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장마차에서 누군가가 “이모님”을 찾으면 왜 하필 이모일까 생각한다. 적당히 먼, 외가의 이모에게서 구하는 막연한 친근함 때문일까? 1979년 대구가 배경인 KBS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도 같은 집에 사는 식모가 이모라고 불린다. 정희(보나)는 자신을 다정하게 살피는 도화(박하나)를 “이모야”라고 부르고, 정희의 엄마(김선영)도 그녀를 이모라고 부른다. 어쨌거나 친근함과 편리함을 취하는 모두의 이모는 살림도 맡고, 정희네 메리야스 공장에서 미싱도 돌린다. 경계가 흐린 여성 노동을 굳이 감추지 않는 <란제리 소녀시대>는 과거를 향수하면서 불편하게 여길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적극적으로 미화하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아류로 묶기엔 아까운 지점들이 있다.
빵집에서 미팅하고, 남학생과 교류하는 학교 연합 방송제를 고대하는 70년대 여고생의 생활상 곳곳에도 차별과 군사 문화의 영향을 지우지 않는다. 영화 <친구>(2001)의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이래로
[TVIEW] <란제리 소녀시대> 그녀들의 기억 속으로
-
<마더!> Mother!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 출연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르 바르뎀, 에드 해리스, 미셸 파이퍼, 돔놀 글리슨 / 수입·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10월 19일
“눈을 떴을 때, 이 영화가 내 안에서 솟구쳐나왔다.” 빈집에서 홀로 키보드를 앞에 둔 지 불과 닷새 만에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신열을 앓으며 <마더!>의 시나리오를 완성해냈다. 평화롭던 부부의 집,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의 방문. 난폭하게 변해가는 남편. 공포를 느끼던 아내는 급기야 손님의 짐에서 남편의 사진을 발견한다. 고립된 집 안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의 정체는 무엇일까. 특정 이름을 부여받지 않은 채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애로노프스키는 이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그리고 애로노프스키는 성경 속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생태계 파괴, 신앙 분쟁, 이민자 문제로 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 지구가 처한 비극적 운명을 모른체하고 살아가는 인간을 향한 엄중한
[Coming Soon] <마더!>, 평화롭던 부부의 집,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의 방문
-
부드러운 이목구비, 그중에서도 선한 눈빛이 주는 힘이 커서 김래원이 연기한 캐릭터엔 인간미가 흐른다. <해바라기>, <마이 리틀 히어로>(2012), <강남1970>(2014), <프리즌>(2016)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능글맞거나 폭력적이거나 위악적인 순간에도 김래원의 연기엔 언제나 인간적 동의를 구하는 순간들이 있다. 철저히 감정을 절제하며 연기해야 했던 <희생부활자>에선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죽은 엄마(김해숙)가 살아 돌아와 복수하려는 대상인 검사 아들 진홍은 김래원이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들과 달리 차갑다. 그 새로운 캐릭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김래원은 조심스레 단어를 골라 말했다.
-사진촬영하는 걸 지켜보니 김해숙 배우의 카리스마가 엄청나더라. 현장에서 그런 기운을 받으며 함께 연기하면 연기할 맛도 나고 긴장도 될 것 같다.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워낙 익숙해서
<희생부활자> 김래원 - 기존의 김래원을 배제하는 작업
-
김해숙이 연기하는 인물은 대부분 누군가의 엄마다. 하지만 그가 연기한 엄마들은 누구의 무엇이란 설정을 뛰어넘는 강력한 개성을 가진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엄마의 숫자만큼 매번 차별화되게 연기해야 한다”라는 배우의 믿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해바라기>와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이어 <희생부활자>까지 김래원과 세번 모자 관계로 조우했지만 모성을 실현하는 방식은 양극단에 서 있다. 자신의 친아들을 죽인 양아치 오태식(김래원)을 용서하고 기꺼이 양아들로 거둬들이거나(<해바라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연인을 둔 아들을 포용하던(<천일의 약속>) 그가 자식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살아 돌아왔다.
-7년 전에 사망했다가 부활하는 비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시나리오에서 “신진대사가 없는 코마 상태”라거나 “원망과 복수만 남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묘사된다. 이런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
<희생부활자> 김해숙, "엄마는 엄마다"라는 말의 뜻
-
-
이렇게 멋진 투숏이라니. 김해숙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분위기를 리드하면 김래원은 차분히 보조를 맞춘다. 서로의 에너지가 조화로우니 어떤 포즈를 취해도 어색함이 없다. <해바라기>(2006), 드라마 <천일의 약속>(2011), <희생부활자>(2017)까지 세 번째 모자 관계로 호흡을 맞춰온 터라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한없이 가볍고 따뜻하다. 그러나 곽경택 감독의 <희생부활자>에선 이들의 모자 관계가 초현실적 상황 속에서 복잡하게 꼬인다. <희생부활자>는 아들(김래원) 하나만 바라보며 희생적 삶을 살아온 엄마(김해숙)가 그 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다. 살기 어린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와 냉철한 태도로 엄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려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희생부활자> 김해숙·김래원 - 마더!
-
<유리고코로> ユリゴコロ
감독 구마자와 나오토 / 출연 요시타카 유리코, 마쓰자카 도리, 마쓰야마 겐이치
반려동물 숍을 운영하는 료스케(마쓰자카 도리)에게 갑작스러운 불행이 닥친다. 약혼자는 실종되고 아버지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투병 중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집에 간 료스케는 서재에서 ‘유리고코로’라는 제목의 공책 한권을 발견한다. 공책의 주인은 자신이 미사코(요시타카 유리코)이며, 지금까지 살인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 왔다고 고백한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미스터리물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7.9.22∼24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루스벨트>에 합류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전기영화다. 제작 계획이 공개된 2005년부터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로써 마틴 스코시즈와 여섯편의 작품을 함께하게 됐다.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하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요 캐스팅 라인업이 추가 확정됐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라미 말렉이 프레디 머큐리를, 벤 하디가 로저 테일러를, 그윌림 리가 브라이언 메이를, 조셉 마젤로가 존 디콘을, 이번에 합류가 알려진 이단 길렌과 톰 홀랜더가 퀸의 매니저를 연기한다.
-J. J. 에이브럼스가 <너의 이름은.> 실사영화 판권을 획득했다.
할리우드판 <너의 이름은.>은 제작사 도호와 파라마운트 픽처스, 배드 로봇 3사가 공동 개발하며 <컨택트>의 각색자 에릭 헤이저러가 각본을 맡을 예정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루스벨트>에 합류 外
-
[정훈이 만화] <베이비 드라이버> 일마 이기 운전은 또 기똥차게 잘한다
[정훈이 만화] <베이비 드라이버> 일마 이기 운전은 또 기똥차게 잘한다
-
<힐빌리의 노래>를 쓴 J. D. 밴스는 내 친구의 남편과 몹시 비슷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백인, 미국인. 집안에서 유일한 대졸자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중 한곳의 로스쿨을 나왔다. 학력만 다른 가족과 다른 게 아니다. 친구의 남편은 그 집안에서 몇 안 되는 전과 기록이 없는 사람이다. 남편 말고도 전과 기록이 없는 삼촌이 한명 더 있는데, 웃지 못할 일은, 그 삼촌이야말로 직업적인 범죄자이며 가장 심각한 위법을 많이 저지르는 데다 가장 매너도 좋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가친척 다들 이런저런 전과를 갖고 있는데 “사람들은 참 좋다”고 한다. <힐빌리의 노래>로 그 ‘참 좋음’의 뜻을 배웠다.
이 책에 대해 말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이것이다. 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을까?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분석할 때 유난히 많이 등장했던 단어들- 러스트벨트, 레드넥, 화이트 트레시- 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가난한 백인들의 역사를 보여주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힐빌리의 노래>, 그들은 왜
-
모태펀드 문화·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 풀이 추가로 공개됐다. 2015년 7월 7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 따르면, 문화 계정 외부 전문가 풀은 총 55명이고 그중에서 한국영화·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는 24명으로, 이중 15명이 문건에 기재됐다. 현재 파업 중인 KBS 노조를 통해 당시 투자심사회의에 참석한 외부 전문가로부터 전달받은 이 문건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외부 전문가 풀을 신설할 때 작성됐던 리스트로 보이는데, <씨네21>이 지난 2월 공개한 2016년 12월 1일 기준의 문화·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 풀과 상당수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와 관련성이 적은 ‘전문가’들이 왜 필요했나
외부 전문가 풀은 모태펀드가 자펀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태펀드에 출자한 출자자(정부 각 부처)로부터 분야별 전문가를 추천받아 구성한 제도다. <씨네21>은 지난 2월 문체부 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 풀 총 19명 중 8명을 밝혀내면서 이
박근혜 정부가 선정한 문화·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 풀 추가 공개
-
<씨네21>은 정의당 김종대(비례·국방위) 의원실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10개월 동안 박근혜 정권이 자행한 모태펀드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를 취재, 보도해오고 있다.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소장을 단독 입수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범행’ 중에서 ‘모태펀드 운용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식회사 한국벤처투자의 임원 교체를 통한 대책을 강구’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지난 9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박근혜 정권이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 임원 교체 방안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논의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권이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한국벤처투자 임원 교체 방안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논의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9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실에서 발견된
9월 22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서 드러난 모태펀드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에 대한 구체적 정황
-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선정을 위해 시사에 열중하던 2016년 6월, 러시아 국적으로 출품된 한 무명 신인감독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온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영구동토의 작은 마을에서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의 상실과 극복, 그리고 복수를 차분하게 바라보는 드미트리 다비도프의 <모닥불 앞의 삶>(2016)은 삶에 대한 소박하지만 진지한 성찰을 장면 하나하나에 신중한 연출로 담아내는 작품이었다. 월드 프리미어로 선정하기로 작정하고 있던 순간, 마침 필리핀에 출장 중이던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로밍 문자를 보내왔다. “사하영화 봤습니까? 영화 좋습니다. 얼른 보고 연락해보세요.” 작품 초청이 확정되고 그해 여름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야쿠티아영화 특별전’이 소규모로 개최되었다. 그리고 2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일에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 참석한 사하 영화인들에게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국가전이 아닌 지역영화 특별전을 제안했다. 그렇게, 추운 나라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사하 시네마: 추운 땅에서 날아온 미지의 영화들
-
비평은 늘 실패한다. 감히 영화를 평가하는 행위가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이유는 새롭고 독자적인 무언가를 발굴하고 알리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대의 비평이 걸작을 반드시 알아보리란 법은 없다. 걸작이라는 평가가 시간이 지나서도 유효하리란 보장도 없다. 당대 평론가 중 더글러스 서크의 진가를 알아본 이가 얼마나 있던가. 폭력의 피카소라 불린 샘 페킨파 역시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정당한 평가를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흐름 속에 있을 땐 흐름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법이다. 당대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전혀 다른 시간, 전혀 다른 자리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영화의 영토는 현재는 물론 과거,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된 물결을 통해 조금씩 지평을 넓혀왔다. 감독들의 사랑을 받은 감독 스즈키 세이준도 뒤늦게 진가를 인정받은 거장 중 한 사람이다.
살아남기 위해 틀을 부수다
스즈키 세이준은 그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60년대에는 주목받는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스즈키 세이준: 경계를 넘나든 방랑자’
-
폭발적 팬덤을 지닌 스타로서 좌절의 표정이 압권이던 청춘의 아이콘이었다. 주류문화에 포섭될 수 없는 짙은 패배의식과 무기력에 젖은 인텔리의 초상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톱스타의 지위에 있었던 배우 신성일의 여덟 작품에 주목한다. 그는 1960년대 중반 밑바닥 인생을 사는 피 흘리는 청춘의 얼굴을, 모더니즘 미학을 담은 영화들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현대적 인간상을, 70년대 호스티스물에서는 피로한 중년의 얼굴을, 80년대 <길소뜸>(감독 임권택, 1985)과 같은 리얼리즘영화에서는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로 중년의 이산민이 처한 서글픔을 보여주었다.
신성일은 1960년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빠빠>에 조연으로 데뷔해 2013년 <야관문>에 이르기까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총 513편의 작품에 출연해온 현역 배우다. 출연했던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연배우였다. 자신의 고교 동창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 배우의 신화, 영원한 스타, 신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