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하지만 강렬한 열정의 영화가 찾아온다. 11월 30일 개봉한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헝가리 감독 일디코 에네디는 이 작품을 통해 18년간의 공백을 깨고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같은 꿈을 꾸는 두 남녀가 결핍을 극복하고 소통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줄거리가 다소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이 영화의 특별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은 수많은 현실의 편린과 이성의 영역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이러한 꿈의 속성으로부터 개인과 세계의 연결을, 무의식과 의식의 통합을 읽었다. 그에 따르면 의식과 분별의 세계에 살아가는 우리는 꿈을 통해 원형의 세계와 만날 수 있다. 더불어 그는 꿈속에서 인간은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되며, 문명화된 세계에서 손상된 삶을 온전히 복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헝가리 감독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헝가리 감독 일디코 에네디의 화려한 귀환
-
디즈니·픽사에서 발표한 19번째 애니메이션이자, 픽사 최초로 백인 캐릭터를 다루지 않은 작품인 <코코>가 북미에서 추수감사절 연휴 닷새 동안 7119만달러의 개봉 수입을 기록하며 첫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라섰다. 최근 몇년 동안 이 시기에 개봉한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두편 <겨울왕국>(6739만달러)과 <모아나>(5663만달러)와 비교하면 개봉 첫 사흘 동안의 흥행 성적은 4902만달러로 조금 뒤처지지만 이미 멕시코에서 세운 박스오피스 신기록과 평단과 관객의 고른 호평에 힘입어 이어지는 몇주간 관객몰이에 나설 거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토이 스토리3> <몬스터 주식회사>의 리 언크리치 감독과 에이드리언 몰리나 감독이 공동 연출한 <코코>는 멕시코 최대의 명절인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죽은 자를 위한 날)를 소재로, 음악가가 되고 싶은 12살 소년 미구엘이 개 단테와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을 그려낸 애니메이션이
[LA] 픽사 최초 멕시코 소년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코코>
-
신연식 감독이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로마서 8:37>은 번뇌하는 젊은 전도사 기섭(이현호)의 기도로 시작하고 끝맺는다. 오프닝 시퀀스의 건조한 기도와는 달리, 처절하게 이어지는 클로징의 기도는 직접적이든 혹은 간접적이든 연루된 자의 책임에 집중하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다. 그러나 보다 주목되는 건 기섭의 입에서 발화된 기도가 아니라 기도 뒤에 단정하게 떠오른 활자다. 처음과 끝의 텍스트는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로 동일하다. 이 문장은 기섭의 기도 이후 암전된 검은 화면 위에 조용히 떠오른다. 문장의 출처이자 영화의 제목이 뒤이어 등장하기에 그저 평범한 타이틀 시퀀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활자로 표현된 성경은 마치 암호처럼 떠오르고 사라지는 동안 잔상을 남겼다. 이제 성경 말씀은 만고불변의 진리에서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장이 된다. 처음과 같은 텍스트가 영화의 내러티브를 통과한 뒤 다시 떠오를 때, 그것은
<로마서 8:37>이 품은 영화적 함의들
-
콘텐츠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1인 미디어라 불리는 유튜버와 BJ들의 타기팅이 정확한 콘텐츠들이 실질적인 조회 수를 만들어내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방송사들이 특화된 부분은 역시 존재한다. 브로드캐스팅, 즉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잠입 추리 버라이어티’라는 다소 생소한 설명을 앞에 내건 tvN의 <김무명을 찾아라>가 정규편성되었다. 아쿠아리움에 모인 정형돈, 딘딘, 정진운, 이상민, 네명의 MC는 아쿠아리스트로 변장한, 또는 진짜 아쿠아리스트인 9명의 용의자를 만난다. 이들 속에 김무명이 있다. ‘회 뜰 줄 알아요?’ ‘물범이 하루에 몇 킬로그램 먹어요?’ 등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추리 회의를 거쳐 첫 번째 김무명을 지명한다. 그는 7년차 배우인 김민철. 경력을 쌓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지만 배우를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에선 철저한 김무명씨다.
“인기를 얻기 위해서라거나 관심몰이보다는 오히려
[TVIEW] <김무명을 찾아라> 우리 안의 김무명을 찾아서
-
-
<1987>
감독 장준환 / 출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12월 27일
촛불혁명 이전에 6월 민주항쟁이 있었다. <1987>은 6월 민주항쟁의 시발점이 되는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서 시작된다. 쿠데타, 광주 학살, 고문, 폭행, 은폐 조작, 용공 조작 등으로 점철된 전두환 정권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22살 대학생 박종철군이 사망한다. 대공수사처 박 처장(김윤석)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경찰을 시켜 시신을 화장하려고 시도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 검사(하정우)는 경찰의 요청을 거부하고 부검을 고집한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며 단순 쇼크사로 몰고가고, 윤 기자(이희준)는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을 취재해 ‘물고문 도중 질식사’로 보도한다.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형사 조 반장(박희순)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고,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
[Coming Soon] <1987>,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
곽철우는 남한의 외교안보수석이다. 땜빵 인생을 자처하며 여기저기 대타 강의를 뛰고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는 자신이 믿는 바를 실현시키기 위해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덕분에 보수적인 현 정권과 반대 색깔인 차기 정권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CIA, 중국 공안에도 인맥이 있다. 그렇게 곽철우는 <강철비> 속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타이틀과 신념 이전에 그는 아버지이고 직장인이다.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곽철우 역에 곽도원이 필요한 이유다.
-양우석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처음부터 곽철우 역만큼은 곽도원 배우로 정해져 있었다고 들었다.
=양우석 감독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워낙 똑똑하고 재주가 많은 분이라 아이디어가 넘친다. 본래는 시나리오만 쓰고 연출을 다른 분에게 맡기려고 했다고 들었다. <변호인&
<강철비> 곽도원 - 주저하지 않는다
-
북한 출신 캐릭터가 남자배우라면 한번쯤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되었음에도 북한 군복을 입고 북한어를 구사하는 정우성을 보니 낯설다. 정우성이 맡은 엄철우는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북한 1호’(김정은)를 데리고 남한으로 피신하는 북한군 최정예 요원이다. 양우석 감독은 정우성이 출연했던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서 보여준 외로운 가장의 모습을 보고 엄철우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출연을 요청했다”고 말해주었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는 설정이 충격적으로 느껴질 법도 한데 정우성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엄철우는 어떻게 다가왔나.
=한 가정의 가장. 처자식을 잘 돌보고 싶은 욕구가 크지만 현실이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 가장. 그래서 리태한 정찰총국장(김갑수)으로부터 쿠데타 공모 세력을 처단하라는 지령을 받았을 때 대의를 꿈꾸기보다 가족을 좀더 나은 생활로 이끌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강철비> 정우성 - 북한 사투리와 어울리기
-
아마도 <쉬리>(1999) 이후 남북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도발적인 접근일 것 같다. <강철비>는 북한 1호가 쿠데타의 위기를 맞아 남쪽으로 피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역사를 움직이는 사건의 중심에는 ‘두 철우’가 있다. 정우성이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 역, 곽도원이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남과 북, 전혀 다른 입장에 서 있는 두 남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은 일견 익숙한 패턴이지만 정우성과 곽도원이라는 두 배우의 몸을 빌려 전에 없던 매력을 자아낸다. 강해져야만 했던 남과 북 철우들의 이야기, <강철비>의 두 남자를 만났다.
<강철비> 곽도원·정우성 - 철우, 철우를 만나다
-
<어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 A Bad Mom’s Christmas
감독 존 루카스, 스콧 무어 / 출연 밀라 쿠니스, 크리스틴 벨, 캐서린 한
지난해 개봉했던 전작 <배드 맘스>에서 불량 엄마를 선언한 세 주인공 에이미(밀라 쿠니스), 키키(크리스틴 벨), 칼라(캐서린 한)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이번에 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휴일을 맞아 딸을 보러온 그들의 엄마다. 혐오 발언을 남발하고, 술과 도박을 즐기는 세 중년 여성은 점잖은 어른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엄마라는 역할에 유쾌한 반기를 들었던 전작에 이어 세대 갈등을 다룬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7.11.24~26
-
-스티븐 스필버그 <더 포스트>, 2017 전미비평가협회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전미비평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연말 시상식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더 포스트>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메릴 스트립), 남우주연상(톰 행크스)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더 포스트> 외에 그레타 거웍은 <레이디 버드>로 감독상을, <겟 아웃>의 조던 필 감독은 신인상을 수상했다.
-리들리 스콧과 톰 하디, 찰스 디킨스 드라마 만든다.
찰스 디킨스 소설 <크리스마스캐럴>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에 리들리 스콧과 톰 하디가 제작 총괄로 참여한다. 스티븐 나이트 감독도 함께 제작에 참여하며 드라마채널 <BBC One>에서 2019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영될 예정이다. 톰 하디의 출연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스튜디오 지브리, 새 CEO 임명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이자
스티븐 스필버그 <더 포스트>, 2017 전미비평가협회 3개 부문 수상 外
-
[정훈이 만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범인은 우리 중에 한명입니다.
[정훈이 만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범인은 우리 중에 한명입니다.
-
입 밖에 꺼내지 않고 담아둔 감정.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의 사이토 다마키는 모녀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봤다. 사이토 다마키는 일본 쓰쿠바대학 사회정신보건학과 교수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임상의다. 사이토가 모녀관계에 주목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은둔형 외톨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남성이 더 수가 많지만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더 철저하게 은둔하며 그 이유가 바로 어머니와의 관계에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가진 특수성을 들여다본다. 아버지와는 쉽게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면 어머니와는 대립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인 딸의 내면에 어머니라는 존재가 깊게 침투해 있기 때문에, ‘아버지 죽이기’ 같은 ‘어머니 죽이기’라는 상징적인 관계를 끊고 나 자신이 성장하고 독립한다는 일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모녀갈등의 바닥에 깔려 있는 정서는 사랑과 배려다. 공감하고 배려하면서 지배하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 말하기 어려운, 원망하기 어려운
-
쉴 새 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는 환경 속에서 기존의 산업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기술 습득은 물론 유튜브를 통한 1인 방송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학과 과정 수료 후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벌 수 있다”라는 것이 이성태 서울사이버대학교 콘텐츠기획·제작학과 학과장의 설명이다. 범주가 넓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교수진이 우선 눈에 띈다. 방송, 게임, 공학 전문가에서부터 판소리, 무용, 미술 등 공연예술 분야의 전문디렉터 및 엔지니어 양성에 특화된 지도 교수의 면면도 여럿 보인다.
서울사이버대학교는 입학과 동시에 학과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온라인 시스템 활용법을 강의로 제공한다. 따라서 사이버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 강의만의 장점에 대해 이성태 학과장은 소화할 수 있는 절대적인
[서울사이버대학교 콘텐츠기획·제작학과] 감성 콘텐츠로 경쟁력을 확보하다
-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제작해 크게 성공한 제작사 뉴라인 시네마는 실은 블록버스터영화 제작보다는 다른 제작사에서 쉽게 도전하기 어려워하는 저예산 공포영화 제작에 더 관심을 쏟아왔다. 희대의 살인마 프레디 크루거를 탄생시킨 <나이트메어> 시리즈,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데드>(1981), <크리터스> 시리즈 등이 바로 뉴라인 시네마의 손을 거쳐 탄생한 공포영화들이다. 2000년대를 거치면서 여러 실패를 거듭하며 잠시 주춤했던 뉴라인 시네마가 최근 제임스 완 감독과 손잡으면서 다시 예전의 공포 전문 제작사로서의 명성을 회복해가고 있다. 뉴라인 시네마가 지금껏 지향해 온 장르영화 제작의 큰 그림과 최근의 공포영화의 흐름이 어떻게 만나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지 살펴봤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컨저링>(2013)의 홍보 카피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고는 이야기를 흐지부지 끝
[호러 하우스②] <컨저링>·<애나벨> 시리즈·<그것> 성공시킨 ‘뉴라인 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