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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딸처럼 생각해주기 때문이겠지.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그런 행동을 한 거겠지.”
2월 28일 <씨네21>에서 영화계 미투(#MeToo) 제보를 받고 있는 계정(metoo@cine21.com)으로 메일이 한통 날아왔다. 영화 제작자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당한 A씨는 처음에는 애써 이렇게 받아들이려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A씨에게 1958년생인 그는 거의 아빠뻘이었기 때문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1985년 장선우, 선우완 감독의 <서울예수> 연출부로 데뷔한 이래 (주)영화세상의 대표이사·(주)다세포클럽/주식회사두타연의 프로듀서 등으로 30년 넘게 일해온 안동규 제작자다. 지금은 대진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A씨보다 많은 나이만큼 많은 경력을 쌓은 영화계 대선배이고,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A씨가 자신의 성희롱 피해 경험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
영화 제작자 안동규 미투 제보… 제작하던 영화의 스탭에게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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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 파스타를 만들어보세요. 봄철 배추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어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푸드 스타일링을 맡은 진희원 스타일리스트에게 제철 요리를 추천받으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리틀 포레스트>는 농촌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과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배추빈대떡과 팥케이크, 막걸리와 감자빵…. 자연에서 거둬 혜원(김태리)의 손으로 완성되는 영화 속 음식들은 시각적인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보는 이의 허기를 조장했다. <리틀 포레스트> 이전에 주로 CF와 방송, 잡지 콘텐츠의 푸드 스타일링을 담당했던 진희원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의 재료와 레시피를 선정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한눈에 맛있어 보이고 튀는 CF 스타일의 음식은 오히려 만들기 쉽다. 그런데 영화 속 음식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캐릭터에도 어울려야 한다. 감독님과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음식이 무엇일
<리틀 포레스트> 진희원 푸드 스타일리스트 - 영화다운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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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맨드)는 광고 회사의 창가에서 뒤집힌 채 버둥거리는 벌레가 되살아나도록 도와준다. 그런 그녀의 귀에 웰비(케일럽 랜드리 존슨)의 말이 날아와 꽂힌다. 광고 기간은 부활절 전까지입니다. 전남편 찰리(존 호킨스)는 빌보드를 세운들 죽은 안젤라(캐서린 뉴턴)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광고의 내용은 딸을 죽인 범인에 관한 것이건만, 어째서인지 영화는 자꾸 무언가의 ‘부활’을 언급한다. 그러므로 이 글은 하나의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쓰리 빌보드>는 무엇의 부활을 기다리는가.
언어의 엄중함
대답에 닿기 위하여 먼저 영화를 회상해보자. 빌보드 앞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딕슨(샘 록웰)이다. 그는 “마오!” 같은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질문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쩔쩔맨다. 그는 늘 서툴고 어눌하게 말하지만 간혹 젠체하며 ‘환경보호법’ 혹은 ‘유색인종’ 같은 단어들을 언급한다. 이때 딕슨이 서툴게나마 어려운 용어를 구사하는 이유는
<쓰리 빌보드>, 밀드레드가 광고판에 쓴 것은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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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관련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절은 2000년대 초·중반이다. 이때의 힙합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리즈’ 시절에 들었던 음악을 최고로 친다. 그러나 이 시절의 힙합 음악은 객관적으로 보아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힙합과 팝이 균형을 이루며 섞였던 시기,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힘 있고 찬란했던 시기 등의 구실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또 이 시절의 힙합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여자들은 아름답다. 지금보다 자연스러운 미를 지녔다.
룬은 이 시절에 활약한 래퍼다.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퍼프 대디의 레이블 ‘배드보이’ 소속이었고, 자기 이름과 똑같은 제목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당시 퍼프 대디는 귀에 달라붙는 팝-랩 트랙을 여러 개 만들어 히트시켰는데, 그 대부분의 노래에는 룬의 랩이 담겨 있다. <Down For Me>도 그중 하나다. 사실 이 노래는 보증된 공식을 따르고 있다. 퍼프 대디와 라이언 레슬리가 프로듀싱하고 마리오 와이넌스가 보컬을 보탰
[마감인간의 music] 룬<Down For Me>, 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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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곳이 없어서 “하룻밤만 재워줄래?” 하고 친구집을 전전하는 20대 여성 미소. <소공녀>의 미소는 대학 중퇴 후 제대로 된 직장 없이 일당 4만5천원을 받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이다. 과거 기준대로라면 구제가 불가능한 ‘사회낙오자’로 평가받기 딱 좋은 상황. 하지만 미소는 정해진 기준에 구속되지 않고, 담배와 위스키 같은 기호 식품을 탐닉하며 살아가는, ‘제멋’을 지닌 요즘 여성이다. 큰 키에 독특한 스타일, 건조한 화법으로 무장한 이솜의 당당함과 어우러지고 보니, 미소의 라이프스타일이 한층 더 멋지고 부러워진다. 이솜은 판타지와 리얼함을 이종교배한 <소공녀>의 독특한 설정 안에서, 미스터리함과 사실성 두 가지를 모두 획득하는 과제를 수행해낸다. 기존 상업영화 위주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소공녀>는 그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이 영민한 배우는 지금의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에 꼭 맞게 소화해냄으로써 자신의 색깔을 입증해낸다.
<소공녀> 배우 이솜, "개성 있어 보이는 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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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리> TULLY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 / 출연 샤를리즈 테론, 매켄지 데이비스, 마크 듀플라스, 론 리빙스턴
임신 중인 마를로(샤를리즈 테론)는 남편이 있음에도 사실상 세 자녀를 홀로 돌보는 상태다. 독박 육아 속에서 히스테리가 극에 달할 무렵, 마를로에게 젊고 붙임성 좋은 보모 툴리(매켄지 데이비스)가 찾아온다. 다행히 영화는 호러도 치정 멜로도 아니다.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이기 꺼려 하던 마를로가 모르는 사람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삶의 새로운 기운을 맛보는 이야기다. 낡은 모성 신화에서 벗어나 지극히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육아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는 영화는 두 여성의 유대감을 진실하고 따뜻하게 피워낸다. <주노>의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과 작가 디아블로 코디가 재결합한 작품으로 5월 4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툴리>, 세 아이의 엄마와 어린 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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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들이 나혜석을 알게 되는 순간은 대체로 비슷하다.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 누군가가 나혜석이라는 이름을 말해준다. ‘나혜석 콤플렉스’라는 복합 고유명사를 눈앞에 흔들며 이혼 후에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한 그의 비극적 삶을 굳이 귀에 대고 들려준다. 나에게 그 얘기를 해준 건 대학 선배였다. 토론에서 밀리자 “똑똑한 여자, 인기 없어”라고 말하던 이였다. 나는 그의 말을 20년째 곱씹으면서 한심해 하고 있지만, 나혜석을 알려준 건 고마웠다. 페미니스트인 나에게 나혜석은 죽음의 주인공이 아니라 삶의 주인공이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글로 써내려고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늘 감탄한다. 국문학자 장영은은 나혜석의 불행과 몰락이 이혼 때문이 아니라 이혼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혼백서 발표 이후 나혜석은 글을 실을 곳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졌고, 아무도 대신해서 말해주지 않는 식민지 여성 지식인에게 지면에서의 배제는 곧 존재의 삭제와 다름
우리는 쓰고 또 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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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도, 담배도. ‘취향’을 포기할 수 없어 대신 집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친구 집을 전전하는 20대 여성 미소. 전고운 감독은 미생물이 서식지를 찾아다니는 미소서식지(Microhabitat)의 그 미소에서 이 독특한 여성의 이름을 불러왔다. 집, 직장, 남편 같은, 또래의 여성에게 당연히 부과되는 ‘해야 할’ 것들에서 벗어난 미소의 선택을 통해서 전고운 감독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이 처한 현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현재를 보여주고자 한다. 긍정적인 캐릭터와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더해진 결과, 영화는 갑갑한 현실에 갇히는 대신 차별화된 시각을 제공해준다. <소공녀>가 가진 차별점이자 대중과 호응할 수 있는 접점도 여기 있다. <소공녀>는 건국대학교 영화·애니메이션학과에서 영화를 공부한 전고운 감독의 장편 입봉작으로 <족구왕>(2013), <범죄의 여왕>(2015)을 만든 광화문시네마의 작품이다.
-<소공녀>의 소재는 어디에서
<소공녀> 전고운 감독 - 취향을 포기할 수 없는 여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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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기도 로케이션 발굴
● 공고 기간_ 언제든지!
● 참여 방법_ 경기영상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 가능!
● 응모 특전_ 10월 중, 베스트 촬영지를 선정하여 시상할 예정! (시상금 또는 시상 내역은 차후 공지될 예정임.)
※ 자세한 정보는 경기영상위원회 홈페이지(www.ggfc.or.kr)에서 확인하세요!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알아두면 좋을 G-시네마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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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역사가 한손에 담겨
출판사 아르누보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20주년을 기념하는 <픽사 아트 엽서북>을 출간했다. 이번 엽서북에는 픽사가 선정한 장·단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스케치와 컨셉 아트 등의 아트워크로 이뤄진 100장의 포스트카드 모음을 제공한다. 극장에서 울고 웃었던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 <카> <토이 스토리> 시리즈, <인크레더블> 등의 장편영화를 포함해 <틴 토이> <점프> <게리의 게임> <장식품> <룩소 2세> 등 어느새 잊혔거나 잘 기억나지 않는, 혹은 여전히 추억을 소환하는 단편영화의 아트워크까지도 포함하고 있어 소장가치가 더욱 높다.
입체로 보는 서울의 첫 20세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1904 입체사진으로 본 서울풍경>전이 진행 중이다. 미국, 호주, 일본에서 주로 러일전쟁(1904~1905) 전후로 촬영 및 제작된 작품들
[culture highway] <픽사 아트 엽서북>, 픽사의 역사가 한손에 담겨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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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고독한 소녀들을 담았다. 오프닝의 내레이션부터 “희망을 갈망하며 저주를 받아들인다”는 결기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언뜻 달콤하고 화사한 장르적 미덕을 전시하는 듯 보이지만 <극장판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신편] 반역의 이야기>는 음침하고 섬뜩한 잔혹동화에 가깝다. 중학생 마도카를 필두로 모인 마법소녀들은 밤마다 사람들의 절망으로 피어나는 ‘나이트메어’를 처단하며 살아간다. 전학생 호무라는 지나치게 안온한 나날들에 의문을 느끼고, 곧이어 자신들이 마녀의 결계 속에 갇혀 있음을 눈치챈다. 마녀를 추적하던 중 자신만이 유일하게 마도카의 존재와 기억을 간직한 사람임을 깨달은 호무라가 그를 위해 세계를 반역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자신을 소멸시켜서라도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 이른 사춘기의 처절한 감수성을 다크 판타지로 재해석한 영화다. 약속이 필요한 세계관과 특정 용어가 분명 낯설게 다가오지만, 시간과 기억의 테마를 사랑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수성
<극장판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신편] 반역의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고독한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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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승희(김수안)는 짝사랑하는 대니얼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한다. 운동회의 2인3각 경기에 출전하는 대니얼과 여자친구를 이기기 위해 승부욕 제로인 짝꿍과 2인3각 연습에 매진한다. 승희의 아빠 철구(양지웅)는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해, 동료들과 함께 복직 시위를 할지 말지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엄마 미순(이정비)은 쉼터에서 급식지원 봉사활동을 하다가 쉼터의 젠틀한 이사장에게 마음을 뺏긴다.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는 승희의 삼촌 민석(최혁)은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가 PD에게 돈 떼인 열정페이의 희생양이다. 며느리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승희의 할아버지 순돌(박찬영)은 공짜 막걸리 그리고 ‘이 나라를 누가 지켰습니까’라는 인정의 한마디에 넘어가 ‘아버지 연합’의 회원이 된다. 서로의 일상에 무심했던 가족들은 철구의 복직 시위 현장에서 우연히 모두 모인다.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해고 노동자, 진보단체 자원봉사자, 용역깡패, 어용단체 회원 등의 신분으로 마주한 이들은
<운동회> 청년, 중년, 노년 세대의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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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왕카이)와 그를 친형처럼 따르는 마크(왕대륙)는 밀수업을 하고 있다. 경찰이 된 차오(마천우)는 형 카이가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하 사장(임설) 조직원인 진범(오월)은 카이와 마크, 둘에게 일본 야쿠자 조직에 마약을 밀매해달라고 제안한다.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 카이와 마크는 마약을 밀매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꼬리를 잡히고, 위기를 느낀 하 사장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다. 차오에게 체포당한 카이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입을 열지 않는다. 한편 마크는 카이를 함정에 빠뜨린 하 사장 조직에 복수를 결심한다.
<영웅본색4>는 누아르영화 <영웅본색>(감독 오우삼, 1986)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한국에서는 <무적자>(감독 송해성, 2009)가 <영웅본색>을 리메이크 한 적 있다.-편집자). 사건은 현재에 맞게 각색되었고, 원작과 전혀 다른 범죄 스릴러다. 원작 개봉 당시 홍콩에 드리웠던 그
<영웅본색4> 세 남성의 우정과 형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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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미니특공대가 아니다. 처음 등장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소형 동물임을 감안해도 작은, 한손에 쏙 들어오는 미니어처 사이즈다. 리더인 다람쥐 볼트(엄상현)를 필두로 부엉이, 비버, 사막여우 등 이색적인 구성의 약체들만 모인 결과다. 보호자 수지의 집에 머무르며 도시 한복판을 주 무대로 삼는다는 점도 이들의 손바닥만 한 크기를 부각시킨다. 반면 이들은 인간의 슬픔과 불화를 매개로 지구의 불행 에너지를 끌어모으려는 외계 군단에 맞서 싸울 때 가히 기겁할 만한 변신을 보여준다. 축제 마스코트처럼 앙증맞던 모습에서 날렵한 체격과 최첨단 슈트를 빼입은 전대물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히어로로 탈바꿈 하는 것. 신기술 엑스디스크를 장착하면 강력한 맹수의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 이번 시리즈의 핵심 설정인데, 다람쥐 볼트에겐 호랑이가, 부엉이 새미(전태열)에겐 독수리가 매치되는 식이다. 동물이든 인간이든, 변신 전후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점은 이 영화의 중요한 재미 중 하나다.
<미니특공대
<미니특공대X> 외계 군단에 맞선 전설의 히어로 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