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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을 음악으로 가득 채워줄 축제가 다가온다. 7월 22일부터 30일까지 충무로와 동대문, 명동 일대에서 제2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개최된다. 2015년 프리 페스티벌을 거쳐 지난해부터 정식으로 첫발을 디딘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세계 유일의 뮤지컬영화제라는 선명한 컨셉으로 단단하게 바닥을 다지는 중이다. 지난해의 성과에 힘입어 올해도 다양하면서도 집중력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상영관의 저변을 한층 확대하여 총 8개 섹션 31편의 작품들이 충무아트센터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개·폐막작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뮤지컬영화의 전설들을 현재 진행형의 무대로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개막작 <무성영화 라이브: 시카고 1927>은 1927년 오리지널 무성영화 <시카고>에 라이브 공연이 더해진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영화 상영과 함께 조윤성 재즈 피아니스트가
제2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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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호화로운 별장, 같은 집에 사는 특이한 두 가족. 이들의 삶이 어느 날 마주치게 될 비극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잔니 아멜레오 감독의 영화 <라 테네레차>(La tenerezza)는 지난 4월 이탈리아에서 개봉한 뒤 첫주 만에 100만유로의 수익을 거두었고, 5주 동안 200만유로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둔 히트작이다. 이 작품은 지난 7월 1일 열린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시상식 ‘나스트리 디 아르젠토’의 주요 부문(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배우상, 촬영상)을 석권한 뒤 여름 야외극장에서 다시 일반 관객과 만나는 행운을 안게 되었다. 심장마비 이후 간신히 살아남은 노년의 변호사 로렌조가 <라 테네레차>의 중심인물이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집 앞에서 갓 이사온 미켈라와 마주친다. 밝은 표정의 미켈라에게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다. 그녀가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 채, 로렌조는 열쇠가 없어 남편을 기다리던 미켈라에
[로마] 72살 노장 잔니 아멜레오 감독의 <라 테네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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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도 이 장면에서 시작해야 할 것만 같다. 늦은 밤, 창숙(김새벽)이 닭볶음탕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창숙은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전 장면에서 봉완(권해효)의 부인(조윤희)에게 어이없게 폭행을 당한 아름(김민희)이 봉완과 함께 닭을 먹으며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 창숙은 정말 아름과 봉완을 보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건 영화를 끝까지 다 본 관객뿐이다. 창숙이 창문 너머 가게 안을 바라보는 이 짧은 순간, 사실 우리는 그녀가 본 걸 확신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숏 전까지 창숙은 (봉완의) 플래시백, 그러니까 과거 (기억) 속에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먼저 플래시백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홍상수 영화에서(교과서적 의미에서의) 플래시백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가 이야기 속에서 빈번하게 뒤섞여 오가지만, 그는 플래시백을 사용해 시간을 선형적으로 ‘정리’하는 것에
지나치게 노골적인, 그래서 당혹스러운 홍상수의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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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이가 아니고 ‘詩누이’다. 시(詩)를 편안하게 읽도록 도와주는 누이. <詩누이>는 일상을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종종 떠올리는 단상들, 유년 시절의 추억 등을 귀엽고 다정한 그림체로 풀어낸 일상툰 에세이면서, 곱씹어 읽어보고 싶은 현대시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책이다.
어린 시절, 절인 배추를 지고 시장으로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자매는 종이접기를 한다. 종이학도 접고 동서남북도 접고 비행기도 접고 종이공도 접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깨면 엄마가 돌아온다. 기형도의 <엄마 걱정>이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는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사회적 이미지를 위해 ‘가면’을 쓰고 안정적이고 사려 깊은 사람인 척하지만 사실 혼자 있을 때는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지낸다고 고백하며, 나와 타인의 ‘가면’에 감정을
씨네21 추천도서 <詩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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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두개골이 부서진 채 병원으로 실려온다.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한 증거가 온몸에 남아 있다. 아기 엄마는 지적장애로 인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담당 의사인 저자는 아기를 학대한 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드디어 나타난 아기 아빠는 ‘무언가 어긋나고 틀어진 느낌’의 섬뜩한 눈빛을 쏘아보내며 자신이 동거인일 뿐이라고 상황을 뭉갠다. 아동 학대로 경찰서에 신고하는 일밖에 하지 못하는 막막함을 느껴야 했던 이 사건에, 저자는 ‘악마를 만나다’라는 제목을 단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저자는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을 마주한다. 저자가 조금이라도 판단을 잘못하면 환자는 금세 위험에 빠지므로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구토하다 피가 나왔다는 취객은 복부 장기에 문제가 없어 잠시 쉬도록 했는데 알고 보니 식도가 파열된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조직폭력배 우두머리가 칼에 찔려 실려왔는데,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를 향해 부하들이 어깃장을 놓고 주먹
씨네21 추천도서 <지독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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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남겨두고 자살을 결심한 남자, 테드. 그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총을 막 머리에 겨눈 순간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수수께끼의 방문자는 “당신이 서재에 놓아둔 9mm 권총으로 뭘 하려던 중인지 다 알아요”라고 외치니, 테드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을 경청한다. 그는 테드에게 이왕 죽을 거, 법망을 운 좋게 피한 질 나쁜 범죄자를 죽이라고 한다. 테드는 그 범죄자를 손쉽게 죽이고, 이어 테드처럼 자살을 결심한 또 다른 사내도 죽인다. 이쯤되면 소설은 자살에서 사적 정의 실현을 위해 살인 집행으로 방향을 튼 사내의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 사람을 죽여라>는 그렇게 빨리 단정 지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스릴러 장르에 어느 정도 익숙한 독자라면 도입부가 어딘지 좀 삐걱대며 굴러간다는 사실을 눈치채리라. 어느 순간 소설은 반전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어느 순간 또 반전이 나온다. 이야기에 올라탄 독자들은 힘차게 상승하여 거침없이 낙하하
씨네21 추천도서 <다음 사람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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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연애소설이 아니고 실존 인물의 내면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은 소련 당국의 탄압과 검열 속에서 무수한 걸작을 남긴 천재 음악가 쇼스타코비치다.
<시대의 소음>은 쇼스타코비치의 인생에서 분기점이라 할 만한 세 순간을 다룬다. 1936년, 그가 작곡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스탈린 앞에서 연주한 후 당 기관지 <프라우다>에 ‘부르주아들의 비뚤어진 취향을 만족시킨다’라는 악평이 실린다. 이후 그는 연주를 금지당하고 그를 도운 투하쳅스키 대원수마저 쿠데타 음모 주동자로 지목되어 처형당한다. 이제 그는 언제든 끌려가서 심문당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밤마다 옷을 차려입고 여행 가방을 싸놓고 잠을 청하며 최악의 상황을 상상한다. 1948년, 그는 프로코피에프와 하차투리안 등과 함께 당국으로부터 또 비판당하는데 이듬해 미국을 방문하여 스탈린식 예술관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1960년, 드디어 스탈린
씨네21 추천도서 <시대의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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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순, 교토의 축제를 앞두고 10년 전 영어회화학원을 함께 다닌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인다. 이들은 한참 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는데, 10년 전 축제에서 동료인 하세가와씨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호젓한 숙소에 짐을 푼 이들은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술을 마시다 자신이 겪은 기묘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카이씨는 어느 순간 아내가 가출하여 어느 시골 마을의 폐가를 찾는데, 그곳에는 아내를 꼭 닮은 여인과 수상한 호텔 종업원이 기다리고 있다. 다케다군은 회사 동료와 그의 아내 및 그녀의 동생과 함께 불편한 여행을 떠났다가 죽음을 예언하는 할머니를 만난다. 이 이야기들은 깊고 어두운 밤의 풍경으로 손짓하는 얼굴없는 여자가 그려진 그림들과 연결된다. 몇년 전 죽은 천재 화가 기시다 미치오가 만든 ‘야행’이라는 제목의 연작 동판화들이다. 여기서 ‘야행’은 밤에 다니는 열차라는 뜻도 되고, 온갖 귀신이 밤이 나다닌다는 ‘백귀야행’에서 따온 말도 된다.
<야행>은
씨네21 추천도서 <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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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습기를 버티게 해줄 7월의 책들이 <북엔즈>에 모였다. 모리미 도미히코는 <야행>으로, 줄리언 반스는 <시대의 소음>으로 돌아와 각각 자신의 장기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페데리코 아사트의 <다음 사람을 죽여라>는 스릴 넘치는 장르소설이다. 병원의 긴박한 풍경을 섬세한 문체로 담은 에세이 <지독한 하루>, 편안한 웹툰과 현대시가 함께한 <詩누이>도 있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야행>은 아련하고 부드러운 환상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직접 밤의 기차를 타고 덜커덩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맛보게 한다. 갑자기 실종된 친구 혹은 불길한 예언을 던지는 이와 마주하여 신비로움을 더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팬이라면, 서늘함을 찾는 독자라면 반길 책이다.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은 실존 인물인 천재 음악가 쇼스타코비치의 내면을 그린다. 쇼스타코비치를 둘러싼
씨네21 추천도서 - 놓치면 아쉬울 7월의 신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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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의 나라, 데이미언 라이스의 나라, 그리고 아이리시 위스키 제임슨과 탈라모어 듀의 나라다. 제임스 조이스와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뮈엘 베케트의 나라이기도 하고, 기네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더블린을 수도로 하는 아일랜드. 이 프로그램이 아일랜드를 그들의 기착지로 정한 것은 그 풍부한 상상력에 얼마간 빚지려는 의도가 아닌가도 싶다. 그냥 아일랜드라서 그랬을지도. 그곳에 아일랜드가 있으니까.
이상순과 이효리, 아이유를 위시한 <효리네 민박>으로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JTBC에서 가수들을 프런트에 내세운 다른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비긴 어게인>. 여기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위용이 만만치 않다.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이 아일랜드로 떠난다. 한국에서는 톱가수일지 몰라도, 아일랜드인들이 이들을 알 리 만무하다. 길거리에서 기약 없이 시작한 버스킹. 음악이 울려퍼지고 이들의 노래에 국적을 막론하고 몰려든 청중이 감동한다- 는 스토리라면 프로그램은 1회로
[TVIEW] <비긴 어게인>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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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제작 쇼박스, W픽처스 / 감독 원신연 / 출연 설경구, 김남길, 설현, 길해연 / 배급 쇼박스 / 개봉 하반기 예정
과거 수많은 연쇄살인을 저질러온 남자 병수(설경구). 그는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간다.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그는 기억을 꼼꼼히 기록하고 기록한 것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망각에 저항한다. 어느 날 병수는 접촉사고로 태주(김남길)라는 사내와 우연히 마주친다. 그를 보자마자 병수는 직감한다.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것은 살인자의 그것이다.’ 병수는 태주를 연쇄살인범이라며 경찰에 신고해보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알고 보니 태주는 경찰인 데다 병수를 잡기 위해 그와 그의 딸 은희(설현) 곁을 맴돈다. 병수는 태주가 살인자일 수밖에 없는 단서들을 찾아 기록해두고 기억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과거 살인을 행할 때 보이던 습관이 되살아난다. 기억과 망각 사이, 기억과 망상 사이에서 병수는 혼란스럽다. 소설가
[Coming Soon] <살인자의 기억법>, 기억과 망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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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사이버대학교 2017학년도 2학기 1차 신·편입생 모집 지원율이 전년 대비 3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7학년도에 실용음악학과와 인문고전전공을 신설한 경희사이버대학은 총 3개의 학부, 26개의 학과·전공에서 학생을 모집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전통적으로 신·편입생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사회복지학부, 상담심리학과를 비롯해 IT·디자인융합학부 및 한국어문화학과와 실용음악학과도 큰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경영영역, 외국어영역, 호텔·관광·외식영역, 문화예술·체육영역 등에서도 지원율이 전반적으로 고르게 성장하였다.
또한, 이번 입시 지원자들 중에는 본교와 산업체&관학 협약을 통해 입학한 지원자들과 해외 지역 거주자, 고학력자들의 지원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지원자 중에는 많은 학사편입자와 고학력자도 포함되어 있어 평생교육과 재교육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한 입시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대학 지원자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
[경희사이버대학교] 2017학년도 2학기 1차 학생 모집 마감… 전년 대비 지원율 36%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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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에게는 미남 배우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는 사람들까지 돌려놓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예상을 배반하는 의외성에서 오곤 했다. 외모가 빼어난 배우는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아쉬울 것이라는 편견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와 영화 <늑대소년>(2012)의 호연으로 깼을 때도, 한류 스타가 된 이후 일제강점기 역사를 그린 <군함도>를 선택했을 때도 그랬다. 시나리오에서 30여신이 흘러간 후에야 등장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로 마음먹자 주변의 영화 관계자들은 “너 이거 왜 하냐?”고 묻기도 했단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군함도>의 송중기는, 우리에게 기분 좋은 배신을 안겨줄 것이다.
-<군함도>의 박무영은 윤학철(이경영)을 구출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하는 군인이다. 각 잡힌 군인 캐릭터와 감정적으로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배경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나.
=박무영에게는 군함도에 들어오게 된 과정만
<군함도> 송중기 - 더 넓게, 더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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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라는 제목 뒤에 부제를 하나 붙인다면, ‘소간지의 귀환’이 적절하지 않을까? 드라마에 출연하고 음원을 발표하며 팬들과 소통하던 그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무거운 역사 소재의 영화, 류승완 감독과의 첫 작업, 게다가 그가 연기하는 ‘조선 최고의 주먹’ 칠성이 원톱 스트라이커보다는 든든한 수비수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 등 그의 이전 작업과는 성격이 조금 달라 보인다. 최근 영화 수입업으로까지 활발하게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는 그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군함도>의 풍경에 대해 물었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비극적인 역사 소재의 영화라서 출연 부담이 컸을 것 같다.
=류승완 감독 때문에 시작했다. 이전부터 같이하자고 약속한 터라,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는데 알고 보니 <군함도>더라. (웃음)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과연 내가 정서적인 아픔을 건드리는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군함도> 소지섭 - 새롭게, 열린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