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운 남자 아비, 그는 두 여성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 차례로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내 그녀들에게 무관심해진다. 이런 그의 태도가 상대방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지만, 그를 냉정한 마음을 가진 자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영화 <아비정전>(1990)이 꼬집는 감정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이 말을 전한다. 아비가 바라보는 대상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가 있는 먼 곳의 장소를 바라본다고 말이다. 그 어딘가의 장소는 꾸준히 변주된다. 현재 그가 머무는 건물의 입구나 어두운 복도들, 혹은 시야가 흐려진 골목길과 같은 중간 어드메의 공간들이 그 상상적 이미지를 대체하게 된다. 홍콩이란 도시를 지탱하는 모난 장소들 곁에서, 왕가위의 영화가 갈망하는 욕망도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20세기 말의 관객이 그의 영화를 보며 ‘영국의 홍콩 반환’이라는 역사적 이벤트를 떠올렸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불가항력적인 망명과 덧없는 기억 사이에서, 당대의 관객은 스
[영화를 향한 책의 여정③] <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신비의 근원을 찾아서
-
목차만 보면 루키노 비스콘티의 필모그래피를 순서대로 훑어나가는 얌전한 비평서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리된 챕터는 독자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실은 ‘루키노 비스콘티’라는 이름으로 수렴되는 한 덩어리다. 저자는 비스콘티의 영화들을 끊임없이 환기하며 전체 필모그래피 속에 개별 영화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밝혀내려 한다. “전체 영화의 맥락 속에서 개별 작품이 맺는 관계에 기초”해 영화를 판단해야 한다는 작가주의에 관한 저자의 태도는 책 속에 그대로 녹아든다.
제프리 노웰 스미스라는 필터를 통해 본 비스콘티의 특성은 ‘거리두기’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루키노 비스콘티는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작가이면서도 민중운동과 약간의 거리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지닌다. 제프리 노웰 스미스는 비스콘티의 “귀족적이고 초연한 기질”이 그가 만든 상황들과 거리를 둘 수 있었던 주요 이유라고 말한다. 이런 거리두기가 아마도 비스콘티에 관해 “리얼리즘적인 이상을 구현한 전형적인 인물”과 “
[영화를 향한 책의 여정②] <루키노 비스콘티: 역사와 개인의 변증법> 비스콘티에 관한 가장 비스콘티적인 접근
-
어떤 만남은 숙명적이다. 존 포드와 태그 갤러거의 만남이 그렇다. 때로 평론가와 감독의 관계는 분리하기 어려운데 성질과 상태가 다른 존재가 만났음에도 완벽히 하나로 융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평론가 감식안을 통해 본인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지점까지 발굴된다. 평론가의 입장에선 존경과 헌사를 바칠 만한 감독의 행적을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세상과 마주하는 또 하나의 창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존 포드라는 대명사에 담긴 함의는 자연인 존 포드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존 포드가 걸어온 길, 팬들이 즐겨온 영화, 평론가들이 분석해온 말들의 합이 존 포드라는 단어 안에 응축되어 있다. 태그 갤러거는 팬으로서도, 평론가로서도 그 필두에 서 있다.
존 포드에 관한 저서는 꽤 나온 편이지만 아직까지 그 제일 앞줄은 태그 갤러거의 저서 <존 포드>의 몫인 것 같다. 1986년 태그 갤러거가 <존 포드: 그와 그의 영화들>이라는 연구서를 세상에 내놓았을
[영화를 향한 책의 여정①] <존 포드> 거대한 지성
-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영화를 책으로 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화는 그걸로 이미 해체 불가능한 완성품이다. 대사, 이미지, 사운드, 서사 등을 따로 구분해서 설명하는 건 본래 영화가 전달하려는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영화를 말하고자 하는 책들은 끊임없이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와 책은 상호보완적인 별개의 우주이기 때문이다. 이 우주는 서로 영향을 미치고 서로를 반영하여 깊이를 더해간다. 영화를 말하는 책들은 정확히는 영화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로 인해 촉발된 것들, 영화가 넓혀온 세계, 영화로 인해 변화한 사회를 말한다. 여기 영화를 향한 7가지의 길이 있다. <존 포드> <루키노 비스콘티: 역사와 개인의 변증법> <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등 위대한 영화인들에 관한 책의 출간을 기뻐하며 시작된 특집이다. 여기에 덧붙여 동시대 프랑스영화를 탐색한 <영화관을 나오면 다시
영화를 향한 책의 여정 ① ~ ⑦
-
-
오랜만에 중국 극장가에 눈물을 몰고 온 한편의 영화가 있다. 바로 대만 출신의 배우 류뤄잉의 연출 데뷔작 <후래적아문>(后来的我们)이다. ‘밀크티’라는 사랑스러운 별명을 가진 류뤄잉은 가수로 데뷔했으나 실비아 창 감독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고, 11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류뤄잉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쓴 단편소설 <설날, 집으로 가다>를 영화로 만들었고, 중국 노동절 연휴를 앞둔 주말인 지난 4월 28일에 중국 전역에 개봉한 이후 상영 6일 만에 10억위안을 돌파했다. 이로써 2013년 자오웨이 감독의 <나의 청춘에게>(7억1970만위안), 2016년 설효로 감독이 <시절인연>으로 세웠던 기록(7억8500만위안)을 넘어 중화권 영화감독 중 여성감독으로 가장 높은 박스오피스 스코어를 갖게 됐다. 그녀의 감독 데뷔작 <후래적아문>은 중국 청춘배우를 대표하는 <몬스터 헌트>(2015)의 징보란
[베이징] 류뤄잉 감독의 <후래적아문> 중국 여성감독 중 최고 흥행기록
-
정주와 이동, 과거와 미래, 주저함과 결단. 영화 <콜럼버스>(2017)는 이 사이에서 동요하고 성찰하며 조응하는 두 인물을 따라가는 영화다. 정적이고 묵상적이다. 영화는 미국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로 알려진 지방의 소도시명을 제목으로 삼았다. 인간, 공간, 자연이 어우러져 있지만 인위적 배치를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다. 평범함은 값비싸다. 영화 오프닝에 등장하는 저택의 소유자였으며 콜럼버스 모더니즘 건축의 후원자였던 어윈 밀러의 말이다. 영화는 건물과 건물이 자리잡은 공간을 포착해내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진귀한 평범함이라 할 어떠한 정서에 서서히 다가간다.
<콜럼버스>는 우리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코고나다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이 작품의 시나리오와 편집까지 담당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사이트 앤드 사운드>나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등에 영화비평과 예술창작의 일환인 필름 에세이를 게재해왔다. 필름 에세이의 대상은 다양하
<콜럼버스>의 영화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
법률가가 주연인 드라마들은 종종 정의의 여신 디케에 관해 ‘썰’을 푼다. 변호사가 주인공인 KBS2 <슈츠>는 디케 대신 기회의 신 카이로스를 내밀었다. 디케처럼 저울과 칼을 들었지만 카이로스의 그것은 재판으로 가기 전 합의를 이끌어내는 변호사가 갖춰야 할 협상의 기술을 은유하는 데 쓰인다. 이들이 테이블에 앉아 사인을 받아내기까지의 지루함을 피하려면 오고 가는 말 사이의 긴장이 팽팽해야 한다. 원작인 미국 <USA Network>에서 방영된 드라마 <슈츠>가 그렇다. 고가의 맞춤 슈트를 입은 자신만만한 시니어 변호사 하비 스펙터(가브리엘 막트) 역의 최강석(장동건)과 저렴한 슈트를 어색하게 걸친 어소시에이트 마이크 로스(패트릭 J. 애덤스) 역의 고연우(박형식)의 외견만큼은 원작이 부럽지 않다. 친구의 마약 거래를 돕다가 우연히 변호사 면접 자리에 뛰어든 마이크가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하비의 눈에 들게 된 과정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영
[TVIEW] <슈츠> 대화가 오고 가야 재밌는데…
-
<서산개척단>
제작 (주)훈프로 / 감독 이조훈 / 출연 정영철, 하용복, 윤기숙, 정화자, 이상범 외 / 배급 인디플러그 / 개봉 5월 예정
박정희 정권의 국토개발 간척 사업 혹은 사회 명랑화 사업이란 미명하에 강제 동원됐던 대한청소년개척단, 즉 ‘서산개척단’의 실체를 파헤쳤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간 재생 공장의 비극-대한청소년개척단을 아십니까?’ 편(3월 3일 방영)을 기억하시는가?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군사정권이 저지른 대국민 만행의 전말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가 완성됐다. 거리 부랑아들에게 갱생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명목으로 진행했던 사회 명랑화 사업은 사실상 무고한 젊은 청춘들을 무작위로 잡아들여 강제노역과 강제결혼을 시키는 충격적인 인권유린 사건이었다. 125쌍의 커플이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충격적인 장면은 바로 이같은 정권의 만행이 만들어낸 결과다. 5년 넘게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온 이조훈 감독은 지난 정권의 견제 속에서도
[Coming Soon] <서산개척단>, 군사정권이 저지른 대국민 만행의 전말
-
“스티븐 연은 완벽한 한국인이다. 그러나 완벽히 알 수 없는 한국인이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의 주연배우 스티븐 연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이는 영화 속 벤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설명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를 사랑하고 이탈리아 요리를 즐기며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읽는 남자. <버닝>의 벤은 한국인이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국적을 가늠할 수 없었을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의 존재가 이 인물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 TV시리즈 <워킹 데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7) 등에 출연한 글로벌 스타로서의 면모는 벤에게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이미지를 덧입힌다. 더불어 스티븐 연이 30대가 되어 비로소 얻게 된 여유는 <버닝>에서 모든 것을 관망하고 즐길 줄 아는 벤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이 영화에 출연할 준비가 되었을 때 <버닝>이 나를 찾아왔
<버닝> 스티븐 연 - 느낌으로 통하다
-
철저히 베일에 싸인 영화 <버닝>만큼이나 전종서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신인이다. 그런 그가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는 신작의 주인공을 맡았다고 알려졌을 때 모두가 궁금해했을 것이다. 대체 어떤 배우이기에 이창동 감독의 까다로운 감식안을 통과하고, 데뷔작의 주인공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버닝>에서 전종서가 연기한 해미는 내레이터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버는 20대 여성이다. 일을 하다가 어린 시절 친구였던 종수(유아인)를 만나고, 아프리카 여행을 가기 전에 종수에게 자신의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솔직해 보이기도 하고, 다소 무심해 보이기도 하며, 어떨 때는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해미의 모습이 전종서의 꾸밈없는 면모와 겹쳐졌다.
-곧 칸에 가는데.
=오늘 여권을 만들었다. 가도 되는 자리인지 잘 모르겠다. 떨리기도, 무섭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다.
-<버닝> 오디션을 보러 갈 때도 그런 마음이었나.
=지금 회사를
<버닝> 전종서 - 호기심이 빛난다
-
“목적의식에 사로잡혀 의식적으로 연기를 하게 되면 관객한테 들통나기 전에 (이창동) 감독님한테 들통난다. 가공된 표현을 최대한 배제하고 연기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서 배우들은 자신의 연기인생의 한 정점을 찍곤 한다. 설경구, 문소리, 전도연, 송강호가 모두 그랬다. <버닝>에서의 유아인은 어떨까. 이창동이라는, <버닝>이라는 ‘미지의 신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유아인은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느낌’을 말로 전하기 위해 애썼다.
-시나리오만으로는 완성된 영화의 형태를 짐작하기 쉽지 않더라.
=상징과 의미의 덩어리니까. 영화를 보고 든 느낌은, 다루는 이야기가 최전선에 있다, 최신이다, 많이 나아갔다는 거다. 직설적인 표현도 있고, 날카롭게 은유하는 장면도 있다. 묘하게 언밸런스한 느낌도 주고 약간 장난스럽기도 하다.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말을 거는 영화구나, 그런 점에서 최전선이구나 싶더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
<버닝> 유아인 - 새로운 균형
-
<버닝>(개봉 5월 17일)은 이창동 감독이 <시>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란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8년의 공백도 공백이지만, 캐스팅 명단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베테랑>(2015)과 <사도>(2015)를 거치며 청춘 스타의 이미지를 벗은 유아인, 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 그리고 <버닝>이 첫 영화인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신인 전종서. 세 배우가 만들어가는 팽팽한 긴장이 <버닝>을 더욱 미스터리하게 만든다. 고향 친구인 종수(유아인)와 해미(전종서), 해미가 아프리카 여행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 세 인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는 미지의 이야기 <버닝>. <버닝>에 푹 빠졌다 나온 세 배우를 만났다.
<버닝> 유아인·스티븐 연·전종서 - 하얗게 불태우다
-
<이누야시키> いぬやしき
감독 사토 신스케 / 출연 사토 다케루, 기나시 노리타케, 혼고 가나타, 니카이도 후미
사토 신스케 감독이 히로야 오쿠의 만화 <이누야시키>를 실사화했다. 은퇴를 앞둔 샐러리맨 이누야시키(기나시 노리타케)와 고교생 시시가미(사토 다케루)가 엄청나게 센 사이보그로 변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방대한 SF 세계관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원작은 지난해 <후지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제36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금까마귀상 수상작.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8.4.27~29
-
-제시카 채스테인, 마리옹 코티야르, 페넬로페 크루즈, 판빙빙, 루피타 니옹고가 첩보영화 <355>에 출연한다.
<355>는 여성 스파이 요원들이 주인공인 첩보 액션 영화로,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사이먼 킨버그 감독이 연출한다. 제시카 채스테인은 제작까지 겸한다.
-제이크 질렌홀이 20세기 미국의 위대한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을 연기한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기영화 <아메리칸>의 연출은 <그것>을 만든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맡는다.
-넷플릭스가 코믹스 <페일세이프>의 판권을 획득해 영화화를 준비중이다.
<블랙팬서>로 호흡을 맞춘 마이클 B. 조던이 제작하고 <블랙팬서>의 각본가 조 로버트 콜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마이클 B. 조던의 출연도 논의 중이다.
제시카 채스테인·마리옹 코티야르·페넬로페 크루즈·판빙빙·루피타 니옹고, 첩보영화 <355> 출연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