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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은 다 다루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비념>(2012)으로 제주 4·3 사건을, <위로공단>(2014)으로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역사를, <려행>(2016)으로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임흥순 감독이 개인전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임흥순-우리를 갈라놓는 것들>(2017년 11월 30일~2018년 4월 8일)에서 다루는 것은 ‘분단’과 ‘전쟁’이다. 이번 전시에선 40여분짜리 3채널 영상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20여분짜리 2채널 영상 <환생>, 연관 아카이빙 작품 등이 공개된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란-이라크전쟁을 모두 경험한 이정숙 할머니, 중국으로 망명한 항일 독립운동가 정정화 할머니, 지리산에서 가족을 잃은 빨치산 출신 고계연 할머니, 제주 4·3 사건을 겪고 일본으로 밀항한 김동일 할머니가 전시에 영감을 준 주인공들이다. 역사 속 이름 없는 누군가가
임흥순 감독, "당사자의 목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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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즈 스탠 바이> PLEASE STAND BY
감독 벤 르윈 / 출연 다코타 패닝, 토니 콜레트, 엘리스 이브
자폐증을 앓는 웬디(다코타 패닝)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팬이다.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는 뉴스를 본 웬디는 자신이 쓴 <스타트렉> 시나리오를 직접 응모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행 버스에 오른다. 영화는 처음으로 가족의 품을 떠나 혼자만의 여정을 시작한 웬디의 좌충우돌을 그린다. 웬디는 자신을 쫓는 가족과 경찰의 눈을 피해 험난할지언정 자유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이는 웬디의 가족에게도 조금씩 웬디를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내년 1월 28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플리즈 스탠 바이>, 자폐증 소녀 ‘웬디’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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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 어디에서나 중국어가 들린다. 중국 유학생, 이들은 대체로 강의실 맨 끝에 앉아 있고, 시험에서는 백지를 낼 때가 많으며,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애를 먹는다. 이 학생들을 지켜보는 일은 괴롭다. 중국인 유학생을 강력히 유치한 주체는 ‘글로벌화 점수’를 통해 대학 순위를 높이고 싶었던 한국 대학이다. 한국 대학에서 중국인 학생은 거의 완전히 소외되어 있고, 오직 자신들이 만든 커뮤티니 속에서만 살아가는 듯 보인다. 드디어 최근에는 학교 내 중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 발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흥행한 영화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에는 ‘중국 동포’가 모두 악의 축으로 등장한다. 각각 가리봉동과 대림동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들에서 악한 역할은 중국 ‘건달’이 맡고 있지만 사실 이 악은 ‘중국적인 것’이다. 이 영화들에서 중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더럽고, 야만적이고, 시끄럽고, 무자비한 모든 것들이다. 도끼를 휘두르며 신체를 훼손하는
‘중국적인 것’의 악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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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1993)에서 <쥬라기 월드>(2015)로 이어지는 공룡 테마파크는 양가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파국은 씁쓸하지만 공룡을 관전하는 쾌감도 확실하다. 전편의 테마파크 참사 이후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년 6월 6일 개봉예정)도 과학윤리적 고민과 오락물 사이 어딘가에 자리할 예정이다. <몬스터 콜>(2016), <더 임파서블>(2012)에서 스펙터클만큼이나 그 안에 녹아든 정서를 성숙하게 매만진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을 전화로 만나 신작의 색깔에 대해 물었다.
-전편의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에게 생긴 변화가 있나. <쥬라기 공원>의 이안 말콤 박사도 돌아온다.
=전작보다 성숙해진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신에 대해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 이번에는 인간이 공룡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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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총 5개의 챕터로, 한 남자의 인생 마지막을 그린다. 챕터1에서 제시된 시골 이발사 모금산(기주봉)의 반복적 일상은, 갑작스런 암선고로 인해 흔들린다. 선고에 미동도 없던 그는, 이내 배우가 되고자 했던 젊은 날의 꿈을 소환한다. 그 ‘계획’(챕터2)을 실행하자면 영화감독 지망생인 아들 스데반(오정환)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새로운 것에 열광하지만 지나간 것은 굳이 되돌아보지 않는 속력의 시대. 임대형 감독은 모금산의 결심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뒤처진 속도에 발맞추어볼 것을 권유한다. 빛바랜 흑백 화면 속, 남아 있는 모든 낡은 것들, 서로를 위한 속깊은 온정. 마치 아키 카우리스마키 영화처럼 덤덤한 인상과 풍경 속에 감춰진 미세한 웃음들이 당면한 비극을 그나마 견딜 수 있게, 내일을 희망하게 해준다. <만일의 세계>(2014)로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임대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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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초상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동시대 일본인이 보고 듣고 느끼는 바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정확히는 자신의 감각에 충실한 것일 테지만 그건 결국 사회적인 현상의 정확한 반영이기도 하다. 신작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도쿄의 청춘들의 공허와 삶의 고단함을 감각적으로 그린다. 모두가 밤하늘이 어둠에 싸여 있다고 생각할 때, 화려한 네온사인과 조명 속에 매몰되어갈 때 이시이 유야 감독은 그 속에서 기어코 짙은 푸른색을 발견해낸다. 서울독립영화제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나 세계를 그리는 법에 대해 물었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로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았다. 같은 영화로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는 각각의 특색이 있어 즐거웠다. 한국 관객은 감각적으로 느끼고 깊은 부분까지 해석해서 코멘트를 해준다. 일본에서는 이런 적극적인 반응을 접하기 힘들기 때문에 늘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이시이 유야 감독 - 비관을 직시하되 온기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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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시네마 365일 개봉관_ 롯데시네마 3개관(부천 신중동역, 안양일번가, 라페스타) / 상영시간 1일 2회 오전 10시~오후 1시 중 1회, 오후 6시~밤 9시 중 1회
● G-시네마 동시개봉관_ 고양영상미디어센터, 파주 헤이리시네마 / 상영시간 각 동시개봉관 홈페이지 확인
● 12월 3주 상영작_ <아기와 나> <올드마린보이>
<아기와 나>
감독 손태겸 / 출연 이이경, 정연주 / 113분 / 15세 관람가
“그녀가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군대 전역을 앞두고 세상으로 나갈 일이 막막한 도일(이이경). 하는 일도,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는 상황에 덜컥 낳은 아기와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정연주)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친구가 사라졌다. 도일은 남긴 아기와 함께 여자친구를 찾아 숨은 진실에 한발씩 다가서는데…. 아기만 남겨둔 채 사라진 여자친구를 쫓는 과정을 통해 이제 막 세상을 향해 한발을 내딛는 젊은이의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다양성영화 12월 3주 상영작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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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나는 베니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출품작을 상영하는 기획전 ‘2017 베니스 인 서울’을 개최한다. ‘베니스 74’ 섹션에서는 74회를 맞은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을 만날 수 있다. 개막작은 <사랑과 총알을 그대에게>와 세바스티나오 리소의 <가족>이다. ‘베니스 클래식’ 섹션에서는 이탈리아의 고전 <올리브나무 아래 평화는 없다>(1950)의 복원판을 상영한다. 이 밖에도 <원숭이 여인>(1964)과 <붉은 사막>(1964) 등도 만날 수 있다. 젊은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새로운 물결’섹션에는 오리종티 작품상 수상작 <니코, 1988>을 비롯해 <무뢰한들> <가타 신데렐라> 등이 이름을 올렸다. 12월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다.
<메소드>의 바로 그 연극
방은진 감독의 <메소드> 속 바로 그 작품. 재하(
[culture highway] 연말은 어반자카파와 함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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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소식이 들리면 새로 출시되는 굿즈 살 생각부터 드는 작품이 있다. 개봉에 맞춰 신작에 등장하는 아이템 및 캐릭터를 내세운 상품이 대거 출시되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수십년간 누적되면 독립된 산업 및 팬덤 문화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사실상 <스타워즈> 시리즈가 물꼬를 트고 완성시켰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한 광선검, 각종 함선 등을 구현한 상품이 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 종류는 물론 품질까지 덩달아 향상됐고, 다른 인기 시리즈도 <스타워즈>처럼 캐릭터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열성팬들이 장난감을 만지면서 새 시리즈를 예습하는 문화는 다른 블록버스터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스타워즈>는 지금까지도 영화 캐릭터 산업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니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개봉 소식에 영화만큼이나 장난감이 관심사로 떠오르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
<스타워즈>가 돌아온다 레고로 먼저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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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마치 흐르는 물처럼 당연했던 일들도 이제와 생각해보면 갸우뚱한 게 많다. 예컨대 끽연의 풍경. 어린 시절 기억엔 버스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대던 아저씨들의 모습이 또렷하다. 좌석 등받이엔 그들을 위한 재떨이마저 붙어 있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식당과 주점 안은 너구리를 잡는 굴 같지 않았나. 나 또한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아무 데서나 담배를 입에 물곤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왜 아무렇지도 않았던 걸까. 감각은 인식의 숫돌 위에서 날을 벼린다. 한때 당연했을지라도 오늘은 아닐 수 있다. 오늘 당연한 어떤 것은 내일 부인될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시내의 노래방들은 방 안에 CCTV를 달고 손님들이 노래하며 노는 모습을 길가에 설치된 모니터로 중계하곤 했다. 행인들은 신나게 노래 부르는 그 모습에 이끌려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길가에 서서 한참을 구경하곤 했다. 거북했을까. 거북하지 않았다. 왜 거북하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 그 풍경은 사라졌다. 사라지
[노순택의 사진의 털] 당연한 시대의 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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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그렇게 극적으로 도착하지 않는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한 인간에게 닥친 비극을, 실제의 체감으로 기술하는 영화다. 시골 이발사 모금산(기주봉)은 의사의 갑작스런 암선고에도 ‘드라마처럼’ 절규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젊은 시절 꿈꿨던 배우의 꿈을 실행하려 한다. 서울로 영화공부하러 간 아들 스데반(오정환)을 불러앉혀 ‘계획’을 설명하지만 아버지의 의중을 알 길 없는 아들에게는 이 모든 요구가 무리해 보인다. 흑백의 화면 속에서 일상, 계획, 여행, 작별, 성탄절로 이루어진 총 5개의 챕터는 생의 마지막, 모금산이 아들의 협조로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그는 마침내 찰리 채플린이 되어 무성영화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를 완성한다.
모금산이 일하는 낡은 시골 이발소, 동네 수영장, 그가 매일 저녁 한잔의 술을 마시는 치킨캐슬의 벽쪽 자리, 가끔 들러 마시는 여로다방의 쌍화차 등 모금산이 마주하는 풍경은 느리고 더디다. 암선고와 출생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덤덤한 반응과 엇박자의 웃음으로 가득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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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루는 마법을 쓰는 귀여운 요정이다. 꽃 이름을 가진 플라워 페어리루, 채소 이름을 가진 베지 페어리루, 곤충 이름을 가진 벅스 페어리루 등이 있다.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은 ‘리틀 페어리루’라는 세계다. 인간이 사는 ‘빅 휴머루’와 구분되는 요정들의 공간으로, 크리스마스가 되면 커다란 트리를 꾸미기 위해 여러 마을에서 모인다. 일본에서 <리루리루 페어리루>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페어리루’ 시리즈는 현재 한국의 디즈니 채널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나온 극장판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에피소드 세 가지를 묶은 것이다. 첫 번째는 튤립을 닮은 주인공 리프(조경이)와 해바라기(이재현), 바이올렛(윤아영), 로즈(이지현) 사총사가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장식품을 모으는 이야기다. 누가 더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을 모으느냐를 두고 리프를 비롯한 사총사와 별을 닮은 트윙클 페어리루들이 경쟁을 벌인다. 리프와 친구들이 산타를 대신해 인간 세계인 빅 휴머루로 날아가 크리스마스 선
<극장판 숲의 요정 페어리루~크리스마스의 기적: 마법의 날개~> 마법을 쓰는 귀여운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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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30년 전 살인 전과가 있는 미스미(야쿠쇼 고지)는 자신이 다니던 공장의 사장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자백한다. 사건을 맡게 된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는 기계적으로 업무에 착수한다. 이미 범행을 자백했지만 형량을 낮추기 위한 법리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시게모리 앞에서 미스미는 계속해서 말을 바꾼다. 자신의 경력을 위해 사건을 맡았던 시게모리는 점차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찾고 싶은 열망에 빠진다. 이윽고 미스미와 전혀 다른 진술을 하는 피해자의 딸 사에키(히로세 스즈)가 등장하면서 사건의 실체는 갈수록 미궁에 빠진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흔히 가족을 그린 드라마로 잘 알려져 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진가는 사실 냉정함이다. 그는 단언하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서늘한 얼굴을 불쑥 내민다. <세 번째 살인>의 장르적 외피는 법정 스릴러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손을 거친 후 새로운
<세 번째 살인> 한 남자가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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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미국 보스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기를 거래하기 위해 폐공장에 모였다. 크리스(킬리언 머피)는 아일랜드 무장투쟁에 쓸 M16을 구매하기 위해 무기 중개상 저스틴(브리 라슨), 오드(아미 해머)의 소개로 버논(샬토 코플리)을 만난다. 정부조직 요원 프랭크(마이클 스마일리)가 크리스와 대동해 무기 거래 현장을 찾는다. 서로를 쉽게 믿지 못해 예민해진 상황에서 버논이 크리스가 원하는 총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된다. 우연히 무기 거래 전날 밤 바에서 다툼이 있었던 부하 스티보(샘 라일리)와 해리(잭 레이너)가 서로를 알아보면서 총탄이 떨어질 때까지 총질이 벌어진다. 폐공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프리 파이어>는 캐릭터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 알려준 채 총질에서 시작해 총질로 끝나는 독특한 영화다. 캐릭터가 누구인지는 플래시백 하나 없이 오로지 등장인물끼리 주고받는 대사로만 짐작할 뿐이다. 모두가 죽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을 만큼 갈등이
<프리 파이어> 총질에서 시작해 총질로 끝나는 독특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