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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좀 추천해줘.” 제일 난감한 부탁이다. “읽을 만한 책 좀 추천해봐”, “소설 좀 추천해줘”, “요새 에세이 뭐가 좋아?” 등등의 요청은 그의 서가에 어떤 책들이 꽂혀 있는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무엇이며 어떤 작가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지 등 취향의 폭을 좁혀가며 추천 서적들을 가름할 수 있지만 시는… 이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의 영역이다. <시요일>은 창비에서 만든 시 애플리케이션 북이다. 사실 사용해보기 전에는 무수한 시집을 욱여넣고 텍스트를 시집이 아닌 온라인으로 읽는 정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상상했다. 이미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많은 시와 아포리즘이 떠다니는데 굳이 유료 애플리케이션으로 시를 읽을 필요가 있을까 여겼다. 하지만 막상 이용해보니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일단 <시요일>의 인터페이스는 가독성이 높고 시 목록 정리가 간편하게 되어 있다. 어딘지 익숙한 사용감이라 기억을 상기시켜보니 이미 매일 비슷한 사이트
씨네21 추천도서 <시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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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을 떠나 영국 런던에 온 오델은 면접을 보러 다닌다. 영민한 그녀이지만 면접에 가면 너나 할 것 없이 ‘방금 사람을 구했다’고 거절 의사를 내보인다. 그녀에게 오는 편지 중에는 노골적으로 검은 우표를 붙인 것도 있다. 오델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곳에서 왔으며, 흑인 여성이다. 시간을 거슬러 1936년, 에스파냐 안달루시아에 사는 올리브는 예술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지만, 아버지에게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여자 화가는 투자가치가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미술상이다. 오델과 올리브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또 억압에 익숙해져 스스로도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한다. 그런 그녀들을 지지하는 것은 그녀들의 여성 친구들이다. 영국 작가 제시 버튼의 <뮤즈>는 1967년 영국과 1936년 에스파냐에 살던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남성 예술가들의 뮤즈로만 복무해야 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성은 왜 남자
씨네21 추천도서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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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는 작가의 사후에 발표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천문학적인 가격에 작품이 팔려나가지만 정작 작가는 그 혜택을 보지 못한 인상파 화가의 작품처럼 시리즈는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저작권 수입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의 문제로 논란이 빚어지는가 하면,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을 맡은 할리우드판의 시리즈 1편은 비판 속에 사라져 후속작을 약속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중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밀레니엄> 시리즈가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의지로 완성되지 못했다는 사실. 시리즈는 스웨덴의 출판사와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에 의해 다시 시작되었다.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는 이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잠에서 깨어나 컴퓨터 앞에 앉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인공 프란스 발데르는 컴퓨터공학자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고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자기가 개발한 기술과 관련한 편집증적 불안에
씨네21 추천도서 <밀레니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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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북엔즈의 키워드는 여전히 ‘#페미니즘#여성’이다. 영국의 작가 제시 버튼의 소설 <뮤즈>는 남성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혹은 그림 속 모델로만 대상화되어온 여성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독립적인 인물이자 그 자체로 완전히 자유로운 예술가였음을 그려낸다. 30년이라는 시간의 격차를 두고 영국과 에스파냐에 살던 두 여성이 시대를 온몸으로 이겨내며 예술가로 거듭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화가가 주인공이니만큼 색채에 대한 묘사도 이어지는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흡사한 면모가 있다. ‘전에 없을 페미니즘 소설’로 평가받는 <밀레니엄> 시리즈의 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도 반가운 책이다. 주인공 리스베트의 자매 카밀라가 본격 등장하며 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그를 둘러싼 사건을 꼭 확인해야 할 것이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도 무능하고 폭력적이며 무례한 남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리스베트와 미
씨네21 추천도서 - 10월,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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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트로스는 동양에서는 그 날갯짓이 신선을 닮았다 하여 하늘을 믿는 새, 신천옹(信天翁)이라고도 하는 바닷새이다. 2m에서 3m에 이르는 긴 날개를 가지고 한번 날아오르면 바람과 조화를 이뤄 가장 높이, 그리고 오랜 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눈앞의 비루한 현실과 대비되는 강인한 미래를 가진 존재인 셈이다.
참 이름 잘 짓는다. tvN의 ‘알바청춘 응원기’ <알바트로스>는 아르바이트로 지친 우리 청춘들의 상황을 살피고, 보듬고, 위로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알바트로스가 될 알바들을 위한. 추성훈과 안정환이 한조가 되고, 청춘들의 멘토로 아주 적절한 방송인이자 작가 유병재가 게스트와 함께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투입된다. 그날의 아르바이트생 대신 이들이 하루의 일을 책임진다. 일을 마치고 청춘과 만난 이들은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직면하고, 잠시나마 그들의 꿈을 함께 꾼다.
우리네 20대들의 삶은 매일매일이 척박하다. 날로 올라가는 자취 비용과 등록금을 마련하
[TVIEW] <알바트로스> 오늘은 알바 내일은 알바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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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영화사 두둥 / 감독 장창원 / 출연 현빈,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 / 배급 쇼박스 / 개봉 11월 예정
‘꾼’꿍이가 따로 없다. 꾼들의 속내를 누가 알랴. <꾼>은 속고 속이는 사기 전문가들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따라가는 하이스트무비다. 꾼 중의 꾼 장두칠의 돌연사 소식. 하지만 그의 사망에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믿는 사기꾼 대상 전문 사기꾼 지성(현빈)의 촉! 지성은 사건 담당 검사 박희수(유지태)와 결탁해 장두칠의 석연찮은 사망사건을 파헤치려 들고, 이 과정에서 장두칠의 심복 곽승건(박성웅)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타짜가 타짜를 알아보듯” 사기꾼만이 사기꾼들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는 취지 아래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는 장창원 감독. <꾼>은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 <즐거운 인생>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위장으로 뭉친 팀, 위장 사무실, 위장 사건. 하늘 아래 어느 하나
[Coming Soon] <꾼>,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사기‘꾼’들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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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의 거대한 산> The Mountain Between Us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 / 출연 이드리스 엘바, 케이트 윈슬럿, 더모트 멀로니
찰스 마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비행기가 눈 덮인 산속에 추락하면서 시작된다. 유일한 생존자는 의사인 벤(이드리스 엘바)과 기자인 알렉스(케이트 윈슬럿)로, 벤은 급한 수술을, 알렉스는 결혼식을 앞두고 사고를 당한 것이다. 둘은 구조대가 오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함께 산을 탈출하기로 한다. 영화는 <천국을 향하여>와 <오마르>를 연출한 하니 아부 아사드의 신작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미국 2017.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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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TV시리즈 <환상특급>을 리부트한다.
새로운 <환상특급>의 첫 번째 시즌은 10개의 에피소드로 제작될 예정이며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 프로듀서로,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의 작가 겸 프로듀서 브라이언 풀러가 전체 에피소드를 관장할 예정이다.
-토미 리 존스가 조 라이트의 신작 <스토너>에 합류한다.
<스토너>는 존 윌리엄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교수가 되는 한 남자의 일생을 조명한다. 토미 리 존스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라이언스게이트가 2019년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실내 테마파크를 개장한다.
<헝거게임> 피타의 베이커리, <존 윅: 리로드> 슈팅게임장, 4D 영화관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라이언스게이트, 2019년 뉴욕 타임스스퀘어 실내 테마파크 개장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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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희생부활자> 저 부활 했어요!
[정훈이 만화] <희생부활자> 저 부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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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이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휴식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고, 끝나버렸다. 엉망이던 원래의 생활로 돌아오는 대신, 더 나은 매일의 리듬을 만들어보고자 <심플한 건강법 333>을 펼쳤다. 독일에서 의사로 일했고 미국에서도 의사면허를 따고 면역생물학 연구를 했으며 이제는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과학 전문 수석 편집자인 베르너 바르텐스가 쓴 이 책은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팁을 모아둔 것이다. 마법처럼 인생을 바꾸는 말은 하나도 없다. 대체로 알고 있던 ‘기본에 충실한’ 조언들이다. 도움이 되는 곳(피부, 귀, 결혼, 배, 다리, 마음 같은 식)으로 대분류를 한 뒤, 표제문으로 해당 내용을 알리고(우울증의 알람 신호 알아보기), 그 상세한 내용을 1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적어놓았다. 마음이 답답하고 두통이 지속될 때 창문 열고 집 청소하는 기분으로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말들을 책에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심플한 건강법 333>, 오늘은 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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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국 감독의 <천화>와 지혜원 감독의 <앵그리버드와 노래를>은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천화>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의 소통이 불발되는 과정을, <앵그리버드와 노래를>은 수많은 충돌을 극복하고 끝내 음악으로 소통을 이뤄내는 과정을 조명한다. 이 두 작품은 각각 제주도와 인도 푸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 다양성영화의 로케이션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두 작품 모두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혜원_ 이 영화에는 문화와 문화의 충돌이 있고, 자식과 부모 세대의 충돌이 있고, 가르치려는 자와 배우려는 자의 충돌이 있다. 이 충돌을 극복하고,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콘서트라는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KBS에서 방영한 케냐 지라니 합창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이 합창단의 지휘자 김재창씨를 알게 됐다. 나중에 안부를
[G-시네마④] <천화> 민병국 감독 & <앵그리버드와 노래를> 지혜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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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부부>의 전규환 감독과 <괴물들>의 김백준 감독은 경계에 위치한 인물들에 대한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 상업영화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주변부의 이야기를,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만들어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극장에 걸기는 쉽지 않은 지금의 한국영화 생태계에서, 두 감독이 고군분투하며 지켜온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숲속의 부부>는 해고노동자가, <괴물들>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인 인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뭔가.
=전규환_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9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만든 모든 영화에 무의식적으로 비정규직과 난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나 싶다. 이제는 그런 영화를 만들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영화를 찍다보면 노동자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웃음)
=김백준_
[G-시네마③] <숲속의 부부> 전규환 감독 & <괴물들> 김백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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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시네마’ 배급지원 사업의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남연우 감독의 <분장>과 이동은 감독의 <환절기>는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분장>), 뉴 커런츠(<환절기>) 부문에 초청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가족이 성소수자였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엄마(<환절기>)와 형(<분장>)이 경험하는 마음의 격랑을 조명하는 이 두 작품은 젠더 이슈를 영화의 중심부로 끌어왔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두 작품 모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았다. <분장>은 얼마전에 개봉했고 <환절기>는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데, 영화제와 극장 개봉 사이에서 어떤 온도차를 느끼나.
=남연우_ 극장 개봉을 준비하며 현실의 벽을 실감했다.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는 꿈을 꾸는 듯했고 모든 게 순탄한 느낌이었다. 극장 개봉을 준비하면서도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는 생각에 즐거웠던 건 매한가지지
[G-시네마②] <분장> 남연우 감독 & <환절기> 이동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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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감독의 <파란 입이 달린 얼굴>과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는 여성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영화다. <파란 입이 달린 얼굴>은 삶의 진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으로부터 빈곤과 장애,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끌어내고, <피의 연대기>는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많은 이들이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 ‘월경’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여성을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하는 영화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실감하게 하는 두 영화의 감독들을 만났다.
-여성에 대한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는.
=김수정_ 처음부터 여성 문제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투병 중인 어머니와 장애인인 오빠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의 이야기로 먼저 접근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세다고 피드백을 많이 하더라. 그런 반응을 듣다보니 내가 30여년 넘게 여성으로서 살아오며 느꼈던 것들이 서영이라는
[G-시네마①] <파란 입이 달린 얼굴> 김수정 감독 & <피의 연대기> 김보람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