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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과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컴퓨터나 모바일을 이용하여 온라인상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연 또는 스포츠경기 등의 입장권·초청권 등을 웃돈을 받고 되파는 불법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현행법상 암표매매 행위는 흥행장·경기장·역 등의 장소에서 정해진 요금에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등을 되파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어 “현행법상의 암표매매 규정에 온라인상에서 인터넷을 통한 매매도 명시적으로 추가함으로써 컴퓨터나 모바일 등을 이용한 불법적 암표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및 처벌을 명확히 하”는 것이 개정 제안 취지이다.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영화 티켓을 온라인에서 웃돈을 붙여 중고거래하면 암표상이 되는 것이다. 멀쩡한 몇 십만명을 일순간에 범죄자로 만드는 법안이다. 정상적으로 구입한 티켓을 웃돈을 받고 되팔면 불법행위라는 발상이 우습기만 하다. 집을 웃돈을 받고 팔
[한국영화 블랙박스] 온라인 티켓 거래 관련해 현실과 동떨어진 편의적 법률 개정안 발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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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개인적인 가장 큰 변화라면,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안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은 적잖이 놀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단적으로 말해 <개그콘서트>을 한번도 안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일요일 본방사수를 했고 사정상 못 보게 되면 무조건 다시보기로 봤다. 그건 타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웃찾사> <개그야>를 매주 한번도 빼놓고 지나친 적이 없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말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부터 모든 코미디 프로그램을 다 VHS 테이프로 녹화해 보관하셨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웃으면 복이 와요>를 비롯해 <유머1번지>와 <쇼 비디오자키>도 무조건 다 봤던 것 같다. 뭘 그렇게 한주도 안 빠지고 다 보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는데, 문득 돌이켜보니 거의 30년 넘게 그냥 몸에 배어 그렇게 살아왔고, 삶의 중요한 낙 중 하나였다.
그런데 장동민, 유상무 때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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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프린세스’는 진화한다. 아니, 디즈니 프린세스의 DNA는 애초에 진화하도록 설계됐는지도 모른다. 1990년대 이후 만들어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관습을 깨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려는 주연들이었다. <인어공주>의 아리엘은 뭍에 나가면 죽는다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위해 목소리를 두 다리와 바꿨고,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는 아버지인 술탄이 정해준 남편감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반항심에 궁 밖에 나갔다 알라딘을 만나 사랑을 싹틔운다. <뮬란>에선 아예 남장을 하고 군에 입대까지 한다. 2000년대 들어 선보인 새로운 공주들은 더 강력했다. <공주와 개구리>의 티아나는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현실적인 캐릭터였고, <라푼젤>과 <메리다와 마법의 숲> 속 주인공들도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개척자들이었다.
이런 디즈니 프린세스의 계보에 새로운 얼굴이 더해진다. 아무리 진화해도 결국엔 백마 탄
[현지보고] <모아나>, 진화한 ‘디즈니 프린세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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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필름
전수일 감독의 신작 <아메리카 타운>이 1월15일 크랭크인한다. 1980년대 군산 아메리카 타운을 배경으로 사진관 소년과 클럽 종업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배우 김단율이 사진관 소년, 임채영이 클럽 종업원 역으로 캐스팅됐다.
CJ E&M
한국영화만 24시간 방영하는 전문채널 <tvN Movies>를 싱가포르에 론칭했다. 올해 안으로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홍콩 등에서도 개국할 예정이다. 매년 20편 이상의 신작을 포함해 200여편의 한국영화를 방영할 계획이다.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이준익 감독의 신작 <박열>이 지난 1월9일 경상남도 합천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다. 이제훈이 일제강점기 무정부주의 단체 ‘흑도회’를 조직한 독립운동가 박열 역에 일찌감치 캐스팅된 가운데, <동주>에도 출연한 최희서, 김인우, 민진웅이 이준익 감독과 재회했다. 권율은 일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조선에서 온 기자 이
[인사이드] 1월 15일 전수일 감독 신작 <아메리카 타운> 크랭크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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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배급사들이 올해의 배급 라인업을 공개했다. 인디스토리는 3편의 개봉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제21회 인디포럼에서 올해의 관객상을 수상한 <델타 보이즈>(감독 고봉수)는 현실에 지친 네명의 청년이 사중창대회를 준비하며 희망을 되찾아간다는 내용의 코미디다.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 특별초청된 <여자들>(감독 이상덕)은 독립영화계 여성배우들의 개성 있는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행복의 나라>(감독 정민규)는 후반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독립다큐멘터리 전문 배급사 시네마달도 네편의 라인업을 꾸리고 있다. <올 리브 올리브>(감독 김태일, 주로미)는 장기화되고 있는 이스라엘 점령하에서 끈질긴 생활을 이어가는 팔레스타인인 가족의 삶을 관찰한다. 김정 감독의 음악다큐멘터리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는 비극적 가족사를 안은 고려극장 여성 예술가들에게 주목했다. 갈재민 감독의 <인투 더 나잇>은 데뷔 20년차의
[국내뉴스] <여자들> <올리브 올리브> <다른 길이 있다> 등 올해 독립영화 배급 라인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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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교사와 그를 밀어내고 정규직 자리를 차지한 교사, 그리고 그들 사이의 한 소년. 관계를 조망하는 동시에 파고드는 <여교사>는 카메라와 인물간의 거리의 중요성을 아는 영화다. 효주(김하늘)의 얼굴을 세밀하게 담아내는 타이트한 숏이 있는가 하면, 너른 운동장을 배경으로 효주가 혜영(유인영)에게 무릎을 꿇는 와이드한 풀숏도 있다. <여교사>에 다양한 숏들을 담아낸 장본인은, 김상범 편집감독이 “사이즈감이 뛰어나다”고 평한 김태수 촬영감독이다. “인물들의 긴장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는 그는 “카메라가 인물과 거리를 두고 건조하게 바라보는 방식”을 택했다. “표면이 차가워야 들끓는 심연을 더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하늘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는 클로즈업 외에는 넓은 사이즈의 숏들을 사용하며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했다.”
카메라는 되도록 한대를 사용하고 셋업을 자주 바꾸지 않았다는 김태수 촬영감독은 단순한 구성을 지향했다. “요
[영화人] <여교사> 김태수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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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지하생활자의 수기>(1864)에서 온 인류가 지향하는 삶의 목적이 ‘2x2=4’가 되는 것은 죽음의 시작이며 인간에 대한 멸시라고 말했다. 2x2=4는 이성과 수학의 추론에 의해 보증된 과학이면서 상식이다. 인류가 마땅히 준수하기로 정한 법칙이며, 이 정상적인 이익에 반(反)하거나 역행하는 것은 곧 비정상이다. 그런데 도스토옙스키는 묻는다. 어떻게 그걸 확신하나? 그것이 논리의 법칙이더라도 왜 모든 인간의 법칙이어야 하는가? 미치광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는 ‘2×2=5’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2×2=4가 꽤 괜찮은 녀석이라면, 2×2=5는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이 불가능한 욕망을 의지로 만드는 건 인간의 자의식이다. 인간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의미 모를 고통과 그 초월. 이 테마를 건드리는 일은 쉽지 않다.
살다 보면 드문 경우로, 학생들에게 진실을 가르치는 선생을 만나거나 어느 날 선생이 사실을 말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인간의 잠재력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루퍼트 와이어트의 <겜블러>와 카렐 라이츠의 오리지널 <갬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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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립영화계의 주요 작품들을 두루 거쳐온 배우 조현철과 김새벽(왼쪽부터). 그래서 당연히 한번쯤은 호흡을 맞췄을 거라 생각했건만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카메라가 돌아가자 이내 오래된 연인의 무심한 듯 편안한 표정과 말투가 된다. 이사 가는 날 아침, 두 사람은 침대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버티기 중이다. 이삿짐 트럭이 올지도 모른다며 마음은 바쁜데, 침대 밖으로 나가면 이제 정말 ‘현실’과 맞서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더 자도 될까? 응? 응?”이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2. ‘임신이라니!’ 지영은 확인하고야 말았다. 일도, 연애도, 이사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상황인데 예기치 못한 소식까지. 짜증과 무서움, 난감함이 뒤섞인 지영의 얼굴이다.
3. 이삿짐을 다 빼고 텅텅 빈 집을 마지막으로 둘러보는 수현.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챙겨 집을 나서다 말고 그림 하나를 물끄러미 본다. 오랜 추억이 서린 공간에 작별의 선물로 두고 갈 모양이다. 조현철
[씨네스코프] 김대환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초행>(가제)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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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노래 중 하나는 클린 밴디트의 <Rocka bye>다. 독특한 것은 여름 음악의 대명사인 댄스홀 장르로 크리스마스 주간 1위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클린 밴디트는 왜 댄스홀을 겨울에 발표했을까?
아마도 클린 밴디트는 최근의 댄스 음악 트렌드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댄스홀은 2016년 가장 사랑받은 장르 중 하나였다. 빌보드 차트 1위를 거두며 저스틴 비버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긴 <Sorry>가 댄스홀이었다. 역시 비버가 보컬을 맡고 메이저 레이저가 프로듀싱해 빌보드 2위까지 오른 <Cold Water>도 댄스홀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빌보드 1위를 거둔 시아의 <Cheap Thrills>도 댄스홀이었다. 2016년 여름은 댄스홀이 지배했다.
클린 밴디트는 이 트렌드를 읽고 ‘나도 한번?’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댄스홀 대표주자인 숀 폴을 섭외한 것도 <Rockabye>가 대세
[마감인간의 music] 진부한 참신함 - 클린 밴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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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생태계의 붕괴, 그 전조는 어디서부터였을까. 1월1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2016)이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자료일 것이다. 영화는 2008년 YTN 언론노조와 2012년 MBC 언론노조가 정부의 ‘낙하산 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시작한 싸움의 과정을 기록했다. 이 투쟁 끝에 언론인들은 해직됐고 중징계를 받았다. 다른 한편에선 언론이 스스로 정권 앞으로 가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언론을 ‘기레기’라 부르기 시작한 때도 이 무렵부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언론인들이 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해직 언론인들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전 EBS 프로듀서였던 김진혁 감독이 이 영화를 연출했다. 감독과 함께 해직 언론인으로서 영화에 출연한 <뉴스타파>의 최승호 감독을 한자리에 초대했다. 지난해 최승호 감독은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자백>
[씨네 인터뷰]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연출한 김진혁 감독과 <자백>의 최승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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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마녀의 꽃> メアリと魔女の花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 제작진이 힘을 뭉쳤다. <마루 밑 아리에티> <추억의 마니>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가 연출하고, <가구야 공주 이야기>의 사카구치 리코가 각본을 썼으며, <추억의 마니>의 무라마쓰 다카쓰구가 음악을 맡았다. <메리와 마녀의 꽃>은 평범한 11살 소녀 메리가 요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마녀의 마법에 걸린 동물들을 구하는 내용이다. 영국 출신 소설가 메리 스튜어트의 1971년작 <작은 빗자루>가 원작이다. 감독은 ‘21세기의 <마녀 배달부 키키>’를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스튜디오 포녹의 첫 장편애니메이션이다. 2017년 여름 일본 개봉예정.
[WHAT'S UP]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 제작진이 힘을 뭉치다 <메리와 마녀의 꽃> メアリと魔女の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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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어느 배급사의 송년회 풍경. 그곳 배급사에서 영화 몇편 찍었던 인연으로 직원들이 항상 자기네 대표는 부르지 않고 나를 불러 홍어탕에 소주로 조촐하게 한해를 마감하는 자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금세 표정들이 굳어진다. 배급사가 곧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한다. 월급은 차곡차곡 밀렸고, 더이상 손 벌릴 곳도, 곳간도 텅 비어 도저히 차기작들을 배급할 여력이 없단다. 마지막 회식 자리가 된 듯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시네마달’ 이야기다. 국내 유일의 독립다큐멘터리 배급사를 표방하며 2008년 설립 후 현재까지 200여편이 넘는 다큐멘터리를 배급해왔던 곳이다. 곁에서 지켜본 바 워낙에 가진 게 없어 항상 위기였고 문 닫는다는 소문이 수시로 돌았지만 언제나 보란 듯이 그 자리를 지키며 한국 다큐멘터리의 견인차로 엔진을 돌려왔었다. 믿기지 않아 배급사 대표에게 정말이냐고 물어보았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사람이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떨구는 걸 처음 봤다.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난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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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포르나세티
2013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에서 피에로 포르나세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전시가 열렸다. 전시는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2015년 파리 장식 미술관에서의 순회 전시로 이어졌다. 바로 그 전시가 한국에 상륙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진행되어온 <FORNASETTI 포르나세티 특별전>은 3월1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에서 계속된다. 1300여점의 전시작품은 대부분 밀라노 포르나세티 아카이브가 선정했으며, 화가 포르나세티로서의 작업, 건축가 지오 폰티와의 콜라보레이션, 아들 바르나바가 이어가는 최근 작업까지를 담고 있다.
호러가 되어 돌아온 좀비 게임의 왕자
<바이오 하자드6>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1월24일 발매를 앞두고 있는 <바이오 하자드7>은 주인공, 스토리, 플레이 방식 모두 혁신적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3인칭 TPS로 다양
[culture highway]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포르나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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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드라마 <로망스>(2002)에서 선생으로 분한 김하늘이 제자인 관우(김재원)를 때리며 내뱉는 이 한마디는 사실 매우 애절하고 가슴 아픈 대사다. 서로를 그리지만 사제지간이기에 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압축한 것. 그러나 이 대사는 타고난 발랄함과 귀여움으로 무장한 배우의 독특한 매력과 섞여 희한한 유행어로 승화되어버렸다. 그 시절 김하늘에겐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의 철부지 과외교사가 훨씬 잘 맞는 옷이었다. “<로망스> 이후 마음껏 망가지는 재미를 알았다”던 김하늘은 장르에 관계없이 어쩌면 처음부터 여교사라는 역할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는지도 모른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찬찬히 쌓아온 내공은 <여교사>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폭발한다. 가히 대한민국 최고의 여교사 전문배우답다고 해야 할까.
[메모리] 오 나의 선생님 - 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