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의 모습이 내가 본 기키 기린의 마지막이었다. 그때 포토콜을 지나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그녀를 본 후, 돌아와서도 문득문득 그녀의 안부가 걱정됐다. <어느 가족>(2018)에서 하츠에의 늙은 모습을 좀더 자연스럽게 하고자 틀니에 가발까지 착용했다고 하는데, 칸에서 직접 본 모습은 역할보다 한층 더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2004년 유방암 발병 후 양쪽 유방을 적출한 뒤 2012년 척추, 콩팥 등 20곳으로 암이 전이되어 전신암 판정을 받았지만, 항암치료 후 2014년에는 다행히 완치를 선언하기도 했었는데 지난 8월 지인의 집 계단에서 굴러 왼쪽 대퇴골 골절로 그만 병세가 악화됐다. 수술 후 사위이자 배우인 모토키 마사히로가 “무사히 위기를 넘기셨다”고 전했지만, 노령의 몸이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한 듯하다. 기키 기린은 지난 9월 15일 오전 2시45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택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살. 별세 소식을 듣고야 어
[기키 기린 추모] <걸어도 걸어도>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어느 가족>의 기키 기린을 기리며
-
“난 한때 그대의 보디가드였습니다. 이제 하늘로 가는 길에는 천사들이 보디가드가 되어줄 것입니다.” 지난주 에디토리얼을 쓰면서 레너드 번스타인 100주년 기념으로 오랜만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를 보겠노라 했었는데, 느닷없는 향수가 일어 최근 재개봉한 <보디가드>(1992)와 <탑건>(1987)을 보았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이제는 고인이 된 두 사람, <보디가드>의 배우 휘트니 휴스턴(1963~2012)과 <탑건>의 감독 토니 스콧(1944~2012)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휘트니 휴스턴의 장례식장에는 <보디가드>의 케빈 코스트너가 유족들의 요청으로 참석해 위와 같은 감동적인 추모사를 들려주었다. 촬영 당시 불화설이 돌기도 했지만, <보디가드>는 제작자이기도 했던 케빈 코스트너가 당대 팝의 여왕이었던 그녀의 콘서트 일정까지 감안하여 촬영을 무려 1년이나 기다려준 영화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주성철 편집장] 추석에 <보디가드>와 <탑건>을 다시 보며
-
“문재인 정부가 적폐를 재생산하려는 것이라면 더이상 적폐 청산 팔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공무원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려고 하자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참여했던 민간위원들은 9월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이행계획(<씨네21> 1173호 국내뉴스 ‘검증 과정의 객관성까지 잡자’를 참조할 것)을 전면 재검토할 것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문체부가 진상조사위가 권고한 처벌 내용과 크게 차이나는 이행계획을 제시하면서 타당한 근거와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블랙리스트 범죄의 피해자들에 대한 어떠한 배려와 존중도 없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장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연루된 공무원 솜방망이 처벌… 문화예술계 거센 반대
-
<버즈 오브 프레이>가 하락세를 걷고 있는 DC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유일한 생존자(?)인 할리퀸(마고 로비). 그녀가 중심이 되는 <버즈 오브 프레이>가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9월26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저니 스몰렛이 <버즈 오브 프레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는 <다이하드 : 굿 데이 투 다이>, <클로버필드 10번지> 등에 출연했으며 저니 스몰렛은 드라마 <트루 블러드> 등에 출연한 배우다.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그들은 각각 할리퀸과 함께 팀을 이루는 블랙 카나리, 헌트리스 역을 맡았다.
‘버즈 오브 프레이’는 DC 코믹스에서 처음 등장한 여성 히어로 팀이다. 배트걸, 블랙 카나리, 헌트리스로 구성된 팀이며 이후 포이즌 아이비, 스탈링 등이 합류했다. 할리퀸과 함께 ‘수
DC의 기대작 <버즈 오브 프레이>는 어떤 영화?
-
-
추석 삼파전, 승리는 <안시성>이 차지했다. <안시성>이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대규모의 전투신 덕분이다. 스토리, 고증 등에서 부족하다는 평이 있지만, "화려한 전투신만큼은 눈을 사로잡는다"는 의견엔 대부분 동의한다. 그렇다면, <안시성> 외에 화려한 전투신을 자랑하는 한국영화는 어떤 작품이 있었을까?
<태극기 휘날리며>
감독: 강제규 / 출연: 장동건, 원빈, 이은주, 공형진 / 개봉 2004년
한국영화에서 전투신은 사극보다는 주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등장했다. 그중 가장 처음 대규모 전투신을 선보인 영화는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다. 형제의 드라마를 담은 작품이지만, 그 배경이 되는 한국전쟁도 현실감 넘치게 재현했다.
전쟁장면 가운데 가장 처음 등장한 낙동강 전투는 공포 그 자체였다. 북한군의 기습으로 발발한 전투에서 적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빗발치는
거대한 스케일, 화려한 디테일 자랑했던 한국영화 속 전투신들
-
<안시성>의 승리로 끝난 추석 영화 대전. 현대극인 <협상>, 제임스 완 사단의 호러영화 <더 넌> 등 다양한 장르가 경합했지만 올해는 "추석에는 사극, 혹은 가족 오락영화가 흥행한다"는 공식이 맞아 떨어졌다. 그렇다면 과연 추석에는 어떤 영화들이 흥행했을까.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10년간 추석 극장가의 영화 스코어에 대해 알아봤다.
2008년
추석: 9월14일
2008년 추석 시즌 극장가는 9월 첫째 주 개봉한 <맘마미아!>, <신기전>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다퉜다. 밝은 분위기로 '가족애'를 그린 <맘마미아!>도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 좋은 영화겠지만, 추석 연휴 관객들은 한복 입은 국내 배우들을 더 많이 찾았다. 조선의 신무기, '신기전'으로 명나라 군대를 격퇴하는 액션 장면과 애국심 고취시키는 메시지도 한몫했다.
그러나 연휴가 끝나는 동시에, 상황은 역전됐다. 2위에 머물던 <맘마
어떤 영화들이 흥행했을까? 지난 10년간의 추석 영화 대전
-
손예진이 인질극을 소재의 영화 <협상>으로 돌아왔다. 팽팽한 설전을 그린 <협상>에서 그녀는 범죄조직의 민태구(현빈)로부터 인질들을 구하려는 협상가 하채윤을 맡았다.
이제 손예진에게 ‘멜로 퀸’이라는 수식어는 너무 좁은 의미인 듯하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외출> 등의 영화로 사랑에 대한 웬만한 감정은 다 겪어봤을 그녀지만, 최근 손예진은 멜로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해적, 엄마, 조선의 옹주 등 멜로영화 이외 인상 깊었던 그녀의 영화 속 얼굴들을 모아봤다.
<무방비 도시>
감독: 이상기 / 출연 김명민, 손예진, 김혜숙 / 개봉: 2007년
<무방비 도시>는 멜로장르에서 벗어나려는 손예진의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영화다. 그녀가 연기한 백장미는 외모, 거짓말, 아픈 과거까지, 팜므파탈이 갖춰할 조건을 다 갖춘 인물이다.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그녀의 눈웃음이 무섭다!? 멜로의 달달함이 빠진 손예진의 영화 6편
-
작년 가을 <꾼>으로 관객을 찾았던 현빈이 <협상>으로 1년 만에 극장가에 복귀했다. 그간 볼 수 없었던 그의 악한 얼굴을 담은 영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아직도 현빈의 필모그래피에서 드라마 <시크릿 가든>, <내이름은 김삼순> 속 로맨티시스트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라면 주목해보시길. 늘 로맨스와 함께라면 환상의 시너지를 빚었던 현빈이지만, 최근의 그는 로맨스를 벗어나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도전해왔다. 백마 탄 왕자님은 졸업한 지 오래, 로맨스를 벗어난 현빈의 얼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민규
돌려차기, 2004
<돌려차기>는 현빈의 스크린 데뷔작(2002년 <샤워>라는 작품이 있었으나 개봉하지 않았다)이다. 바른 생활 대학생을 연기했던 <논스톱 4>, 안타까운 이가 있으면 도와주고야 마는 성격의 경호원을 연기한 <아일랜드> 등 데뷔 초 현빈은 주로 반듯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돌려차
언제 적 백마 탄 왕자님? 로맨스를 벗어난 현빈의 얼굴들
-
마블 팬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듯하다. 어쩌면 톰 히들스턴의 로키를 다시 볼 수도 있겠다. 9월18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디즈니가 준비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레이’의 콘텐츠로 MCU 히어로들의 드라마가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TV 시리즈는 “아직 단독 영화가 없었던 MCU 히어로들과 함께 로키, 스칼렛 위치가 중심이 될 것이다. 톰 히들스턴, 엘리자베스 올슨이 그대로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버라이어티>에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 플레이의 MCU 드라마는 영화만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지점은 마블 스튜디오 수장 케빈 파이기가 직접 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블 스튜디오, 디즈니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현재 마블 코믹스 원작 TV 시리즈로는 넷플릭스의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 ABC사의 <에이전트 오브 쉴드> 등이 있다. 그러나
로키·스칼렛 위치 영입하는 ‘디즈니 플레이’, 넷플릭스 앞지를 수 있을까
-
로스앤젤레스는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로스앤젤레스가 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의 탄생지라는 배경도 있지만, 로스앤젤레스는 할리우드 외에도 독립영화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극장 등 영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다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도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미국독립영화협회(Film Independent)가 주관하는 ‘LA 영화제(LA Film Festival)’가 매년 개최된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하는 ‘LA 영화제’는 다양한 독립 영화, 방송 프로그램 및 단편 작품을 조명하는 자리로, 이 행사를 위해 매년 로스앤젤레스 및 전 세계의 제작사, 업계 전문가 및 유수의 제작자들이 한데 모인다. 특히, 올해의 ‘LA 영화제’에는 한국 영화 <소공녀(감독 전고운)>가 초청돼 많은 국내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올해의 행사는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된다.
이 밖에도, 영화팬이라면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양한 예술영
제24회 LA 영화제,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를 더욱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
-
저는 K시 가족여성과 내 출산장려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우리 시 출산율이 너무 낮아서 지난해에 팀명도 출산다문화팀에서 출산장려팀으로 바뀌었어요. 최근엔 관련 행사도 했어요. 관내 13살 이하 막내를 둔 가정 중 가장 자녀가 많은 ‘다둥이’부모를 선발해 지원하는 행사요. 첫 번째 후보는 30대 싱글맘이었는데 조금 문제가 있었어요. 이혼했냐고요? 아뇨. 결혼한 적이 없대요. 미혼모예요. 요즘은 비혼모라고 한대요. 비혼부, 비혼모부요. 팀장님에게 말하니까 둘이 한 아이를 키우기도 힘든데, 한 사람이 여럿을 키우다니 어딘가 수상하대요. 전 그렇게 생각하는 팀장님이 더 수상한 거 같은데. 우리나라는 낙태가 불법이잖아요. 여성이 스스로 임신을 중단할 권리나 자유는 없는데. 법적으로 임신 중단이 금지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고요.
하지만 팀장님이 그러네요. 삶엔 순서가 있다고. 태어나 교육, 취업, 혼인을 거쳐 가족을 이루는 거요. 이를 돕는 게 나라가 하는 일이다, 그런
출산 권하는 사회
-
201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으로 여름 극장가를 찾았던 키키 키린이 9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일본의 국민 배우로 칭송받는 그녀는 지난 2004년 유방암을 진단받은 후 14년간 암과 싸우며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눈여겨본 관객들이라면 그녀의 얼굴을 잊을 수 없을 터. 18세에 1961년 극단 분가쿠좌에 입단하며 연기를 시작한 키키 키린은 1962년 드라마 <일곱 명의 손자>를 통해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고, 1974년 TBS 드라마 <데리우치 간타로 일가>에서 간타로(고바야시 아세)의 어머니를 연기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당시 노모 역할을 맡은 그녀의 나이는 33세. 아들 역을 맡았던 고바야시 아세보다 10살 어린 나이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태풍이 지나가고>를 발표했던 지난 2016년 “영화의 몇몇 장면에서 키키 키린은 정말 내 어머니
최근 생을 마감한 키키 키린, 놓쳐선 안 될 그녀의 연기를 담은 영화 4편
-
8월 25일, 힙스터스러운 선글라스를 낀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얼굴이 프린트된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사이먼 래틀 경이 이끄는 베를린 필과 함께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교향곡 2번 《The Age of Anxiety》 음반이다. 도이치 그라모폰 (흔히 말하는 노란 딱지)에서 출시된 음반을 구매하려다가,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인터뷰를 들었다. 초연에 함께했던 순간, 언젠가 반드시 꼭 녹음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번스타인과의 약속을 지켜 기쁘다고 말하는 지메르만의 목소리에는 특별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우리 집에 불이 난다거나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가장 먼저 챙길 음반 중 하나는 번스타인/지메르만이 함께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말러나 쇼스타코비치, 브루크너 같은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실황을 주기적으로 듣지 않으면 금단증상에 시달리는데, 가을이 다가오고 바람이 서늘해지면 브람스가 절실하게 그리워진다. 이 음반은 거의 영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레너드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그의 영화적 자취를 더듬다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샘 닐, 로라 던, 제프 골드블럼, 리처드 애튼버러, 새뮤얼 L. 잭슨 / 제작연도 1993년
초등학생 시절부터 만화를 그려오다가 이제는 어엿한 만화가가 된 나는 영화를 볼 때 관찰자적인 자세가 된다. 영화 속에 빠져들어 주인공과 함께 웃고 울며 감상에 젖는 일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어려서부터 영화 뒷얘기에 관심이 많아 각종 잡지와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보며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창작되어진 것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아주 감정적으로 격한 장면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 나와도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든지 화면 구도가 참 아름답다든지 조명이 근사하다든지 따위를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특수효과다. 지금이야 거의 모두 컴퓨터로 만들어지니 큰 감흥이 없다만 컴퓨터 이전 시절의 영화에는 특수효과맨들의 인장이 영화 곳곳에 아주 깊이 박혀 있었다. 톰 새비니가 고안해낸 좀비 분장, 크리스 월러스의
조경규 만화가의 <쥬라기 공원>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