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나,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꽃 안 가져왔으면 나 삐칠 뻔했어. 호호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 이틀 전인 지난 7월 11일, 호텔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장미희와 인터뷰를 하는데, 최용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꽃을 들고 나타나자 장미희는 소녀마냥 쑥스러워했다. 순간 유지인, 정윤희와 함께 70, 8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이끌던 ‘청순가련 비운의 여인’ 장미희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다. 한때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 영화진흥위원회부위원장, 서울영상위원회 부위원장 등 여러 ‘봉사직’을 맡은 뒤, 언제부터인가 교수와 배우로만 활동하던 그다. 그런 장미희가 7월 23일 막을 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조직위원장이라는 감투를 기꺼이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일까.
-방학인데도 학교에 나가시나 봐요.
=선생들은 방학이라도 나가야죠. 1989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교수와 배우를 병행해왔어요. 지난 6월 촬영에 들어가기로 한 영화가 대작
장미희, "내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는 그런 나 자신을 좋아해요"
-
<킬러의 보디가드> THE HITMAN'S BODYGUARD
감독 패트릭 휴스 /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샐마 헤이엑, 게리 올드먼
타인을 잘 보호하기로 이름난 남자와 누군가를 잘 죽이기로 악명 높은 킬러의 동행을 조명한 액션 코미디 영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청부살인업자 다리우스(새뮤얼 L. 잭슨)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서기로 결심하면서, A급 경호원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은 그를 영국에서 재판소로 안전하게 이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8월 18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킬러의 보디가드>, 잘 보호하는 남자와 잘 죽이는 남자의 동행
-
7월 14일의 여름밤, 서울시청 앞 광장 야외무대에 여섯명이 올라갔다. 퀴어문화축제의 홍보대사들이었다. 이들은 자신을 모델, 사진작가, 배우, 유튜버,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한 다음, 자신의 커밍아웃 스토리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상근은 10년 전에 모두에게 커밍아웃을 하며 오픈리 게이로 살기 시작했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고, 사진작가이자 모델인 나비는 번번이 검열당해버린 자신의 수많은 커밍아웃을 애도하며 다시 그 자리에서 자신은 레즈비언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배우 권기하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는 몇편의 퀴어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너 혹시 게이니?”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왔다고 했다. 호의적으로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너 그냥 인권 개념이 좀 있을 뿐 게이는 아니지?”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고, 악의적인 사람은 멸시와 호기심으로 그런 질문을 한다 했다. 그다음 이어지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기로 했다
-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는 무려 5년 만에 대상작이 나왔다. 심사위원 만장일치여야만 대상작을 뽑는다는 영화제의 깐깐한 내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세게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나만 없는 집>(2017)의 김현정 감독이다. 심사위원 중 한명인 엄태화 감독은 “모든 심사위원이 지지를 넘어 눈에 하트가 보일 정도”였다며 호평했다. 심지어 이 부문에서 대상작이 나온 건 영화제 역사상 처음이다. 1998년 봄, 초등학교 4학년 세영(김민서)은 걸스카우트인 언니와 달리 어째서 자신은 걸스카우트 단원 가입 신청서를 낼 수 없는가를 두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바쁜 부모, 쌀쌀맞은 언니로부터 멀리 떨어져 세영은 늘 혼자다. 외롭고 쓸쓸하고 화가 나며 서럽기까지 하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최동훈 감독은 “평범한 가족의 소담한 이야기에 우리 모두가 깊이 빨려들어갔다”며 이 어린 소녀의 마음이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힘에 지지를 보냈다
<나만 없는 집> 김현정 감독 -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
-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는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다양성영화 지원 사업) 사업의 일환으로 ‘제1회 경기도 다양성영화제’를 개최한다. 다양한 즐거움과 가치를 선사할 이번 행사는 올해 처음 추진하는 영화제로 수원 굿모닝하우스(7월 28~29일)와 파주 명필름아트센터(8월 5~6일)에서 진행된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페이스북(www.facebook.com/gcinesarangbang)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①2017.7.28~29 (오후 6 시~밤 11 시)_수원 굿모닝하우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168)
②2017.8.5~6_파주 명필름아트센터 <부제: 웰컴 투 씨네리>
제1회 경기도 다양성영화제
7월28일(금) ~ 29일(토) 시간 17:30~23:00
장소_굿모닝하우스 일원(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168)
주요내용
개막식_참여자 전원 종이비행기 날리기
다양성영화 상영_<족구왕> <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제1회 경기도 다양성영화제
-
한여름 밤의 축제, 2017 서울인기페스티벌
사람들의 기운이 모이면 축제가 된다. 그래서 인기(人氣)다. 2016년 첫발을 디뎠던 서울인기페스티벌이 폭발적인 참여와 반응에 힘입어 올해 한층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돌아왔다. 8월 12일 오후 4시부터 새벽 4시까지 난지한강공원 젊음의 광장에서 진행되는 2017 서울인기페스티벌은 한강사업본부가 주최하는 한강몽땅여름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뮤지션 20팀의 릴레이 공연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작가와 단체가 한데 모여 틀에 얽매이지 않은 전시와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여름 밤 진정한 축제를 만끽하고 싶다면 한강으로 달려가자.
한국에서 만나는 무민의 모든 것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국내 최초로 <무민원화전>이 열린다. 9월 2일부터 11월 26일까지 84일간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된다. 화가 토베 얀손이 직접 그린 <무민> 원화부터 <무민> 저작권사가 소장해온 미공개 작품까지 볼 수 있
[culture highway] 한여름 밤의 축제, 2017 서울인기페스티벌 外
-
‘영화는 영화’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세상 어디에 이렇게 배우 같은 깡패가 있을까.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2008)에서 조직폭력배 강패 역을 맡은 소지섭은 그 자리에 서서 노려보기만 하는데도 말 그대로 멋짐이 넘쳐흐른다. 배우보다 더 배우 같은 깡패, 배우가 되고 싶었던 깡패라는 설정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 있다. 피폐하고 탁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힘 빼고 신경 안 쓰고 현장에 갔다”고 하지만 타고난 ‘간지’는 감출 수가 없다. <영화는 영화다>의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어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 소지섭은 “내 것이 포함되면 더 열심히 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투자”를 했다고. 이후 제작과 영화수입 분야에서 꾸준히 활약 중인 이 성실한 배우는 “배우 입장에서는 연기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며 몸을 낮춘다. 하지만 9년 전 인터뷰에서 밝힌 본인의 좌우명처럼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 곁에서 오늘도 멋짐을 연기 중이
[메모리] 소지섭, 멋짐을 연기 중
-
마사코(이하타 주리)와 리에(미치에), 그리고 유이(마우에 사쓰키)는 돈을 받고 남자와 섹스를 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이다. 이들은 같은 ‘회사’에 소속된 동료이지만 삶의 조건이나 고민거리는 각자 다르다. 마사코는 살 집이 없어 단골의 집이나 24시간 PC 카페에서 잠을 자고, 리에는 최근 자신을 계속 지명하는 할아버지 손님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리고 싱글맘인 유이는 일을 나갈 때마다 어린 아들을 남의 손에 맡겨야 한다.
<흉악: 어느 사형수의 고발>(2013) 등을 연출했던 시라이시 가즈야 감독의 <암고양이들>은 영화사 닛카쓰의 ‘로포리 프로젝트’(로망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 중 한편이다. 로망포르노의 전통을 새롭게 계승하기 위해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섹스를 소재로 삼아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다양한 관점에서 묘사하려 한다. 그리고 <암고양이들>은 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다. 무엇보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생생하게 포
[리뷰] <암고양이들>, 돈도 필요하지만, 우린 사실 사랑이 필요해!
-
클레어(조이 킹)는 고물을 줍는 아빠 조나단(라이언 필립)이 부끄럽다. 조나단은 매일 아침마다 딸의 학교 앞 쓰레기통을 뒤지고, 그 모습을 본 클레어의 친구들이 클레어를 놀려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조나단은 클레어에게 고풍스러운 뮤직박스 하나를 내민다. 역시나 폐가에서 주워온 고물이다. 클레어는 짜증을 내면서 받아들지만 이 뮤직박스가 소원을 이뤄준다는 설명을 읽고 호기심을 갖는다. 클레어는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앙숙 다시(조세핀 랭포드)의 몸을 썩게 해달라고 한다. 다음날, 다시는 검게 썩어들어가는 다리를 붙잡고 응급실에 실려간다. 클레어는 짜릿해하며 다음 소원을 말한다.
존 R. 레오네티 감독이 전작 <애나벨>에 이어 또 한번 저주 걸린 물건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를 내놓았다. 일곱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물건에 주인공은 부, 사랑, 가족애 등 결핍된 욕망을 알차게 채워넣는다. 하이라이트는 한번 발동 걸린 욕망을 놓지 못한 채, 대가를 치러나가는 대목이다. 하지
[리뷰] <위시 어폰>, 저주 걸린 물건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
정신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몸은 그렇지 못할 때, 흔히 ‘가위 눌렸다’고 한다. 가위 눌림은 ‘수면 마비’라고 하는 일종의 수면 장애다. 어린 시절, 수면 마비 상태에 자주 빠지던 베스에게 십수년이 지나 증상이 반복된다. 베스는 그때마다 같은 형상의 악귀에게 시달리지만, 귀신을 본다는 베스의 말을 모두 가볍게 넘긴다. 어느 날 밤, 배스는 잠을 자던 중 돌연사한다. 그 순간 베스의 쌍둥이 자매 케이트는 베스가 수면 마비 상태로 악귀에게 목이 졸려 죽는 꿈을 꾼다. 케이트가 베스의 죽음을 꿈에서 생생히 목격한 것이다. 케이트는 베스의 남자친구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수면 마비의 위험성에 대해 말한다. 그날부터 한명씩 증상을 경험하고, 이제 누구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영화는 ‘수면 마비’라는 소재부터 몇 차례의 희생 후 악귀와 대결을 치르는 구성까지 공포영화의 전형을 따른다. 서스펜스를 쌓아가며 몇몇 대목에서 확실한 공포를 자아내거나 기발한 전략과 실행으로 악의 세력과 대결하는 과
[리뷰] <돈 슬립>, 이제 누구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
세계 최악의 악당에서 세계 최악의 비밀요원으로 거듭난 그루(스티브 카렐)는 레트로 악당 발타자르 브래트(트레이 파커)를 잡지 못한 책임을 지고 악당퇴치연맹에서 해고된다. 자신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던 그루에게 어느 날 쌍둥이 동생 드루가 도움을 청하며 찾아온다. 그루는 자신이 역사상 최고의 악당 가문의 후예였음을 알게 되고 동생은 그루에게 악당이 되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루시(크리스틴 위그)와 사랑스러운 세딸에게 푹 빠진 그루는 다시 악당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지만 악당 발타자르를 물리쳐 요원으로 복귀하기 위해 동생을 잠시 속이기로 한다. <미니언즈>로 잠시 외도를 했던 <슈퍼배드>의 세 번째 시리즈다. 어떻게든 전작의 설정들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이쯤 되면 악당의 의미는 무색해지고 이야기 또한 헐거워지기 마련이다. <슈퍼배드3>도 이러한 단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루는 더이상 악당이 아닌 정도가 아니다. 발라자르를 체포해 유능한 악당퇴치요원으로
[리뷰] <슈퍼배드3>, 슬랩스틱의 무한 연쇄
-
“일년만 쌔 빠지믄 집 한채 값은 챙긴다대?” 일제강점기 시대인 1945년,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망망대해 한복판에 위치한 일본의 작은 섬으로 떠난 조선인이 있었다. 그 섬의 이름은 하시마. 군함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군함도’라고도 불리던 그 섬에 도착한 조선인이 본 것은 ‘지옥’이었다. 어린 조선인 소년 광부들이 제대로 몸도 가눌 수 없을 만큼 좁은 탄광에 매몰돼 목숨을 잃고, 살아남은 조선인은 일본인에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는 곳. 영화는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이 지옥도에 당도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출신 강옥(황정민)은 딸 소희(김수안)를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광복군 소속의 OSS 요원 무영(송중기)은 독립운동 인사를 구출하려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은 혈투 끝에 새로운 조선인 관리자가 되고, 일본인에게 감금돼 성적으로 유린당하는 말년(이정현)은 비참한 현실에서도 살기 위해 고군
[리뷰] <군함도>, 일제강점기 시대인 1945년
-
“우리는 노래해야 한다.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어야 한다.” 뮤지션 BV(라이언 고슬링)의 독백 중 ‘노래’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바꿔도 무방하다. 제목인 ‘Song to Song’ 역시 ‘Love to Love’로 대체되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송 투 송>은 부유하는 사랑의 마음을 따라가는 사랑 이야기이므로.
뮤지션 BV와 파예(루니 마라), 프로듀서 쿡(마이클 파스빈더)은 음악을 공유하는 관계다. 쿡의 파티장에서 만난 BV와 파예는 금세 사랑에 빠진다. 쿡과 파예는 한때 관계를 맺었지만 BV는 그 사실을 모른다. 세 사람은 멕시코 여행을 떠나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여행 이후 세 사람의 관계는 틀어진다. 모든 것을 다 가졌고, 모든 것을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생각했던 쿡은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 자신이 추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쿡은 곧 식당에서 서빙하는 론다(내털리 포트먼)를 만나 결혼한다. 그 결혼은, 자신이 모든 것을 베풀 수 있는
[리뷰] <송 투 송>, 부유하는 사랑의 마음을 따라가는 사랑 이야기
-
“이것은 전쟁영화가 아니다.” <덩케르크>를 두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선언하듯 한 이 말은 일견 사실이다. 전쟁영화 하면 나오는 전투 신, 적과 동지의 구분 짓기, 상명하복의 갈등, 멜로드라마적 정조는 없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만큼 방향은 분명했다. 전쟁과 죽음에의 공포, 생존을 향한 인간적 열망이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0년 프랑스 케르크 지역에서 진행된 연합군 구출 작전을 그린다. 때려부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공격과 방어는 없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총알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격은 있지만 그 적은 단 한번도 배우를 통한 구체적인 얼굴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적군 역시도 흐릿하게 처리해버렸다. 귀향하고픈 ‘사람’만이 있다.
영화는 세개의 시공간을 동시에 진행시킨다. 도버 해협을 건너려는 영국군을 중심으로 한 ‘잔교에서의 일주일’, 민간 선박들의 자발적 참전과 차출이 이어지는 ‘바다에서의 하루’, 적기를 겨냥한 스피트파이어기
[리뷰] <덩케르크>, “이것은 전쟁영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