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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신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 7명을 선임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임명된 지 약 4개월 만에 이루어진 인선이다. 신임 위원은 강원숙 프로듀서, 김영호 촬영감독, 김현정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모지은 감독,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조영각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 주유신 영산대 게임영화학부 교수다. 영화계 각 단체와 주요 구성원의 추천을 받아 활동 분야와 성별 그리고 연령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해 선정됐다. 실제로 신임 위원의 면면을 보면 투자, 제작, 연출, 촬영, 시나리오, 독립영화,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로 포진됐고, 여성이 절반이 넘는 4명에 이른다. 이번 인선을 두고 영화계에선 “대체로 무난하고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많은 가운데, 일각에선 “각 단체에서 한명씩 골고루 인선돼 영화단체연대회의의 축소판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지난 9년간 이어진 ‘이명박근혜’ 정부 때 영진위가 정상적으로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7명 선임, “대체로 무난하고 예상했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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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사무국을 이끌고 있는 김광호 사무국장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만 12년을 몸담은 영화제 베테랑. “영화제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의 투쟁과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22번째 영화제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던 중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잃고 말았다. “김 선생님이 마치 ‘너희도 22살 성년이 됐으니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줘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아”서 마음을 흐트러뜨릴 수가 없었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이 직접 구상했던 아시아 독립영화인들의 네트워크 ‘플랫폼 부산’을 론칭한 것은 올해 영화제의 첫 성과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 다큐멘터리 공동제작 대담, 지아장커 감독의 필름 메이커스 토크, 필름 펀드 토크 등 여러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김광호 사무국장이 “많은 아시아 독립영화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또 그들이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동반 성장할 수
김광호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장 - 올해의 목표는 영화제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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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청년이 책장 앞에 서 있다. 전쟁에 패망한 직후 일본 작가들이 소년, 소녀들을 위해 쓴 소설부터 동서양의 소년, 소녀 소설들이 총망라된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장이다. 아마도 애니메이션 기획 자료로 구입한 모양인데, 아무도 읽은 흔적이 없는, 구입해서 처음 꽂아놓은 그대로의 책들이었다. 마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태업을 하는 분위기여서 별일이 없었던 청년은 책장 담당 여직원이 귀찮아할 정도로 매일 그녀에게 열쇠를 받아 책장을 열어 닥치는 대로 책들을 읽는다. 몇 페이지 보다가 재미없으면 집어치우고 또 다른 책을 집어들고 읽는다. 청년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습이다.
청년 하야오는 책장의 소년, 소녀 문고를 읽으면서 ‘이 작가의 번역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런 아름다운 외국 소설을 읽게 되었구나’ 감탄도 하고, ‘어릴 적 좋아했던 책 속의 그림들을 이런 작가가 그린 것이구나’ 하면서 새삼스럽게 소년, 소녀 소설을 다시 발견하
[뒷골목 만화방] 미야자키 하야오 <책으로 가는 문: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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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다루는 영화는 자칫 주제 면에서 진부해지기 쉽지만, 그렇다고 그 스펙트럼이 좁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 퍼펙트 데이>(2016)는 그런 면에서 꽤나 독특한 면모를 지닌 영화다. 보스니아 전쟁이 끝날 시점을 배경으로, 평화협정이 체결되던 어느 24시간 동안에 한 인도주의 단체에서 일어난 사건을 영화는 좇는다. 실제로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감독은 1995년 당시에 발칸반도에서 일어났던 전쟁의 사정을 베타캠으로 직접 촬영한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원작은 ‘국경없는 의사회’ 출신의 작가 파울라 파리아스의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감독은 전쟁 중에 관찰했던 기억을 다수 떠올리며 이를 영화화했다. 처음에 나는 이 작품이 20세기 후반의 가장 커다란 비극 중 하나를 지나치게 가볍게 바라보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두운 부분들을 회피하고 넘어가는 데다, 결말 부분의 실마리가 지나치게 단순했기 때문이다. 비견컨대 로버트 알트먼의 <야전병원 매쉬>(1
<어 퍼펙트 데이>가 구태에서 벗어나 생명을 그리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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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로직의 싱글 <1-800-273-8255>는 발매된 지 6개월이 지난 노래다. 하지만 최근 ‘역주행’하며 빌보드 싱글 차트 3위까지 올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의 퍼포먼스다. 일단 이 노래의 제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800-273-8255’는 미국의 ‘자살 방지 핫라인’이다. 로직은 이 노래에서 자살 충동을 극복하고 삶에 희망을 다시 걸어보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퍼포먼스에는 여기에 두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1)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난 사람 50여명이 무대 위에서 로직과 함께했다. 그들의 티셔츠에는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2) 로직이 노래 후반부에 음원에는 없는 ‘연설’을 했다. “주류매체가 외면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건강, 불안, 자살, 우울증 그리고 인종차별, 성차별, 가정폭력, 성
[마감인간의 music] 로직 <1-800-273-8255>, 이 엄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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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신부의 행적을 기리는 추모 다큐멘터리’라는 설명은 <내 친구 정일우>를 포괄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이 영화는 추모의 형식이 아닌 김동원 감독의 필모그래피의 한가운데 놓아 보아야 한다. 늘 대상과의 스킨십을 중시해온 감독은 그것이 불가능해진 상황 앞에서 4명의 화자와 기억을 더듬는 방식을 취한다. 나의 기억을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비교, 대조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동 기억 쓰기에 가깝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정일우 신부에 관한 완성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끊임없이 쓰이는 다큐멘터리다. 매체 인터뷰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개봉을 결정했던 감독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계약 위반임을 강조했다. 더군다나 5개월 예정의 남미 여행을 앞둬 마추픽추와 티티카카를 그리는 감독에게 신촌의 한 카페 안은 너무도 좁아 보였으리라. 인터뷰 내내 “신부님이 도와준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던 김동원 감독은 정일우 신부를 생각하다가 잠시 촉촉해진 눈가를 슬쩍 닦
<내 친구 정일우> 김동원 감독, "정일우 신부님이 모든 사람의 친구가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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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BLACK PANTHER
감독 라이언 쿠글러 / 출연 채드윅 보스먼, 루피타 뇽, 앤디 서키스
마블의 새 시리즈. 와칸다의 국왕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먼)는 비브라늄을 노리는 적들의 위협에 맞서 스스로 히어로가 된다. 비브라늄은 지구에서 가장 강한 금속으로, 광활한 자연을 보유한 아프리카 와칸다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광안리 해변, 광안대교 등 부산의 주요 지역에서 촬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2018년 2월 16일 북미개봉예정.
[WHAT'S UP] <블랙 팬서>, 마블의 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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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생리대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몇달째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회용 생리대는 안전하다고 발표하자 관련 기사의 댓글과 페이스북 등에서 생리대 유해성 문제를 제기한 여성단체를 고소고발해야 한다는 위협이 난무했다. 기업의 주가를 걱정하고 전문가의 권위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한껏 고양되었다. 수많은 여성들은 물러서지 않고 “내 몸이 증거다”라고 외쳤지만, 과학을 불신하는 반지성주의적 태도라면서 특정 기업과의 연결을 조사해야 한다며 음모론을 펼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며칠 후 해당 수치는 입력 오류였고 제품 전부에서 1개 이상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치가 잘못 발표된 걸 시인하면서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생리대는 대부분 안전하다며 지나치게 우려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번 위해평가에 적용한 VOCs 독성참고치 기준은 국제표준에도 외부전문가기준에도 부족함이 없다며, 해당 물질의 잔류로 인해 나오는 문제는 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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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서도_라운지 야외
일찍 도착하시면, 무료 증정 종이의자에 앉아서 관람 가능
<한여름의 판타지아>
10월 20일(금) 오후 7시
<여자들>
10월 21일(토) 오후 7시
미드나잇 재즈카페_투썸플레이스
관객 30명에게 5천원 식음료 교환권 증정
<소나기>
10월 20일(금) 오후 6시
<하늘의 황금마차>
10월 21일(토) 오후 6시
미드나잇 재즈카페_이디야커피
관객 30명에게 5천원 식음료 교환권 증정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0월 20일(금) 오후 6시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10월 21일(토) 오후 6시
미드나잇 재즈카페_못난감자&치킨
관객 30명에게 5천원 식음료 교환권 증정
<소셜포비아>
10월 20일(금) 오후 7시
<범죄의 여왕>
10월 21일(토) 오후 7시
미드나잇 재즈카페_투웰브먼스
관객 30명에게 5천원 식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2017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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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연구가인 아담(톰 앤슬리)은 아내 드윈(세라 두몬트)과 ‘자살협곡’(Suicide Gorge)의 곤충 연구소로 딱정벌레를 찾아 떠난다. 연구소로 가는 도중 계곡에 도착한 드윈은 이곳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경치에 매혹된다. 부부는 이곳에서 야영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날 밤 남편이 잠든 사이 아내는 휴대폰을 들고 텐트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그곳은 통화 불능 지역. 그녀가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오며 맹독성 뱀(블랙맘마)이 함께 들어온다. 지금부터 영화는 1시간가량 좁은 텐트 안에서 벌인 뱀과의 사투를 보여준다. 남편은 빛으로 뱀을 유인하기 위해 아내의 휴대폰을 켰다가 메시지를 보고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편은 배신감에 분노하지만 일단 뱀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뱀에 물린다. 이들에겐 20분 안에 맞으면 살 수 있는 해독제가 있는데 불행히도 한 사람 분량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부부가 계
<서펀트: 죽음의 협곡> 좁은 텐트 안에서 벌인 뱀과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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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전성기였던 쿠바 음악은 혁명 이후 침체기를 맞았다. 쿠바의 전통음악을 되살리기 위해 미국의 프로듀서 라이 쿠더는 잊혀진 쿠바의 실력파 뮤지션들을 찾아나섰다. 이들과 6일 동안 녹음한 앨범 《Buena Vista Social Club》은 1997년에 발표되었다. 이 앨범을 녹음하는 과정과 뮤지션들 소개, 공연 장면을 담은 영화가 빔 벤더스가 연출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1999)이다. 이 앨범은 800만장의 판매를 기록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쿠바 음악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제목에 ‘아디오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영화는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루시 워커가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는 벤더스가 연출한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워커 감독은 벤더스의 영화가 끝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는다. 반면 벤더스 영화에서 짧은 소개로 끝난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더 풍부하고 깊이 있게 보여주고, 도입부에서는 전반적인 쿠바의 역사를 기록 영상으로 소개한다. 특히 감독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2: 아디오스> 무대가 끝나도, 그들의 음악은 영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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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제작과 개봉을 지원한 <그리다>는 실향민과 새터민을 소재로 한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먼저 장호준 감독이 연출한 <평양냉면>은 실향민 아버지를 둔 아들(서준영)의 미묘한 심정을 그린 작품이다. 북한 출신의 아버지는 남한에서 새로운 가족을 꾸리지만 죽을 때까지 고향을 그리워했고,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란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인의 감독이 연출한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이산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PD(황상경)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여든살이 넘어서도 헤어진 남편을 애틋한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할머니를 만나는 동안 자신의 지금 삶을 돌아본다. 세 번째 단편인 박재영 감독의 <림동미>는 어린시절 탈북한 임동미(고은민)가 겪는 안타까운 사건을 그린다. 결혼을 앞둔 동미는 어느 날 우연히 북에 살아 계신 아버지의 소식을 듣지만, 이 소식은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저마다 다
<그리다> 실향민과 새터민을 소재로 한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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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정일우>는 김동원 감독이 1986년경 <상계동 올림픽>을 찍던 초짜 감독 시절에 인연을 맺었던 정일우 신부를 추모하는 다큐멘터리다. 아니, 추모보다는 사람들에게 잘 몰랐던 친구를 소개한다고 하는 편이 적절하겠다. 미국에서 태어난 존 데일리 신부는 25살 되던 해 한국으로 건너와 정일우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으며 이곳에 눌러앉았다. 한국 사람들의 생명력과 정을 좋아했던 그는 각자가 가진 빵을 사람 수만큼 나누는 행위 역시 미사라고 생각했던 길 위의 신부였다. 서강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청계천, 상계동, 괴산 등을 떠돌았는데 그 모습이 운동이나 저항이 아니라 그냥 노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한다.
정일우 신부를 찾는 여정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건 4명의 화자가 쓴 4통의 편지다. 그가 한국으로 건너와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의 이야기는 전주희 수사가, 청계천에서 평생의 친구 제정구씨를 만난 때는 제정구씨의 아내 신명자씨가, 상계동에서의 삶은 김동원 감독이
<내 친구 정일우> 정일우 신부를 추모하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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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밤, 빠-밤, 빠밤 빠밤…. 존 윌리엄스가 그 유명한 <죠스>의 음악을 처음 연주했을 때, 스티븐 스필버그는 장난치지 말고 이제 진짜 음악을 들려주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스필버그는 아마도 두개 음으로 구성된 단조로움에 처음 놀라고, 그 음악이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와 정확히 맞아떨어졌을 때 또다시 놀랐을 것이다.
<죠스>뿐만이 아니다. 버나드 허먼이 만든 <싸이코>의 음악은 어떤가. 음악만 들으면, 너무도 듣기 힘든 불협화음에 지나지 않지만 누구나 인정하듯이 <싸이코>의 음악 없이 <싸이코>는 <싸이코>일 수 없다. 이것은 영화음악가가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해내는 예술가이며, 영화가 여러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은 이런 영화음악가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며, 동시에 영화음악이라는 날실로 꿴 영화의 역사서다.
영화는 배우의 목소리보다 오래된 영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 영화음악이라는 날실로 꿴 영화의 역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