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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전문의 앨리스(매기 큐)에게 아이의 가위눌림을 호소하는 모건 가족이 찾아온다. 앨리스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까지 모두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 가족의 수면을 관찰하는데, 남자아이에게 가위눌림이 나타남과 동시에 다른 가족에게 몽유병 증세가 나타난다. 앨리스는 가족을 깨우러 가지만 아이의 아버지 찰리(샘 트로턴)는 잠에서 깨지 않은 상태로 앨리스의 목을 조르고, 경찰에 체포된다. 이들로 인해 앨리스는 유년 시절 몽유병 증상을 보이다 창문에서 추락사한 오빠를 떠올리게 되고 괴로워한다. 한편 다음날 밤, 엄마와 아이들만이 남은 모건 가족에게 다시 가위눌림과 몽유병이 시작되고 어린 딸아이는 몽유병 상태에서 키우던 개를 무참히 살해한다.
악령이 한 아이의 육체를 직접적으로 괴롭히고, 나머지 가족의 정신을 조종한다는 설정이다. <나이트메어>(1984), <엑소시스트>(1973), <인시디어스>(2010)를 한편에 모아놓은 듯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무서운 꿈> 인간이 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악마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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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수색반의 아담 슈먼(마일스 텔러)은 이전에도 두 차례 이라크에 파병된 적 있는 베테랑 군인이지만 “이번엔 달랐다”고 아내 세스키아(헤일리 베넷)에게 털어놓는다. 그가 공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조우하는 사람 역시 자신 대신 순찰을 돌다가 죽은 동료의 아내 아만다(에이미 슈머)다. 아만다는 남편 도스터가 어떻게 죽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격양된 목소리로 묻는다. 아만다의 이 물음은 영화 내내 부유하는 끔찍한 부상과 죽음의 이미지들에 곧장 연결된다. 이후 서사는 아담과 솔로(비우라 코알레)를 중심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퇴역 군인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을 그린다. 아내들이 묻고 싶은 것은 바그다드 시간에 맞춰 눈을 뜨고 습관적으로 껍을 씹는 모습처럼 밖으로 쉬이 드러나는 흔적이 아니라, 이들의 침묵 속에 잠겨 있는 총성과 유혈의 환영이다. 아담과 동료들이 돌아온 미국의 풍경이 가난하고 삭막한 교외의 생활상으로 일관된다는 점 또한 이 영화의 정치적
<땡큐 포 유어 서비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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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는 국가적 번영을 누린다. 유럽의 작은 도시에 불과했던 암스테르담도 경제와 문화의 발전을 이끄는 도시가 된다. 동양의 귀한 꽃 튤립도 이 시기 네덜란드에 들어온다. 암스테르담에선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하루 사이에 수십배로 가격이 뛰는 튤립 모종 거래에 뛰어들었다. <튤립 피버>는 튤립 투기가 성행했던 17세기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한 치정극이다. 수녀원에서 자란 소피아(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나이 많은 거상 코르넬리스(크리스토프 왈츠)와 결혼한다. 결혼으로 부를 얻은 소피아는 코르넬리스가 원하는 아들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사리 임신이 되지 않는다. 그 무렵 이들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젊은 화가 얀(데인 드한)이 집안에 발을 들인다. 초상화를 의뢰받은 얀은 소피아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소피아 역시 젊고 매력적인 얀에게 마음이 끌린다. 한편 소피아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 마리아(홀리데이 그레인저)는 생선장수 윌리엄(잭 오코넬)과 사랑하는 사이지만, 이
<튤립 피버> 사랑에 눈먼 순수한 인물들의 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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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오우삼 / 출연 존 트래볼타, 니콜라스 케이지 / 제작연도 1997년
1997년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맨 처음 친구와 극장에서 본 영화가 1998년 <타이타닉>이었으니, 내게 영화란 집에서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비디오의 시대였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여가 시간이면 집에서 영화를 보았다. 비디오 플레이어는 필수 가전이었고, 비디오테이프를 손상시키지 않고 감는다는 빨간 자동차 모양의 기계는 덤이었다. 게다가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영화를 집에서 볼 수 있다는 개념은 매우 혁신적인, 당시 최고의 유희였다. 비디오는 매번 사서 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대여점이 성행했다. 단순히 점포를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던 대여점은 방문해서 빌려주고 받아오는 서비스에 이르렀다. 보고 싶은 영화를 전화로 주문하면 대여점 직원이 찾아와 대여했던 비디오와 주문한 비디오를 교환하는 시스템이었다. 만원에 6편이었던가, 7편이었던가. 집에서도 영화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남궁인의 <페이스 오프> 영화의 진심과 마주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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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스크린의 기억할 만한 듀엣들을 돌아보았다. <옥자> <문라이트> <러빙> 등 피부색, 국적, 생물학적 성, 심지어 종(種)의 벽을 넘어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긴 여정을 거친 커플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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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시인에 관한 영화치고 <조용한 열정>은 뜻밖에도 다량의 위트와 유머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테렌스 데이비스 감독이 에밀리 디킨슨의 가족생활을 일부 전기 작가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해석했기에 가능했다. <조용한 열정>에 따르면 하원의원이자 법조인이었던 시인의 아버지 에드워드 디킨슨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가부장이었지만 삼남매를 자유로운 정신으로 키우고자 했고 딸들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도록 독려했다. 일례로 19세기 중반 점잖은 가문 여성의 독신생활은 희귀했는데도 불구하고 디킨슨가 양친은 에밀리의 선택을 이해 못할지언정 용인했다. <조용한 열정>이 재현하는 디킨슨 집안의 대화는 점잖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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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의 스튜디오 큐브는 오랜 기간 사업 시행을 계획하다가 올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촬영 시스템을 가동했다. 급변하는 영상 콘텐츠 시장에 대응하고자 영화 제작 시스템에 최적화된 특수효과 스튜디오와 제반 시설을 구축해 현재 많은 영화인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관련 시설 중에서 국내 최대규모라고 알려진 스튜디오 큐브는 대전 엑스포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올해 스튜디오 큐브를 거쳐간 작품은 OCN 드라마 <블랙>, 영화 <인랑> <창궐> <이웃사촌> 등이다.
다목적스튜디오
A부터 D까지 4개 스튜디오가 개별 운영되며 완벽한 방음과 냉난방 시설을 제공한다. 스튜디오 면적은 각각 B, C스튜디오가 600평, D스튜디오는 1천평, A스튜디오는 1500평이다. E스튜디오는 특수효과 전용이다.
특수시설 스튜디오
특수시설을 갖춘 F스튜디오에는 촬영섭외가 어려운 병원, 법정, 공항, 교도소 세트를 마련해놨다. 공항 로비세트의
[대전④] 스튜디오 큐브 - 국내 최대 규모의 다목적 촬영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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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는 대전영상위원회가 보유하고 있는 특수영상시설 및 장비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인 ‘특수영상 인프라 운영 및 활성화 사업’을 통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촬영스튜디오의 경쟁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 성과가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대전이 보유 중인 촬영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설을 공개한다.
스튜디오
200평, 350평 규모의 스튜디오는 특수촬영 중심의 스튜디오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고상우 전략기획팀장은 이 공간을 “200평 규모의 스튜디오는 모션캡처 전용 블루스크린이 구비된 촬영 시스템”을 갖춘 공간으로, “350평 스튜디오는 유압식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짐벌 시뮬레이터와 360도 LED 스크린 촬영이 가능한 가상 스튜디오로 꾸밀 계획”을 갖고 있다.
아쿠아스튜디오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수중촬영이 필요한 장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여러 촬영 편의가 갖춰진 곳이다. 촬영장 규모는 15m×10m×10m(h), 수조 크기
[대전③]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 & 액션영상센터 - 특수촬영기술 개발과 촬영을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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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시는 영상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을 활성화하는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특수촬영 스튜디오와 제반 기술 개발 등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스튜디오 시설 자체만으로는 그 경쟁력이 오래가지 못한다. 특히 시설 규모 면에서는 중국을 이길 방법이 없다. 그래서 대전시는 시설과 장비 위에 대덕연구단지의 기술력으로 재무장하기 위한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을 2012년부터 시행해왔다. ‘리모트컨트롤 수중촬영 장비’나 ‘언리얼 게임엔진 기반의 프리비즈 시스템’을 구축한 개발사 등을 육성했듯이 콘텐츠 산업의 독보적인 기술력 확보가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튜디오 큐브의 출발은 드라마 촬영 중심 지원사업이었다. 이제는 영화 촬영 중심으로 지원사업을 추진해가고 있는데 대전시가 영화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의 활용이나 지역 로케이션 촬영을 보면, 드라마보다 영화 촬영이 훨씬 많았다. 스튜디오
[대전②] 박찬종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특수영상 제작 가능한 융·복합 시설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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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영화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은 몇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산하 대전영상위원회(이하 대전영상위)에서는 2005년부터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두개의 촬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었고 2013년에는 스턴트 액션과 수중촬영 등이 가능한 시설을 중심으로 액션영상센터를 신설해 운영 중이었다. 그런데 이곳 대전영상위 스튜디오 바로 옆에 2017년 9월 개관해 운영 중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의 대규모 영상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큐브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특수촬영 중심으로 운영되던 액션영상센터와 스튜디오 큐브는 타 지역 영상위나 스튜디오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자세하게 설명할 수중촬영 하우징 기술 개발, 스마트 와이어 기술 개발 등이 대전영상위가 주관하는 여러 제작 지원사업의 성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다. 스튜디오 큐브 역시 출범 당시에는 잡음도 많았고 꽤 오랫동안 지지
[대전①] 과학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첨단영상산업의 메카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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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부터 대전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팀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대전 엑스포과학단지 부지에 위치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액션영상센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드라마타운을 리뉴얼한 스튜디오 큐브의 개관 이후 여러 영상 콘텐츠 제작팀이 대전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말, <씨네21>이 직접 찾은 스튜디오에서는 이미 김지운 감독의 <인랑>이 촬영 중이었다. 아쉽게 그 현장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주변 시설을 비롯해 현재 대전시가 지원사업으로 추진 중인 다양한 영상 기술 개발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작비와 아이디어 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시나리오나 콘티상에서 아쉽게 사라져야 했던 장면을 위해 과학의 도시 대전이 나선 이유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들여다보자.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액션영상센터 & 스튜디오 큐브 ① ~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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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살인>은 일견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세계에서 돌출된 돌연변이처럼 보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으로 이어지는 최근작이 대체로 가족을 다룬 홈드라마였고, 법정 스릴러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가고>(2016) 이후 당분간 가족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힌 그에게 <세 번째 살인>은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면서, 세상을 그리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던 초창기의 태도를 상기시킨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여전히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세 번째 살인>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필모그래미에서 갖는 의미를 짚어보았다.
<세 번째 살인>은 아주 명료하게 시작해 지극히 모호하게 끝나는 작품이다. 오프닝에서 누군가의 후두부를 스패너로 수차례 내려친 후 시체를 태우는
가족 밖으로 나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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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산타 할아버지라 불리는 바보 나탈레의 선물 보따리가 풀어헤쳐지는 이탈리아의 12월 24일 저녁. 그날부터 마녀가 주는 석탄덩어리를 먹음으로써 모든 잔치가 끝난다는 이듬해 1월 6일 라 베파나 마녀절까지 이탈리아인들은 심적인 휴가 기간에 돌입한다. 이 기간 동안 이탈리아인들은 엄청난 양의 음식을 소비하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음식과 선물을 소비한 이탈리아인들이 그다음으로 찾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영화다. 해마다 12월과 1월의 이탈리아의 영화 판매 수익은 한해 영화 수익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황금알을 낳는 이 기간에 개봉하는 영화들 가운데는 코미디가 우세하다. 2016년 12월부터 두달 동안 상영된 코미디영화 세편은 이탈리아의 영화 판매 수익 중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영상 통계 전문 기구 ‘치네텔’은 말한다. 피카라와 피코네 감독의 <로라 레갈레>(L’ora legale)가 수익 성적 1순위를 차지했고 알렉산드로 시아니 감독의 <미스터 행복>
[로마] 이탈리아 황금연휴를 기다리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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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편에 달하는 시를 썼지만 생전에는 단 일곱편만 발표한 미국의 19세기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다룬 <조용한 열정>을 보러 가는 길에 나는 지하철에서 내려 오랫동안 걸어야 했다. 피아노 한대가 놓여 행인 중 누구라도 연주할 수 있는, 버스 이외의 차량을 통제해 수많은 버스킹이 ‘안전하게’ 상시적으로 열리는, 어느 슬프게 운명한 시인의 단골 다방이 남아 있는 거리였다. 그런가 하면 종합병원의 장례식장을 지나야 하는 길이기도 했는데, 그때 나는 그 건물에 당당하게 자리한 스타벅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창가 자리에서 누군가들이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들여다보면서 일종의 생활을 변함없이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
<조용한 열정>은 에밀리 디킨슨(신시아 닉슨)의 삶을 여성, 종교, 가족, 지적 몰두, 도덕과 윤리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들어가는 영화다. 평생 미국 매사추세츠의 작은 마을 애머스트를 벗어나지 않았던 그가 한
<조용한 열정>, 시인이자 여성이었던 에밀리 디킨슨의 예술적 성장과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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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키운 자식, 줄여서 ‘법자’(김성철)로 불리는 이가 구치소 아침 배식을 기다린다. “겨울이라 소고기뭇국 자주 나오겠다. 서부(구치소)는 한식을 잘해서 살쪄서 가겠어요.” 얼마나 자주 옥살이를 했으면 전국 교정시설의 사철 메뉴와 조리 수준을 품평하는 경지에 다다랐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에도 비슷한 대사가 있었다. “거기(구치소) 가면 아침식사는 튀김, 점심식사는 돼지고기, 저녁식사는 이면수(임연수어) 좋다.” 부랑자 최씨(김뢰하)의 뜻모를 소리가 <9시 뉴스> 자막으로 옮겨지니까 대단히 중요한 사실처럼 각인된 장면이었다.
검증할 길 없이 17년이 지난 이즈막,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감옥에서의 삼시세끼를 구경 중이다. 꼬박꼬박 부감으로 잡아주는 재소자들의 식사 장면은 자유가 제한되거나 통제로 인해 증폭되는 갈망을 대리체험하게 하는 일종의 서비스 컷이다. 법무부가 제공하는 1식 3찬 따위 평생 경험할 일이
[TVIEW] <슬기로운 감빵생활> 감옥에서의 삼시세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