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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이지만 선명한 비트, 그리고 결연한 멜로디. <꿈의 제인>의 메인 테마곡인 <Moving Through Life&>는 불행 속 한줌의 희망을 얘기하는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한다. 가출팸을 전전하며 고통스러운 삶의 터널을 통과하는 중인 소현(이민지)에게, 불현듯 다가온 트랜스젠더 제인(구교환)은 반짝이는 미러볼같은 존재다. 그와 함께했던 순간은 소현의 머릿속에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그때마다 <Moving Through Life>의 멜로디도 함께 흐른다.
<꿈의 제인>의 영화음악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가 만들었다. 이 1인 밴드의 싱어송라이터는 제이 송이다.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올해 초 스위스 바젤로 삶의 터전을 옮겨 음악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와 조현훈 감독의 인연은 지지난해 여름에 시작됐다. “<꿈의 제인>의 음악은 기존의 영화음악보다 더 특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음악감독을 물색하던
[영화人] <꿈의 제인>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영화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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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완공된 서울역 공중보행로를 건축유형으로 분류한다면 최근에 생겨난 형식이다. 더 많이 알려진 것은 뉴욕의 ‘하이 라인’(The High Line)이지만, 첫 번째로 완공된 것은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La Promenade Plantee)다. 이 유형이 새로운 이유는 고가철도, 고가도로가 19세기와 20세기에 만들어진 구조물이고, 이 형식의 구조물이 더이상 필요 없어진 것이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철로가 필요 없어지는 이유는 보통 물류의 이동에 이용되는 철도가 도심에 위치할 이유가 적어진 것 때문이고, 고가도로가 철거되는 이유는 자동차를 우선하던 생각이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공중보행로의 이유 있는 변형들
공중보행로로는 첫 번째로 만들어진 프롬나드 플랑테는, 1969년 파리 시내 바스티유역으로 연결된 고가철도의 운행이 중단된 후, 바스티유역이 오페라하우스로 개발되고 철로는 1993년에 공중공원으로 계획되었다. 파리를 계속 걸어다니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
[영화와 건축] <비포 선셋>의 프롬나드 플랑테와 뉴욕의 하이 라인, 그리고 서울로 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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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5집을 2008년에 샀다. 출근 전, 사인이 들어간 한정판 음반을 사고는 아침부터 야근하는 밤까지 들었다. 무수히, 반복적으로, 수백번씩. 어떤 곡들은 ‘천’ 단위를 훌쩍 넘겼다.
언니네 이발관이 데뷔했을 무렵에는 고등학생이었고 힙합에 빠져 있었다. 세 번째인가, 네 번째 음반에 와서야 언니네 이발관의 전작을 듣고, 몇번의 공연을 보고- 지금 사라진 홍대 쌈지홀의 ‘월요병 콘서트’ 같은 것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 그들이 만들고 연주한 곡들은 내 20대의 노래가 되었다.
정규 6집 《홀로 있는 사람들》(2017)은 이석원이 곡을 쓰고 이능룡이 기타를 연주하며 전대정이 드럼을 연주하는, 우리가 아는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정규 음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도>와 <혼자 추는 춤> 같은 곡의 노랫말은 그래서 더 구슬프다. 앨범 제목과 같은 8번째 곡, <홀로 있는 사람들>은 이석원의 소개 글처럼 ‘세상이 바라던
[마감인간의 music] 마지막에 대하여 - 언니네 이발관, 《홀로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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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라인> LANDLINE
감독 길리안 로베스피에르 / 출연 제니 슬레이트, 애비 퀸, 에디 팔코
1995년 맨해튼. 영화는 한 지붕 아래 사는 세 여성, 엄마와 두딸을 비춘다. 자매인 데이나(제니 슬레이트)와 알리(애비 퀸)는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가족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그러나 영화는 불행한 가족사보다 세 여성이 서로를 한 인간으로 이해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1990년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여성문제를 톡톡 튀는 감각으로 풀어내는 로베스피에르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전작 <오비어스 차일드>(2014)에서 호흡을 맞춘 작가 엘리자베스 홀름과 배우 제니 슬레이트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7월 21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한 지붕 아래 사는 세 여성, 엄마와 두딸 <랜드라인> LAN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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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윤리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나는 결단코 타인을 알 수 없음을, 혹은 이미 안다고 믿었던 것들도 알지 못하게 되었음을, 혹은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 다시금 모르게 되었음을 깨닫는 것. 모든 위대한 예술은 우리를 ‘모르게’ 만든다. 즉 지금껏 당신이 알고 있던 ‘인간’이라는 것이 사실은 알 수 없는 존재임을 깨우쳐준다? 최근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을 다시 읽으며 소설의 윤리에 대해 생각했다. 인종주의자로 찍혀 사임한 백인 노교수 콜먼 실크가 자신이 실은 하얀 피부를 가진 흑인이라는 진실을 밝히지 못했음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질문한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여기는 누군가를 진짜 ‘알고’ 있는가? 이 소설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안다고 여기는 이들이 가하는 폭력에 대해 말한다. 문제는 이 폭력이 ‘정치적 올바름’을 등에 업는 경우, 자연스레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올바름은 다 좋지만, 오직 한 군데에서 틀렸다. 타인이
[문강형준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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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는 영문을 모른 채 바에 갇힌 8명이 탈출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사회가 그들을 격리시켰는데, 바에 갇힌 사람들은 그 안에서 또 서로를 낙인찍고 의심한다. 스페인 장르영화의 거장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은 <야수의 날>(1995), <커먼 웰스>(2000),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2010)에서 그랬듯 <더 바>에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사회를 조망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거대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립영화나 개성 있는 작품을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을 나는 ‘영화의 멸망’이라 표현하고 싶다. 영화의 다양성이 존중받았던 예전을 생각하며 이 영화의 각본 작업을 시작했다”는 말로 첫 질문에 답한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더 바>의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했나.
=영화의 시작은 마드리드의 엘 팔란티노에 있는 바에서였다. 호르헤 게리카에 체베리아(<더 바>의 각본가)와 아
[people] <더 바>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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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직접 만나고 깜짝 놀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목소리와 말투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하다.
그는 2000년 총선에서 자원봉사자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한 뒤로 2003년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제2부속실장을 차례로 지내며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북구청장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 2008년 총선에서 부산 북구강서구갑에 민주통합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다가 낙선, 2012년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또 낙선했다. 연거푸 세번이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네번째 도전 끝에 국회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으로 당선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으로서 한국 영화산업에 관심이 많은 그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토론회 ‘다시 시민 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6월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연다.
-현재 흥행하고 있는 영화
[people] 토론회 ‘다시 시민 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여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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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빅 히트작 <너의 이름은.>은 영화음악이 작품의 무드를 결정하는 영화였다. TV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연상케 하는 <전전전세>가 영화 전반부의 유쾌한 분위기를 미리 잡아준다면, 혜성이 이토모리 마을로 떨어지는 재난 상황이 주가 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8분57초간 이어지는 <스파클> 없이 결코 완성될 수 없었다. 관객의 감정을 고양시키는 이 곡들은 예전부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팬이었다고 밝힌 일본의 록밴드 래드윔프스의 작품이다. 최근 《人間開花》 앨범을 발매한 후 아시아 투어 중인 래드윔프스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6월 9일과 10일 서울 공연을 마친 후 래드윔프스는 가사를 모두 따라 부르며 환호하는 한국 관객의 열정에 놀랐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건강상 이유로 활동을 쉬고 있는 드럼의 야마구치 사토시를 제외한 래드윔프스 세 멤버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한국 공연을 비롯한 아시안 투어 공연에서 <Lights Go
[trans x cross] “리버럴하고 혁신적인 존재이고 싶다” - <너의 이름은.> O.S.T 작업한 래드윔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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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올 킬러, 에드 시런이 온다
벌써 몇달째 어딜 가나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가 흘러나온다. 아니, 벌써 몇년째 에드 시런의 노래가 영국, 미국 할 것 없이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지난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Thinking out Loud>로 올해의 노래상을 받았던 1991년생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이 10월 29일 올림픽공원 내 88 잔디마당에서 공연을 갖는다. 2015년 이후 2년 만의 내한공연이다. 6월 15일부터 티켓 예매가 시작됐다. 예매 전쟁의 승자가 되길!
강령술사의 저택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디아블로3>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직업 강령술사를 알리기 위해 특별한 행사를 마련한다.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서교동 캐슬프라하에서 ‘강령술사의 저택’ 오프라인 행사를 마련해 즐거운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매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 참여를 원하
[culture highway] 물총부터 캠핑까지, 도심 속에서 더위를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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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게 결국 돈이라는 말은 어디까지 맞고 어디에서 틀릴까.
돈이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부자도 결국 죽는다. 돈으로 산 사람마저 죽일 수 있다는 말은 모두 맞다. 빈털터리는 쉽게 죽는다. 힘센 자들은 이 사실을 예감한다. 약한 자들은, 절감한다.
10년에 걸친 해군기지건설 강행으로 마을공동체 파괴를 겪은 제주 강정마을에 34억5천만원 구상권이 청구됐다. 주민과 평화운동가들의 방해로 공사가 지연됐다는 이유다. 700여명의 연행, 60여명의 투옥, 4억여원의 벌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국가는 돈 폭탄을 던졌다. 2009년 하루아침에 일터를 정리당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저항은 거셌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쏘는 등 강경진압으로 일관했다. 충돌로 발생한 장비파손 등을 근거로 국가는 해고노동자들에게 16억7천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임금과 퇴직금, 부동산이 가압류됐다. 94명 구속, 300여명 형사처벌, 28명의 희생자로 상
[노순택의 사진의 털] 앙갚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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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상처 입는 날들이 더 많아. 모두가 즐거운 한때에도 나는 늘 그곳에 없어.’ 만인의 첫사랑 BGM인 델리스파이스의 곡 <고백>의 한 구절처럼, 첫사랑은 낭만보다 아픔과 후회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는 한 고등학교 교정을 배경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그 순간’을 겪고는 짝사랑으로 속앓이하는 소년 소녀들을 그린다.
주인공 히나(아사쿠라 모모)는 중학생 때 만난 선배 코유키(요나가 쓰바사)에게 반한다. 그와 같은 고등학교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한 끝에 입학에 성공한 히나. 그러나 선배와의 사이가 소원해질까 고백을 망설이던 사이, 히나는 그가 자신이 아닌 다른 상대를 짝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그런 히나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는 이가 있으니, 옆집에 사는 소꿉친구 코타로(하나에 나쓰키)다. 이처럼 히나와 그 주변 인물들의 짝사랑 전개도는 일방적인 화살표만 가득한 형국이다. 상대방이 내가 아닌 누군가로 인해 속상해하는 모습을 지켜보
첫사랑의 성장통 <좋아하게 되는 그 순간을~고백실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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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없는 척척박사 아귀 엔지와 할 줄 아는 말이라곤 ‘포포포포’가 전부인 내성적인 복어 포포는 어느 날 상어들이 출몰하는 해역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구인 문어 올리가 상어떼의 습격으로 실종되는 것을 목격한다. 엔지와 포포는 의리 넘치고 용감한 가오리 레이와 함께 올리를 찾아나선다. 엔지, 포포, 레이는 여러 해양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바다 구석구석을 모험하며 올리의 행적을 좇는다.
<언더더씨>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용’ 애니메이션이다. 해양다큐멘터리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영화는 바닷속 풍경을 담은 실사 영상과 애니메이션 영상을 결합해놓았다. 이를테면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바다의 무법자로 불리는 라이언피시의 실제 모습을 다큐멘터리 화면으로 보여주고 라이언피시의 특징을 말로 설명하는 식이다. 공룡보다 먼저 지구상에 살았다는 물고기의 오랜 역사부터, 바다거북의 종류, 고등어들이 떼지어 다니는 이유 등 해저 생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용’ 애니메이션 <언더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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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모든 밤이 <미드나잇 인 파리>(2012)처럼 낭만적이지는 않다. 파리 극장 운영주 루이지(에두아르 바에르)와 동행하면 누구보다 피곤하고 소란스런 밤을 보낼 테니까. 대책 없이 낙천적인 성격으로 극장 매니저 나웰(오드리 토투)의 분노를 사는 그는 직원들의 파업으로 연극을 올리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밀린 임금과 무대에 설 원숭이를 찾아 파리 시내를 헤매게 된 루이지. 그의 여정에 인턴 직원 파에자(사브리나 와자니)가 동참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루이지는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 밤새 술집을 전전하며 친구에게 허풍을 치고, 없는 돈은 부도 수표로 메우기 일쑤다. 루이지의 이런 행동은 늦게까지 반복되고, 결국 상황을 수습하고 마음 상한 직원들을 달래는 것은 파에자의 몫이 된다.
우스운 사실은 다음날이 되자 기적처럼 모든 일이 정상궤도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루이지가 처음부터 그린 그림인지, 기막힌 행운이 겹친 결과인지는 모른다. “루이지를 다 안다고 생각했어요?”
파리는 여전히 모든 이에게 마법 같은 밤이 허락되는 장소 <파리의 밤이 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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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부동산부 기자 줄리아(제시카 론디스)는 담당 일보다 범죄사건에 관심이 더 많다. 어느 날 그녀는 회사에서 이상한 전화를 한통 받는다. 신원미상의 남성이, 자신이 줄리아의 언니를 죽였다고 자백한 뒤 전화를 끊는다. 이것이 사실임이 곧 밝혀진다. 살인 현장에 남아 있던 살인자는 그대로 체포된다. 장례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은 경매에 넘겨지고, 범죄가 일어난 방은 통째로 뜯겨나갔다. 집을 매매한 이를 수소문하던 줄리아는 이와 비슷한 사건과 관계된 자의 이름이 크론이고 그와 관계된 피해자들이 모두 뉴잉글리시 출신임을 확인한다. 설상가상 뉴잉글리시에서부터 언니의 죽음이 기록된 비디오테이프를 받은 줄리아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한 뉴잉글리시로 향한다.
‘우리 집이라는 불편한 소유물 안에서 거주가 아니라 투옥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격언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짐짓 집에 관한 사유를 담은 듯 무게를 잡는다. 인용이나 대사를 통해 표현되는 철학은 그러나, 서사와 조응하지 못
범죄가 일어난 방은 통째로 뜯겨나갔다 <다크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