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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외칠 순 없는 거잖나. 어떻게 하면 영화를 기꺼이 봐줄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안 입히면서, 이 영화가 사실은 이런 작품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웃음)” 크고 작은 반전이 러닝타임 내내 포진해 있는 <침묵>은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정지우 감독은 러닝타임 한 시간가량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안타까워 하면서도 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맞이하는 이러한 경험을 흥미로워했다. 영화 <침묵>은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법정 장르의 공식을 취하고 있지만, 살해된 약혼녀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딸 사이에서 부서진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한 남자의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 장르적 새로움과 여전한 감수성으로 무장한 정지우 감독의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럽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탈북자를 소재로 한 <로기완>
<침묵> 정지우 감독, "침묵은 참회와 반성의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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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의 게임> MOLLY'S GAME
감독 에런 소킨 / 출연 제시카 채스테인, 이드리스 엘바, 케빈 코스트너
TV시리즈 <뉴스룸>,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 등의 각본을 쓴 작가 에런 소킨이 감독으로 데뷔한다. 2000년대 베벌리힐스의 지하포커 세계를 장악했던 실존 인물 몰리 블룸의 이야기다. 스키 선수였던 몰리 블룸은 올림픽 진출이 무산되자 LA의 웨이트리스로 일하게 되고, 이를 통해 할리우드의 지하포커 세계에 입성한다. 이후 배우들과 스포츠 스타, 러시아 범죄 조직까지 상대하며 판을 키워 약 8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FBI에 체포되기까지 몰리 블룸의 파란만장한 10여년을 그린 작품으로,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이 몰리를 연기한다. 2018년 1월 5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몰리의 게임>, 2000년대 베벌리힐스의 지하포커 세계를 장악했던 실존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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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북부의 한 도시에 두달 넘게 머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국의 1년보다 더 많은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오해를 살까봐 말하는데, 한국에서 나는 왕따가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이곳의 친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소개받았고 간혹 초대를 받아 모임에 갔다. 이때 대화 상황은 대부분 ‘집’에서 발생했다. 정원의 화초, 반려견, 준비한 요리…. 대화의 소재는 계속 뻗어갔다. 최근 접한 기사와 책, 참여한 지역 행사와 학회, 이 모든 것을 거미줄처럼 엮는 지식과 경험.
나는 생각했다. 자유로운 거주가 가능한 물리적 장소야말로 대화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요건이다. 그 장소에서 자아와 타인이 연결되는 빈도와 강도는 높아진다. 이는 분명 중산층 이상의 계급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들에게는 정원이 딸린 집과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는 직업이나 세습 재산이 있다.
그러나 집이 있다고 늘 대화가 가능한 건 아니다. 일단 당신
어떤 곳의 어떤 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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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무용영화제가 11월 3일부터 5일까지 명보아트홀 명보아트시네마, 예술통 코쿤홀에서 열린다. 7개 부문 31편의 무용영화를 선보일 이번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춤, 영화로 담다’. 이는 영상을 통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으로서의 무용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는 영화제의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정의숙 서울무용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국내에 무용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아지드현대무용단을 이끄는 대표이자 베테랑 안무가로, 성균관대 예술학부 무용학 전공 교수로 오랫동안 후학을 양성해온 그는 이제 무용과 영화의 만남을 통해 몸의 언어에 대한 관심을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예술적 도전에 나섰다.
-서울무용영화제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몇년 전부터 변혁 감독(<주홍글씨>)과 함께 현대무용과 영상이 어우러지는 융·복합 공연(<윤이상을 만나다> <최후의 만찬> <자유부인>)을 만들어왔다. 그런 작
서울무용영화제 정의숙 집행위원장 - 대중성 갖춘 무용영화로 관객과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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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감독의 전작들, <쿼바디스>(2014), <MB의 추억>(2012), <트루맛쇼>(2011)를 기억한다면 <미스 프레지던트>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 다큐멘터리라 짐작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스 프레지던트>는 통렬한 풍자화가 아니다. 영화는, 박근혜의 탄핵을 경험하면서 상실감과 혼란을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저 정중히 듣는다. 김재환 감독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곧 대화의 시작”이라 했다. 세대간의 대화는 어떻게 가능한지 김재환 감독에게 물었다.
-이 영화를 ‘친박’ 영화로 짐작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박정희와 박근혜의 사진을 이용한 포스터도 거기에 한몫하는 것 같다.
=영화 포스터와 관련해 받은 질문 중 말문이 막혔던 황당한 질문이 하나 있다. 포스터에 사용된 사진은 1979년 1월 1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흑백 사진이고, 그 사진에 컬러를 입혔다. 흑백 사진을 컬러로 변환하는 과정에
<미스 프레지던트> 김재환 감독 - '박사모'는 내게 풍자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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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시네마 365일 개봉관_ 롯데시네마 3개관(부천 신중동역, 안양일번가, 라페스타)
● G-시네마 동시개봉관_ 고양영상미디어센터, 파주 헤이리시네마
● 상영시간_ 1일 2회, 오전 10시~오후 1시 중 1회, 오후 6~9시 중 1회
● 11월 1주 개봉작_ <내 친구 정일우> <미스 프레지던트>
상영작 정보
* 상영관 내부 사정에 따라 상영작이 변경될 수 있으며, 각 상영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 친구 정일우>
1988년의 나(감독)는 헝클어진 머리, 볼품없는 옷을 입은 한 신부를 만났다. 매일같이 커피, 담배, 술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늘은 또 무슨 장난을 칠까 궁리했던 개구쟁이, 노란 잠바를 입고 <노란샤쓰의 사나이>를 멋들어지게 불렀던 ‘파란 눈의 신부’는 그렇게 우리의 삶에 스며들었다.
“가난뱅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믿음으로 모든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었던고 정일우 신부는 모든 것을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다양성영화 11월 1주 개봉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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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노래하는 루시드폴
루시드폴이 2년 만의 새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매한다. 루시드폴의 정규 8집이 될 이번 앨범은 그가 직접 쓴 수필집과 앨범을 합친 형태로 나온다. 이번 앨범에는 루시드폴이 제주에서 생활하며 발견한 개개인의 삶의 가치와 자연 속에서의 치유, 휴식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앨범과 함께 전국 투어 공연 <읽고, 노래하다>도 열린다. 11월 4일부터 5일까지 제주에서 공연을 시작해 성남·인천·전주·부산·대전·서울·대구까지 차례대로 방문한다. 부산·대전·서울·대구 공연은 10월 24일부터, 나머지 도시들은 28일부터 멜론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독립영화도 블루레이로 소장하세요
‘서울독립영화제2016 베스트 컬렉션’ 블루레이가 11월 2일 출시된다. 이지원의 <여름밤>, 김지현의 <무저갱>, 김한라의 <수난이대>, 한정재의 <앰부배깅>, 류연수의 <우리아빠 환갑잔치
[culture highway] 튼튼이와 함께하는 춘천 여행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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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8년 만이다. 정지우 감독과 배우 최민식이 같은 영화에서 조우한 건. 1999년, 새로운 세기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교차하던 세기말의 한국에서, 최민식은 전도유망한 청년 감독 정지우의 장편 데뷔작 <해피엔드>에 출연했다. 단지 행복하고 소박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을 뿐이었던 중산층 남성, 민기의 추락과 절망이 최민식의 허망한 얼굴에 아로새겨졌다. 모든 것을 잃은 민기가 억눌러 왔던 분노를 폭발하는 <해피엔드>의 결말은 당대의 한국영화, 어쩌면 지금의 한국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굉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민기의 선택을 이해할 순 없지만 연민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최민식 덕분이었다. 언젠가 그는 “나쁜 놈이든 좋은 놈이든 뚝 떨어져서 보면 모두가 다 측은하다”며 배우로서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이 세상에 대한 연민임을 말한 적 있다. “훨씬 더 깊어졌지만 내면의 맹렬함은 여전했다. <해피엔드>의 민기를 선배가 지금 연기했다면 어땠
<해피엔드> 최민식 - 슬픈 눈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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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큰아이가 어릴 적부터 품어온 한결같은 소망은 개를 키우고 싶다는 거였다. 6살 막내 녀석까지 가세해 “개 키우고 싶어~” 노래를 불러댔다. 나는 단호했다. 아빠도 개를 좋아하지만 아파트에서 키우는 건, 사람에게도 개에게도 못할 짓이라며 설득을 이어갔다. 직업의 이유도 있었다. 피와 땀이 밴 소중한 필름더미들 사이로 개털이 날아다니는 건 아니 될 일이었다. 아이들의 꿈은 기약 없이 유보될 듯 보였다. 그러던 지난겨울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파는 바람에 쫓기듯 이사를 했고, 오래됐지만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집을 간신히 빌렸다. 인연이 닿으려고 한 것일까. 강화도에 사는 선배의 개가 여러 마리 새끼를 낳았다. 키울 사람을 수소문 한다기에 번쩍 손을 들었고, 아이들은 강아지를 데려오기도 전에 좋아 난리였다.
두어달 어미젖을 먹어야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다기에 기다렸다가 강아지를 받아왔다. 까만 리트리버였다. 녀석의 어미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유기견이었다. 탐지나 맹인안내를 하
[노순택의 사진의 털] 밋밋한 자유 구속된 박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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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을 푼 듯 새파란 물속에서 잠수부가 해양생물을 채집하는 풍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환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그림 같은 이미지다. 그러나 잠수부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환상은 어느 정도 깨진다. 육중한 잠수복은 55kg에 육박한다. 몸무게까지 합치면 얼추 120kg에 달한다. 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물 밖으로 나오는 것도 다른 이의 도움이 없이는 힘들다. 잠수부 박명호씨가 식사하는 동안 잠수복은 벽에 하나의 오브제처럼 걸려 있다. 그의 아내는 제 몸보다 큰 잠수복을 빨아 말리고 정리하는 고단한 작업을 오랜 세월 반복했을 것이다. 박명호씨는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북한에서 건너온 북한 이탈 주민이다. 그는 북방한계선 인근인 남한 최북단 저도어장에서 물질을 한다.
노부부의 삶과 사랑을 그린 전작을 염두에 둘 때 감독의 이번 작품은 의외의 선택처럼 느껴진다. 전작이 일상 드라마라면 <올드마린보이>는 장르영화처럼 느껴진달까. 그러나 일상에 주목하는 태도는 이번 작품에
<올드마린보이> “나는 오늘도 사선을 넘는다. 내가 아버지고, 남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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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외박을 나온 주용(이가섭)의 하루는 가혹하다. 눈치 없는 후임병 필립(정재윤)의 행실을 두고 선임병들은 자꾸 주용을 닦달한다. 누군가 선임병의 폭행을 간부에게 폭로하려 한 사실을 알게 된 선임병들은 범인 찾기에 혈안이다. 곤경에 처한 필립을 감싸주려던 주용도 궁지에 몰리자 “그냥 말해. 네가 했다고 말해”라고 닦달한다. 그사이 선임병의 매질에 필립의 이가 부러지자, 주용은 치과의사인 매형 수남(박성일)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누나(소이)와 매형 사이의 가정폭력을 목도하게 된다.
<폭력의 씨앗>은 주용이라는 한 청년이 계급사회인 한국의 군대 문화를 겪으며, 어쩔 수 없이 변모하는 인성 파괴의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폭력’을 설명하는 대신 피해자가 폭력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변모해가는지 보여준다.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은 그래서, 주용이 자신보다 약자인 필립과 누나를 대하는 태도가 그려지면서다. 그리고 이 묘사야말로
<폭력의 씨앗> 피해자가 폭력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변모해가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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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은 명문고 전학을 위한 면담에서 학비와 교통비, 점심값까지 암산해 전학의 기회비용을 도출해내는 현실적인 수재다. 처음엔 호의로 친구 그레이스(에이샤 호수완)에게 시험 정답을 알려주던 것이 그레이스의 남자친구이자 소위 금수저인 팟(티라돈 수파퍼핀요)의 제의로 현금이 오가는 커닝 대작전으로 변모하게 된다. 피아노 운지법을 이용해 정답을 공유하던 린 일행의 활약은 또 다른 모범생 뱅크(차논 산티네톤쿤)가 가세하면서 미국 대학 입학 시험인 STIC를 접수하기 위한 계획으로 이어진다.
<배드 지니어스>는 케이퍼 무비 장르를 타이 고등학생들의 시험 전장으로 끌어들여온 기발하고 영리한 오락영화다. 총탄을 장전하는 대신 시험 종료를 5분 앞두고 급히 샤프심을 교체하는 순간에 가장 진지한 몰입감과 스펙터클을 부여하는 식이다. 시험장의 좁은 책상에 묶인 학생들의 놀라운 뒷거래와 사기행각의 번성을 리드미컬하게 이어 붙이는 편집이 단연 돋보인다. 물론 호쾌하고 빠
<배드 지니어스> 대입 시험 정답 유출과 관련한 타이의 실제 사례를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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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의 아버지인 데인(제라드 버틀러)은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성공한 헤드헌터다. 또한 그는 자신의 실적을 위해서 다른 구직자들의 ‘사소한’ 문제는 무시해버리는 이기적인 남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승진을 눈앞에 두고 어느 때보다 실적에 목을 매던 그에게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진다. 아들 라이언(맥스 젠킨스)이 급성 백혈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가족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뒤늦게 반성하며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데인은 일만 좇았던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던 구직자들의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돕기 시작한다.
<어카운턴트> <오자크> 등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로 활동 중인 마크 윌리엄스의 연출 데뷔작인 <타임 투게더>는 어느 나쁜 남자의 개과천선을 그린 가족 멜로드라마다. 물론 소재와 이야기는 그리 새롭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전반부의 가시 돋친 캐릭터와 후반부의 친절하고 따뜻한 인물을
<타임 투게더> 우리도 아빠 없으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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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있으되 원인을 알지 못한다. 이것이 진실을 찾는 사후적 시도인 재판의 난관이자 법정영화의 출발점이다. 의지할 곳은 사람들의 말이나 CCTV와 같은 기계장치의 말들인데, 증인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거짓말을 하고, 기계장치의 말들도 거짓으로 오염되기도 한다. 험난한 과정이다. 그래서 법정영화가 가지는 추리게임의 요소는 이성의 한계라는 메시지를 동반한다. <침묵>은 이런 법정영화의 정석을 따른다. 태산그룹 회장 임태산(최민식)의 약혼자이자 유명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한다. 용의자로 임태산의 딸 임미라(이수경)가 지목되고, 태산은 신참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에게 미라의 변호를 맡긴다. 희정은 사건 현장에 태산의 비서 정승길(조한철)이 있었음을 밝히는 한편, 태산이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평범한 속물인지, 지독한 악인인지를 알 수 없는 태산 역의 최민식은 자칫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극복하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더불어 박신혜, 이하늬,
<침묵> 결과는 있으되 원인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