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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 포르노 리부트, 일명 ‘로포리 프로젝트’가 한국에 상륙했다. ‘싸움’, ‘예술’, ‘로맨스’, ‘사회’, ‘레즈비언’ 같은 각각의 주제를 로망 포르노 형식에 담아 만든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의 <바람에 젖은 여자>, 소노 시온 감독의 <안티 포르노>,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시라이시 가즈야 감독의 <암고양이들>,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화이트 릴리>가 ‘로포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5월 25일부터 <바람에 젖은 여자>를 시작으로 해 약 3주 간격으로 한국에 정식 개봉한다. 지난 5월 31일, 홍보차 내한한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대한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프로젝트 전반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연출작인 <화이트 릴리>를 통해 보여준 파격적인 도전과 일본영화계가 처한 지금의 문제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들려주었다. <링> 시리즈와 <검은 물밑에서>(200
[씨네스코프] <화이트 릴리> 나카타 히데오 감독 내한 쇼케이스 현장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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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는다.’ 이 한 문장보다 더 크게 세상을 뒤흔드는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숱한 이야기가 어머니의 죽음을 다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비>는 말기암 선고를 받은 엄마가 세상을 떠날 채비를 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엄마에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시간도, 가족과 헤어지는 걸 아파할 여유도 없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인규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배우 고두심이 가족과 이별을 준비하는 엄마 애순 역을 맡았고, 김성균 배우가 아들 인규로 출연해 호흡을 맞췄다. 으레 눈물을 빼는 신파로 향할 것 같은 이야기지만, 떠나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이 서로를 쓰다듬는 손길에 집중한다는 점이 여느 이별영화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현장에서 발견한 또 다른 면모는 조영준 감독에 대한 신뢰다. 지난 5월 21일 오후 충남테크노파크 정보영상융합센터 내 세트장에서 진행된 <채비>의 촬영은 일사불란하게
[씨네스코프] <채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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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감독의 작품이 주는 공통된 느낌이 있다. 영화가 끝나도 하나로 모아지거나 정리되지 않는 일종의 산만함이다. 혹여 ‘정리가 덜 된’, ‘완성도의 부족’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지만 나는 이것이 감독의 고유한 특징이라 여겨진다. 감독의 영화는 마치 물과 같아서 쥐려 해도 쥐어지지 않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린다. 감독의 영화를 이야기할라치면 오직 손바닥 위에 남은 물방울의 흔적이라든지 손바닥을 스치고 지나간 찰나의 감각만으로 사유를 전개해야 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고려인의 노래가 담긴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이하 <고려 아리랑>)는 그런 의미에서 감독의 전작보다 더 많은 것을 관객에게 쥐여주는 듯 보인다. 영화를 관통하는 무수한 노래는 들리는 것을 보았다고 착각하는 일종의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그러고 보면 감독의 전작에서도 노래만은 이야기가 산파하는 와중에도 또렷이 각인되곤 했다. <경>(2009)에서 뮤지션 손지연의 ‘실화
[김소희의 영화비평] 음악다큐멘터리로서 <고려 아리랑 : 천산의 디바>가 지닌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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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Spaceship out of Bones>라는 제목의 곡을 발표해 이미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곡이 수록된 그들의 동명 EP 《Spaceship out of Bones》(2016)는 저 유명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영화팬들도 그들의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을 이유다.
<Spaceship out of Bones>는 우주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듯한 작품이었다. “뼈다귀로부터 우주선”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광대한 우주의 역사를 집적해놓은 듯한 이 곡은 강렬했다. 듣는 이를 압도하는 곡이었다. 나도 압도당해서 한동안 넋을 놓고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로바이페퍼스(Raw By Peppers)는 갓 발표된 데뷔작 《Cosmos》에서 이러한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몰두했다. 단순한 곡의 모음이 아닌 하나의 덩어리로서 변화무쌍하게 작동하는 앨범을 꿈꿨고, 단일한 이미지를 연속
[마감인간의 music] 소리의 우주 - 로바이페퍼스, 《C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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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는 보이지 않는 위협 속에서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며 이야기를 기획하고 제작비를 충당하고 자료를 수집해야 했던 제작진의 노고가 일궈낸 결과물이다. 심지어 영화 제목조차 어디 가서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극장에 내걸린 지금, 영화는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의 신기록을 세울 기세로 흥행몰이 중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백두대간에서 이광모 감독과 함께 예술영화 전용관 극장 운영 및 영화 수입과 배급에 힘써왔던 최낙용 부사장은 이 영화를 위해 사비를 털어 제작비를 충당해가며 제작사를 설립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이창재 감독을 도왔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토록 어렵고 고된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게 했던 것일까. 혹은 제작 과정에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숨은 어려움은 없었던 것일까. 이번 영화의 고된 제작기와 더불어 극장 운영과 수입·배급을 두루 경험한 그에게서 예술영화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에
[씨네 인터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라는 의미 자체가 컸다" - <노무현입니다> 최낙용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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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지 무비> THE EMOJI MOVIE
감독 토니 레온디스 / 목소리 출연 T. J. 밀러, 제임스 코든, 안나 패리스
스마트폰 속의 작은 세계, 이모티콘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세계에서는 한 이모티콘이 하나의 감정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인 진(T. J. 밀러)은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돌연변이. 이모티콘 사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인 진은 ‘평범한’ 이모티콘이 되기로 결심하고, 절친 하이파이브(제임스 코든)와 암호해독가 탈옥(안나 패리스)과 함께 스마트폰 속 앱을 탐방하기 시작한다. <릴로 & 스티치2>의 토니 레온디스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소니픽처스의 신작이며 오는 7월 28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이모티콘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이모지 무비> THE EMOJI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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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는 언제나 난항이었다. 특히 이번 정부가 스스로 공언한 고위 공직자 5대 배제 원칙인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이라는 다섯개의 허들은 꽤나 높았던 모양이다. 파격과 감동의 인사였지만 청문회 통과가 한명 한명 쉽지 않다. 기준을 현실적으로 바꾸자는 말도 나온다. 어떤 기준이어야 할까.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19대 대선에서는 유력 후보 한명이 강간 모의를 고백했던 자서전 내용이 알려져 대중에게 크게 질타를 받았다.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공직자의 상은 최소한 인권의식을 갖춘 인물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문제되는 인물들이 몇명 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한다고 알려진 탁현민씨는 본인이 쓴 책의 내용으로 구설에 오르자 이렇게 사과했다.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합니다.” 문제는 누군가가 불편하거나 상처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책에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권김현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실수,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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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9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조은성 감독은 우연히 대로변에서 꼬리가 잘려 너덜너덜해진 고양이를 만났다. 이 길고양이에게 조은성 감독은 ‘해피’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던 순간, 처음으로 울음소리를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라운드의 이방인> <60만번의 트라이> 등 그동안 스포츠 다큐멘터리영화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져왔던 조은성 감독은 왜 길고양이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나아가 길고양이를 처음으로 입양하게 되었을까. 거리의 동물들에게 너무도 혹독한 한국의 현실과 해외의 사례를 대비하며,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다큐멘터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연출한 조은성 감독의 사연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2013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지하에서 벌어진 길고양이 학대사건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살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people]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조은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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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5월 24일부터 10월 9일까지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이름의 전시가 진행된다.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 이 불확정성의 시대를 포착하고 읽어낼 것인가가 참여 작가들의 공통된 주제다. 그중 싱가포르 출신의 호추니엔 감독의 작업에 주목해봤다. 그는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싱가포르 단독 작가로 선발된 현대미술작가이며 <여기 어딘가에>(2009), <미지의 구름>(2011) 등을 만든 영화감독이다. 이번 전시에는 세편의 영상 작품이 소개된다. 신작 <동남아시아 비평 사전 볼륨2: G for Ghost(Writer)>(2017, 이하 <비평 사전>)는 26개 알파벳 각각에서 뽑아낸 26개의 키워드가 동남아시아와 관련된 5천여개가 넘는 영상과 실시간으로 무작위 편집되면서 ‘동남아시아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잠정적 답변을 전한다. 삼중 스파이로 알려진 라이 텍에 관한 이야기인 <The Nameless>(
[people]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불확정성의 원리> 참여하는 호추니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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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노순택이 바라본 분단국가의 그늘
사진작가 노순택의 개인전 <비상국가 II - 제4의 벽>이 8월 6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우리는 어떻게 항구적인 비상사태의 희비극 속에서 살게 되었는지, 수상한 시대의 살풍경을 포착한 신작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근대국가가 손쉽게 동원해온 경찰력의 풍경을 담은 <비상국가> 시리즈의 새 작업, <남일당디자인올림픽> <검거> <현기증> <가뭄> <가면의 천안함> <강정-강점> <고장난 섬>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산> 등의 시리즈들이 전시된다.
파격의 시네아스트를 만나다
‘파격의 시네아스트: 나카히라 코우 회고전’이 6월 10일부터 21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린다. 나카히라 고우 감독은 전통적인 가치관이 몰락하는 전후 일본의 젊은 세대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묘사하며, 일본 영화사에서 중요한 혁신가로
[culture highway] 사진작가 노순택이 바라본 분단국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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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란 자가 권력을 등에 업고 벌인 낯 뜨거운 횡포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나는 민정수석이 그토록 힘센 자리인 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기세등등하던 검사들도 떵떵거리던 기업가도 심지어 국정원 요직을 꿰찬 자들도 인사권력자 우병우 앞에선 귀여운 병아리였더군요.
‘이명박근혜’가 호령하는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벼랑으로 내몰렸으며, 독선과 폭력에 맞서 거리와 굴뚝과 감옥에서 얼마나 많은 나날을 견뎌야 했는지 조국 교수 당신은 알 것입니다. 당신은 권력의 오만에도, 고통받는 이들의 호소에도 눈길을 거두지 않던 학인이었으니까요.
우병우가 쫓겨난 자리에 당신이 섰습니다. 당신 스스로 선 것이 아니요, 대통령이 세워준 것도 아닌, 우리 사회를 더는 망칠 수 없다는 시민의 실천이 당신을 그 자리에 서게 했다는 것 또한 알고 계시겠죠.
당신과 두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주 강정마을이었습니다. 안보라는 명분으로 강행된 해군기지 건설이 오래된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당신은
[노순택의 사진의 털] 조국 민정수석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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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킬러로 자란 숙희(김옥빈)는 보스이자 연인이었던 중상(신하균)의 복수를 위해 마약조직 하나를 박살낸다. 사건 직후 구속된 숙희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0년간 국가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면 자유를 주겠다는 거래를 제안받는다. 뱃속에 중상의 아기가 자라고 있음을 안 숙희는 새로운 삶을 위해 제안을 받아들이고 암살요원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한편 숙희를 철저히 감시, 통제하기 위해 국정원 요원 현수(성준)가 비밀리에 접근한다. 둘 사이의 관계가 가까워질 즈음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으로 숙희의 거짓된 삶은 철저히 부서지기 시작한다.
한국영화에서 접한 적 없는 액션이 나왔다. <악녀>는 심플하게 달려가는 여성 액션영화다. 여성과 액션이라는 두 가지 수식어가 이만큼 적절하게 결합된 영화도 드물 것 같다. 오프닝부터 선보이는 10분에 가까운 롱테이크 시퀀스는 영화의 방향과 목적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본 적 없는 것들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으로 가득 찬 카메라의 1인칭 액션은 관
"보여줄게, 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악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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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는 노리코(가와이 아오바)는 우울한 날이면 상복을 입고 늦은 밤 심야식당을 찾아간다. 노리코에겐 스트레스를 푸는 작은 의식이다. 하지만 불행은 꼭 한꺼번에 몰려온다.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에서 제외된 일을 시작으로 연인, 가족 관계에서 문제가 잇따르자 노리코는 도쿄를 훌쩍 떠나버린다. 사연 있는 사람들이 이어서 심야식당을 방문한다. 메밀국숫집 아들이지만 우동을 더 좋아하는 세이타와 가업을 이끄는 그의 엄마 세이코, 연락이 닿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도쿄에 머무는 유키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에게 따뜻한 쉴 곳을 마련해주는 미치루(다베 미카코)다.
도쿄 도심의 밤거리를 훑고 나서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돈지루를 정성 들여 만드는 마스터의 모습까지, 영화 <심야식당2>는 익숙하고 친근한 TV드라마의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오차즈케 시스터즈, 게이바 할아버지, 두목과 부하 등 TV시리즈의 반가운 캐릭터들도 심야식당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심야식당2&
음식보다 사람이 마음에 더 안기는 작품 <심야식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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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일록(백승환)에게 백수 친구 예건(이웅빈)이 불쑥 찾아온다. 예건은 구청에서 주최하는 중창 대회에 참가하자고 일록을 꼬드기고, 일록은 곧 적극적으로 멤버를 모집한다. 얼마 안 가 생선 가게에서 일하는 대용(신민재)과 대용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준세(김충길)가 합류하지만 노래 연습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예건은 연습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준세와 대용, 일록은 각자의 생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델타 보이즈’는 과연 무사히 중창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까?
<델타 보이즈>는 고봉수 감독이 각본은 물론 촬영과 편집까지 맡아 만든 장편 데뷔작으로 철없는 어른들이 소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린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소박한 목표’와 ‘고군분투’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씁쓸한 현실 인식이다. 네 주인공이 꾸는 꿈은 단지 작은 노래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그들은 현실의 높은 벽과 마주해야 한다.
무식하게 씩씩하고 대책 없이 당당하다! <델타 보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