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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위성 시스템 ‘더치 보이’가 개발된다. 그리고 몇년 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유례없는 혹한으로 사람들이 동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와 동시에 더치 보이를 제어하는 우주 정거장에서 원인 불명의 사고로 연구원이 사망하자, 미국 국무부에서는 시스템 개발자 제이크(제라드 버틀러)를 불러 더치 보이의 오류를 수정하고자 한다. 우주 정거장으로 간 제이크는 기상이변이 더치 보이의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누군가가 고의로 일으킨 사고 때문임을 알게 된다. 한편 제이크의 동생이자 더치 보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국무부 관료 맥스(짐 스터지스)는 국무부 내부에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정부 조직 내의 악당을 찾는다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와 우주 정거장을 배경으로 한 SF 요소가 결합된 영화다. 즉 <마션>(2015)이나 <라이프>(2017)와 유사한 액션이 이 영화의 한축을 담당한다. 또한 영화 곳곳에
<지오스톰> 가까운 미래,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위성 시스템 ‘더치 보이’가 개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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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걱정하며 지켜봤던 사람들이 있다. 연단 위에 올라가 과격한 발언을 일삼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며 사람들을 선동했던 자들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무대 아래에서, TV 앞에서 탄핵을 묵묵히 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긴 보통 사람들이다. 청주에 사는 조육형씨는 매일 아침 의관을 정제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에 절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울산에 사는 김종효씨 부부 또한 지갑에 박정희 대통령 사진을 넣고 다니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만 생각하면 눈물이 고인다. 이들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배고픔으로부터 국민을 구제해준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신화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근혜가 대통령의 딸로 청와대에 입성하는 과거 뉴스 클립으로 시작해 박근혜가 탄핵 당해 청와대를 나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현재와 과거의 교차편집을 통해 박정희·박근혜 부녀 신화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았는지 보여준다.
<미스 프레지던트> 박정희·박근혜 부녀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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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좋아하는 소년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외톨이다. 어느 날 병원에서 학급 최고의 인기 소녀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의 일기를 발견한다. 비밀일기에는 췌장암에 걸린 시한부 환자 사쿠라의 진심들이 적혀 있다. 사쿠라는 소년에게 자신이 병에 걸린 사실을 둘만의 비밀로 하자고 제안한다. 엉겁결에 이를 받아들인 소년은 심각한 병에 걸렸지만 내색 한번 하지 않고 항상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쿠라에게 조금씩 마음을 뺏긴다. 둘만의 추억을 하나둘 쌓아나가는 것도 잠시, 예정된 이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제목만 보고 호러영화로 오해할 필요 없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어쩌면 근래 일본영화 중 도드라지게 예쁘고 애잔한 청춘 드라마일지도 모른다. 2015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0만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스미노 요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미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영화의 경우 하마베 미나미, 기타무라 다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도드라지게 예쁘고 애잔한 청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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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세포를 연구하는 생물학도 재연(문근영)은 적혈구와 엽록체를 결합시키면 인간도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세운 미지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학계를 상대로 한 정치나 로비에는 관심없이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던 재연은 그녀를 시기하는 동료들로부터 연구 성과를 송두리째 뺏길 위기에 처한다. 설상가상으로 믿고 의지하던 교수(서태화)도 자신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걸 깨달은 재연은 비밀 연구공간인 ‘유리정원’으로 들어가 독자적으로 연구를 계속한다.
한때 떠오르는 신인 작가였지만 수년째 데뷔작을 넘어서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소설가 지훈(김태훈)은 우연히 재연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녀가 세상과 단절된 유리정원에서 괴이한 ‘생체실험’에 몰두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점점 사회에서 도태되어 인생의 위기를 맞게 되지만, 지훈은 재연이 행하는 실험이 자신에게 인생역전을 가져다줄 소설 아이템임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재연 몰래 웹소설을 연재해
<유리정원>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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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완정 / 출연 주윤발, 종초홍 / 제작연도 1987년
어릴 적엔 극장 가는 게 꽤나 큰 나들이였다. 비교적 변두리였던 우리 동네엔 내가 군대에 다녀올 때까지도 개봉관이 없었다. 동네에 있는 극장이라고 해봐야 미성년자 관람 영화와 불가 영화를 번갈아 틀어주던 동시상영관이 전부였고, 신문 광고에 ‘개봉박두’라고 박힌 신작 영화를 보려면 종로나 강남역으로 원정을 떠나야 했던 시절이다.
어딘지 음침하고 위험해 보이던 동시상영관은 그 무렵의 나와 내 친구들에겐 애당초 기피 대상이었다. 그래서 사춘기 때는 대부분의 영화를 비디오테이프로 빌려서 보곤 했다. 학교에 매이고 용돈은 빤한 중고생에겐 개봉관 한번 다녀오는 게 지금처럼 그리 수월한 일상은 아니었다. 그러니 평소보다 하교 시간이 훨씬 빨랐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은, 우리 일당에겐 뜻밖의 영화 감상 주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시험이 끝나면 정답을 맞혀본다는 핑계로 낮에 비는 친구 집에 모여 근처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영화를 틀곤
서형욱의 <가을날의 동화> 완성형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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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준비에 어려움은 없었나.
=5명이 함께 기획했는데, 2명은 미국에 있어 많은 부문을 온라인으로 소통해야 했다. 예산 문제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제가 열리는 공간이 원래 연극 공연 극장이라 영화의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준비하는 이들 모두 생업이 있어서, 함께 시간 내기도 어려웠다.
-이 영화제를 기획하고 준비했던 단체 코리엔테이션(Korientation)에 대해 소개해달라.
=코리엔테이션은 비영리재단이다. 12년 전 독일 동포 2세 15명이 시작했지만 독일에 아시아인이 한국인 말고도 베트남, 중국계 다른 아시아인들도 많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하기로 했다. 우리는 ‘아시아 독일의 시각’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문화, 정치, 미디어와 관련하여 목소리를 낸다. 이 영화제도 프로젝트 중 하나다. 모든 회원이 영화제에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이루어내고 함께 성장한다는 게 가슴 벅차다. 회원은 100명 정도인데, 모두 베를린에 있는 것은
[베를린아시아영화제] 최선주 베를린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 아시아를 둘러싼 질문들이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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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때이른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산을 쓴 시네필들이 길을 꽉 채우고 있었다. 지난 10월 7일 저녁, 어두컴컴한 골목길의 반짝이는 꼬마전구 장식이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다. 베를린 다문화 본거지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유서 깊은 극장 발하우스에서 제5회 베를린아시아영화제가 포문을 열었다. 허름한 입구를 지나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확 트인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1863년에 지어진 시 소속 연극 공연 공간 발하우스는 주로 이주민을 주제로 한 연극 공연이 열리는 장소다. 이곳에서 10월 14일까지 8일간의 영화축제가 열렸다.
벌써 10년째다. 베를린아시아영화제의 시작은 북한과 한국 고전영화를 스크린에 소개하고 한국, 대만, 홍콩 여성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여성영화제였다. 2회부터는 아시아영화제로 확장됐다. 2년마다 열리는 아시아영화제는 해를 거듭하며 베트남, 타이, 중국, 몽골, 필리핀, 캄보디아, 일본 디아스포라까지 아우르며 진화했다.
바쁜 이주노동자의 삶
제5회 베를린아시아영화제가 선택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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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뉴욕영화제의 화제작 중 하나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였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앤솔러지로 풀어가는 이 작품은 날카로운 유머와 더불어 가족사를 조명하는 방식이 마치 바움백 감독의 전작 <오징어와 고래>를 연상시킨다. 이번 영화는 조각가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해롤드(더스틴 호프먼)와 그의 자녀들(엘리자베스 마벨, 애덤 샌들러, 벤 스틸러) 사이의 갈등과 뒤늦은 성장통을 그렸다. 해롤드는 두번 결혼해서 여러 명의 자식을 뒀지만 이들이 성장과정 중 만나지 못하며 서로간에 오해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첫 부인의 아들인 대니(애덤 샌들러)와 둘째 부인의 아들 매튜(벤 스틸러) 사이의 갈등은 너무도 공감되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최근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뉴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바움백 감독이 참석한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의 기자회견 내용을 옮긴다.
-<프란시스 하>(2012) 이후
[뉴욕영화제]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 노아 바움백 감독 -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여전히 소중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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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링클레이터, 토드 헤인즈, 우디 앨런, 노아 바움백, 루카 구아다니노, 숀 베이커…. 이름만 들어도 영화 팬을 설레게 하는 감독들의 신작이 뉴욕의 가을 극장가를 물들였다. 제55회 뉴욕영화제가 9월 28일부터 10월 15일까지 뉴욕 일대에서 열렸다. 뉴욕영화제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영미권 작가 감독들의 신작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영화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 뉴욕영화제에서는 총 99편의 장편과 69편의 단편영화가 소개됐다. 이중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과 새로운 발견의 영화, 시상식 시즌을 노리는 스튜디오의 영화들이 포진해 있는 영화제의 메인 섹션, ‘메인 슬레이트’에 초청된 영화는 모두 25편이다. 한국 작품으로는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이 섹션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감독의 수작들, 영화제를 수놓다
이번 영화제의 화두 중 하나는 메인 슬레이트 부문의 작품 중 3분
제55회 뉴욕영화제에서 만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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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영화인들로 해운대 앞바다가 떠들썩한 10월, 지구 반대편에서 또 다른 두개의 영화 축제가 열렸다. 미국 뉴욕영화제와 독일 베를린아시아영화제가 그것이다. 올해로 55회를 맞은 뉴욕영화제는 매해 가장 뜨거운 영미권 작가 감독들과 그들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5회를 맞은 베를린아시아영화제는 유럽 사회에서 여전히 소수인 아시아인들의 현재를 응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 축제다. 뉴욕의 양지현 통신원, 베를린의 한주연 통신원이 각각 두 영화제를 찾아 애정어린 리포트를 보내왔다. 영화 보기 참 좋은 계절, 세계의 관객을 매혹시킨 화제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제55회 뉴욕영화제와 제5회 베를린아시아영화제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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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시아에서 영화를 잘 만드는 법과 4차 산업혁명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냐고? ‘한-아세안 차세대영화인재육성사업’(ASEAN-ROK Film Leaders Incubator, 이하 FLY)의 사회를 맡은 최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넷플릭스를 필두로 나라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할리우드의 파라마운트, 디즈니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들도 자사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년, 혹은 내후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보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나라별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투자와 배급이 이루어지고 로컬 필름을 제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스트리밍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되기 때문에 로컬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서비스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사회와 사회, 문화와 문화, 국가와 국가간의 경계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와 FLY영화제에서 만난 아시아 영화인들의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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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도시, 로마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올해로 12살 생일을 맞이하는 로마국제영화제가 10월 26일부터 열흘간 열린다. 지난해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였던 <문라이트>가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면서 올해도 국제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상되는 화제작에 세간의 관심이 높다. 타비아니 형제의 조연출로 영화 경력을 시작한 안토니오 몬다 감독은 지난 2015년부터 로마국제영화제를 이끌어왔다. 올해 영화제 조직위원장에 연임된 그는 앞으로 3년 동안 로마국제영화제를 이끌게 된다. 그는 현재 뉴욕대학교에서 영화와 미디어를 가르치며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영화제는 39편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되었고 이중 34편이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다. 네편의 복원 영화, 세편의 청소년 제작영화 등 31개국 영화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개막작은 스콧 쿠퍼가 감독과 각본을 맡은 미국 서부영화 <하스타일>(Hostiles)이
제12회 로마국제영화제의 화제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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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은 그 시작과 함께 병자호란의 역사적 맥락에 관한 묘사를 최소화한 채 ‘오로지 살고자 하는’ 왕과 신하의 얼굴을 관객에게 들이민다. 한마디로, 거두절미의 서사.
속수무책의 무의미함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남한산성이라는 낯선 세상에 툭 하니 던져진 왕과 신하를 마주해야 한다.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 그리고 이시백(박희순)을 제외한 왕과 신하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지어 자신들이 어떤 세상에 던져졌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발 딛고 서 있는 세상과 그 세상에 대한 인식간의 괴리. 그러니 그들의 말이 허공을 맴돌 수밖에 없다. 겉도는 말이 넘쳐날 때 세상은 무의미해진다. 한마디로 남한산성은 ‘세상이 무의미해진 공간’이다.
<남한산성>은 이 무의미한 세상의 결과를 민초들의 고통과 이유 없는 죽음으로 표현한다. 병자호란에서 가장 큰 전투였던 ‘북문전투’는 이 무의미함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황동혁 감독이 북문전투를
<남한산성>이 원작에서 취한 것, 혹은 배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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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해 보이는 남자를 ‘변태’로 오인하는 해프닝. 우연과 오해를 로맨스의 포석으로 삼는 드라마들에서 자주 보았던 상황이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다루는 드라마에 놓이니 이물감이 굉장하다. 그리고 KBS2 <마녀의 법정>은 베테랑 검사 마이듬(정려원)과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의 첫 대면과 재회를 통해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몰리는 심리적 절벽을 분석하고, 어떻게 정보가 누락되고 판단이 왜곡되는지를 설명한다. 검사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중요한 정보를 놓칠 정도인데, 성범죄 피해의 당사자, 또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는 어떨까? ‘여성아동범죄전담부’ 검사들은 물증이 없고 진술 증거가 대부분인 성범죄 사건에서 진실을 캐내야 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만나는 피해자들의 기억과 진술은 불완전할 수 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은 충돌한다. 이듬과 진욱의 일은 쉽지도 않고, 쉬워서도 안 된다.
<마녀의 법정>에는 “무죄를 받았으면 무고로 갚는다. 이게 성폭행
[TVIEW] <마녀의 법정> 무엇을 바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