김재환 감독에게 물었다.
-이 영화를 ‘친박’ 영화로 짐작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박정희와 박근혜의 사진을 이용한 포스터도 거기에 한몫하는 것 같다.
=영화 포스터와 관련해 받은 질문 중 말문이 막혔던 황당한 질문이 하나 있다. 포스터에 사용된 사진은 1979년 1월 1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흑백 사진이고, 그 사진에 컬러를 입혔다. 흑백 사진을 컬러로 변환하는 과정에
<미스 프레지던트> 김재환 감독 - '박사모'는 내게 풍자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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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시네마 365일 개봉관_ 롯데시네마 3개관(부천 신중동역, 안양일번가, 라페스타)
● G-시네마 동시개봉관_ 고양영상미디어센터, 파주 헤이리시네마
● 상영시간_ 1일 2회, 오전 10시~오후 1시 중 1회, 오후 6~9시 중 1회
● 11월 1주 개봉작_ <내 친구 정일우> <미스 프레지던트>
상영작 정보
* 상영관 내부 사정에 따라 상영작이 변경될 수 있으며, 각 상영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 친구 정일우>
1988년의 나(감독)는 헝클어진 머리, 볼품없는 옷을 입은 한 신부를 만났다. 매일같이 커피, 담배, 술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늘은 또 무슨 장난을 칠까 궁리했던 개구쟁이, 노란 잠바를 입고 <노란샤쓰의 사나이>를 멋들어지게 불렀던 ‘파란 눈의 신부’는 그렇게 우리의 삶에 스며들었다.
“가난뱅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믿음으로 모든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었던고 정일우 신부는 모든 것을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다양성영화 11월 1주 개봉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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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노래하는 루시드폴
루시드폴이 2년 만의 새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매한다. 루시드폴의 정규 8집이 될 이번 앨범은 그가 직접 쓴 수필집과 앨범을 합친 형태로 나온다. 이번 앨범에는 루시드폴이 제주에서 생활하며 발견한 개개인의 삶의 가치와 자연 속에서의 치유, 휴식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앨범과 함께 전국 투어 공연 <읽고, 노래하다>도 열린다. 11월 4일부터 5일까지 제주에서 공연을 시작해 성남·인천·전주·부산·대전·서울·대구까지 차례대로 방문한다. 부산·대전·서울·대구 공연은 10월 24일부터, 나머지 도시들은 28일부터 멜론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독립영화도 블루레이로 소장하세요
‘서울독립영화제2016 베스트 컬렉션’ 블루레이가 11월 2일 출시된다. 이지원의 <여름밤>, 김지현의 <무저갱>, 김한라의 <수난이대>, 한정재의 <앰부배깅>, 류연수의 <우리아빠 환갑잔치
[culture highway] 튼튼이와 함께하는 춘천 여행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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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8년 만이다. 정지우 감독과 배우 최민식이 같은 영화에서 조우한 건. 1999년, 새로운 세기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교차하던 세기말의 한국에서, 최민식은 전도유망한 청년 감독 정지우의 장편 데뷔작 <해피엔드>에 출연했다. 단지 행복하고 소박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을 뿐이었던 중산층 남성, 민기의 추락과 절망이 최민식의 허망한 얼굴에 아로새겨졌다. 모든 것을 잃은 민기가 억눌러 왔던 분노를 폭발하는 <해피엔드>의 결말은 당대의 한국영화, 어쩌면 지금의 한국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굉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민기의 선택을 이해할 순 없지만 연민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최민식 덕분이었다. 언젠가 그는 “나쁜 놈이든 좋은 놈이든 뚝 떨어져서 보면 모두가 다 측은하다”며 배우로서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이 세상에 대한 연민임을 말한 적 있다. “훨씬 더 깊어졌지만 내면의 맹렬함은 여전했다. <해피엔드>의 민기를 선배가 지금 연기했다면 어땠
<해피엔드> 최민식 - 슬픈 눈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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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큰아이가 어릴 적부터 품어온 한결같은 소망은 개를 키우고 싶다는 거였다. 6살 막내 녀석까지 가세해 “개 키우고 싶어~” 노래를 불러댔다. 나는 단호했다. 아빠도 개를 좋아하지만 아파트에서 키우는 건, 사람에게도 개에게도 못할 짓이라며 설득을 이어갔다. 직업의 이유도 있었다. 피와 땀이 밴 소중한 필름더미들 사이로 개털이 날아다니는 건 아니 될 일이었다. 아이들의 꿈은 기약 없이 유보될 듯 보였다. 그러던 지난겨울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파는 바람에 쫓기듯 이사를 했고, 오래됐지만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집을 간신히 빌렸다. 인연이 닿으려고 한 것일까. 강화도에 사는 선배의 개가 여러 마리 새끼를 낳았다. 키울 사람을 수소문 한다기에 번쩍 손을 들었고, 아이들은 강아지를 데려오기도 전에 좋아 난리였다.
두어달 어미젖을 먹어야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다기에 기다렸다가 강아지를 받아왔다. 까만 리트리버였다. 녀석의 어미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유기견이었다. 탐지나 맹인안내를 하
[노순택의 사진의 털] 밋밋한 자유 구속된 박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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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을 푼 듯 새파란 물속에서 잠수부가 해양생물을 채집하는 풍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환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그림 같은 이미지다. 그러나 잠수부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환상은 어느 정도 깨진다. 육중한 잠수복은 55kg에 육박한다. 몸무게까지 합치면 얼추 120kg에 달한다. 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물 밖으로 나오는 것도 다른 이의 도움이 없이는 힘들다. 잠수부 박명호씨가 식사하는 동안 잠수복은 벽에 하나의 오브제처럼 걸려 있다. 그의 아내는 제 몸보다 큰 잠수복을 빨아 말리고 정리하는 고단한 작업을 오랜 세월 반복했을 것이다. 박명호씨는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북한에서 건너온 북한 이탈 주민이다. 그는 북방한계선 인근인 남한 최북단 저도어장에서 물질을 한다.
노부부의 삶과 사랑을 그린 전작을 염두에 둘 때 감독의 이번 작품은 의외의 선택처럼 느껴진다. 전작이 일상 드라마라면 <올드마린보이>는 장르영화처럼 느껴진달까. 그러나 일상에 주목하는 태도는 이번 작품에
<올드마린보이> “나는 오늘도 사선을 넘는다. 내가 아버지고, 남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