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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마 헤이엑 <황혼에서 새벽까지>
Salma Hayek, 1966~ /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1996
“지옥의 여신이자 악마의 화신”이라는 말과 함께 산타니코 팬드모니움이 육감적인 육신에 거대한 뱀을 두르고 모습을 드러낸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운영되는 클럽 ‘티티 트위스터’의 매혹의 댄서, 아니 치명적인 뱀파이어다. 넋을 놓고 자신을 바라보던 리차드(쿠엔틴 타란티노)에게 발끝으로, 입으로 술을 퍼넣어주더니 일순간 뱀파이어로 돌변해 그를 물어뜯는다. 리차드의 형인 세스(조지 클루니)에게는 시원한 강펀치를 날려준다. 샐마 헤이엑은 <데스페라도>(1995),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1999),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2003) 등 서부 액션물에 등장한 적은 많지만 제대로 된 액션이라면 <밴디다스>(2006)를 빼놓을 수 없다. 절친인 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가슴골을 훤히 드러내고는 말에 오
[스페셜] <씨네21> 이 꼽은 영화 속 최고의 여성 액션 캐릭터/배우 50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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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 <툼레이더>
Angelina Jolie, 1975~ / 감독 사이먼 웨스트, 2001
그녀는 유일했다. 원작 게임을 실사화한 사례 중 라라 크로프트의 <툼레이더>는 아직까지도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처음 만나는 자유>(1999)로 2000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조연상을 석권한 그녀에게 라라 크로프트는 도전에 관한 모든 것이었다. 게임 팬들은 그녀에게 <인디아나 존스>의 여성 버전이랍시고 터프한 액션이 가능한 체력과 고고학 지식은 물론 섹시함까지 요구했는데, 비유하자면 린다 해밀턴과 샤론 스톤을 섞어 달라는 요구 정도 아니었을까. 스튜디오는 그녀를 캐스팅할 당시, 약물 검사는 물론 실제 게임 캐릭터와 비교되는 신체 사이즈를 놓고 토론까지 벌였다고 한다. 온몸을 휘감듯 착 달라붙는 소재의 유니폼을 입고 허벅지에는 쌍권총을 차고 오토바이를 탄 채로 기관총을 난사하는 모습, 무너져내리는 앙코르와트 유적을 뚫고
[스페셜] <씨네21> 이 꼽은 영화 속 최고의 여성 액션 캐릭터/배우 50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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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 서먼 <킬 빌>
Uma Thurman, 1970~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킬 빌>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적 취향의 집합체다. 타란티노는 쇼브러더스 시절의 홍콩 무협영화부터 마카로니 웨스턴, 일본 임협물과 애니메이션 등을 모두 뒤섞은 액션종합선물세트를 구현할 여전사로, 그전까지 액션 경험이 전무한 우마 서먼을 택한다. 뭣보다 이소룡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망유희>의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었을 때, 부디 우습지 않고 멋져 보여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조건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180cm 장신의 우마 서먼은 섹시하고, 서늘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타란티노는 그녀에게서 전형적인 금발 미녀(<펄프 픽션> 이후의 작품이지만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에서와 같은 이미지)가 아닌 <펄프 픽션>의 미아(우마 서먼)에게서 캐치한 강한 개성을 포착해나갔고, 이는 우마 서먼 연기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자 지금
[스페셜] <씨네21> 이 꼽은 영화 속 최고의 여성 액션 캐릭터/배우 50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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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악녀> <옥자> 등이 잇달아 개봉하면서 여전사란 키워드를 자주 접하게 된다. 굳이 전사 앞에 ‘여’를 붙여 구분하려는 접두어 따위 불필요하다 싶다가도 여성 액션 캐릭터들의 계보를 가만히 살펴보고 나니 적절한 표현 같다. 나누고 배척하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여전사들은 대개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전투를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한다. 세상과 싸우는 전사이자 고정관념에 균열을 낸 혁명가이며 스스로 쟁취하는 주체적인 사람들. 무엇과 싸울 것인지 질문하는 그녀들은 여전사로 불려 마땅하다. <씨네21>에서는 여성 액션영화 50편을 골라 기억할 만한 여전사들을 꼽았다. 한번에 담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로 많은 여성 액션 캐릭터들이 있어 부득이하게 작품과 캐릭터 중심으로 뽑되 해당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다른 역할들도 함께 모아 담았다. 50인의 여성 액션 캐릭터에 미처 담지 못한 아시아와 한국의
[스페셜] 여성 액션의 시대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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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프린스 바이스우드 감독이 소니픽처스에서 제작하는 <스파이더맨>의 스핀오프 <실버 앤 블랙>의 감독으로 낙점됐다. 여성 히어로인 ‘실버 세이블’과 ‘블랙캣’을 그릴 예정. 지나 프린스 바이스우드 감독은 <별들의 비밀생활>(2008), <러브 앤 바스켓볼>(2000) 등을 연출한 여성감독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인종, 성별 문제 등에 세심한 시선을 견지해온 그가 블록버스터 장르와 어떻게 손잡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알렉스 커츠먼 감독이 연출한 <미이라>(2017)의 북미 개봉 성적이 저조하다. 4천여개 상영관에서 일제히 개봉한 <미이라>는 첫날 1200만달러(약 134억원)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제작비만 1억2500만달러(약 1406억원)를 쏟아부은 대작치고는 초라한 출발이라는 평가.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니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겠다.
[UP&DOWN] 알렉스 커츠먼 감독, <미이라>(2017)의 북미 개봉 성적 저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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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현지시각) 미국의 소니픽처스 홈엔터테인먼트가 ‘클린 버전’(Clean Version)이라는 이름의 계획을 발표했다. 소니가 TV, 항공사 기내용, 제3의 플랫폼에 배급하는 영화를 전체 관람가용, 가족영화용이라는 이유를 들며 폭력적이거나 성적 묘사가 있는 장면을 지우거나 재편집해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들이 말하는 제3의 플랫폼에는 아이튠즈, 미디어 테크놀로지 기업 부두, 판당고나우 등이 있다. 그러면서 소니는 24편의 영화를 클린 버전용으로 선정했다. <핸콕>(2008), <머니볼>(2011), <캡틴 필립스>(2013), <화이트 하우스 다운>(2013),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이 포함됐다. 이에 미국감독조합과 영화감독들은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감독조합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든 제3의 플랫폼에 소개되든 배급 채널과는 무관하게 영화의 편집권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어떤 플랫폼에서는 존재하는 감독의 편집
[해외뉴스] 소니픽처스 홈엔터테인먼트의 ‘클린 버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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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FIWOM) 집행위원회는 오는 6월 20일까지 경쟁부문 출품작을 공모한다. 접수는 온라인을 통해 출품신청서와 프리뷰를 제출하면 되고, 한국어 대사가 아닌 작품의 경우, 한글자막이나 한글대본을 첨부해야 한다. 출품규정 및 공모내용은 홈페이지(http://www.fiwom.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여성인권영화제 사무국(02-3156-5413, program@fiwom.org)으로 하면 된다.
*제9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서 국제경쟁부문 출품작을 7월 5일(수)까지 공모한다. 공모대상은 5분 이내의 초단편영화와 5분에서 15분 사이의 단편영화이다. 장르와 주제 구분 없이 2016년 1월 이후에 제작 완료된 작품이면 출품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http://www.sesiff.org) 참조. 문의 070-8868-6850, program@sesiff.org.
*제8회 서울교통공사 국제지하철영화제에서 국제/국내경쟁부문과
[소식]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FIWOM) 집행위원회, 6월20일까지 경쟁부문 출품작 공모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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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염정아, 소지섭, 김고은, 김옥빈, 김상범 편집감독이 제16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명예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각각의 장르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 10명과 함께 경쟁부문 상영작 70여편을 심사한다. 영화제는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린다.
-‘2017 필름라이브: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가 6월 30일부터 열흘간 홍대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다.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 <슈퍼소닉> <말리> <에이미>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 <위아 엑스> 등이 상영된다. 자세한 상영시간표는 상상마당 시네마 홈페이지(www.sangsangmadang.com/cinema)를 참조할 것.
-무성영화 기획전 ‘마지막 침묵: 1928년의 기적, 위대한 무성영화의 기억’이 6월 13일부터 7월 9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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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뉴스] ‘2017 필름라이브: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개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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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은 자화자찬을 못 견뎌하는 부산 남자다. 과거에 했던 자신의 인터뷰도 “멋있는 척하고, 폼 잡았다”고 괴로워했다.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또 없다고도 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오랜 무명 생활을 이겨내고 <대호>, 드라마 <응답하라 1988> <4등> 등 여러 작품에서 이름을 알린 비결인지도 모른다. <하루>에서 그가 맡은 택시 운전사 강식은 준영(김명민)과 민철(변요한)이 겪는,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스포일러와 직접 관련된 캐릭터라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유재명은 지금껏 보여준 인물 중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인상을 보여줬다.
-생각보다 동안인데. (웃음)
=배우들이 가진 욕심인데… 동네에서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이 “(유재명이) 맞다니까, 아니라니까” 하며 옥신거리다가 내 얼굴을 확인한 뒤 “맞잖아” 할 때 기분이 되게 좋다. 생각보다 어려 보이고,
[who are you] 더 잘하고 싶다 - <하루> 유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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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액션배우도, 아시아 배우도, 여배우도 아닌 그냥 배우입니다.” 2007년 출연작 <북극>으로 양자경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 인터뷰를 한 적 있다. <북극>에서 그녀는 툰드라 지역에서 사람을 피해 도망다니며 힘겹게 살아가는 주인공이었다. 양자경을 여전히 <예스마담>이나 <와호장룡>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는 영화였다. 물론 오래전에 출연한 <송가황조>(1997)를 시작으로 <게이샤의 추억>(2005) 등에 출연하며 이른바 (개인적으로 몰아내야 할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정극 연기’라는 것을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나로서도 <북극>에 대해 “보다 현실적이고 잔인한 역할에 끌렸다”고 말하는 그 모습이 당시로선 낯설었다. 여전히 양자경은 많은 팬들에게 ‘액션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 이후 <선샤인>(2007), <황시>(2008)를 비롯해 아웅산 수치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최고의 전사 양자경과 혜영홍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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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더스
이창희 감독의 <사라진 밤>(가제)이 6월 12일 크랭크인한다. <사라진 밤>은 국과수에 보관되어 있던 한 여인의 시체가 사라지면서 이를 둘러싼 진실을 좇는 스릴러다. 배우 김상경이 형사 우중식 역, 김희애가 사건의 중심에 선 대기업 회장 윤설희 역, 김강우가 윤설희의 남편이자 대학교수 박진한 역에 캐스팅됐다.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항준 감독의 <기억의 밤>(가제)이 지난 6월 8일 크랭크업했다. 납치된 뒤 19일 만에 기억을 잃고 돌아온 형을 둘러싼 진실을 찾으려는 동생의 분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장항준 감독의 9년 만의 복귀작으로, 강하늘이 사건을 쫓는 동생 진석 역으로, 김무열이 형 유석 역으로 출연한다.
오퍼스픽쳐스
최재훈 감독의 <검객>이 6월 15일 촬영을 시작했다. 배우 장혁과 정만식, 최진호, 김현수, 장현성, 이민혁 등이 출연하며 명청 교체기의 조선을 배경으로 검객들의 혈투를 조명할 예정이다.
[인사이드] 이창희 감독 <사라진 밤>(가제), 6월 12일 크랭크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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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영화를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계절이 있을까. 지난 6월 15일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기자회견이 서울과 부천에서 각각 열렸다. 정지영 조직위원장, 최용배 집행위원장, 김종원 부집행위원장, 김영덕·김봉석·모은영 프로그래머, 남종석·문석 산업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20회 영화제의 기조를 이어가고자 한다. 상영영화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두 프로그래머를 새로이 영입하고, 판타스틱 장르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과 외연을 확장할 작품을 함께 선정했다”고 영화제의 방향을 밝혔다.
개막작은 <10분>의 이용승 감독이 연출하고 신하균, 도경수가 출연하는 <7호실>이 선정됐다. 이를 시작으로 총 58개국 28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한국영화 전담 프로그래머 체제를 시도해 지난해보다 한국영화 비중이 65편에서 109편으로 크게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폐막작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은혼&g
[국내뉴스]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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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고생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촬영현장이다. 스턴트 배우들이 정말 고생 많았다고 꼭 써달라. (웃음)” 정병길 감독의 <악녀>는 액션만큼은 그동안의 어떤 한국영화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다. ‘촬영감독, 극한 직업의 세계’를 체험했을 것 같다는 인사말에 그는 대부분의 공을 정병길 감독의 아이디어와 스턴트 배우들의 희생, 배우 김옥빈의 매력에 돌렸다.
영화는 중요한 액션 장면에서 1인칭 시점숏과 물리적으로 촬영이 불가능해 보이는 롱테이크 액션으로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박정훈 촬영감독은 새로운 에너지를 지닌 인재를 찾아다니던 정병길 감독을 만나 “뭐가 됐든 정말 독특한 영화가 탄생할 것 같다”는 예감을 받았다. 4개월의 프리 프로덕션 동안 철저하게 콘티를 짜고 데모 영상도 찍어 준비했지만 “촬영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 액션의 합이나 배우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연출자와 무
[영화人] <악녀> 박정훈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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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전통 가운데 하나가 ‘일상성’의 강조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일에서 독특한 의미를 찾는다. 이런 태도는 촬영장소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역사적 유적지가 아니라, 로마의 평범한 사람들이 늘 걷고 지나치는 무명의 장소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된다. 네오리얼리스트들, 그리고 이들의 후예들이 피하고 싶은 게 윌리엄 와일러의 <로마의 휴일>(1953)처럼, 또는 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2012)처럼 로마가 관광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현대 이탈리아 감독 가운데 도시에 대한 낭만적 환영을 깨고, 네오리얼리스트들처럼 이웃마을 같은 ‘평범한 로마’를 그려내는 대표적인 작가가 난니 모레티다.
모레티의 ‘관광지 기피증’
영화사적으로 볼 때 ‘로마의 주인’은 페데리코 펠리니다. 그의 <달콤한 인생>(1960)은 로마에 대한 영화적 찬사일 테다. 펠리니의 대표작들은 주로 로마를 배경으로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난니 모레티의 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