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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가 어려울 때도 참가자 수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오는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 전시홀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의 김형래 실장은 활발한 거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필름마켓이 주관하는 행사 중 올해로 3회를 맞는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E-IP)마켓의 ‘북투필름’과 ‘E-IP 피칭’은 각각 원작 소설 9편과 웹콘텐츠 IP 9편을 선정해 피칭 행사를 연다.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반영해 추천제로 운영하던 ‘E-IP 피칭’을 올해부터 북투필름과 함께 공모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김형래 실장은 마켓 기간에 외부 행사가 많아진 점이 올해의 변화라고 강조한다. 바른손(주)과 영화제가 협업한 ‘VR 시네마 in BIFF’ 포럼 행사와 필름펀드 토크, 올해 발족한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가 주관하는 저작권 관련 포럼도 마켓 기간에 함께 열려 참가자들이 영화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다. 이는 모두 아시아필름마켓이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영화화가 가능한
김형래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실장 - 마켓을 넘어 하나의 플랫폼이 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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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설계할 때 사용하는 표현기법 중에 투시도와 엑소노메트릭이 있다. 투시도가 관찰자의 시점으로 건물을 표현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면, 엑소노메트릭은 시점을 벗어난 전체 체계를 보여주는 데 사용된다. 이 두 표현기법은 건축가가 어느 것을 주로 선호하느냐에 따라 설계의 결과물을 달라지게 하기도 한다. 엑소노메트릭이 기계처럼 각 요소 사이의 체계를 갖고 있는 건물을 만든다면 투시도는 좀더 개별적인 상황에 반응하는 건축을 나오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둘은 표현기법이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설계방법론이다.
나는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서 조금 의아했다. 개인과 역사가 조우하는 방식을 훌륭하게 조율하던 영화가 왜 생경한 자동차 추격장면을 포함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쉽게 상업적인 영화의 관습으로 이해하기에는 <택시운전사>는 지나치게 잘 만든 영화다.
<택시운전사>를 만드는 과정은 투시도보다는 엑소노메트릭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창작 작업은 두
[영화와 건축] <택시운전사>의 자동차 추격 신과 검문소 장면의 표현방식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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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 <대장 부리바>(1962)를 보다가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의 전형성을 재인식했다. 크리스틴 카우프만은 하나의 대상으로 토니 커티스의 시선에 먼저 포착되고, 크리스틴 카우프만은 뒤늦게 그의 시선을 알아챈다. 남성이 발견하고 여성이 발견되는 관계의 익숙함은 그 순서를 뒤바꾸어 보기만 해도 분명히 드러난다. 존 버거가 <이미지>에서 남성은 보고, 여성은 보이는 자신을 본다고 통찰력 있게 지적한 대로 재현물에서 여성은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존재로 등장하고는 했다. 자신이 시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이를 모르는 척 연기해야 했던 배우 크리스틴 카우프만의 심리는 어떤 것이었을까. 늘 카메라의 시선을 인식해야 하는 배우의 상황과 다를 바 없기에 도리어 쉬웠을까. 로라 멀비의 논의를 참고해 서술하면 연기를 하는 순간 카우프만은 카메라의 시선과 서사상 다른 배우의 시선, 그리고 관객의 시선이라는 상상적 시선까지 어림잡아도 삼중의 시선 아래 놓
배우의 얼굴에 비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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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캐나다의 한 인디 밴드가 첫 내한공연을 연다. 디스트로이어라는 이름의 1인 밴드로 본거지 밴쿠버를 넘어 세계 곳곳에 마니아를 양산한 그룹이다. 프런트 맨이자 유일한 고정 구성원 댄 베하르는 내한 1년 전,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 《Poison Season》을 발표했다.
‘파괴자’라는 과격한 이름을 접했을 때는 하드록 아니면 헤비메탈 밴드이겠거니, 멋대로 추측하고서 찾아 듣지 않았다. 그야말로 섣부른 판단이었다. 2012년 언젠가, 우연히 <Chinatown>이란 곡을 들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기타 선율에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이 생각나는 몽환적인 가사와 목소리, 신시사이저와 전자음악이 있었다.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성실하게 디스코그래피를 채운 밴드의 가장 최신 음반은 올해 발매한 《Ken》이지만, 오늘 추천할 음반은 위에 언급한 곡이 있는 2011년 앨범《Kaputt》이다. 총 9곡 50분짜리 스튜디오 앨범에는 요즘 잘나가는 음악가들의 결과물처럼, 한 장르
[마감인간의 music] 디스트로이어 《Kaputt》, 빼놓을 곡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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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세계에서 어머니는 변방의 존재다. 이제껏 부자(父子) 관계(<똥개>(2003), <미운 오리 새끼>(2012))를 포함해 남성들의 연대와 균열을 주로 그려온 까닭에 어머니는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심지어 전작과 스타일이 여러모로 달랐던 최근작 <극비수사>(2015)조차도 두 남자(김윤석, 유해진)의 공조 수사를 그린 작품이었으니까). 곽경택 감독의 13번째 장편영화 <희생부활자>는 ‘희생부활자’(RV)라는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관객과 머리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는 장르영화인 줄 알았는데, 진한 모성애를 담아낸 ‘곽경택판 <죄와 벌>’이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 때문에 죽임을 당했던 어머니 최명숙(김해숙)이 어느 날 갑자기 되살아나 집으로 돌아온 뒤, 아들 진홍(김래원)에게 칼을 들고 달려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언론시사회가 끝나자마자 만난 곽경택 감독의 얼굴은 오랜 편집을 드디어 마무리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무척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어머니를 얘기하다보니 감정이 원초적으로 변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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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STARWATS: THE LAST JEDI
감독 라이언 존슨 / 출연 데이지 리들리, 오스카 아이삭, 애덤 드라이버
8번째 <스타워즈> 시리즈다. 레이(데이지 리들리)는 전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의 마지막 장면에서 만난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에게 수련을 받는다. 카일로 렌(애덤 드라이버)이 전작과 약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캐리 피셔, 오스카 아이삭, 베니치오 델 토로, 루피타 뇽, 존 보예가, 앤디 서키스 등이 출연한다. <루퍼>(2012)와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를 연출했던 라이언 존슨이 메가폰을 잡았다. 12월 15일 북미 개봉 예정.
[WHAT'S UP]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8번째 <스타워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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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친다. 사람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학생들은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한자로 ‘선생’은 ‘먼저 태어났다’는 뜻이지만, 대개 학생을 ‘가르치는’ 이를 일컫는다. ‘교수’는 아예 ‘가르쳐준다’는 뜻을 일차적으로 품고 있는 말이다. 선생과 교수는 공히 어떤 대상에게 자신의 지식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이를 가리키므로, 이 반대편에는 학생, 제자, 후학, 곧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지식을 배우는 이들이 위치해 있다. 이항대립으로서의 언어는 언제나 이 두 존재를 명확히 가른다.
과연 그럴까? 문창용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는 앙뚜와 우르갼이라는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9살 난 앙뚜는 1400년 전 티베트 캄의 수도승이 환생한 ‘린포체’, 곧 살아 있는 부처이고, 70이 넘은 우르갼은 린포체인 앙뚜의 스승이자 그를 수발하는 노승이다. 영화는 전반부에서 앙뚜와 우르갼의 인도 생활을 그리다가, 후
‘우리’라는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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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시네마 365일 개봉관_ 롯데시네마 3개관(부천 신중동역, 안양일번가, 고양 라페스타)
● G-시네마 동시개봉관_ 고양영상미디어센터, 파주 헤이리시네마
● 상영시간_ 1일 2회 오전 10시~오후 1시 중 1회, 오후 6~9시 중 1회
● 10월 1주 개봉작_ <다시 태어나도 우리> <여배우는 오늘도> <내 친구 정일우> <미스 프레지던트> <소통과 거짓말>
● 상영관 및 상영시간_ 롯데시네마 3개관(부천 신중동역, 안양일번가, 고양 라페스타)_오전 10시~오후 1시 중 1회, 오후 6~9시 중 1회 /
고양영상미디어센터 www.gymc.or.kr 홈페이지에서 시간표 확인 /
헤이리시네마 www.hcine.kr 홈페이지에서 시간표 확인
상영작 정보
* 상영관 내부 사정에 따라 상영작이 변경될 수 있으며, 각 상영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 감독 문창용 /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다양성영화 10월 개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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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박인환, 나문희 부부로 출연.’ 1998년 <조용한 가족>의 개봉에 부쳐 탤런트 나문희의 스크린 진출은 일간지의 주요 소재였다.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데뷔, 드라마 배우로 각인됐던 나문희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조용하지도 않을뿐더러 이상한 아웃사이더가 모인 ‘조용한 가족’. 정리해고 당한 아버지가 개업한 산장에는, 만화책 보며 뒹구는 삼촌(최민식), 폭력 전과를 둔 아들(송강호), 얌전한 척만 하는 큰딸(이윤성), 그리고 기기묘묘한 어린 딸(고호경)이 있었고, 나문희는 오합지졸 가족들을 규합하는 유일한 잔소리꾼 어머니였다. 코믹과 스릴러가 교배된 <조용한 가족>은 김지운 감독을 알린 작품이자 돌아보면 배우 캐스팅 조합이 기적에 가까웠던 작품이지 싶다. 당시 <씨네21>이 주최한 제1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었고, <아이 캔 스피크>의 공동 제작사인 명필름의 세 번째 제작 작품이었다. 부러 연기하지 않아도
<조용한 가족> 나문희 - 여전한 그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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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는 어떤 언론사의 사진기자다.
11년 전엔 사진을 공부하는 새내기 학생이었다. 2006년 5월 4일, 초대형 미군기지를 짓기 위해 먹구름처럼 몰려든 공권력이 평범한 농촌마을 대추리를 에워싸고 중장비를 동원해 학교와 집들을 부수며 진격해오던 ‘행정대집행의 날’, 그는 거기에 있었다. 사진 전공생이었지만 사진을 찍는 대신 친구들과 스크럼을 짠 채 어두운 교실 구석을 지켰다.
대추분교 정문이 박살나고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전쟁터가 되었다. 경찰이 진압봉을 휘두르며 교실 안까지 진입하는 건 삽시간이었다. 불 꺼진 교실 안은 비명과 울음의 도가니였다. 학생들은 하나둘 팔이 꺾이고 목덜미를 붙들린 채 연행되었다. 나는 그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이동했다. 학교 안과 밖, 마을 곳곳에서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서 어느 곳을 지켜(봐)야 할지 혼란스러운 하루였다. 그날, 내가 가족과 잠시 살며 마을사진관을 꾸렸던 ‘우리집’도 바스라졌다. 대추리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노순택의 사진의 털] 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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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닌자고 무비>는 장난감 브랜드인 레고의 인기 캐릭터를 소재로 워너브러더스와 레고사가 합작해 <레고 무비>(2014)와 <레고 배트맨 무비>(2017)에 이어 <레고> 시리즈 3편으로 기획된 영화다. 전편의 감독들이 모두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각 세편의 영화는 어드벤처, 슈퍼히어로, 로봇액션이라는 컨셉 아래 독립된 이야기로 기획됐다. 이번 영화는 레고사의 오리지널 캐릭터 상품 ‘닌자고’를 기반으로 로봇 형태의 제품들이 등장해 시리즈 가운데 가장 화려한 액션을 펼친다. 닌자고라는 도시에 사는 주인공 로이드(데이브 프랭코)는 단짝 친구들과 어울리며 방과 후에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10대 소년이다. 그런데 로이드와 친구 카이(마이클 페나), 니야(에비 제이콥슨), 잔(재크 우즈), 콜(프레드 아미센), 제인(쿠마일 난지아니)은 실은 닌자고를 위협하는 악당 가마돈(저스틴 서룩스)에 대항하는 무림 고수 마스터 우의 지휘 아래 활약하는 닌자들이다
<레고 닌자고 무비> 최악의 악당 가마돈에 맞서 닌자고 시티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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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알랭 헤르난데즈)는 러시아 갱단에 잠입한 경찰이다. 매춘과 총기 거래를 주로 하던 갱단은 스위스 은행의 비밀금고를 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빅터는 자신만의 독특한 탈출 기술을 내세워 조직의 신뢰를 얻고 작전 멤버로 발탁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오랜 친구 라피도(하비에르 구티에레즈)를 만나 위기에 빠진다. 마약에 빠져 있는 라피도는 빅터를 수시로 압박하며 자신에게 한몫 챙겨줄 것을 강요한다. 갱단의 소탕을 바라는 경찰서장, 새로운 삶을 꿈꾸는 라피도, 정체를 들킬 위기에 처한 빅터까지, 각기 다른 목적을 숨긴 이들의 최후의 은행털이가 시작된다.
은행털이를 중심으로 한 하이스트 무비와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결합했다.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과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동료와 적이라는 설정은 <무간도> 등에서 흔히 봐왔던 공식이다. 다만 <플랜비>는 서로의 정체를 감추고 상대를 속이는 데 그리 능숙하지 않아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데다 은행털이와 탈출
<플랜비> 각기 다른 목적을 숨긴 이들의 최후의 은행털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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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 걸까. 만약 살기 위해 일하는 거라면 나는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그날도 다카시(구도 아스카)는 회사의 부장에게 정신없이 혼이 났다. 계속되는 야근과 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의욕을 상실한 지도 오래다. 하지만 영업부 신입사원 다카시는 어렵게 얻은 정규직이라는 자리를 내칠 용기가 없다. 그렇게 번아웃 상태로 귀가하다 지하철 선로로 떨어질 뻔한 다카시를 야마모토(후쿠시 소우타)가 구해준다.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야마모토는 다카시의 삶에 활력소가 되고, 다카시가 힘들 때마다 귀신같이 나타나 그의 손을 잡아준다. 그러던 어느 날 다카시는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하고 늘 싱글벙글 웃는 야마모토가 실은 3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어렵게 얻은 정규직 자리이기에 기꺼이 회사의 노예가 되려는 다카시의 태도는 주말만을 기다리며 희망 없이 살아가는 일본의 청년세대를 대변한다. 영화의 원작 소설은 일본 직장인들의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열정은 번아웃, 월급은 로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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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에 걸린 아버지를 총살하고 땅에 묻는 잔혹한 과정. <잇 컴스 앳 나잇>의 시작은 이토록 충격적이다. 부부는 그 ‘살인’에 공모한 17살 아들 트래비스(켈빈 해리슨 주니어)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토로한다. 아버지 폴(조엘 에저턴)이 “트래비스도 이제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해” 하고 강경론을 펼치는 반면, 아내 사라(카르멘 에조고)는 “이제 겨우 17살이잖아. 보여주는 게 아닌데”라고 아이의 다친 마음을 걱정한다.
첫 장면의 충격은 이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파국의 한 단면이 된다.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는 세기말적 상황. 숲속 외딴곳에 자리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던 폴의 가족에게 외지인 윌(크리스토퍼 애벗)의 가족이 오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는다. ‘가족을 지키려는 의도’는 같겠지만 권위적인 중년의 가장 폴과 가족을 사랑으로 대하는 젊은 윌의 태도는 대조적이다. 외딴집, 두 가족이 전부인 이 영화의 미니멀한 세팅을 풍성하게 채우는 것은 혼돈을 겪는
<잇 컴스 앳 나잇> "알 수 없는 공포는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