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 중에서 문학적인 것은 영화쪽이요, 이미지가 들끓고 있는 것은 오히려 소설이다.”
앙드레 바쟁은 베르나노스의 일기체 소설을 기반으로 한 브레송의 <시골 사제의 일기>를 극찬하며 이렇게 썼다. 각색자가 소설, 특히 1인칭 화자의 내면 고백을 주로 다룬 작품의 문체를 시나리오화할 때 흔히 택하는 방식은 내면의 외화이다. 이것은 주로 사유의 사건화와 문장의 대사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브레송은 원작의 문장들을 대사로 전환하지도, 넘치는 이미지들을 영상화하지 않았다. 바쟁은 브레송이 표면적인 스토리를 흉내내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무미건조한 어조와 절제된 이미지들을 이용해 “이야기나 드라마의 진수에, 가장 엄밀한 미학적 추상화에 도달”하는 것을 의도했다고 평가했다.
짐 자무시의 <패터슨>(2016)은 여러모로 바쟁의 브레송 분석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원작을 가진 영화는 아니다. 짐 자무시는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패터슨>, 도시를 부유하는 시상(詩想) 수집가의 하루
-
샤이니를 좋아했다.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서, 샤이니라는 그룹이 한국에서 더 넓은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 또한 지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라디오 출연을 통해 종현이라는 친구를 만났다. 이후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푸른밤 종현입니다>의 코너 원고를 맡게 되면서 조금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변에 다음과 같이 종종 물어봤다. “종현이는 어떤 친구예요?” 맹세컨대, 이 질문에 부정적인 뉘앙스의 답변이 돌아온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여러분은 지금 <배순탁, 생선 김동영의 하라는 음악은 안 하고>를 듣고 계십니다.” 그는 나와 생선 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소개 문구도 기꺼이 녹음해줬다. 매 회 그의 음성을 플레이하며 함께 환호했던 추억이 이제는 슬프게 느껴진다. 그래. 원망 비슷한 것도 했었지. 아이돌 음악은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미리부터 재단하고 폄하하는 사람들. 드물게 그렇지 않은 사람들, 나에게 가끔씩 “아이돌 음악 중 누굴 먼저
[마감인간의 music] 종현, 고마워 덕분이야
-
“딱 한번 갔습니다.” 그가 다녀간 곳은 모두 없어진다 하여 ‘파괴지왕’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주호민 작가가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 촬영현장에 다녀온 것을 두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는다. “촬영 중 김용화 감독님이 득녀하셨다는 소식에 선물도 드릴 겸 겸사겸사….” 행여 흥행에 누를 끼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었는지 이 질문에는 준비한 답변도 있단다. “흥행 기록을 파괴할 것이라는 뜻의 그 파괴지왕이죠.”
제작비 400억원, 제작까지 6년여, 한국 최초로 기획 단계부터 1, 2부 시리즈물로 구성한 새로운 시도. 주호민 작가는 이토록 기념비적 판타지물 <신과 함께>의 뼈대를 만든 원작자다. 주인공이 죽어야 비로소 시작되는, 죽어서 저승에 가서도 ‘더 나은 죽음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망자와 그를 도와주는 저승차사들의 이야기. 전통사상과 불교의 윤회사상에 입각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선과 악을 아우른 저승 세계관을 확
<신과 함께-죄와 벌> 원작자 주호민 작가, "내게 늘 첫째는 만화적인 재미에 집중하는 것"
-
<에브리 데이> EVERY DAY
감독 마이클 수지 / 출연 앵거리 라이스, 저스티스 스미스, 마리아 벨로
언뜻 2015년에 개봉한 국내 작품 <뷰티 인사이드>가 떠오르는 설정이다. ‘영 어덜트’(Young-adult) 소설로 미국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 데이비드 리바이선이 쓴 동명 소설을 각색한 <에브리 데이>는 매일 새로운 육체로 옮겨다니며 살아야 하는 영혼 A와 그를 사랑하는 소녀 리아논을 그린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앵거리 라이스가 16살 소녀 리아논을 연기한다. 리아논과 A는 매일 처음부터 서로를 알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준비할 수 없는 내일의 변화 앞에서 두려움을 감추진 못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A의 비밀은 점점 더 성가신 장애물 취급을 받는다. 아직은 어색한 사랑의 경험과 성장의 쓰라림을 순수하게 담아낼 로맨스영화다. 내년 2월 23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에브리 데이>, 매일 새로운 육체로 옮겨다니며 살아야 하는 영혼 A
-
-
고전 경제학 책을 읽다보면 과거엔 전문가와 예술가가 동일한 범주로 분류됐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애덤 스미스는 군인, 의사, 변호사, 음악가를 “비생산적 노동자”라 통칭했다. 그들의 노동은 다른 생산적 노동과 달리 한번 사용되면 사라져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지 않기에 국부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볼테르는 <불온한 철학사전>의 ‘시인’ 편에서 이렇게 썼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는 변호사가 될지, 의사가 될지, 신학자가 될지, 시인이 될지 심사숙고한다. 사람의 재산, 건강, 영혼, 쾌락 중 어느 것을 보살피는 일을 할지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 서양에서 시인은 여러 직업적 옵션 중 하나로 취급된 것 같다. 의사가 된 사람은 시인이 될 수 있었다. 시인이 된 사람은 의사가 될 수 있었다. 볼테르에 따르면 둘은 같은 고용주(교황)에 전속 계약돼 다른 종류의 비생산적 서비스(시중)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시인이 될 것이냐, 의사가 될 것이냐
대책 없는 사람들
-
동화 <신데렐라>의 다른 버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꽤 있다. 그러나 원작의 배경이 이탈리아 나폴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애니메이션 <가타 신데렐라>(2017)는 원작의 도시 나폴리에서 전해온 <신데렐라> 업데이트 버전이다. 직역하면 ‘고양이 신데렐라’라는 뜻이다. 쇠락해가는 디스토피아로 묘사된 극중 나폴리와 재투성이 공주 신데렐라 이야기는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닌 채 애상적인 노랫말을 타고 흘러나온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2017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마리노 구아르니에리 감독을 만나 주로 서사와 캐릭터의 창조와 해석에 관해 물었다.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펜타메론>에 기초한 로베르토 데 시모네의 희곡이 원작이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재해석이자 관객에게 잊힌 원전을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고 여겨진다.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테마는 결혼이다. 결혼
<가타 신데렐라> 마리노 구아르니에리 감독 - 현실과 맞추다보니 결혼하지 않는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
● G-시네마 365일 개봉관_ 롯데시네마 3개관(부천 신중동역, 안양일번가, 라페스타) / 상영시간 1일 2회 오전 10시~오후 1시 중 1회, 오후 6시~밤 9시 중 1회
● G-시네마 동시개봉관_ 고양영상미디어센터, 파주 헤이리시네마 / 상영시간 각 동시개봉관 홈페이지 확인
● 12월 5주 상영작_ <올드마린보이> <아기와 나> <초행>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올드마린보이>
감독 진모영 / 출연 박명호, 김순희 / 85분 / 전체 관람가 / 다큐멘터리
“나는 오늘도 사선을 넘는다. 내가 아버지고, 남편이니까!” 10명 중 5명은 포기하고, 3명은 죽고, 1명은 아프고, 단 1명만이 살아남는다는 극한 직업 머구리 ‘명호씨’.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 자리잡은 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바다도, 잠수병도 아닌 당장 내일 가족들이 먹을 양식이 떨어지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은 몸뚱이 하나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다양성영화 12월 5주 상영작 안내
-
달콤한 목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조합
광고 속의 유려한 그 음악이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하모니로 재현된다면!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3>를 통해 등장한 신성 폴킴이 공연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지난달에 전석 매진됐던 <유희열 큐레이티드 Hello, 폴킴>에 이어 이번엔 새해맞이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을 꾸몄다. <폴킴 with String Orchestra>에선 광고음악으로 사용되어 유명세를 탄 자작곡 <비>를 포함해 현악은 물론 목관악까지 다양한 편성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풍성한 하모니를 선보일 예정이다. 2018년 1월 20일 오후 2시와 7시30분에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총 2회 진행된다. 미취학아동 입장 불가인 점을 참고하자.
‘하녀의 계단을 오르다: 시네아스트 김기영 20주년 기념전’
한국영화사에서도 독보적인 감각을 자랑하는 시네아스트 김기영 감독의 타계 20주년을 맡아 김기영 기념전이 열린다. 한국영상자료원 1층 기획전시실에서
[culture highway] 황정민의 연극, 황정민의 리차드 3세 外
-
바넘(휴 잭맨)은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이었다. 아버지까지 병으로 죽자 그는 고아로서 힘겨운 삶을 보내야 했지만, 그에게는 채리티(미셸 윌리엄스)와 사랑을 이루겠다는 꿈이 있었다. 결국 채리티와 결혼을 한 바넘은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자신의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특별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수염난 여성, 키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 등 외모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을 동료로 영입한 바넘은 환상이 현실이 되는 특별한 쇼를 연다. 쇼는 성공적이었지만, 진실이 없다는 언론의 평가와 저질 쇼라는 사람들의 비난에 상심한 바넘은 상류층까지 좋아할 수 있는 쇼를 기획하기 위해 상류층 연극인 필립(잭 에프런)을 영입한다. 필립과 함께 유럽 제일의 오페라 가수 제니(레베카 퍼거슨)를 만난 바넘은 제니에게 매료되어 가족과 동료들을 외면하고 상류사회에 편입되기를 희망한다.
최고의 쇼맨, 현대 서커스의 창시자, 홍보의 귀재 혹은 사기꾼으로 불린 P. T. 바넘의 실화에 기초한 뮤지
<위대한 쇼맨> 쇼와 예술의 본질을 묻는 영화
-
후지야마(가와구치 하루나)는 일주일마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앓고 있는 여고생이다. 모든 교우관계를 단절한 채 외톨이로 지내던 그녀의 닫힌 세계에 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소년이 등장한다. 전차에서 우연히 후지야마의 도서증을 주운 하세(야마자키 겐토)는 그녀에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인간관계가 두려운 후지야마는 거절하지만 하세의 고백은 거침이 없다. 후지야마의 증상을 알게 된 하세는 친구가 되기 위한 교환일기를 제안하고 그렇게 후지야마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후지야마의 옛 친구인 하지메가 그녀 앞에 나타나고 잊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이들의 관계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일주일간 친구>는 하즈키 맛차의 동명 원작 만화를 실사화한 영화다. 만화는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한 차례 제작되었고 호평 속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단기기억상실에 얽힌 로맨스는 이미 여러 차례 다뤄진 소재지만 여전히 호소력이 있다. 소재 자체의 힘이라기보다는
<일주일간 친구> 일본영화 특유의 맑고 착한 감성
-
“나는 평범한 꼬마가 아니다.” <원더>는 우주인 헬멧을 쓴 한 소년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어거스트 풀먼(제이콥 트렘블레이). <스타워즈>를 사랑하고 과학을 잘하며 크리스마스보다는 핼로윈을 좋아하는 어기의 꿈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유전자 문제로 27번의 성형수술을 거친 소년은 남들과는 다른 외모를 지녔다. 특별한 외모 때문에 아들이 상처받을까 두려웠던 어기의 부모, 이사벨(줄리아 로버츠)과 네이트(오언 윌슨)는 그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10살이 되던 해, 어기는 드디어 학교에 가기로 결심한다.
<원더>는 2012년 미국에서 출간한 이래 전세계 45개국 80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R. J. 팔라시오의 동명 베스트셀러(국내 출간명 <아름다운 아이>)가 원작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팔라시오는 영화 속 어기와 비슷한 외모의 소녀를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원더>를 집필했다고 한다.
<원더> “나는 평범한 꼬마가 아니다.”
-
지난겨울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시민들은 각자의 움직임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1987>은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킨 현재의 승리가 제법 겹치는 역사를 그린다. 1987년 1월, 대통령 직선제를 위해 시위하던 22살 대학생 박종철(여진구)이 고문 중 사망한다. 사건을 덮기 위해 박 처장(김윤석)은 졸속으로 시신 화장 처리를 시도하지만 최 검사(하정우)는 검찰이 경찰에 휘둘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거부한다. 목적이 뻔히 보이는 정부의 보도지침을 따르기 원치 않는 윤 기자(이희준)는 ‘물고문 중 질식사’라는 사망 원인을 단독 보도하고,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수감 중인 해직 기자(김의성)의 비밀 서신을 전달한다. 민주화운동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하던 연희(김태리)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진상 규명 시위 현장에 의도치 않게 휘말린다.
6월 민주항쟁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한 플롯이다.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주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는 박 처장 외
<1987> 1987년 1월, 22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 중 사망한다
-
<프리파라>만의 첫 오리지널 스토리가 등장했다. <프리파라>는 2014년 일본에서 발매된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2015년부터 국내 TV시리즈로 방영 중이다. 세 번째 극장판인 <프리파라 모두의 동경♪렛츠고☆프리파리>는 일본에서 2016년에 개봉했던 작품이 조금 늦게 찾아온 경우인데, 기존에 다뤄지지 않았던 새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파라주쿠의 라라와 일행은 전세계적으로 규모가 가장 큰 파리의 프리파리가 어둠의 기운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교통수단마저 끊긴 먼 파리에서 생명력을 잃어가는 동료 파루루를 무사히 구하는 것이 이번 극장판의 미션이다. 프리파라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춤과 노래의 퍼포먼스로 굴러간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10대 초반의 여자아이들이 각 지역의 프리파라에서 자신만의 카드를 통해 화려한 아이돌로 변신한다. 예기치 않은 폭발 사고로 인물들이 제각기 제리제 거리, 피집트, 팔프스 등 세계 각지
<극장판 프리파라 모두의 동경♪렛츠고☆프리파리> 위기에 처한 파루루를 구하라!
-
배우 지망생 헌(이관헌), 은(김강은), 준(성호준), 경(서원경) 등 4명의 인물이 연극 <사중주>의 주역 미래(김소희)가 이끄는 연기 워크숍에 참석한다. 훈련 내용은 이렇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짜장면과 짬뽕이 손바닥 위에 있다고 상상하고 손을 움직이기, 앞사람은 뒷사람을 믿고 편하게 뒤로 넘어지고 뒷사람은 앞사람을 배려하면서 지탱하기, 상대의 움직임을 거울처럼 따라 하기, 짝을 지어 상황에 따른 즉흥연기 펼치기 등이다. 이후 미래는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미션 하나를 준다. 현이라는 인물의 일기를 바탕으로 각각 시기를 분담해 현의 삶을 살아보라는 것이다. 현의 삶인지, 배우들 각자의 경험인지, 극인지, 삶인지 혼란한 이야기들이 뒤섞인 채 펼쳐진다.
연기 워크숍을 소재로 삼은 <나의 연기 워크샵>은 연극에서 출발한 안선경 감독이 자신의 뿌리를 더듬은 작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워크숍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기록하는 매체의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영화는
<나의 연기 워크샵> 어제의 당신은 누구였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