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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의 주인공 도일은 철이 안 든 ‘한국 남자’다. 결혼식을 앞두고 여자친구 순영(정연주)이 아기와 자신만 두고 갑자기 사라지자 생계도 육아도 모든 게 막막하다. 설상가상으로 아기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백야>에서 삶의 다양한 층위를 담아낸 얼굴이 도일의 내면을 잘 드러내줄 것 같았다.” <아기와 나>를 연출한 손태겸 감독의 말대로 이이경은 도일의 복잡한 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고백부부>로 더욱 주목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보여준 긴 머리로 인터뷰에 나올 줄 알았다. (웃음)
=앞머리가 진짜고, 중간쯤부터 얹은 가발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사람들이 실제 헤어스타일인 줄 안다.
-<아기와 나>에 출연하기 전에 드라마와 예능(<일밤-진짜 사나이2> <정글의 법칙 in 얍>) 등 매체를
<아기와 나> 이이경- 앞을 향해 계속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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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은 죽지 않는다”고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이자 한국미스테리클럽 회장이신 이가형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해문출판사의 팬더추리걸작 시리즈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추천의 말’에 “체조가 몸을 단련시켜주듯, 추리는 두뇌를 단련시켜줍니다”라는 말과 함께 “어린이 여러분을 추리의 세계에 초대합니다!”라고 하셨던, 마치 국도변마다 있는 ‘OOO 해장국 아무개 할머니’ 사진 같은 증명사진으로 어린이들을 환하게 반기던 그 얼굴을 모를 리 없으리라. 물론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던 시절, 일본의 ‘추리탐정걸작 시리즈’를 무단으로 가져온 해적판이긴 했으나, 당시 많은 어린이들이 이를 통해 셜록 홈스나 에르큘 포와로, 그리고 브라운 신부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유명 추리소설 50권을 속성으로 독파할 수 있었다. 해문출판사는 나중에 ‘애거사 크리스티 시리즈’ 또한 해적판 출간과 정식 판권 구입을 거치며 80권을 완간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후 출판사 황금가지는 전집을 출간하며 ‘애거사 크리스티 재단이 인
[주성철 편집장] 애거사 크리스티, 그리고 팬더추리걸작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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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필름
이해영 감독의 신작 <독전>(제공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배급 NEW·출연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김주혁)이 지난 11월 16일 5개월간 75회차의 촬영을 마쳤다. 형사 원호(조진웅)가 아시아 최대의 마약 커넥션을 이끄는 정체 불명의 보스 ‘이 선생’을 잡기 위해 이 선생의 조직원인 락(류준열)과 손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무비락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제,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가 3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 지난 11월 12일 크랭크업했다.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며 소지섭과 손예진의 스크린 첫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변산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이준익 감독의 열세 번째 영화 <변산>(배급 메가박스(주)플러스엠)이 지난 11월 18일 강원도 춘천에서 촬영을 마무리했다. 영화는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고향 변산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를 만나며 겪게 되는 일을 다룬
이해영 감독의 신작 <독전>, 크랭크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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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산업에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영화계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두달 전 창립총회를 열고 정식 수속을 마친 한국영화디지털유통협회(Korean Film Digital Distribution Association)가 11월 정식 출범했다. 협회에는 더콘텐츠온, 롯데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 쇼박스, CJ E&M, 콘텐츠판다, 키다리이엔티(가나다순) 등 한국영화 디지털 콘텐츠 관련 7개사가 참여한다. 초대 상임이사로 김정석 전 인디플러그 대표가 선임됐다. 김정석 상임이사는 “그동안 디지털 온라인 시장에 대한 대응이나 논리 자체가 사업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다보니 한국영화가 디지털 시장에 구체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이 부재한 상태가 계속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에 “한국영화의 산업적 파이를 키우기 위해 디지털 온라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결합하려는 목적으로 협회를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영화디지털유통협회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영화 디지털 콘텐츠 관련 7개사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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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이 연출하는 제작비 50억원대의 상업영화에 신인 편집감독이 합류하는 일은 요즘 현장에서 보기 드물다. 장창원 감독이 끝까지 나를 믿어줬다.” <꾼>은 고아모 편집감독의 입봉작이다(<여배우들> <그대를 사랑합니다> 때는 공동편집으로 크레딧이 올라갔다). 장창원 감독과는 <반가운 살인자>의 조감독과 현장편집으로 처음 만났고, 이후 돈독한 친구 사이가 됐다. 장창원 감독이 <꾼>의 시나리오 초고를 제일 먼저 보여준 사람도 고아모 편집감독이었는데, 고아모 편집감독은 “이 정도 완성도의 초고라면 당장 영화사에 돌려도 되겠다”고 슬쩍 등 떠밀어준 장본인이다. 그렇게 <꾼>의 시작을 함께한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꾼> 촬영을 앞두고는 창업자금 대출을 받아 편집실도 차렸다. “그때 나름 시장조사라는 걸 해봤다. 2015년 개봉영화 중 스크린 100개 이상 걸린 한국영화의 편집감독 목록을 정리했는데,
<꾼> 고아모 편집감독 - 끝까지 몰입하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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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첫 페이지를 열면 도마뱀 머리의 사내가 입을 쩍 벌리고 사람의 머리를 반 이상 삼키고 있다. 침과 피가 낭자하다. 도마뱀 머리에 삼켜진 사람이 소리친다. “누가 있어! 입속에 사람이 있어!” 도마뱀의 목구멍 속 깊은 곳에서 사람의 얼굴이 튀어나와 삼켜진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너는 아니야”라 말하고는 사라진다. 박력이 넘치는 만화 <도로헤도로>의 첫칸이다.
만화 <도로헤도로>를 처음 만난 것은 6년 전 홍대 앞 만화서점 북새통 진열대 앞에서였다. 나는 이 만화책 앞에 서서 이 만화가 재미있을까 잠시 고민했다. 도마뱀 머리를 한 건장한 사내가 전투복을 입고 서 있는 시뻘건 전신상이 표지에 그려져 있었고 만화의 내용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비닐에 싸인 만화책의 표지 질감은 우둘투둘 뱀가죽을 흉내낸 것이었는데 나는 망설임 끝에 책을 내려놓고 다른 만화를 고르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 이후로도 몇번이나 발음하기 어려운 제목의 이 만화책 앞에서 꽤나 망
[뒷골목 만화방] 하야시다 규 <도로헤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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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을 맞은 도쿄국제영화제의 피크라 할 수 있는 주말. 마스터클래스의 주인공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었다. 10월 28일 롯폰기 힐스에서 ‘가와세 나오미 스페셜 토크’가 약 3시간 동안 열렸다.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음에도 불구하고 준비된 의자가 모자랄 만큼 많은 관객,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 영화인, 기자들이 자리에 참석했다. 한편의 장편과 두편의 단편이 상영됐고, 막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두번에 걸쳐 토크가 진행됐다.
먼저 가와세 나오미가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나라국제영화제의 프로젝트 지원작 <동쪽 늑대>(제작 가와세 나오미, 감독 카를로스 마차도 퀸테라, 2016)를 상영한 후, 주연을 맡은 후지 다쓰야와 가와세 나오미가 30여분간 대담을 가졌다. 히가시 요시노의 한 숲을 배경으로 촬영한 <동쪽 늑대>는 멸종됐다고 알려진 늑대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는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다. 캐스팅 당시 에피소드, 모호한 결말에 대한 배우의 해석 등 때로는 유쾌하고 때
도쿄국제영화제 가와세 나오미 감독 마스터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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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구로사와 아키라는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을 그린다. 10대 시절 화가 지망생이었던 그가 꾼 꿈은 ‘사랑하는 빈센트’(Loving Vincent) 반 고흐의 그림 속을 걷는 것이다. 옴니버스 영화인 <꿈>(1990)의 한 에피소드를 통해서다. 구로사와의 영화 속 분신인 어떤 일본인 화가는 전시장에 걸려 있는 반 고흐의 그림을 바라보다, 그 그림들 속으로 들어간다. 스크린은 반 고흐의 마지막 정착지인 프랑스 북부 오베르 시절 풍경화로 바뀌고, 화가는 그림 속을 걷는 ‘황홀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시간이 멈춘 공간인 그림 속에서의 산책은 노감독이 고백하는 죽음에의 명상처럼 비쳤다. 죽음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일까? 구로사와는 반 고흐의 그림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본다. 풍경화 <까마귀가 나는 밀밭>(1890) 속, 저 멀리 있는 지평선 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을 다시 꾸다
신예감독 도로타 코비엘라와 휴 웰치먼의 애니메이
<러빙 빈센트> 반 고흐를 향한 ‘애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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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차일드를 거쳐 비욘세가 막 솔로로 데뷔했을 무렵을 기억한다. 당시 모두가 비욘세에 열광했지만 반기를 드는 단 한명이 있었으니, 바로 김봉현씨였다. 나는 비욘세보다 아샨티를 더 좋아했다. 비욘세의 보컬보다 아샨티의 보컬이 더 좋았고 비욘세의 앨범보다 아샨티의 앨범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아샨티가 조금은 아쉬운 커리어를 보여주었다면, 비욘세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The One and Only’가 되었다. 부와 명예를 이미 얻은 뮤지션이 안일하고 평범한 음악으로 커리어를 연장하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그러나 비욘세는 그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그녀를 통해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팝스타라도 도전과 실험을 지속할 수 있음을, 또 그런 음악도 충분히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음을 보았다. 더불어 영향력을 가진 개인이 음악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궁극적으로 자본과 예술이 꼭 적대관계가
[마감인간의 music] 비욘세 <Flawless Remix>(feat. 니키 미나즈), 압도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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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방송에 나가서 얼굴을 판다고?” JTBC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에 참여한 감독들이 자주 들은 얘기라고 한다. 그동안 영화의 개봉 직후에나 TV에서 볼 수 있었던 감독들의 모습을 예능에서 본다는 건 분명 신선하고도 낯선 경험이다. <전체관람가>는 10명의 감독이 12분 내외의 단편영화를 만들고 완성된 영화를 상영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명세·봉만대·박광현·임필성·정윤철·이경미·양익준·이원석·창 감독과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독립영화 감독이 각 영화의 연출을 맡는다. 최근까지 5회분을 방영한 이 프로그램에서 단연 화제가 됐던 작품은 이원석 감독(<남자사용설명서> <상의원>)의 <랄라랜드>였다. ‘노래방 뮤지컬’이라는 신종 장르와 김보성, 이동준 등 왕년의 액션배우를 캐스팅한 파격적인 연출은 최근의 한국 상업영화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전체관람가> 출연한 임필성·이원석 감독, "매체를 오가며 활동하면 자극도 되고 시너지 효과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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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PETER RABBIT
감독 윌 글락 / 목소리 출연 제임스 코든, 마고 로비
우리가 아는 피터 래빗이 맞다. 115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아동문학의 대표 주자로 사랑받은 토끼 캐릭터 피터 래빗이 소니의 최첨단 애니메이션 기술을 만났다. 실제 동물이 말을 거는 것 같은 생생한 영상으로 나타난 피터 래빗을 만나보자. 다만 윌 글락 감독의 <피터 래빗>은 원작의 따뜻한 느낌과는 사뭇 결이 다른 작품이다. 성인 관객을 겨냥한 설정과 유머가 원작의 정서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다. 제임스 코든이 피터 래빗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2018년 2월 9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피터 래빗>, 성인 관객을 겨냥한 설정과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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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의 일이다. S는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트랜스여성이었다. 페미니즘 모임에 나타난 S는 짧은 머리카락, 화장기 없는 얼굴에 바지 차림이었다. S는 자신을 여성이라고 소개했고, 여자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S의 존재가 낯설었다. 어느 날 S와 잘 지내던 A가 S에게 고백을 받았다며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나는 기어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걔 좀 불편하더라.” 언젠가 S가 치마를 입고 왔다. 손톱에는 매니큐어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S는 계속 모임에 나왔지만 가깝게 지낸 사람은 소수였다. 점점 S를 불편해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낯섦은 불편함이 되고, 불편함은 슬며시 경계심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감정의 이름이 바뀌면서 숨겨둔 속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S 때문에 남자의 신체를 극도로 경계하는 누군가가 들어오지 못한다면 그 또한 공정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사람의 면전에서 문을 닫는 결정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눈을 마주치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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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감투보다 한량에 가까운 체질이다. 해만 지면 마른 멸치를 안주 삼아 혼자서 맥주 한잔하는 게 삶의 낙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신임 영진위원과 부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영화계에서 “준비된 영진위원”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건 제작자로서 평소 스크린 독과점, 수직계열화, 불공정거래 등 영화산업의 각종 현안과 관련한 사안에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일 거다. 신임 영진위원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위원장 직무대행까지 맡아 일주일에 한두번 서울과 부산을 오가고 있어서인지 그의 얼굴은 다소 야위어 보였다. 그는 신임 위원장이 선임되기 전이라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와 관련한 영진위의 협조 의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기자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업무 파악은 잘되고 있나.
=원래 부위원장은 상임이 아닌데 위원장이 공석이라 어쩔 수 없이 상임처럼 업무를 파악하고 결재를 해야 한다.
이준동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부위원장, "영진위가 적폐청산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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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는 결혼식을 앞두고 순영(정연주)이 아기(손예준)와 전역을 앞둔 남자친구 도일(이이경)을 두고 가출하면서 시작된다. 도일은 아기가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되고, 아기와 함께 행방이 묘연한 순영을 찾아나선다. 영화는 순영이 어디에 숨었는지 찾는 추리극이 아니다. 순영의 흔적을 좇아가면서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알아가는 드라마이자 그 과정에서 조금씩 철이 드는 남자 도일의 성장담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영화인 단편 <야간비행>(2011)으로 제64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3등상을 수상하고, <자전거 도둑>(2012), <여름방학>(2012) 등 여러 단편을 연출해온 손태겸 감독은 “이제껏 내 취향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어왔다가 <아기와 나>는 좀더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 작업”이라고 장편 데뷔작을 내놓은 소감을 전했다.
-제목 때문에 동명의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한 줄 알
<아기와 나> 손태겸 감독 -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