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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은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 오늘과 다름없는 내일을 보내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탁자에 놓인 손목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아직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에게 굿모닝 키스를 하고, 식탁에 앉아 간단히 시리얼로 배를 채우고, 주차된 버스에 올라 운전대를 잡고, 간간이 들려오는 손님들의 대화에 귀기울이고, 영감이 떠오르면 노트에 시를 쓴다. 퇴근을 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잉글리시 불도그 마빈을 데리고 동네 산책을 하고, 산책길에 들르는 맥주집에선 주인과 소소한 얘기를 나눈다(무얼 그리 시시콜콜하게 나열하나 싶겠지만 영화의 전개가 진짜 이러하다).
시를 쓰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주일이 특이사항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 보여도 그의 일상은 고여 있지 않다. 로라와 마빈과의 관계도 매일 미세하게 변하고, 단골 바에서도 해프닝이 벌어지곤 한다. 무엇보다 패터슨의 시가 패터슨의 삶을
<패터슨> 시를 쓰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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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메리언 C. 쿠퍼, 어네스트 B. 쇼드색 / 출연 페이 레이 / 제작연도 1933년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지금은 방송 통폐합으로 없어진 TBC에서 토요일 심야에 방송되던 <주말극장>을 통해서였다. 그날 영화를 보고 형연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여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아마도 이 영화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감상한 최초의 장편영화일 텐데, 돌이켜보면 내 취향의 원형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이 영화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나이가 들수록 하게 된다.
<킹콩>이 담고 있는 그로테스크, 어두움은 물론이고 어린 내가 당시로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실은 원치 않았던- 비극적인 슬픔이 나의 취향으로 각인되어버린 것이다. <내일은 죠>(일명 <도전자 하리케인>), <백경>(감독 존 휴스턴, 1956)- 역시 거대 괴물이 나온다- 모두가 어린 시절 내가 가장 ‘감
황덕호의 <킹콩> 누가 저 원숭이를 마천루에 올려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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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스토리>는 갑작스런 죽음 뒤에 사랑하는 사람과 살던 집으로 돌아온 남자 C(케이시 애플렉)의 이야기다. 놀랍게도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이 택한 유령의 형상은, 유년기에 우리가 떠올리곤 했던 유령의 원초적이고 약간 코믹하기까지 한 이미지, 즉 두개의 눈구멍이 뚫린 흰 시트다. <고스트 스토리>의 지극한 아름다움 가운데 큰 몫이 이 과감한 디자인에서 나온다. C의 유령은 대사도 손동작도 없이 어깨와 고개의 각도, 실루엣만으로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다. 바닥에 끌리고 접히고 퍼지는 천의 모양새와 주름, 빛과 조명에 따라 변하는 흰 천의 색, 시트가 사각사각 끌리는 소리가 관객이 자율적으로 정서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한다. 귀신같은 한수다.
12/02
지나 데이비스, 톰 행크스, 마돈나가 출연하고 페니 마셜이 감독한 <그들만의 리그>(1992)는 1943년부터 10여년간 미국에 실존했던 여성 프로야구 리그의 역사를 극화한 드라마였다. 전미 여성 프로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버스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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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연 극장가에 영화를 원작으로 하거나 영화를 통해 먼저 알려져 친숙해진 작품들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타이타닉> <빌리 엘리어트>, 연극 <블라인드>가 그런 작품들이다. 원작이 있는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감동적인 음악, 배우들의 열연이 관객을 기다린다. 특히 <타이타닉>은 영화보다 앞서 발표된 뮤지컬. 영화와는 내용이 다르지만 영화와 다른 재미 그리고 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연극 <블라인드>는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지 않은 네덜란드영화를 바탕으로 국내 초연되는 연극이다. 위 작품들을 문화가 있는 날에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 혜택을 제공한다)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으니 아래의 공연 소개를 확인하자( 문화가 있는 날_www.culture.go.kr/wday/index.do ).
<혐오스런 마츠코의
‘문화가 있는 날’ 할인으로 볼 수 있는 공연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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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포스, 제다이, 라이트세이버, 스톰트루퍼 등 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모든 전통 요소를 바탕으로 시리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이번 영화는 블록버스터영화로서는 다소 어려운 길을 가려 한다. 왜 우리는 ‘포스의 균형’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라는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서 시각적으로는 가히 SF영화의 끝판왕에 가까운 엄청난 액션 활극을 선사한다. 152분이라는 넉넉한 러닝타임 위에 전편에 이은 신구 세대 배우들의 조화는 물론 환상적인 우주의 볼거리가 가득 차 있다. 그저 3부작의 최종장을 향한 정거장 정도의 영화로 생각했던 관객은 어서 예매 티켓부터 끊고 보자. 무엇을 상상하든 그와는 다른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상투적인 소개와 함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담고자 했던 비전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려 한다.
올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제시한 비전… 탄생 40주년 맞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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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가 4회를 맞이했다. 4년간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참가자들은 매년 한·중 유명 영화인, 전문가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 직접 만든 단편영화로 관객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중국영화계에서도 영화제에 대한 인지도가 확대되며 현재까지 누적 출품 수가 1800여편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등 정부기관과의 협업 및 문화교류를 통해 한·중 양국 우호증진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익적인 행사로 발전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영화제에 출품된 중국 단편영화의 경향은 어떤가. 특히 인상 깊게 본 작품이 있나.
=가정, 학교, 소수민족 등 현대사회의 이슈를 심도 있게 접근한 작품들의 비중이 예년보다 늘었다. 개인적으로는 감독상을 수상한 궈진보 감독의 <막다른 길>이 인상 깊었다. 이제 막 영화학교를 졸업한 청년감독의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촬영 스케일과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였다. 궈진보
민희경 CJ사회공헌추진단 단장, "청년감독의 발굴과 양성은 우리 영화제 핵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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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의 영예는 <구출>을 연출한 우얼쿤비에커 감독에게 돌아갔다. 1995년 12월, 보스니아 내전의 종전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밤 한 가족에게 닥친 위기의 순간을 조명하는 <구출>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국적인 배경과 박진감 넘치는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영화만큼이나 이국적인 이름과 외모를 지닌 우얼쿤비에커 감독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카자흐족 출신으로, 이 작품이 첫 영화 연출작이다. 앞으로 중국 최고의 장르영화 감독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이 신진 감독과의 대화를 전한다.
-대상 수상을 축하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상을 받으니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구출>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2학년 때(그는 베이징 중앙희극학원에서 연극 연출을 전공했다) 학교 수
<구출> 우얼쿤비에커 감독 -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영화 감독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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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축제는 영화의 온도를 높였다.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곳곳에서 포착한 한·중 영화인 ‘소셜 네트워크’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개막식 커팅 행사에 참여한 귀빈들. 왼쪽부터 장커쥔 CJ중국본사 부총재,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은 인청구이 베이징사범대 교수와 루하이보 중앙희극학원 교수이자 작가, 손학경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주임, 김장훈 CJ중국본사 수석운영관, 사석원 CJ나눔재단 이사, 정원영 CJ문화재단 이사, 이상준 CJ사회공헌추진단 담당, 고희석 CJ중국본사 부총재.
영화제 이튿날인 12월 6일에는 중국 단편경쟁부문 입선작의 상영과 더불어 4DX 특별전이 열렸다. CGV올림픽점 4관에서 열린 이 특별전에는 중국의 김주환 4DX·ScreenX 콘텐츠 담당자와 <옐로>의 왕펑 감독이 참석해 4DX 작업의 후일담을 나눴다. 4DX는 CJ가 지난 200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오감체험 기술로, 현재 중국 56개 도시 중 5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의 인상적인 다섯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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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해빙의 실질적 서막이 열렸다.” 홍콩의 종합뉴스통신사 <중평사>의 11월 30일자 보도다. 지난 11월 2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추진이 합의된 이래 양국 언론은 한·중 관계가 사드 배치 갈등으로 인한 1년3개월간의 암흑기를 끝내고 해빙기에 접어들었음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한·중 관계 해빙의 전조는 지난 10월에도 감지됐다. 10월 18일 열린 제19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의 기자회견에서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의 장홍썬 부국장은 “문화교류는 마음과 감정에서 나오는 ‘온도의 교류’”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많은 중국 영화인들의 활약상을 언급하며 “양국의 민심이 통하기만 한다면 문화교류와 협력은 분명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중국의 미디어와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기관의 고위 인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힌 이러한 견해는 한·중 문화교류의 밝은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를 가다… 올해의 경향·수상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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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스스로 정체성을 쇼맨(showman)으로 규정했던 <위대한 쇼맨>의 바넘은 홍보를 위해 논란을 즐겼고,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개의치 않고 무대에 세웠다. 그 배짱만 보아도 흔치 않은 인물임이 분명한 위대한 쇼맨, 바넘의 흔적을 이어받은 영화들을 추려봤다. 19~20세기 쇼 비즈니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뮤지컬을 위주로 댄스홀의 무용수들, 백스테이지의 제작자들, 데뷔를 꿈꾸는 배우들 등 어지럽게 뒤섞인 군상의 흥겨움과 고뇌를 동시에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시카고> (Chicago, 2002)
눈부신 핀 조명이 비추는 무대와 연기가 피어오르는 퀴퀴한 뒷골목이 나란히 놓인 곳이 <시카고>다. 영화는 춤과 노래를 함께 선보이며 거기에 희극적 요소를 곁들이는 대중 친화적인 쇼인 보드빌 장르를 다룬다. 이 분야 최고 스타인 벨마(캐서린 제타 존스)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 사실을 알고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록
<위대한 쇼맨>과 함께 보면 좋을 쇼 비즈니스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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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중의 취향을 과소평가해서 손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홍보의 천재라 불리는 P. T. 바넘이 남긴 유명한 말은 일견 평범한 대중을 얕보는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대의 비평가들은 그가 엔터테인먼트를 대중화한 업적에 주목했다. 영화 <위대한 쇼맨> 역시 누구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오락을 창시한 P. T. 바넘의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 뮤지컬 스타 휴 잭맨을 내세워 <물랑루즈>(2001), <위대한 개츠비>(2013)처럼 화려한 쇼를 보여주지만 같은 계보에 속한다고 단언하기 힘든 이유다. <위대한 쇼맨>의 ‘지상 최대의 쇼’가 의미하는 바를 주제별로 미리 살펴보았다.
아웃사이더의 반란
P. T. 바넘(휴 잭맨)의 인생을 그린 <위대한 쇼맨>은 일견 전형적인 자수성가한 성공담처럼 보인다. 가난한 양복장이의 아들이었던 그가 획기적인 방법으로 백만장자가 되는 실제 삶부터가 그에 가깝고, 영화 초반부 P. T. 바넘
<위대한 쇼맨>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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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위의 왕자, 노이즈 마케팅의 원조, 바넘 효과(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특성이 자신의 성향이라고 믿는 현상)의 주인공.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라 불리는 P. T. 바넘을 수식해온 여러 표현은 종종 칭찬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희거리로 대중예술의 벽을 허물었고, 미국 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화의 발판을 마련한 장본인이다. 그의 삶을 다룬 영화 <위대한 쇼맨>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그의 무대가 가진 인류애적 의미에 집중한다. <위대한 쇼맨>이 주목한 P. T. 바넘의 쇼의 특성과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장면 및 음악을 꼽았다. 그가 후대에 미친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뮤지컬영화 <위대한 쇼맨>과 쇼 비즈니스를 그린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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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0일 런던 시내 ‘올드 빌링스게이트’ 빌딩에서 영국독립영화제의 20번째 시상식이 열렸다. 최우수작품상은 프랜시스 리 감독의 저예산영화 <신의 나라>에 돌아갔다. <신의 나라>는 요크셔에서 아버지를 도와 농장 일을 하던 조니(조시 오커너)가 루마니아 출신 노동자 게오르게(알렉 세커리아누)를 만난 뒤 사랑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최우수작품상 자리를 두고 <신의 나라>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작품들로는 <스탈린의 죽음> <나는 마녀가 아니다> <레이디 맥베스> 등이다. 이중 <스탈린의 죽음>은 최대 수상(4관왕)의 영광을 얻었고, <나는 마녀가 아니다>를 연출한 룬가노 니오니는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영국독립영화제 협회측은 2017년 영국산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박스오피스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인 점에 대해 크게 자축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2017년은
[런던] 제20회 영국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신의 나라>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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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엔딩이 언급돼 있습니다.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의 바람대로 (콜롬비아에서) 아이를 입양한다. 하지만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조차 되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아이의 카시트를 사러 가던 아내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텅 빈 집에 (아직)아버지가 되지 못한/않은 남자와 (양)엄마를 잊지 못하는 아이가 남았다.
설정은 깎은 듯 정확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아버지’ 역할에 서툰 남자 키에틸(크리스토퍼 요너)은 엄마를 잃고 상처받은 소년 다니엘(크리스토페르 베치)을 도닥여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한편 그런 양아버지를 이해하기에 6살 다니엘은 너무 어리다. 다니엘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키에틸은 다니엘의 생모를 찾아 아이의 고향 콜롬비아로 향한다. 낯설지만 동시에 낯설 수 없는 콜롬비아에서 다니엘과 키에틸은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새로운 부자 관계를 맺은 다음 노르웨이로 돌아온다. 완벽하게 짜인 이 여정에
<나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부성애를 찾아가는 여정이 전부라 할 수 없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