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더위가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밤이면 가을이 당도한 듯도 싶다. 물론 못 견디게 뜨거웠던 여름이 끝났다고 안도하기엔 이르다. 무더위는 언제나 우리가 방심할 때 다시금 찾아오니 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밤, 불면이 이어지면 평소에 잘 읽히던 장르 소설마저 책장이 더디 넘어간다. 8월의 마무리와 함께 계절이 갈무리되는 때, 허망하게 반 토막이 나버린 1년에 머릿속까지 복잡하다면 술술 잘 읽히는 책을 집어 들어야 할 때다. <씨네21> 8월의 북엔즈에는 장르 소설과 시집, 여행 에세이와 교양 심리학, 청소년 문학 등 다양한 갈래의 책들이 꽂혔다.
심리치료사 일자 샌드의 <서툰 감정>은 그동안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았던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돌아보고 정리를 하게 해주는 교양 심리학 서적이다. 이성과 대비되는 영역으로서 수치화하기 어려웠던 감정을 세밀히 분석했는데, 누구나 감정의 정체를 제대로 알면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9월 영화 개봉
씨네21 추천도서 - 8월 북엔즈 서가에 꽂힌 책
-
서울 동부의 소문난 중국집 팔팔반점에는 두명의 배달 실력자가 있다. 한 가게에서 두달만 일하고 다음 가게로 뜨는 최강수(고경표)는 정착하지 못하는 인물이고, 이단아(채수빈)는 한국을 떠나려 이민자금을 모은다. 이들이 이른바 ‘흙수저’라면, ‘금수저’도 있다. 재벌 집 둘째 아들로 태어나 경쟁도 성취도 모르고 살아온 오진규(김선호)는 새벽에 도로를 막고 즐기는 레이싱 경주에서 짜릿함을 구하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살다가 대책 없이 독립한 이지윤(고원희)은 세상의 위험을 실감해본 적이 없다.
KBS2 <최강 배달꾼>은 접점 없이 살아가던 이들 네명이 사회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인과를 따져간다. 오진규의 레이싱이 있던 날, 강수의 후배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막힌 도로를 우회하다 제때 병원에 도착하지 못해 사경을 헤매게 된다. 후에 강수를 통해 이 일을 알게 된 진규는 다만 여흥이었을 뿐 “그런 일 생기라고 벌인 일은 아닌데”라고 말한다.
상가를 사들이고 임대료를 올려
[TVIEW] <최강 배달꾼> 인과관계
-
<남한산성>
감독 황동혁 / 출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 제작 싸이런픽쳐스 /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9월 말 예정
1636년 병자년 겨울, 청나라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한양으로 진격해온다. 조선 조정은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무기력한 인조(박해일) 앞에서 척화파 김상헌(김윤석)은 청나라에 맞서 결사항쟁을 고집하고, 주화파 최명길(이병헌)은 역적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남한산성>은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47일 동안 고립된 성에서 벌어진 논쟁을 담은 이야기다. 촬영 전 황동혁 감독의 얘기에 따르면 이 영화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논쟁을 통해 ‘조선이 청에 어떻게 하면 잘 질 수 있는지를 다루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한다. 김윤석, 이병헌, 박해일, 고수, 박희순,
[Coming Soon] <남한산성>, 1636년 병자년 겨울, 청나라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한양으로 진격해온다.
-
“다 기자들 전화다. (웃음)” 스튜디오에 들어온 최승호 감독은 계속 걸려온 기자들의 전화 때문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최승호 감독을 만난 8월 14일은 <공범자들> 상영금지가처분신청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고, 오전으로 예정되었던 선고는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이날 오전, 신청인(MBC 법인, 김장겸 MBC 사장,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 부사장, 박상후 시사제작 부국장)쪽이 “영리 행위를 하기 위해 동의 없이 채권자들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하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중앙행정법원 제50민사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영화가 MBC 법인의 명예권은 물론, 김장겸 MBC 사장 등 신청인 5명의 명예권과 초상권,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영화는 사실에 기초하여 공적 인물인 신청자들에 대한 비판과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며, 신청인들은 MBC의 전·현직
<공범자들> 최승호 감독 - 우리는 질문을 계속할 것이다
-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君の膵臓をたべたい
감독 츠키카와 쇼 / 출연 하마베 미나미, 기타무라 다쿠미, 기타가와 게이코, 오구리 순
제목에 놀라지 마시라. 뜻밖에도 영화는 고등학교 소년소녀의 애틋한 로맨스다. 현재로부터 12년 전, 주인공(기타무라 다쿠미)은 병원에서 ‘공병문고’란 이름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장은 동급생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의 것으로, 사쿠라는 자신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을 알려준다. 다소 충격적인 반전이 가미된 작품이지만, 결국 상대를 통해 스스로의 결핍을 극복하는 이야기다. 스미노 요루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7.8.11~13
-
-대니얼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돌아온다.
‘007’시리즈에서 하차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결국 복귀를 택했다. 대니얼 크레이그의 다섯 번째 ‘007’ 출연작이자 25번째 시리즈인 <본드 25>(가제)는 2019년 개봉 예정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기영화에 출연한다.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책 <레오나르도 다빈치>(올해 10월 출간 예정)의 판권을 파라마운트가 획득해 제작한다. 다빈치 역을 맡은 디카프리오는 영화 제작에도 참여한다. 참고로 디카프리오의 어머니는 이탈리아에서 다빈치의 작품을 보고 태동을 느껴 아들의 이름을 레오나르도라고 지었다고 한다.
-<헝거게임>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제작한 라이언스게이트가 제주도에 테마파크를 짓는다.
제주 신화월드와 함께 추진하는 ‘라이언스게이트 무비월드’는 총 7개의 영화 존으로 구성된다. <헝거게임> <트와일라잇> <나우 유 씨 미>를
대니얼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로 돌아온다 外
-
[정훈이 만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선생은 인류의 마지막 자존심 입니다.
[정훈이 만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선생은 인류의 마지막 자존심 입니다.
-
1964년생인 홍은애씨는 올해 처음으로 <씨네21> 영화평론가상 공모의 문을 두드려 공동 우수상에 당선됐다. 홍은애씨에게 영화는 지친 삶의 단꿈이자 만학의 길이기도 했던 것 같다. 2012년, 홍은애씨는 21년 8개월간 일해온 건강보험공단을 그만두고 영화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영화이론을 공부하며 ‘비평과 대담을 통해 살펴본 에릭 로메르의 영화론’으로 논문을 썼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좇아 파리로 어학 연수를 다녀왔고 로메르 영화 속 공간들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 영화로도 만들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보려는 시도의 연장선상에 영화평론도 있었다.
-이론비평으로 에릭 로메르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비교하며 영화 속 거짓말의 작동법에 대해 썼다.
=에릭 로메르는 논문으로 한번 다뤘던지라 상당 부분 그때의 공부에 빚을 졌다. <파리의 랑데부>(1995) 중 <7시의 랑데부>를 특히나 좋아해 영화 속 공간으로 찾아가 카메라로 찍기도 했
[당선자 인터뷰⑥] 우수상 당선자 홍은애 - 자신감을 갖고 글을 쓰고 싶다
-
필립 가렐의 영화에서는 대체로 아들 루이 가렐이 연기를 담당했었는데,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에서 인상적인 점은 루이 가렐이 목소리로 출연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미지로 보여주기 전에 벌어질 상황을 화면 밖 목소리가 미리 알려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엘리자베스(레나 포감)가 지하철역 근처 카페에 신분증 재발급에 필요한 인지를 사러 갔다가 그녀의 연인인 피에르(스타니슬라 메하르)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되고 충격을 받는 신이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들 부부는 파경에 이르고 엘리자베스 또한 피에르와 헤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감독은 이 신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여기서 감독은 이미지와 목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는가?
우선 이 신의 첫 장면은 공교롭게도 지하철 역명이 ‘좋은 소식’인 역 입구에서 시작한다. 역의 지하철 입구가 보이면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엘리자베스가 보이고 카페의 입구로 들어가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녀의 등 뒤로 “엘리자베스는 마
[작품비평 요약⑤]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 보여주는 이미지와 바라보는 목소리의 조화
-
영화에서 이미지보다는 말을 중요하게 다루는 감독이라면 즉각적으로 에릭 로메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영화에서 등장인물은 끊임없이 말을 한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그 말들은 다 진실일까? 그렇지 않다. 로메르는 1995년 <파리의 랑데부>의 개봉에 앞서 가진 <카이에 뒤 시네마>와의 인터뷰에서 앙드레 바쟁의 말을 인용해서 “영화는 근본적, 존재론적으로 객관적인 면이 있고 그러한 이상 영화에서 의심이란 필요하며, 촬영된 사실에 대한 관객의 의심이 있어야 예술로서의 영화가 성립한다”고 말한다. 이는 영화에는 거짓말이 개입될 수 있어야 하며 그런 가능성이 없다면 관객은 등장인물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게 되고 말과 현실이 일치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극의 재미는 말과 사실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는 것이다. 로메르가 밝히고 있듯이 <파리의 랑데부>는 세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으로 첫 번째 에피소드인 <7시의
[이론비평 요약④] <파리의 랑데부>와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을 중심으로
-
박지훈씨는 대학에서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영화’와 ‘글쓰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로스쿨까지 졸업한 뒤 영화평론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지만 본격적으로 영화공부에 매달린 건 세달 남짓. “세달간 영화만 보고 책만 읽었다”는 그는 <씨네21> 영화평론상 첫 도전에 우수상이라는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작품비평으로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에 대해 썼다.
=처음에 생각한 작품은 <나이트 크롤러>(2014)였다. 영화 속 주인공이 카메라로 참사를 다루는 방식이 상업영화에서 참사를 그리는 방식과 유사한 느낌이 들어서 미디어와 영상매체가 대상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써볼까 했다. 그런데 이론비평의 주제와 겹치는 것 같아서 다른 작품을 찾다가 찰리 카우프먼의 <아노말리사>(2015)로 글을 썼다. 그러다 공모 마감 일주일 전에 친구랑 <꿈의 제인>을 봤는데 영화가 정말 좋더라. 특히 영화의 내용과
[당선자 인터뷰③] 우수상 당선자 박지훈 -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글을 쓰고 싶다
-
제인(구교환)은 좋은 사람이다. 갈 곳 없는 소현(이민지)을 재워주고 먹여주며 삶의 격률을 가르치는 그녀는 대모이자 대부 역할을 한다. 그녀가 들고온 미러볼, ‘버려진 것은 주운 사람 것’이라며 가져온 바닷가의 공은 모두 소현의 둥근 얼굴과 닮아 있다. 그녀는 소현이라는 미러볼을 비춰주는 광원이며 그래서 소현이 빛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지나치게 착하다. 낭만성이 가출 청소년들의 실제 삶을 은폐한다는 생각이 들 때쯤 제인이 죽고, 현재인지 과거인지 모를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차라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 촬영 방식과 조명까지 서로 너무 달라서 마치 같은 등장인물을 공유하는 두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이질감마저 든다. 이질감 속에서 가출 청소년들이 처한 날것 그대로의 현실이 시작된다. 제인과의 달콤한 이야기가 앞서 끝나버렸기에 현실은 더욱 쓰게 다가온다. 그리고 제인과 함께 살던 지수(이주영)가 죽으면서 앞의
[작품비평 요약②] <꿈의 제인>, 거짓에 대한 찬가
-
인간은 자기 얼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거울을 통해 보는 자신의 상에는 주관이 투영된다. 가라타니 고진은 이를 “거울에 의한 반성에는 공범성이 존재한다”고 표현한다. 거울에 맺힌 상만 보던 인간은 자기 모습이 찍힌 사진 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질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자신의 눈으로 본 자신의 모습과 타자의 눈으로 본 자신의 모습 사이에는 간극이 큰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계-내-존재자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타자, 즉 세계에 속하지 못한 이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을 보기 위해서는 또 다른 타자의 눈이 필요하다.
신성하고 저주받은 인간
아감벤에 따르면, 로마시대부터 살해해도 처벌받지 않으며 죽어도 어떤 희생제의도 요구되지 않는 인간들이 있었다. 이들은 ‘호모 사케르’란 이름으로 불렸다. 사케르(sacer)란 원래 ‘신성한’이라는 의미이지만 ‘저주받은’이라는 상반된 의미도 동시에 지닌다. 이 양가성의 원인은 아마도 니체가 “그리스 신들은 죄와 악의 원인
[이론비평 요약①] <퍼니게임> <도그빌> <언노운 걸> 등을 중심으로
-
심사평
제22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심사에 참여한 <씨네21> 주성철 편집장, 김혜리 편집위원, 송경원 기자는 최종적으로 최우수상 없이 박지훈, 홍은애 2명을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당선작인 홍은애의 작품비평 ‘필립 가렐의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 보여주는 이미지와 바라보는 목소리의 조화’는 특정 시퀀스의 숏과 사운드 분석을 작품 전체에 관한 평으로 확장시키려 시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이 과정에서 다소 논의의 비약이 발견되지만 독창적인 시선이 묻어났다. 이론비평 역시 다소 무난한 결론이 아쉽긴했지만 에릭 로메로의 영화와 홍상수 영화를 거짓말이란 코드로 묶어나가려는 시도에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한명의 우수상 수상자인 박지훈의 작품비평 ‘거짓에 대한 찬가-영화 <꿈의 제인>’은 심사위원들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불필요한 거대 이론을 끌어들이지 않고 관객이 가장 관심을 갖는 영화의 구조에 대해 소박하지만 명확
제22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당선자 박지훈, 홍은애의 비평 요약 ① ~ 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