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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는 간결한 제목에서부터 경이로움에 대한 휴머니즘영화임을 부드럽게 폭로하며 시작한다. 헬멧 쓴 장애아동이라는 소재에는 눈물, 감동, 공감의 투사라는 감정적 클리셰가 예견되어 있다. 영화는 뉴욕 중산층 백인으로 구성된 무공해적인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얼핏 보아도 판별이 가능한 도덕적 인물들은 곳곳에 포진해 있다. 관객이 감상주의 혹은 할리우드 당의를 입은 가족영화를 기대했다면 이는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월플라워>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의 선택
선천적 얼굴 기형을 지니고 태어난 소년 어기는 지적이고 호의적인 가족들과 함께 살아간다. 10살이 되기까지 총 27번의 수술을 받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자신에게 온통 삶을 헌신한 엄마에게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아왔지만 그에게도 드디어 사회로 나아가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 영화는 어기가 집 근처 초등학교 5학년으로 입학하게 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안락하고 조
<원더>는 가족영화의 틀 안에서 감상적 클리셰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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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MBC 파업 사태가 끝난 후 들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팟캐스트 재방송에 노래가 한곡 나왔다. ‘여기는 관제소, 톰 소령에게’(Ground Control to Major Tom)라는 후렴구가 떠나지 않는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였다. 우주비행사 톰 소령과 지구의 관제탑간의 교신 내용을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는 곡이다. 정극 연기에도 해학이 배어나오는 벤 스틸러 감독·주연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이 노래가 나온다. 월터가 용기를 내며 헬리콥터로 달려가는 장면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 위그가 이 노래를 부르며 응원한다(월터의 상상이지만). 망상 속에서만 어딘가로 떠나던 월터처럼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는 평소 갈 일 없던 이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었다.
가끔 영화란 가사가 오래 맴도는 노래와 닮았다. 극적으로 포장한 월터의 여정이 내 삶과 비슷하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세세한 장면 장면에 나타난 감정이 마음에 겹쳐 들어와
[마감인간의 music] 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 노래로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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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이 공개되기 전부터 김동욱에 관한 소문이 들려왔다. 그가 맡은 캐릭터의 비중이 예상외로 크고,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는 것. 실제로 그가 연기한 수홍은 극 중 가장 감정 변화가 큰 인물이며, 어머니(예수정)와의 현몽 장면을 포함해 굵직한 감정 신이 영화의 주요 대목에 포진해 있다. 개봉 후 관객 반응은 이러한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신과 함께>에서 가장 강력한 드라마를 담당한 그가 진짜 주인공이라거나 주연배우 중 가장 돋보였다고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열연에 대한 극찬뿐 아니라 오랜만에 배우가 주목받게 된 상황을 응원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김동욱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과 영화 <국가대표>(2009)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그 이후 대중적으로 주목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재능에 비해 과소평가받고 있다는 아쉬움을 남기던 연기자가 빛을 보는 순간은 그 자체로 어떤 관객
<신과 함께-죄와 벌> 배우 김동욱, "기회가 왔다 그리고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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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패로> RED SPARROW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 /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엘 에저턴,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제레미 아이언스, 시아란 힌즈, 샬롯 램플링
전직 CIA 요원이었던 제이슨 매튜스의 동명 스파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헝거게임> 시리즈의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제니퍼 로렌스가 다시 뭉쳤다. <레드 스패로>의 주인공은 러시아의 1급 스파이 도미니카 에고로바(제니퍼 로렌스)다. 전직 발레리나였던 그녀는 부상으로 발레를 그만두고 어머니를 위해 스파이 양성 학교인 ‘레드 스패로’에 입학한다. 혹독한 훈련 끝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도미니카는 러시아에 있는 미국 첩자를 밝혀내는 임무를 맡는다. 한편 CIA 요원 너새니얼(조엘 에저턴)은 도미니카에게 접근한다.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이 작품이 폭력과 노출 수위에 있어 “강도 높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2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레드 스패로>, 러시아의 1급 스파이 도미니카 에고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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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시를 쓰는 버스 운전사의 일상을 그린다.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패터슨은 매일 아침 6시 언저리에 일어나 출근하고, 점심시간는 홀로 도시락을 먹으며 시를 쓴다. 집에 오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개를 산책시키고, 바에서 맥주 한잔을 먹은 후 다시 잠든다. 정해져 있는 일상은 반복된다. 극적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으며,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상의 반복을 뒤흔들지 않고 따라간다. 일상은 그 단어가 원래 말하듯, 그런 반복의 연속이다.
패터슨은 일상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는 노트 하나를 가지고 다니며 시를 쓰는데, 시를 쓰다가 버스 운전을 할 때가 되면 얼른 노트를 덮고 운전대를 잡는다. 흔히 ‘시’는 ‘일상’의 지리멸렬함을 넘어서는 어떤 곳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곤 한다. 뮤즈의 영감을 받은 시인이 열정에 넘쳐 밤새 시를 쓸 때 일상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이 영화의 버스 운전사는 일상을 부정하고 시에 모든 것을
시인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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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시네마 365일 개봉관 롯데시네마_ 3개관(부천 신중동역, 안양일번가, 라페스타)
● 상영시간_ 1일 2회 오전 10시~오후 1시 중 1회, 오후 6시~밤 9시 중 1회
● 2018년 1월 2주 상영작_ <초행>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감독 임대형 / 출연 기주봉, 오정환, 고원희, 전여빈 / 101분 / 12세 관람가
어느 날 예고 없이 암 선고를 받게 된 ‘미스터 모’ 모금산(기주봉)은 일생일대의 계획을 세운다. 영문도 모른 채 미스터 모에게 소환된 영화감독 아들 스데반(오정환)과 아들의 여자친구 예원(고원희)은 미스터 모의 자작 시나리오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를 받는다. 모금산은 찰리 채플린을 좋아했던 아내를 위해, 배우가 되고 싶었던 젊은 날의 자신의 꿈 그리고 홀로 남을 아들과 소중한 친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2014년 단편 <만일의 세계>로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다양성영화 1월 2주 상영작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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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독립영화, 요즘 어떤 이별 하세요?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운 한국 독립영화들을 독특한 기획 안에서 모아 소개하는 ‘오렌지필름’의 1월 기획전이 열린다. 한겨울에 걸맞은 1월의 주제는 “요즘 어떤 이별 하세요?” 1월 6일(토)에는 오오극장에서 조은지 감독의 <2박3일>, 13일(토)에는 인디스페이스에서 배경헌 감독의 <가까이>를, 20일(토)에는 KU시네마테크에서 오세인 감독의 <사창리>를 상영한다. 영화 상영 후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GV)도 준비되어 있다. 상영 정보는 theorangefilm.com과 인스타그램 @orange_film에서, 예매는 맥스무비에서 가능.
다시, 존 레전드
최근 유독 영화와 인연이 깊던 뮤지션 존 레전드가 4년 만에 다시 내한한다. 3월 15일(목) 오후 8시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앨범 《Darkness and Light》 발매 기념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앨범 수록곡은 물론 <Al
[culture highway] 안녕하세요, 오즈의 배지입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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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월드’에서 펼쳐지는 <너의 이름은.> 스타일의 타임루프 어드벤처랄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세계가 만나 기묘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 불꽃놀이 축제를 앞두고 있는 한적한 어느 시골 마을,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방과 후 교실에 모여 심각하게 토론 중이다. 아이들은 불꽃놀이에서 터뜨리는 폭죽의 불꽃이 옆에서 보면 납작할지 둥글지를 두고 내기를 건다. 한편 노리미치(스다 마사키)는 학교 수영장에서 친구 유스케(미야노 마모루)와 수영 시합을 하는데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나즈나(히로세 스즈)가 내기에서 이긴 유스케에게 대뜸 불꽃놀이 데이트 신청을 한다. 하지만 유스케는 친구들과의 불꽃놀이 내기를 먼저 약속한 터라 고민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노리미치는 갑자기 시간을 되돌려 수영 시합에 이겼다면 자신이 나즈나와 불꽃놀이를 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망상에 빠진다. 이후 노리미치의 엉뚱한 상상은 친구와 가족들을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만든다. 이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첫사랑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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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개다>(2010), <엄마는 창녀다>(2011), <나는 쓰레기다>(2015)로 이어지는 이상우 감독의 선정성 짙은 제목만 살피더라도 <스타박’스 다방>은 의외의 행보다. 영화는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서울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며 아버지를 추억하는 박성두(백성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엘리트지만 사법고시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커피를 마실 때만 삶의 기쁨을 느낀다. 완고한 어머니의 감시 속에서도 나름의 융통성을 발휘해 노량진 고시생과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이중생활을 지속하던 그는 결국 잦은 무단 외출을 이유로 해고당한다. 성두가 이모 주란(이상아)이 사는 먼 삼척 섬마을에 도착해서 소주 냄새 풍기던 다방을 커피 향 나는 카페로 바꾼 공간이 바로 ‘스타박’스 다방’이다. 실제 주민임이 분명한 할머니들이 사약 같은 아메리카노를 들이켜면 뒤늦게 걱정스런 얼굴의 주란이 나타나 그들의 커피에 프림과 설
<스타박’스 다방> 좋아하는 것들 속에서 현재의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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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 사는 소년 미구엘(안토니 곤잘레스)은 동네의 자랑이자 멕시코의 자랑인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벤자민 브랫) 같은 뮤지션이 되길 꿈꾼다. 하지만 미구엘 집안 사람들에게 음악은 금기다. 먼 옛날 미구엘의 조상 중에 음악 때문에 가족을 버린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구엘은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의 날’이 되자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결심을 하고 경연 무대에 오르려 하는데, 우연히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서게 된다.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마리골드 꽃길을 건너 죽은 자들의 세상에 도착한 미구엘은 그곳에서 거짓말과 위·변조가 장기인 헥터(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를 만난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우상 에르네스토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다.
<코코>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중 가장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승의 모든 길은 황금색과 주황색으로 수놓여 있
<코코> 죽은 자들의 세상은 더욱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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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자원고갈, 인구포화. 지상 최대의 과제를 해결할 놀라운 발명으로부터 <다운사이징>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노르웨이의 한 과학자가 사람의 몸을 13cm 크기로 축소하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발명한 것이다. 이 기술을 통해 ‘소인’이 되면, 약간의 돈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으며 소비하는 자원의 양이 대폭 줄어들기에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영화는 동요하는 세계 속 폴(맷 데이먼)과 오드리(크리스틴 위그) 부부의 일상을 좇는다. 각박한 삶에 지친 이들 부부는 소인이 되어 새로운 삶을 함께하기로 결심하지만, 다운사이징 시술 후 회복실에서 눈을 뜬 폴의 곁에 오드리는 없다. 홀로 소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폴은 윗집 남자 두샨(크리스토프 왈츠), 소인 커뮤니티의 청소부 녹란(홍차우)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간다.
예고편 영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 불운한 남자의 일상을 조명하던 <다운사이징>은 소인들의 세계 ‘레져랜드’를 배경으로 인종과 계급
<다운사이징> 지상 최대의 과제를 해결할 놀라운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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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일탈적 운동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범죄자들을 주인공으로 삼기도 한다. 일탈적 운동을 통해 관객은 자신이 알고 있던 도덕 명제를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타자와 조우하게 된다. 아서 펜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시드니 루멧의 <뜨거운 오후>가 그랬다. 그리고 여기에 이 영화 <굿타임>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 코니(로버트 패틴슨)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다. 코니는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 닉(베니 사프디)과 은행강도를 하고 나오던 중 경찰에 쫓기게 되고 닉만 체포된다. 닉을 빼내기 위해 보석금을 마련하려 하지만 보석금은 부족하고, 그 와중에 닉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코니는 병원에 잠입해 얼굴에 붕대를 감은 의식이 없는 남자를 데려 나온다. 그러나 이 남자는 동생 닉이 아니고, 공개 수배된 코니는 다시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코니는 마치 아이처럼 도덕관념이 희박하고 그래서 쉽게 거짓
<굿타임> 속도감과 새로운 캐릭터를 가진 독특한 범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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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출연 마에다 고키, 마에다 오시로, 오다기리 조, 오쓰카 네네 / 제작연도 2011년
영화가 시작되면 가고시마의 아침이 보입니다. 아이가 일어나 화산재를 털어내고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카메라는 충실히 그의 등굣길을 따라갑니다. 집에서 소일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고 다정한 엄마,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 그리고 예쁜 선생님이 있는 아이의 일상은 그저 평화로울 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잔잔한 일상의 이면에는 아이의 무시무시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화산이 폭발하여 가고시마가 없어져 후쿠오카에 떨어져 살고 있는 아빠와 동생과 다시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아이는 천재지변이라는 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기적이 필요한 아이들이 모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게 해달라고, 좋아하는 선생님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배우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아이들은 기적과 같은 거창한 것을 바라며
김양희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지금 이대로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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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스트 스토리>의 유령은 한 장소에 매여 있다. 아내와 살았던 집의 주인이 몇 차례 바뀌어도 그는 떠나지 못한다. 이윽고 건물도 낡고 해진다. 철거를 앞둔 집 안의 벽은 생채기투성이이고, 유령은 그중 한 틈에 숨겨진 아내의 마지막 쪽지를 꺼내려고 애타게 문설주를 긁는다. 이 장면에서 유령을 둘러싼 벽의 상처들은 캔버스를 구멍내고 베어낸 현대미술가 루초 폰타나의 작업을 생각나게 한다. 네모난 격자에 천을 팽팽히 당겨 씌운 캔버스 표면은, 현재 이곳에 속하는 정해진 크기의 평면일 뿐이지만 물감이 발리면 입체성을 얻고 과거와 미래로 열린다. 그러나 아무런 형상을 그리지 않고 캔버스를 예리하게 가른 폰타나의 칼자국은, 관람자가 화면 뒤쪽의 ‘무’(無)를 직면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찌보면 <고스트 스토리>는 그러한 직면에 이르는 여정이다. 사진 속 작품의 부제는 ‘기다림’(Waiting).
2017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포스 마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