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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아니, 시작이 아닌 끝이라고 해야 할까. 1987년 모두가 뜨거웠던 그해 여름 시민들로 가득 찬 광장은 “호헌철폐 독재타도” 여덟 글자로 물들었다. 1979년 12·12 사태로부터 무려 8년, 전두환 독재정권에 의해 짓밟힌 민주주의에의 열망이 들불처럼 타오를 불씨가 된 건 젊은 청년의 꽃같은 목숨이었다. 남영동 어두운 구석에서 스러져간 박종철군 고문 살인과 정부의 은폐 조작을 규탄하는 목소리들은 전국 각지에서 메아리쳐 6월10일 민주 헌법을 쟁취하기 위한 범국민대회가 성사됐다. 그리하여 부당한 군부정권은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6·29 민주화선언을 통해 무너진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시민의 힘으로 일궈낸 승리의 기억이라 해도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후 김대중, 김영삼 두 후보의 통합이 불발되고 직선제를 통해 전두환 정권의 계승자인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을. 1987년의 함성은 끝나지 않을 어둠에 대한 복선이었을까 아니면 미완일지
<1987>, 우리 모두 뜨거웠던 그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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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지난 11월 말 개봉한 <인 더 페이드>(aus dem Nichts)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인 더 페이드>는 <미치고 싶을 때>로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공상을 수상했던 터키계 독일인 파티 아킨 감독의 작품. 주인공 다이앤 크루거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는 카메라는 폭발 직전의 감정선을 잡아낸다. 이 작품은 <미치고 싶을 때>의 감정 과잉을 연상시킨다. 다이앤 크루거는 이 영화로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인 더 페이드>는 독일의 치부를 드러내는 실화가 소재다. 2011년 11월, 은행 강도 사건을 통해 신나치 테러조직이 세상에 드러나는 사건이 있었다. 테러범 두명은 도주 중 자살했으며, 2000년부터 2007년에 걸쳐 무고한 외국인 아홉명을 살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나치 테러조직 국가사회주의지하조직(NSU)의 실체에 전 독일이 충격에 빠졌는데, 이후 테러조직원 베아
[베를린] 독일의 민낯 드러내는 신나치 테러조직 실화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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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는 전자를 관찰하는 현미경을 생각했다. 아주 작은 전자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파동이 짧은 빛이 필요한데, 파동이 짧은 빛은 에너지가 커서 이 빛(광자)이 전자와 충돌하면 전자는 임의의 방향으로 튕겨나간다. 즉 전자를 정확히 관찰하려 하면 전자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만약 전자를 변화시키지 않기 위해 파장이 긴 빛을 쏘게 되면 우리는 정확한 전자의 위치를 관찰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 변화된 전자 혹은 희미한 전자를 관찰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대상을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다.
이 불확정성 원리는 코언 형제의 주요 테마 중 하나다. 코언 형제는 그의 영화 중 <시리어스맨>(2009)과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2)에서 불확정성 원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서 불확정성 원리는 변호사가 주인공 에드(빌리 밥 손튼)의 무죄를 설파하기 위한 장광설의 주요 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변증법 <세 번째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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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고 동문들이 자신들이 입었던 옷에 얽힌 기억을 더듬어가는 책 <황홀한 앨범: 옷으로 본 한국의 현대여성 1946-2015>에는 양장점 ‘파랑새’의 디자이너 백희득에 관한 대목이 있다. 뻣뻣하고 서먹하게 굴어서 늘 엄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그이가 어린 자신에게 어떤 디자인이 좋은지 의견을 물었다던 일화. 백희득의 옷을 입으면 “더이상 주변에 잘 보일지 어떨지 걱정하지 않고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회고하는 이는 중요한 업무가 있을 때마다 입었던 녹색 슈트 사진을 꺼내놓았다.
KBS2 드라마 <흑기사>에는 첫사랑 정해라(신세경)를 기다리기 위해 슬로베니아의 고성을 사들인 남자(김래원)가 있다. 하지만 판타지가 겹치는 쪽은 해라에게 옷을 지어 입히는 샤론 양장점의 디자이너 샤론(서지혜)의 존재다. 아무래도 성을 사버린 남자보다는 이쪽이 실용적이고, 옷이 심리에 끼치는 영향력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보통 자기 처지에 얽매여 있던 여주인공은 상황이 나아
[TVIEW] <흑기사> 현생의 위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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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제작 (주)영화사 레드피터 / 감독 연상호 / 출연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 / 배급 NEW / 개봉 2018년 1월 말
신석헌(류승룡). 가장 평범한 은행 경비원.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인생이 반전된다. ‘유리겔라’라도 된 양 생각만으로 물건을 들어 움직이는 놀라운 초능력이 생긴 것이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는 놀람에 곧장 “마술 같은 게 원래 영업기밀이잖아요” 하고 가장 먼저 돈방석에 오를 궁리부터 한다. 하지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생긴 이 변화는 어디서 기인했고, 또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가. 청년사업가이자 딸인 루미(심은경)가 위기에 처하면서 마침내 석헌의 능력이 발휘될 기회가 온다. <부산행>으로 좀비물의 역사를 새로 쓴 연상호 감독의 초능력 판타지. 석헌의 능력을 화면에 구현하는 또 한번의 도전을 한다. 초현실적인 액션을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CG에 의존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액션의 바탕에 올려둔다. 특히
[Coming Soon] <염력>, 연상호 감독의 초능력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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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모바일 앱 분석 업체는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와 20대가 가장 애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은 ‘유튜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다. MCN(Multi-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과 팟캐스트(Podcast) 등의 최근 영상 트렌드는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대표하고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맞춰 지난 2017학년도 1학기에 개편됐다. 민경배 학과장은 “우리 학과는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해 기술적 능력,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능력, 매체의 운영 및 활용 능력, 소비자 및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함양하는 데 초점을 둔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학과를 소개한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세 트랙으로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기술적 이해를 기반으로 미디어운영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영상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 최적의 이론과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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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취재를 못하게 해!” 박종철 열사의 부모가 아들의 유해를 강물에 흩뿌릴 때 먼발치에서 그 풍경을 지켜보던 윤 기자(이희준)는 기자들을 통제하는 형사들을 향해 분노한다. 윤 기자의 취재는 박종철 열사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세상에 알렸고,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윤 기자를 연기한 이희준은 “<1987>과 윤 기자를 통해 내 삶을 반추할 수 있게 됐다. 이 작품을 계기로 내 삶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됐다”고 고백했다.
-6월 민주항쟁 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나.
=하굣길에 최루탄의 매운 냄새 때문에 대학생 형들은 공부는 안 하고 왜 저러는지 불만을 터트렸던 기억이 난다.
-기억이 선명한 편인데.
=<1987> 시나리오를 읽고 당시 있었던 일들을 조사해보니 무시무시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흔인데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싶어 정말 부끄러웠다.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곧바로 촛불집회로 뛰쳐나갔다.
<1987> 이희준 - 3D 캐릭터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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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는 <1987>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다. 6월 민주항쟁 이후에 태어난 세대이지만, <1987>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당시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그녀가 연기한 연희는 삼촌인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의 부탁을 받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을 수배 중인 재야 인사에게 몰래 알리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아픈 과거 때문에 데모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다가 어떤 일을 겪으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1987년 6월 거리로 나선 많은 시민들처럼.
-<1987>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책을 다 읽은 뒤 덮고 ‘좋다’고 생각했다. 인물들이 제 역할을 한 뒤 사라지는 ‘쿨함’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한두명이 감정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지 않고 제 할 일을 하고 싹 사라지는데도, 감정과 정서의 에너지는 점점 커지는 게 매력적이었다.
-6월 민주항쟁에 대해 알고 있었나.
=겉핥기로 알고
<1987> 김태리 - 감정과 정서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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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런 독재 치하, 단지 옳은 일이라는 믿음 하나로 위험을 무릅쓴 소시민들이 있었다. <TV가이드>와 <선데이 서울>을 ‘즐겨 읽는 척’하는 교도관 한병용도 그중 한명이다. 사건의 진실을 담은 옥중 서신을 잡지에 몰래 숨겨 실어나른 민주화의 배달원. 긴장의 시대 그 한가운데서 유해진은 특유의 소시민다운 면모로, 또 화면을 장악하는 존재감으로 <1987>의 시간을 때로 정감 있게, 때로 박진감 넘치게 하는 인물이다.
-<택시운전사>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이어 이번엔 1987년 6월항쟁으로 간다.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택시운전사 황태술(<택시운전사>)에 이어 이번에도 민주화의 진실을 담은 편지를 전하는 교도관 한병용으로 분한다.
=<택시운전사>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영화다. 대한민국에 아픈 현대사가 있었고, 그 안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조명한다. 민주화를 쟁취하기
<1987> 유해진 - 가장 보통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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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잡는 거 방해하는 간나, 빨갱이로 간주하겠어.” 비뚤어진 애국심으로,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간첩으로 만드는 폭력의 하수인.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대학생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 처장은 독재와 폭력의 시대를 대변하는 ‘못난’ 얼굴이다. 늘 그랬듯, 김윤석은 이번에도 무시무시한 연기로 박 처장이 가진 눈빛, 몸짓, 사고방식 어느 하나 흐트러짐 없이 또 하나의 인물을 창조해낸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이후 장준환 감독과 두 번째 작업이다.
=시나리오를 초고부터 봤다. 솔직히 재미없더라. (웃음) 우린 동지고, 그래서 서로 직언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아닌가. 그래서 거절했다. 다시 받았는데 초고와는 완전히 달라졌더라. 인물이 서사에 맞추어가는 게 아니라 서사에 맞춰 각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게 각색고에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과연 이걸 누가 투자해줄까. 그때만 해도 정권이 바뀌기 전이었고 세상이
<1987> 김윤석 -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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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의 서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이들이 ‘폭도’라 명명되던 시절이 있었다. 최루탄에 맞아 살갗이 타들어가고, 끌려가 고문당하고, 죽임을 당하고, 그리고 그 죽음마저도 철저하게 은폐하던 혹독한 시절. 장준환 감독의 <1987>은 1987년 1월부터 6월까지, 그 끝나지 않았던 암흑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뜨거운 온도를 담는다. 고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죽음 앞에서, 모두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미친 정권 아래서,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부디 ‘그날이 오기를’ 염원했다. 기자, 교도관, 상인, 대학생 등 이 영화의 많은 배역 중 어느 하나 주인공이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 많은 인물 중 <1987>을 대표하여 배우 김윤석·유해진·이희준·김태리 네 주역이 스튜디오에 모였다. 지난해 겨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함께 참여하며 뜻을 모은 배우들은 영화 촬영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마치 가족처럼 돈독해 보였다. 김윤석은 “우리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
<1987> 김윤석·유해진·이희준·김태리 - 증인이 된 영화, 역사가 된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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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턴2> Paddington2
감독 폴 킹 / 출연 벤 위쇼, 휴 그랜트, 브렌던 글리슨
브라운 가족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어엿하게 자리잡은 런던 생활 3년차의 패딩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패딩턴2>는 얼마간 귀엽고 따뜻한 경험이다. 그는 루시 이모의 생일 선물을 위해 유별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데, 사고 연발의 나날들 속에서 도둑까지 나타나 패딩턴의 선물 구매기를 힘겹게 만든다. 전편보다 더 성숙해진 패딩턴의 모습과 어른들을 위한 유머가 보강된 점이 반갑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7.12.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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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스톡홀롬 증후군 실화 사건을 영화화한다.
1974년, 신문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손녀 패티 허스트 납치 사건을 다룬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신작에 엘르 패닝이 합류한다. 영화의 제목은 아직 미정으로 엘르 패닝은 주인공 패트리샤 역을 맡는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가 발표됐다.
아카데미위원회는 지난 12월 14일, 2018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오를 1차 후보 9편을 발표했다. 전세계 92편이 경쟁을 벌여 칠레, 독일, 헝가리, 이스라엘, 레바논 등 유럽 여러 나라의 작품이 선정됐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택시운전사>는 탈락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이 발표됐다.
에드먼드 굴딩 감독의 1947년작 <악몽의 골목>을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로, 타이론 파워와 조앤 블론델이 주연을 맡았던 작품. 어느 사기꾼의 성공과 몰락을 담은 필름누아르 영화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도 집필 중이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 스톡홀롬 증후군 실화 사건 영화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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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그리다> <미스 프레지던트> <폭력의 씨앗> <내 친구 정일우> 이상 5편이 12월의 히든픽처스로 선정됐다. 히든픽처스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씨네21>이 저예산 예술·독립영화의 재미와 가치를 환기시키고 디지털 온라인 수익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예술·독립영화로 인정을 받은 순제작비 10억원 미만의 한국영화 중 IPTV, 디지털 VOD 배급작에 한해 매달 히든픽처스를 선정해 각 영화의 온라인 유통 마케팅을 지원한다. <씨네21>은 이들 작품 중 일부를 선별해 해당 영화의 감독과 배우 그리고 평론가와 방송인 등이 출연하는 홍보영상을 만들거나 감독 및 배우와의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해 관객과의 소통도 시도하고 있다.
현실을 담았다
12월의 히든픽처스 중 한편인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일어나&
12월의 히든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