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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논란을 낳고 있다. “충실한 고증”부터 “역사 왜곡”까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영화 속 일부 설정과 관련된 의견이 분분하다. ‘국뽕’과 친일딱지가 동시에 붙었다. 개봉 첫주 스크린 2168개(교차상영 포함)를 차지해 스크린 독과점 비판을 호되게 받고 있다(영화는 개봉 8일 만에 500만(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관객을 동원했다.-편집자). 사방에서 불어닥친 논란에 휘말리는 바람에 영화 얘기는 쏙 들어갔다. 논란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는 주인공은 류승완 감독의 열 번째 장편영화 <군함도>다. 류승완 감독은 두 시간 넘게 영화 <군함도> 얘기부터 영화와 관련된 최근의 논란까지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김영진 평론가가 보내온 <군함도> 비평은 영화를 영화로 읽는 데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에 류승완 감독이 직접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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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인도에서는 규모가 큰 영화들이 차례로 선을 보인다. 샤룩 칸, 아누쉬카 샤르마 주연의 로맨스영화 <해리가 세잘을 만났을 때>, 화장실을 소재로 한 악샤이 쿠마르 주연의 <토일렛>, 인도의 독립과 분할의 역사를 다룬 시대극 <파티션: 1947>이 그들이다. 하지만 인도영화의 흥행 공식을 뛰어넘어 주목할 작품이 있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선보인 <부르카 속의 립스틱>이다. 이 작품은 올해 1월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가 마침내 자국에서 첫선을 보이게 됐다.
영화는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도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슬람 전통에 따라 쓴 부르카를 벗어던지고 싶은 가수 지망생 대학생, 좁은 동네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과 야반도주하고 싶은 미용사, 세 자녀를 둔 아내에서 스스로 직장인으로 나선 전업주부, 억눌린 성욕을 발산하는 50대 미망인까지 4인4색의 여성을 통해 문화적 관습과 틀에 얽매여온 여성들
[델리] 인도 여성의 변화를 담은 <부르카 속의 립스틱> 검열 논란 후 자국 내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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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고증에 바탕을 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현대적인 색채를 띤다고 여겨진다. 이 영화가 몰입의 서사 대신 교묘한 분열의 서사를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 영화에서 묻어나는 현대적인 색채와 어느 정도 연관되는 것 같다. 캐서린(플로렌스 퓨)의 결혼식 장면이 담긴 첫 번째 시퀀스에서 캐서린의 뒤쪽 측면에 위치한 카메라는 관객이 안전한 위치에서 베일 속의 캐서린을 관찰하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얌전히 찬송가를 부르던 캐서린이 노래를 멈추고는 시퀀스 내내 카메라에는 보이지 않는 자신의 옆에 선 남편을 이상한 눈빛으로 곁눈질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시선과 행동에 이런저런 해석을 붙이거나 원인을 추측할 수는 있겠으나 이러한 분석이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중요한 건 원인을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이 안전한 관찰자로서의 관객의 위치를 흩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객은 그녀가 보여준 시선의 의미를 끝끝내 알
캐서린의 존재감이 바꿔놓은 억압의 풍경 <레이디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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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일간지에 맞서는 대안언론을 그리는 드라마가 적지 않았다. 한데 언론사 탐사보도팀 해체에서 출발해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 ‘기레기’가 상용되는 현재시점을 조망하는 SBS <조작>의 언론생태계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극중 근본 없는 매체로 분류되는 <애국신문>의 자칭 기레기 한무영(남궁민)과 유력 일간지 <대한일보> 나성식(박성훈) 기자가 멱살잡이를 하는 장면이 있다. 이들의 다툼은 서로 이익을 취하는 일종의 공생 관계가 깨졌기 때문이다. 무영은 사건에 직접 개입해 얻은 정보로 기사를 쓰고, 낮은 매체 신뢰도로 보도할 수 없는 정보는 성식에게 팔아넘겨 출력을 높이는 앰프로 <대한일보>를 이용했다. 또한 자사 탐사보도팀이 해체된 <대한일보>쪽은 무영을 익명의 제보자로 삼아 특종을 내보냈다. 하지만 앰프는 전원이 뽑혔고, 제보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는 파괴되었다.
<조작>은 기자 출신 경영진 구태원(문성근)을 언론
[TVIEW] <조작> 언론에 대해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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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감독 뤽 베송 / 출연 데인 드한, 카라 델레바인, 리애나, 클라이브 오언, 에단 호크 / 수입·배급 판씨네마 / 개봉 8월 30일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는 프랑스 만화의 거장 피에르 크리스탱과 장 클로드 메지에르의 그래픽노블 시리즈 <발레리안과 로렐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1967년 출판 당시 그래픽노블의 신기원을 이뤘다는 평가와 함께 <스타워즈>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이 작품을 접한 뤽 베송은 영화화를 꿈꿨지만 기술력 문제로 40년만에 실현되었다. 28세기 미래를 배경으로, 천개의 행성으로 이뤄진 알파를 지키기 위해 시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수요원 커플의 활약상을 그린다. 천 단위의 외계문명이 어떻게 묘사될지가 관건이다. 데인 드한이 특수요원 발레리안, 카라 델레바인이 로렐린 역할을
[Coming Soon]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 28세기 미래, 시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수요원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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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 트립> Girls Trip
감독 말콤 D. 리 / 출연 레지나 홀, 퀸 라티파, 제이다 핀켓 스미스, 티파니 해디시
베스트셀러 작가인 라이언은 업무차 뉴올리언스로 떠난다. 여기에 대학 동창인 리사, 사샤, 디나가 합류한다. 5년 만에 만난 이들을 반기는 듯, 뉴올리언스에서는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주인공들은 화끈하게 ‘걸스 트립’을 즐긴다. 직설적인 대화 뒤로, 각자의 상처와 고민도 있다. 영화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여성들을 통해 결혼과 사랑에 대한 동시대의 시선을 그린다. 주인공 모두 흑인배우란 점도 눈길을 끈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7.7.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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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비셋이 <베스트 데이 오브 마이 라이프>에 출연한다.
재즈 보컬리스트 비비안의 하루를 좇는 이야기다. 재클린 비셋은 사라 제시카 파커가 연기하는 비비안의 어머니로 출연한다. 연출은 <마드모아젤C>의 파비앙 콩스탕트 감독.
-극작가 겸 배우 샘 셰퍼드가 세상을 떠났다.
항년 73살. 루게릭병 합병증을 앓던 샘 셰퍼드는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샘 셰퍼드는 1979년 <매장된 아이>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의 시나리오작가 겸 출연배우이기도 하다.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주요 라인업이 공개됐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의 초청작이 발표됐다.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마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더 셰이프 오브 워터>, 조지 클루니 감독의 <서버비콘> 등이 상영된다. 영화제는 9월 7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재클린 비셋, <베스트 데이 오브 마이 라이프> 출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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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택시운전사>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정훈이 만화] <택시운전사>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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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완벽’이 가능할까? 관계를 빼고 개인을 떠올려도 마찬가지다. 완벽해 보이는 타인은 있을지 몰라도 ‘완벽한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와 반대로, 자칭 완벽한 사람이 있다 해도 주변 사람들 역시 그를 완벽하다고 평가해줄까? 완벽이라는 것은 사고실험에서나 가능하다고 믿는 나같은 사람은 누군가가 완벽한 사람이라거나 완벽한 커플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래?” 하고 눈썹을 치켜뜬다. 완벽하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의구심이 커진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이후 여성 작가가 쓰고 여성이 주인공인 심리 스릴러 분야에서 가장 반복해 도마에 오르고 토막나는 것은 바로 완벽한 가정이라는 신화다. 주변 사람들이 약간은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치 백화점 카탈로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가정 말이다. 남들 보기에 완벽하다는 것은 삶의 다양한, 예측 불가한 요소를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닐 텐데, 자신의 일, 식욕, 청결에 완벽을 기하는 것에 그치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비하인드 도어>, 완벽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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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안 좋아진 지 4, 5년 됐는데 최근에 많이 좋아졌다.” 지난 8월 1일 부산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학장실에서 만난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다소 피곤해 보였으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막힘없고 시원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7월 21일 열린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된 뒤 처음이자 단독으로 이루어진 공식적인 만남이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이미 밝혀졌듯이 그는 박근혜 정권이 자행했던 문화예술인 탄압의 최대 피해자 중 한명이다. 감사원 감사, 부산시의 행동지도점검, 검찰 기소를 차례로 당하면서 20년 동안 일군 부산국제영화제를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다. 대법원에 상고장을 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그간 재판 때문에 쉽사리 꺼낼 수 없었던 심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제의 일은 영화계에 맡기면 된다. 관여하려 하니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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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에서 최재섭이 맡은 서울 택시기사는 역할의 이름조차 마땅하지 않은 아주 작은 배역이다. 만섭(송강호)에게 서울-광주 왕복에 10만원을 부른 ‘노다지’ 손님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치만)를 가로채기당하는 억울한 기사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날 광주로 가지 않게 된 건 이 서울 기사에겐 다행이었을까. 적어도 배우 최재섭에겐 단 2회차 촬영의 <택시운전사> 출연이 기분 좋은 다행이었던 것 같다. “올해로 데뷔 20년차인데 첫 매체 인터뷰를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웃음)” 최재섭은 2001년부터 배우 오달수가 대표로 있는 극단 신기루만화경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다. “매년 봄이면 신기루만화경의 정기 공연작인 <짬뽕>을 무대에 올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택시운전사> 오디션 때 그 점을 많이 어필했다. 광주 택시기사가 되려나 싶었는데 서울 택시를 몰게 될 줄이야.” 최재섭은 장훈 감독의 데뷔작 <영
[빛낸 배우들⑧] <택시운전사> 최재섭 - 거인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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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당 모의하기 딱 좋은 곳이다. (웃음)” 차순배가 스튜디오를 흐뭇한 눈으로 한번 훑어본다. “대학 때 극예술연구회를 했는데 그때 딱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막걸리도 엄청 마시곤 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즐거운 모의들을 두루 거쳐 1992년 연극 <건너가게 하소서>로 데뷔했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극단 민예 소속 배우로서 무대에 올라온 베테랑 배우다. “극단 민예의 모토가 ‘민족전통예술의 현대적 조화, 인간성 회복’인데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일치한다. 주변 선배들도 ‘너는 딱 민예다!’라 하고. 봉산탈춤, 사물놀이, 한국무용, 판소리 등을 그때 두루 다 배웠다.”
차순배가 <택시운전사>의 광주 택시기사 중 한명인 차 기사 역을 맡게 된 데는 무대 위의 경험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연극 <봄날>(2000)에 참여하며 그 시절 광주를 알게 됐다. 가족이
[빛낸 배우들⑦] <택시운전사> 차순배 - 힘 빼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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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가 개봉한 주말 <비밀의 숲>이 종영했다. 화제작 두편에 연이어 얼굴을 비춘 장성범에겐 더없이 행복한 일주일이었다. 좋은 작품을 만난 것도 모자라 두 작품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니 “천운”이란 표현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군함도>의 오장우 역은 오디션을 통해 따냈다. 군함도로 징용되는 안경 쓴 경성제국대 학생 오장우는 영화 초반부터 등장해 막판까지 자리를 지키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애써 불쌍하거나 슬퍼 보이게 그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군함도에 징용 간 오장우는 ‘같은 조선인이니까 뭉쳐야지’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살았을 것이다. 연필만 잡던 애가 도끼를 들기까지의 과정을 잘 전달하는 것, 좀더 냉정하게 현실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야무진 캐릭터 분석에도 불구하고 현장이 주는 압박감은 컸다. 게다가 블록버스터의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현장에서 겁먹거나 움츠러든 적이
[빛낸 배우들⑥] <군함도> 장성범 -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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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티셔츠에 반바지 하나면 여름 나는데, 사진 촬영이라고 유일하게 있는 양복을 정말 오랜만에 꺼내 입었더니. 게다가 인터뷰라는 걸 난생처음 해본다.” 190cm 가까운 키에 큰 체구, 걸쭉한 목소리까지. 이호철의 첫인상은 꽤나 강렬하다. “계속 보면 나름 귀여운 상”이라며 호방히 웃을 때면 또 다른 얼굴이다. <택시운전사>에서 그는 집에서는 ‘막둥이’로 불리는, 광주 지역 대학생 시위대의 일원인 용표 역을 맡았다. “용표가 원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내가 캐스팅되면서 자연스레 대학생이 됐다는 소문이! (웃음)” 촬영장에서도 거의 ‘막둥이’였던 그는 “송강호, 유해진 선배 앞에선 괜히 부끄럽고 어려워서 멀찍이 떨어져 있곤 했다”며 쑥스러워한다.
“내 하고 싶은 걸 할 끼다!” 19살 대구 소년 이호철은 꿈을 좇아 무작정 상경했다. “워낙 동물을 사랑해 사육사가 되거나, TV <토요명화>를 꼭꼭 챙겨보고 비디오방에 들러 장르 가
[빛낸 배우들⑤] <택시운전사> 이호철 - 계산 없는 인물을 꼭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