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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여행자>(1975)는 사막으로 간 한 남자의 이야기다. 취재를 위해 사막으로 간 로크(잭 니콜슨)는 심장마비로 죽은 타인의 신분을 도용해 타인으로 살아가기를 꿈꾼다. 신분 도용이라는 소재는 <리플리>(1999)와 같지만, 리플리(맷 데이먼)와 로크의 목적은 반대된다. 리플리의 신분 도용이 타인의 자본 또는 계급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면, 로크의 신분 도용은 자신을 버리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리플리는 상류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려 노력하지만, 로크는 자신을 찾는 이들을 피해 끝없이 도망쳐 다닌다. 그리고 <잃어버린 도시 Z>는 말하자면 리플리에서 시작해 로크로 끝을 맺는 이야기다.
퍼시 포셋(찰리 허냄)이 처음 볼리비아 원정을 떠나게 된 이유는 대부분의 여정이 그러하듯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였다. 적어도 당시에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훈장을 얻어 불명예스러운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겠노라고 다짐하며 집을 떠난다. 그의
<잃어버린 도시 Z>와 실존이 죽음을 욕망한다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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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시스템의 오류가 많았다. 사실 시스템의 오류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프로그램이 완벽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스템을 급하게 오픈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최유진 인디애니페스트 집행위원장 겸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사무국장)
“초기에 제일 의아했던 건 2017년에 국고보조금을 받을지 안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한은행으로부터 e나라도움 신용카드를 만들라는 홍보 전화를 먼저 받았다는 사실이다. e나라도움 시스템을 통해 지원금을 사용하려면 신한은행 카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스템이 시행되기도 전에 은행에서 단체나 개인에게 홍보 전화를 돌렸다. 그건 곧 보조금 지원을 받은 단체나 개인의 명단을 신한은행이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장은경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사무국장)
“e나라도움 시스템이 시행된다 했을 때 이게 블랙리스트와도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화·예술계는 물론 시민사회 단체의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 같았다.”(김동현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은 누구를 위해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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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킹스맨: 골든 서클> 킹스맨 본부가 공격을 받고 파괴됐네.
[정훈이 만화] <킹스맨: 골든 서클> 킹스맨 본부가 공격을 받고 파괴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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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결코 놓쳐선 안 될 이름들이 있다. 이 이름들 앞에 세계적인 거장이란 수식어는 어딘가 식상하다. 영화제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을 믿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영화의 축제라는 전제하에 차라리 관객을 편안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인 문제적 감독들이라고 하는 편이 적절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마더!>는 단연 올해의 화제작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평화롭던 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연이어 방문하고 아내는 이들의 무례한 행동이 불편하다. 그럼에도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극진히 대접하는 남편의 모습에 아내의 불안은 점점 커져간다. 제니퍼 로렌스가 아내 역을 맡아 신경쇠약 직전의 캐릭터를 그려냈다. 인물의 불안한 심리를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역량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북미에서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호불호가
[부산국제영화제]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마더!>부터 오우삼의 <맨헌트>까지 거장들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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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君の膵臓をたべたい
쓰키카와 쇼 / 일본 / 2017년 / 115분 / 오픈 시네마
호러영화가 아니다. 어쩌면 근래 일본영화 중 도드라지게 예쁘고 애잔한 청춘 드라마일지도 모른다. 2015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0만부 넘는 발간을 기록한 스미노 요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고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영화의 경우 오구리 , 기타가와 게이코 등의 캐스팅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독서를 좋아하고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소년은 어느 날 병원에서 학급 최고의 인기 소녀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의 일기를 발견한다. 췌장암에 걸린 시한부 환자인 사쿠라는 자신이 병에 걸린 사실을 둘만의 비밀로 하자고 말한다. 소년은 심각한 병에 걸렸지만 내색 한번 하지 않고 항상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쿠라에게 조금식 마음을 뺏기고 둘만의 추억을 하나둘 쌓아 나간다. 이 영화는 진한 로맨스라기보다는 가슴 아픈 성장담에 가깝다. ‘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⑥]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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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Close-knit
오기가미 나오코 / 일본 / 2017년 / 127분 / 아시아영화의 창
오기가미 나오코의 맑은 영화가 돌아왔다. 현대인의 보편적인 공허 속에서 치유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카모메 식당>(2006), <안경>(2007) 같은 작품과 달리 대안가족과 성소수자 이슈를 중심부로 끌어왔다는 것에서 새로운 변화와 도전 의식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집 나간 엄마로 인해 삼촌과 함께 살게 된 소녀 토모(가키하라 린카)가 삼촌의 연인이자 트랜스젠더인 린코(이쿠타 도마)와 조우하면서 겪는 생활의 변화를 그린다. 타인을 보살피는 마음이 강한 린코는 토모에게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돌려주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노력한다. 가족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편견 앞에서 그녀는 뜨개질을 통해 내면을 다스린다. 차별을 몸소 겪으면서 토모 역시 뜨개질 의식에 동참하고 영화의 제목이 말하는 ‘결합’(knit)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비올레타, 결국은> <조니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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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매너스> Good Manners
줄리아나 호헤스, 마르코 두트라 / 브라질, 프랑스 / 2017년 / 135분 / 월드 시네마
아나와 클라라는 인종부터 살아온 환경, 심지어 성격까지 모든 면에서 다르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온 백인 여성 아나가 덜컥 임신을 하고, 일자리가 간절한 흑인 간호사 클라라가 보모로 들어온다. 처음에는 일상의 곳곳에서 갈등을 겪던 두 사람은 점차 서로를 이해해가며 가까워지고, 육체적 관계를 맺으며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아나와 관계를 맺었던 남자는 늑대인간이었고, 아나의 뱃속에 있던 태아는 자신의 어머니의 배를 찢고 세상에 나온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혼자가 된 클라라는 아이를 홀로 키운다. 전반부가 여성간의 연대를 뭉클하게 보여주는 퀴어물에 가깝다면, 후반부는 사춘기 늑대소년이 겪는 혼란스러움과 그를 키우는 방식을 고민하는 클라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선택의 기로에 선 주인공들이 어떤 행동을 감행하는 강력한 마무리가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④] <굿 매너스> <판타스틱 우먼> <위기의 파리지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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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스트럭> Wonderstruck
토드 헤인즈 / 미국 / 2017년 / 117분 / 월드 시네마
<캐롤>(2016), <아임 낫 데어>(2008) 등을 연출한 토드 헤인즈 감독이 <원더스트럭>에선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더스트럭>에서도 사랑과 정체성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지만 어디까지나 이 작품은 아이들의 성장담이다. 영화는 1920년대와 1970년대, 두 시간대의 이야기를 나란히 들려준다. 1977년의 이야기는 소년 벤(오크스 페글리)의 여정을 따라간다. 벤은 엄마의 유품에서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아빠에 관한 단서를 발견하는데 하필 그날 밤 천둥소리에 의해 청력을 잃는다. 하지만 청력 상실도 벤의 뉴욕행을 막진 못한다. 1927년을 살아가는 로즈(밀리센트 시먼즈) 역시 유명 배우인 엄마(줄리언 무어)를 만나기 위해 홀로 집을 떠나 뉴욕으로 향한다. 로즈는 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소녀다. 이처럼 50년의 시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③] <원더스트럭> <더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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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 Euphoria
리사 랑세트 / 스웨덴, 독일 / 2017년 / 98분 / 월드 시네마
에밀리와 이네스. 오랜만에 조우한 자매는 함께 여행을 떠난다. 호화로운 레스토랑에서 로브스터와 샴페인을 즐기면서도 이들의 미소엔 어딘가 어색한 구석이 있다. 특히 뭔가 숨기고 있는 쪽은 에밀리다. 이네스는 낯선 남자와 함께 춤을 추고, 즐기지 않는 술까지 마시는 에밀리의 모습이 낯설다. 영화는 초반부에 오랜 시간 서로에게 소원했던 자매가 속내와 다른 말을 내뱉을 때, 서로에게 친밀함을 표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어긋날 때의 고요한 긴장을 솜씨 좋게 조율한다.
이튿날 에밀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 가자는 말로 이네스를 안내한다. 두 사람이 내린 곳은 외딴 숲의 초입. 에밀리는 자신을 마중 나온 정체불명의 이들과 인사를 건네고, 이들은 자매를 큰 정원이 있는 저택으로 안내한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무리를 따르는 이네스와 함께, 영화도 현실에서 판타지 속으로 걸음을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②] <유포리아> <빛나는>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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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정원> Glass Garden
신수원 / 한국 / 2017년 / 117분 / 개막작
변형세포를 연구하는 생물학도 재연(문근영)은 적혈구와 엽록체를 결합시키면 인간도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세운 미지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학계를 상대로 정치나 로비에는 능력도 관심도 없어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던 그녀가 자신을 시기하는 동료들로부터 연구성과를 송두리째 뺏길 위기에 처한다. 설상가상으로 믿고 의지하던 교수(서태화)도 자신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걸 깨달은 재연은 비밀 연구공간인 ‘유리정원’으로 들어가버린다. 한때 떠오르는 신인 작가였지만 수년째 데뷔작을 넘어서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소설가 지훈(김태훈)은 우연히 재연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녀가 세상과 단절된 유리정원에서 괴이한 ‘생체실험’에 몰두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지훈은 본능적으로 재연이 행하는 실험이 자신에게 인생역전을 가져다줄 소설 아이템임을 깨닫고는 그녀 몰래 웹소설을 연재해 인기를 얻기 시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①] <유리정원> <균형>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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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영화의 바다에서 축제가 열린다.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75개국 298편의 영화가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으로 문을 열고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으로 문을 닫는 이번 영화제는 그간의 위기가 무색할 만큼 다양하고 풍성한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씨네21>에서는 이를 한번에 전부 설명해버리는 건 아쉽다고 판단하여 2주에 걸쳐 추천작들을 소개하려 한다. 이번주에 우선 소개할 15편의 영화들을 통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추구하는 경향을 어렴풋하게나마 더듬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이름만으로도 믿을 수 있는 감독들의 화제작도 덧붙였다. 영화의 바다 위 즐거운 항해를 도울 짧지만 알찬 가이드 1부를 공개한다.
가을의 전설, 부산으로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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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맥도나 감독이 신작 <스리 빌보드 아웃사이드 에빙, 미주리>로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딸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려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례에 비추어볼 때, 맥도나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마더!>가 북미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하며 기대보다 아쉬운 성적으로 출발했다. <마더!>의 개봉 첫주 수익은 750만달러로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200만달러를 밑돈다. 지난주 개봉한 <그것>에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할 법도 한데, 정작 애로노프스키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UP&DOWN]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 <마더!>, 기대보다 아쉬운 성적으로 출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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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 20세기 실존 돌팔이 의사 연기한다.
발기부전 환자를 상대로 희대의 사기 치료를 감행한, 실존했던 의사 존 R. 브링클리의 일대기가 영화화 된다. 맷 데이먼이 돌팔이 의사 존을 연기할 예정이다. 현재 각색 작업 중이며 감독은 미정이다.
-<할로윈>의 히로인, 제이미 리 커티스가 돌아온다.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이 연출하는 <할로윈> 리부트영화에 원작의 주연 로리를 맡았던 제이미 리 커티스가 출연한다. 원작의 배경 이후 40년이 흐른 때를 다룬 새로운 이야기로, 그녀는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
-할리우드 로케이션 매니저, 멕시코에서 피살당하다.
<맨 온 파이어> <아포칼립토> <007 스펙터> 등의 로케이션을 담당하던 매니저 카를로스 무뇨스 포르탈이 지난 9월 11일 멕시코 중부의 한 도시를 돌며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 시즌4의 장소 헌팅을 하던 중 차 안에서 피살당했다.
맷 데이먼, 20세기 실존 돌팔이 의사 연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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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드> BREATHE
감독 앤디 서키스 / 출연 앤드루 가필드, 클레어 포이
활달한 성격의 로빈(앤드루 가필드)은 다이애나(클레어 포이)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곧 부부가 되고, 이들의 행복은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로빈이 척추성 뇌성마비로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이들의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희망이 없다는 주변의 말에도 굴하지 않고 다이애나는 로빈을 극진히 보살핀다. 나아가 이들 부부는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게 된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배우 앤디 서키스의 감독 데뷔작으로, 실존 인물 로빈 캐번디시를 소재로 한 감동적인 드라마다. 10월 13일 영국 개봉예정.
[WHAT'S UP] <브리드>, 실존 인물 로빈 캐번디시를 소재로 한 감동적인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