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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지막 5분이 다 했다. 영화가 끝난 뒤 진하게 잔상을 남기는 건 시간을 뛰어넘어 끝내 만나고야 마는 소년, 소녀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아니라 사진보다 아름다운 몇몇 장면들이다. 전체를 다 보지 않고 마지막 5분만 봤더라도 나는 이 작품에 충분히 만족했을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너의 이름은.>의 후반 5분은 그것만 따로 잘라서 단편으로 구성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독립되고 완결된 구성을 선보인다. 후일담으로서 앞서 펼쳐둔 상황을 정리한다기보다 차라리 마지막 5분의 이야기를 위해 90분간의 전사(前史)를 깔아둔 쪽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혜성 재해로부터 미츠하와 이토모리 마을을 구한 후 8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후반 5분의 이야기는 내레이션, 독백, 심상이 투영된 풍경, 빠른 편집과 세밀한 배경까지 <별의 목소리>(2002)나 <초속5센티미터>(2007)의 정서와 호흡을 연상시킨다. 미츠
[송경원의 영화비평] 신카이 마코토의 극한의 세밀한 묘사가 불러일으키는 마법적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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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기획이 떠올랐다 사라지곤 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방송의 트렌드는 끊임없이 명멸한다. 먹방이 떠올랐다가 여행이 테마가 되고, 예능 토크나 버스킹이 새로운 아이템이 된다. 라디오는 TV보다 제한적일 수 있지만 제작비와 시공간에 구애를 덜 받기 때문에 상상력의 면적은 더 넓다. 하지만 라디오도 TV도 공히 가져야 할 기획의 기본 속성이 있다.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이경규와 강호동, 국민MC의 타이틀을 번갈아 가졌던 두 예능인이 힘을 합쳐 먹방에 나선다. 정확히는 한끼를 얻어먹기 위해 고행을 자처한다. JTBC의 <한끼줍쇼>는 이들이 밥을 얻어먹는 과정을 그린 예능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그날그날 정해진 동네를 헤맨다. 이들이 좌충우돌하며 자연스레 따라붙는 동네 탐방도 프로그램의 일부가 된다. 흔히 지나치던 놀이터의 아이도(아직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문화 충격일 수 있다), 아직은 개발의 칼날이 닿지
[김호상의 TVIEW] <한끼줍쇼> 지속 가능한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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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지나간 자리> The Light Between Oceans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 출연 마이클 파스빈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레이첼 바이스 / 수입 그린나래미디어 / 배급 CGV아트하우스 / 개봉 3월9일
<블루 발렌타인>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의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이 선보이는 또 한편의 멜로드라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돌아온 톰(마이클 파스빈더)은 전쟁 트라우마로 사람들을 피해 외딴섬으로 간다. 등대지기가 된 톰은 그곳에서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을 만나고, 둘은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이를 연달아 두번 유산하며 깊은 슬픔에 빠진다. 어느 날 이들 부부는 파도에 떠내려온 보트에서 한 남자의 시신과 홀로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한다. 두 사람은 운명이라는 심정으로 아이를 자식으로 삼는다. 그리고 몇년 후, 톰과 이자벨 앞에 아이의 친엄마라고 주장하는 한나(레이첼 바이스)가 나타난다. 신의 장난과도 같
[Coming Soon] 신의 장난과도 같은 현실 앞에서 <파도가 지나간 자리> The Light Between Oc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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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가 터득해야 했던 것이 내가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기술’이었다면, 지금 현재 우리가 터득하고 있는 것은 외면을 넘어 ‘타자-세계를 파괴하는 기술’이다.” 최악이란 말을 쉽게 뱉을 수 없는 시대다. 불안과 공황은 일상이 되었고, 갈 곳을 잃은 무기력한 분노는 혐오로 표출되고 있다. 청년들은 가망 없는 ‘노오력’을 강요받고, 궤도를 이탈하면 언제든 빈곤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중·장년층이라고 예외는 없다. 마치 세계의 종말을 향하고 있는 듯한 한국 사회의 징후는 과연 어디서 비롯된 걸까.
사회학자 엄기호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는 망가져가는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과 함께 나아가 사회를 복원시키기 위한 제안을 담고 있다. ‘1장 리셋을 원하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분노, 자책, 무기력으로 치닫는 개인의 내면과 순교자적 나르시시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돌아본다. ‘2장 리셋을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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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는 현대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통한다. 도쿄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문예지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논픽션, 평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저술활동을 이어나가며 인문사회에 관한 주제 외에도 뇌, 생물, 우주, 정보학 등 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지적 탐구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지식의 거장’이란 별명답게 그의 광범위한 지식은 엄청난 독서량에서 비롯된다. 애서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고양이 빌딩’이라는 이름의 개인 도서관을 열어 고등학교 시절부터 70살에 가까운 지금까지 모은 20만여점의 장서를 진열해두고 있다. 그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라는 저서를 통해 실용적인 독서법과 도서 관리법을, <지식의 단련법>에서 정보의 수집과 활용에 대해서 철학 등을 논하며 독서활동의 길잡이 역할을 한 바 있다. 신간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또한 이전 저서들의 연장선에서 그의 독서 활동과 그가 일군 서재를 통해 그의 학문 세계를 돌아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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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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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삶의 궤적도, 가치관도 정반대인 두명의 작가가 있다. 20대 젊은 작가 마거릿 리는 아버지의 헌책방에서 일하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의 전기를 쓴다. “항상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리는 그는 수백년간 책장에 파묻혀 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일기와 회고록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다른 한명은 ‘금세기의 디킨스’로 평가받는 유명 소설가 비다 윈터다. 본인의 저서만으로 책장을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이야기를 지어온 그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신간을 낼 때마다 거짓 인터뷰를 반복해온 탓에 출신과 유년 시절, 심지어 이름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70살을 훌쩍 넘긴 소설가는 자서전을 남기기로 하고, 전기 작가로 마거릿 리를 고용한다. 비다 윈터의 음침하고 거대한 저택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 마거릿 리. 사실만을 기록하는 작가와 거짓에 단련된 소설가는 과거의 거대한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빅토리아 시대를 시작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열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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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 게이스케의 장편 미스터리 소설 <암살자닷컴>에서 청부살인업은 어엿한 서비스직의 하나로 분류된다. ‘조직’이라 불리는 청부살인전문회사는 ‘암살자닷컴’이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살인이란 서비스를 사고판다. “뒤가 구린 악당들”만 처단한다는 신조를 가진 회사는 의뢰의 정당성을 판가름한 후 사이트를 통해 킬러를 공개 입찰한다. 진입 장벽은 높지 않다. 암살자닷컴을 방문한 이라면 누구나 킬러가 될 수 있다.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입찰자가 일을 맡는다. 일단 맡은 일은 무를 수도 없고 실패해서도 안 된다. 만약 낙찰된 일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조직’의 무시무시한 행동대원들에 의해 죽음이란 대가를 치르게 된다. 다른 직업에 비해 특별한 건 높은 수익만큼 위험이 따른다는 점, 개인의 적성과 능력이 조금 더 중시되는 일이라는 점뿐이다.
<암살자닷컴> 속 청부살인업자들은 서늘한 눈빛, 군더더기 없이 일을 처리하는 동작 등이 대변하는 일반적인 킬러의 모습과 인상을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암살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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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북엔즈에 꽂힌 네권의 책은 베일에 싸인 세계를 드러내는 책들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암살자닷컴>은 청부살인을 직업으로 삼은 네명의 킬러와 그들의 세계가 작동하는 은밀한 방식을 밝힌다. <열세 번째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유명 소설가가 그동안 거짓으로 꾸며온 자신의 진짜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들여다보며 그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파헤친다.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는 과격화돼가는 한국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현실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암살자닷컴>은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에 이어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소네 게이스케의 신작이다. ‘살인’이란 서비스를 사고파는 가상의 인터넷 사이트를 배경으로 청부살인업자들의 의뭉스런 생활과 그 이면을 그려내고 있다. 반인륜적 행위로 끼니를 이어나가지만 보통의 생활인과 다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 베일에 싸인 세계를 드러내는 네권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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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50박51일로 잠깐 도망갈게요.” 지난해 2월 크랭크인, 1년간의 작업을 거쳐 이제 막 개봉을 앞둔 <더 킹>의 주연 조인성이 한재림 감독에게 귀여운 엄살을 부렸다. 2008년 <쌍화점> 개봉 이후 지금까지 햇수로 9년 만의 신작이니 긴장과 흥분의 무게가 더해졌을 테다. 그간 조인성은 스크린 공백기, 아니 스크린이 ‘조인성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더 킹>은, 오랜 기다림 끝의 선택지는 권력의 흥에 취해 정점으로 향했으나 결국 그 끝을 보게 된 검사 태수의 흥망성쇠기다. 80년대부터 거쳐온 ‘가짜 왕’ 태수의 수난사가 마치 대한민국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 조인성이 그리는 태수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영화의 90%를 장악한 <더 킹>의 중심. 한재림 감독은 그런 조인성을 두고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확실히 달라진 조인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그렸던, 그러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2017년의 조인성.
[커버스타] 지금의 조인성 - <더 킹> 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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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2회를 맞는 2017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서울극장 내 위치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월19일부터 2월22일까지 열린다. 이번 영화제의 친구들로는 배우 윤여정·김의성·김주혁·이영진과 구로사와 기요시·이경미·임흥순·조성희·윤가은 감독, 김우형·박홍열 촬영감독,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서동진 계원예술대학교 교수가 함께한다. 올해의 테마는 ‘창조 행위’로 13명의 친구들이 추천한 작품들을 포함한 22편의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샘 페킨파 감독의 <케이블 호그의 노래>(1970), 윤여정 배우는 마이크 리 감독의 <커다란 희망>(1988), 김우형 촬영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1975), 임흥순 감독은 미조구치 겐지의 <산쇼다유>(1954), 이경미 감독은 니콜라스 뢰그의 <쳐다보지 마라>(1973), 윤가은 감독은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
[인디나우] 201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1월19일부터 2월22일까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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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의 치루트 임웨와 그의 친구 베이즈 역할에 중화권 배우 견자단과 장원이 캐스팅된 것을 두고 중국 시장을 위한 마스코트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로그 원>에 포스의 아우라를 부여한 건 두 캐릭터의 활약 덕분. 소모적인 캐릭터가 될 것이란 우려를 딛고 주인공 진 이상의 존재감으로 각인된 치루트, 아니 견자단을 위한 헌사를 바친다.
1. 왜 견자단이었나
치루트 임웨는 제다이의 광선검 제작에 필요한 카이버 크리스털을 채굴, 관리하던 신전에 소속된 수도승이다. 휠스의 수호자로 불리는 이들은 제다이처럼 포스를 물리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포스는 나와, 나는 포스와 함께”한다는 치루트의 말처럼 포스의 흐름을 느끼고 그에 따른다. 동양인 수도승이란 컨셉은 그야말로 식상함의 극치지만 견자단의 합류로 상황은 일변했다. 5개월간 런던 촬영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 때문에 캐스팅 제안에 고민하던 견자단은
[알고 봅시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치루트와 견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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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노래: 홍콩 광소곡> モグラの唄 香港狂騷曲
감독 미이베 다카시 / 출연 이쿠타 도마, 에이타, 혼다 쓰바사, 쓰쓰미 신이치
범죄조직 스키야카이회에서 잠입수사 중인 기쿠카와 레이지(이쿠타 도마). 그는 히우라 조직의 두목 히우라 마사야(쓰쓰미 신이치)와 형제의 연을 맺고 조직의 2인자 자리에 오른다. 한편 경찰 카부토 신야(에이타)는 야쿠자와 경찰의 유착 근절을 목표로 기쿠카와를 체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카하시 노보루의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두더지의 노래: 잠입탐정 레이지>의 속편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6.12.30~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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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출연한다
=스파이더맨을 포함한 어벤져스는 빌런 타노스(조시 브롤린)에 맞선다. 6개의 인피니티 스톤 중 마지막으로 남은 소울 스톤을 찾는 과정이 중점적으로 그려진다. 스파이더맨을 연기하는 톰 홀랜드는 이 작품을 포함해 3편의 마블 영화에 출연할 것임을 밝혔다.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야쿠쇼 고지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에 출연한다
=승리지상주의 변호사(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방화 전과를 가진 살인범(야쿠쇼 고지)의 변호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법정 서스펜스물로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다. 9월 개봉을 목표로 1월 중순 촬영에 돌입한다.
-코언 형제가 생애 첫 TV시리즈 <더 발라드 오브 버스터 스크러그>를 집필, 연출한다
=안나푸르나 텔레비전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코언 형제는 드라마와 영화의 결합을 시도한다. 구체적인 플롯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로 다른 6개의 스토리라인
[댓글뉴스]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출연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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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모아나> 혼자만 말고 다 함께 나눠 먹을순 없어쓰까
[정훈이 만화] <모아나> 혼자만 말고 다 함께 나눠 먹을순 없어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